와룡생의 천년백첩랑ㅡ3권
千年百妾廊
第 3 卷
발행년도 : 1989. 6. 20
출 판 사 : 예문서림
저 자 : 臥龍生
譯 者 : 朴光壹
제 20 장 萬魔宮을 얻다
제 21 장 드러나는 윤곽
제 22 장 연속되는 借刀殺人之計
제 23 장 千年書生
제 24 장 四海帝后의 忿怒
제 25 장 天下는 暗中에서 요리된다
제 26 장 正道第一之美 東方秀麗
제 27 장 血海帝后의 危機
제 28 장 白海海精
제 20 장 萬魔宮을 얻다
마가세장(馬家勢莊).
낙양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인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낙양 만악로에 위치한 마가세장은 낙양에서 가장 막강한 재력을 가진 전장(錢莊)
으로서도 표물운반으로서도 유명한 곳이다.
부근에서는 가장많은 삼백명의 무인도 상주하고 있는 대장원,
마가세장은 낙양을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마가세장은 너무도 거대했다.
태궁영은 마가세장 앞에 있는 전장안으로 들어서자 한명의 노인이 머리를 내밀었다.
작달만한 키,
흐리멍텅한 두 눈,
대체 무엇하나 제대로 해낼지 의심스러운 노인은 눈꼽이 낀 두 눈을 끔벅거리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일로 오셨소이까? "
태궁영은 낙양이 초행인지라 마가세장의 초라한 모습을 알 수가 업었다.
아니 왜 이런 초라한 모양의 전장을 경영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나의 패를 맡기려 하오이다. "
노인의 얼굴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값이 따르지 않는다면 금(金)을 대여할 수 없소이다. "
"당신은 분명히 받을거요.... 이곳의 모든 돈을 가져가도 당신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할것이 뻔한 사실이 되고 말테니까. "
이렇게 말한 태궁영은 품속에서 하나의 황금패를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순간,
노인의 신색이 일시에 흑빛으로 변했다.
"소.... 야.....? 용황패(龍皇牌)......! "
노인은 단 한 번에 용황패의 모습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 부복하며 우렁찬 목소리를
토했다.
"속하..... 소야를 뵈옵니다. "
태궁영은 실날같은 미소를 흘리며 위엄을 갖추었다.
"날 산동상단주(山東商團主)에게 안내해 주시겠소, 노인. "
노인은 다시 부복하며 지극한 목소리를 토했다.
"절 따라 오십시오. "
한참을 노인의 뒤를 따라 건물을 지나자 거대한 연무장이 나타났다.
연무장 맞은편에는 누각이 있었으며 주각까지는 무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아마도 은연중에 연락이 된 모양이었다.
일순,
"소야를 뵈오이다. "
"금보장 소야 천천세. "
무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어 예를 취했다.
(허허.... 이거야 어디 이짓도 하루 이틀이지 너무 낯뜨거워서..... )
태궁영은 실솔ㄹ 터뜨리며 무사들이 도열한 사이로 빠져 들어갔다.
그때 안에서 수염이 가슴까지 이른 노인과 두 명의 중년부부와 한 명의 우람한
청년이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산동상단주 마탁세와 그의 식솔들이었다.
"어서 오십시요 소야! 이거 소식을 미처 받지 못해서. "
마탁세가 급히 부복하자 중년부인과 청년과 두 명의 노인이 일제히 부복했다.
"하하.... 마 할아버지, 일어나세요. 장인 장모님도 일어나세요 와.... 처음보지만
처남은 영아가 말한것보다 더욱 크다. "
장난스러운 농담을 하며 태궁영은 다가가서 마탁세를 일으켰다.
신분상이야 소야가 높다지만 그들의 여식을 처음으로 맞아들인 소야가 아닌가.
마탁세와 나머지 중인들이 일어섰다.
과연 마탁세의 손자이며 마소영의 남동생인 마찬(馬贊)은 거패사령 거웅에 버금가는
우람한 몸집의 소유자였다.
그때,
"흥! 마할아버지, 이 영영은 보이지도 않는단 말이지요. 흥! "
갑자기 태궁영의 뒤에 서 있던 갈영영이 불쾌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어이구 이거 소공녀께서도 오셨구만, 어서오시게! "
마탁세는 갈영영에게 인잔한 눈길을 보냈다.
말은 조심스럽게 하고 있지만 이미 진작부터 친교가 있는 듯한 말투였다.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중대한 문제가 생겼단 말이예요. "
갈영영은 마탁세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갈노야(葛老爺)께서는 마침 영웅전(榮雄殿)에 계십니다. 가시지요. "
마탁세는 앞서 걸으며 태궁영을 안내했다.
......
한참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전각이 보였다.
누각의 현판에는 영웅전(榮雄殿)이라고 용사비등의 필체로 쓰여져 있었다.
영웅전의 안에서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눈이 번개불 같으며 수염이 갈때꽃같은 적어도 칠십(七十)은 넘어보이는 노인이
앉아 탁자에 새겨진 지도를 보고 있었다.
"소야, 드시지요. 이곳이 영웅전입니다. "
태궁영은 마탁세의 말을 듣자 성큼성큼 올라가 비어있는 태사의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며 중원의 형세도(形勢圖)를 보고있는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내가 이곳에 앉는다고 불만 없는거지. "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었다.
일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마탁세와 중인들의 얼굴에 일순 긴장감이 스치고 지나며 노인의
얼굴에 모든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그렇소이다 소야! 그것은 소야의 자리가 아니오이까? "
노인의 입에서 너무도 부드러운 음성이 울려 나왔다.
그때,
"소야! 이분이 일마(一魔)로 칭송받는 만마궁의 궁주이신 절정마종(絶頂魔宗)
갈태황(葛太皇) 노야 이십니다. "
절정마종(絶頂魔宗) 갈태황(葛太皇) ,
당금 천하의 일인자,
전체 마도의 정신적 우상이며 누구도 경시하지 못하는 절정고수.
그런데 그의 모습은 유학자와도 같은 신위가 풍겨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에게서는 조금의 무공도 익힌 흔적도 없었다.
다만 유연한 기운만이 흐르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마도의 일인지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때,
"할아버지 나야! 이곳까지 오느라고 얼마나 혼났다고. "
갈영영이 노인의 품에 덥썩 안겼다.
"허허허! 우리 공주가 또 무슨 부탁이 있는 모양이군.... 이렇게 귀여움을 쓰는
것을 보니.... 무슨일이 있었느냐.....? "
갈태황이 자애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진짜 만마성의 갈할아버지야? "
너무도 어이없는 음성,
그것은 태사의에 앉은 태궁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청아한 목소리였다.
"그렇소이다. 소야. 이 늙은이가 바로 만마궁의 죽지못해 사는 갈태황이요. "
갈태황이 장난스럽게 받았다.
이때,
"할아버지.... 비도장의 놈들이 나를 어찌하려고 했는데 저분이 나를 구해 주셨어요.
아마 무공으로도 할아버지를 이길지도 몰라. "
갈영영이 갈태황에게 말했다.
(음! 어느새 소야라는 놈에게 마음을 빼앗긴 모양이구나.... 하긴 나도 저놈을 보는
순간 용이라고 느꼈다. )
갈천황은 마음속에 집히는 바가 있었다.
그때,
"모두 앉거라.... 마침 소야께서도 오셨으니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
마탁세가 앉으며 말하자 나머지 다섯 명이 앉았다.
결국 태사의에 앉은 소야가 회의를 주재하는 모양이 되고 말있다.
제일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형태가 아닌가.
그때,
"할아버지, 저 소야라는 사내가 내 알몸을 다 보았단 말이예요. 거기다가 내 몸까지
마구 주무른 뒤 끌어안기까지 했단 말이예요. "
나직한 전음(傳音).
전음이 갈태황의 귓전에 파고 들었다.
(이크! 이놈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놈 소야에게 마음을 준 모양이군. )
갈태황이 자신의 손녀를 안으며 소야를 쳐다보았다.
일순, 갈태황의 안면에 미세한 변화가 왔다.
장난스러운 소야에게서 이 순간 무시한 위엄이 번져오르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압도하려는 듯 압박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은연중에 퍼지는 자연스러운 기도(氣道)였다.
(음.... 잠룡(潛龍)이로군.... 가공한 기도가 아닐수 없다..... 이것은 은연중에
퍼지는 제황의 기도가 아닌가..... 금보장은 가공할 잠룡을 기르고 있었군.....
멋모르고 설치는 토룡(土龍)인줄 알았더니 노부가 커다란 실수를 했군. )
갈태황의 흰 눈썹이 역팔자로 휘어졌다.
(음 영영이도 이제 혼인할 나이도 되었고.... 이놈이 백첩을 거느렸다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영영이 놈에게 깊이 빠져 든 것 같으니..... )
갈태황이 갑자기 입술을 달싹거렸다.
전음(傳音),
갈태황이 소야에게 전음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소야! 소야는 노부의 손녀를 어떻게 생각하시나? "
갑자기 태궁영의 눈이 갈태황의 얼굴을 직시했다.
그의 말뜻을 이해한 것이다.
"응! 이쁘긴한데 너무 말괄량이지, 내가 그녀의 알몸을 보고 조금 주물러주었다고
뭐 짐을 지게할 생각은 말아! "
너무나 맹랑한 말이 아닌가.
거대한 만마궁을 상대로, 더구나 갈태황을 상대로 그런 말을 할수 있다니.....
"좋아, 본좌가 너에게 제의를 하겠다. 소야가 필요한 정보를 주겠다. "
갈태황은 계속해서 전음을 펼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산동상단주의 인물들도 눈치를 채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정보는 나도 알아낼 수가 있어.... 더구나 난 백첩에 황궁의 공주도 있어. 그런데
또 여자가 필요하지는 않아. "
태궁영의 말은 너무도 자신이 있고 갈태황을 무시하는 언사였다.
(음...... 고연 도도한 놈이군. 하지만 이미 마음먹은 일, 물러설 수 없지. )
갈태황의 마음속에 결심이 섰다.
그때,
"할아버지.... 난 저 소야를 꼭 내꺼로 할거야! 할아버지가 못해주면 난 혀를 물고
자결을 할지도 몰라. "
갈태황에게 들려오는 갈영영의 전음은 애원이 아닌 아예 협박조였다.
(으이고... 저 빤질빤질한 놈이 도대체 영영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
갈태황은 혀를 찼다.
뻔뻔한 소야의 얼굴에 한방(?) 먹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야.. 자네가 필요한 정보로는 안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영영이 모슨 잘못이라도
했단 말인가? 자네는 너무 도도하군. "
갈태황이 조금은 노여운 표정으로 태궁영을 주시했다.
"흥..... 할아버지는 한가지만 알지 두가지는 모르는군. 정보정도는 내가 끌고
다니는 비밀어사부가 꼬옥 알아낼 수가 있지. 할아버지가 아는 것 이상으로. "
태궁영의 전음은 아예 안하무인격이었다.
순간 갈태황의 얼굴에 묘한 전율이 왔다.
그러한 모습을 지켜본 마탁세의 식솔들은 왠지 모르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어 긴장을 감출수가 없는 심정이었다.
그들은 갈태황의 그러한 모습을 본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 한도내에서는 갈태황의 표정이 상당히 열이 받친 모양이었다.
"네놈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나 감히 이 만마궁주를 무시하는 것이냐. "
갈태황이 노기띤 음성으로 전음을 발했다.
"사실 기래! 할아버지는 겨우 오만의 만마궁주를 가지고 있지만 난 이십만 대군을
거느릴 수 있는 소야야. 더구나 중원의 상권 팔할을 장악하고 있는 힘이잖아. "
여전히 태궁영의 음성은 자신만만했으며 조금도 위축감이 없었다.
그때,
"할아버지, 만마궁을 다 주더라도 저분을 내게 줘요. 어차피 할아버지의 만마궁은
내꺼니까 저분한테 주고 나와 혼인해도 마찬가지 아냐. "
갈영영의 애원이 깃든 전음이 갈태황의 귓가에 파고 들었다.
(아니.... 어떻게 된 일이지! 그 많은 마도의 수재(秀才)들을 마다하던 영영이 어째서
이놈을 그리도 탐을 내는 것이지 혹시.... )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사실 태궁영도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혹시... 너무 튕기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알아본 바에 의하면 만마궁은
독자적인 세력이다. 나머지는 암중의 지배를 받고 있다. )
오오.....
이미 그것까지 알고 있다니.....
그의 능력은 도대체 어디 까지인가?
"놈! 네놈이 원하는게 무엇이냐? 영영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소야 네놈은 이미
구천(九泉)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
갈태황의 전음이 태궁영의 귓전을 파고 들었다.
"........ "
"........ "
한참동안 태궁영은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싶었다.
그러나,
"좀 밑지는 것 같지만 할수없지 좋았어. 나에게 만마궁을 줘! 그러면 딱 맞는
조건같이 느껴지는데..... 할아버지 어때? "
맙소사.....
그게 조금 미찌는 것 같다고.
소야! 간덩이가 부어도 이만저만 부은 것이 아닌가?
그러나 사실 그러한 요구를 할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태궁영밖에 없으리라.
"........ "
"....... "
또다시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갈영영과 마탁세의 식솔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갈태황과 소야의 신색을 번갈아
쳐다보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갈영영의 눈은 애원의 눈길이 가득 배어 있어 보기에도 안스러워 보였다.
사실,
태궁영은 전음을 발할 때 갈태황과 갈영영이 듣도록 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어느정도
주효하고 있었다.
지금,
태궁영은 느긋한 표정이었고 갈태황과 갈영영은 초조한 표정이었다.
한 순간,
갈태황의 입에서 거친 폭갈소리가 울리며 영웅전을 흔들었다.
"놈! 잘해 먹어라. 말아먹든 줏어먹든 상관하지 않겠다! 허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각오해라. "
휙------
그의 품에서 황금빛이 번쩍이는 한 개의 물체가 태궁영앞에 쏘아갔다.
"고마워 할아범! 너무 쉬운걸 괜히 심기(心氣)만 낭비했어. "
태궁영은 웃으며 날아오는 물체를 잡아채어 보지도 않고 품에 집어 넣었다.
"놈아! 그것은 만마궁을 다스릴 수 있는 지존영패다. 만마궁을 말아먹든 상관하지
않겠다. 그러나 만마십노(萬魔十老)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
나직한 전음이 태궁영의 귓가에 파고 들었다.
그런데,
"이것만 주면 어떻게 해. 비급(秘 )도 주어야 궁주행세를 할 수 있을거야 아냐,
정도의 무공으로 어떻게 마도를 다스려. "
태궁영은 자연스럽게 내뱉았다.
너무도 뻔뻔스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놈! 나에게 이런말을 할 수 있는 놈이 이 중원천하에 너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후계자를 물색중이었는데 잘 되었다. )
갈태황은 속으로 웃음짓고 있었다.
사실 갈태황은 소야를 손녀사위로 진작부터 은근히 점찍어오던 터였다.
"옜다. "
갈태황은 품속에서 한권의 책자를 꺼내 태궁영에게 집어던져 보냈다.
쐐---- 액-----
경기가 실린 비급은 파공을 울리며 태궁영에게 날아갔다.
적어도 사갑자(四甲子)가 실린 경기로서 웬만한 무인은 감히 손도 댈 수 없는 가공할
내공이 아닐수 없었다.
"엇...... "
"갈노야(葛老爺)...... "
파공음이 울리며 비급이 소야에게 쏘아가자 마탁세는 경호성을 울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고마워 할아범! 이제 조금 마음에 드는군 그래. "
태궁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날아오는 비급을 받아 품에 갈무리했다.
순간,
(가공할 놈이군.... 나의 사갑자 공력을 저렇게 가볍게 받는 것은 적어도 오갑자
이상의 내공이 축적되어 있다는 무언의 표시.... )
과연 갈태황은 무림의 마른생강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제서야,
"할아버지, 소손(小孫)이 인사드리옵니다. "
태궁영은 일어서서 갈태황에게 단정하게 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할아버지 고마워요. "
갈영영은 갈태황의 품으로 뛰어들며 한껏 애교를 부리며 갈태황의 얼굴에 뽀뽀를
마구 퍼부었다.
그제서야 그들은 전음으로 나눈 대화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미 만마궁의 모든 실권을 태궁영에게 주었다는 것을 그들은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과연 대단하다. 소야는 단 반시경만에 만마궁주를 심기로 굴복시켰다. "
마탁세는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태궁영을 바라보았다.
"마할아버지, 어서 중요한 것을 논의하도록 해요. "
마탁세를 의식한 듯 태궁영이 정색하며 마탁세에게 말했다.
"그렇게 합시다. 이제 노부도 적극적으로 살겁(殺劫)에 나서게 생겼으니..... "
그때까지 태궁영과 전음을 주고받던 만마궁주 갈태황이 나서며 회의를 재촉했다.
지금 영웅전에 모여있는 인물은 총 아홉 명이었다.
만마궁주 갈태황과 마도제일미 갈영영,
산동상단주(山東商團主) 마탁세(馬濁世),
마가세장의 장주이며 산동상단주의 자(子) 마궁탄(馬弓彈),
마궁탄의 아내 선화화랑(仙花花郞) 옥선아(玉善兒),
마가세장의 소장주 산동거벽(山東巨壁) 마수린(馬秀鱗).
마가세장의 양대호법(兩大護法) 천지쌍도(天地雙刀),
소야(少爺) 태궁영(太宮榮),
총 아홉 명의 고수들,
그들은 원탁에 둘러앉아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이 아홉 명의 회의가 훗일 중원의 평화에 지대한 구실을 하게 되었으니.....
지금은 아무도 몰랐다.
제 21 장에 계속
[2857]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21 장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09 14:01 읽음 :1688 관련자료 없음 ------------------------------------------------------------------------------
제 21 장 드러나는 윤곽
산동상단주 마가세장------ 영웅전,
휘이이잉........
소리없이 황혼이 앙금처럼 전각 안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어느새 전각안은 촛불이 밝혀져 대낮과 같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붉은 석양빛과 촛불을 받으며 아홉 명이 깊은 숙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소야! 무림과 현 천하의 정세를 어찌 보는가? "
갈태황이 태궁영을 쳐다보며 자애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제 생각으로는 이 몸이 왜 중원무림의 표적이 되었는지 모르겠어. 아마도 그들은
나를 살인해서 금보장과 황궁을 혈풍(血風)속에 몰아넣으려고 하는 것 같아. "
여전히 반말투성이다.
"........ "
"그들은 금보장의 막강한 재력을 막고 상권을 장악한 뒤 중원에 피를 뿌릴거야.
어쩌면 그들은 황궁에까지 손을 뻗칠 것이 분명해. 그러니까 나를 죽이려고 했겠지. "
태궁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너무도 쉽게 말했다.
"소야, 이미 소야께서 보낸 전서구를 중원 전역의 본장의 식솔들에게 전달되어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져 적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
마탁세가 호기있게 말했다.
"그들은 금의위(錦衣衛)와 비밀어사부(秘密御師府)를 움직이는 나를 죽여 황궁을
무림의 혈풍속으로 몰아넣고 황실전복까지 꿈꾸는 것이 분명해. "
"무엇이...... "
"그런 가공한 음모가..... "
중인들이 놀람의 외침을 토했다.
너무나 타당성이 있는 말이 아닐 수가 없었다.
태궁영의 말대로 비밀어사부의 수좌인 십매어사인 그를 무림에서 척살한다면 황궁은
무림을 피바다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태궁영은 황제의 장중보옥 주혜련공주의 부마가 아니던가.
"그런데 마운살루는 살수집단. 그들에게 명을 내리거나 청부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들을 배후에서 조종한 흉수를 찾아내야만 해. "
태궁영이 퉁명스러운 음성을 토했다.
"소야, 그것은 본좌가 알아볼 수가 있을 것 같다. "
갈태황이 나섰다.
"지난 중양절(中陽節) 나를 제외한 마도의 거수들이 모였었다. 그들은 등양각루
(登陽閣樓)에서 비밀회합을 했는데 나를 제외한 것을 보니 그들은 결탁했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자네 말대로 그들은 암중세력의 명을 받는다고 보네. "
........
아아!
이 말을 믿어야 하는가?
당금 중원무림을 받치고 있는 절대권력(絶大權力)의 위업을 드러내고 있는 중원십강
중 여덟 개 세력이 암중세력의 명에 따른다면,
중원은 혈풍을 면치 못하리라!
더구나,
암중세력의 힘만 합해도 능히 중원을 박살내고 말리라!
그동안 죽은 듯이 조용하게 수백년을 지켜오며 사태를 지켜보던 중원십강이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고 중원정복의 대야망을 드러낸 것이었다.
"자네는 천년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나? "
갈태황은 마탁세를 바라보며 물었다.
"천년의 전설이라면 혹시 이대비국(二大秘國)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
마탁세가 의아스러운 음성으로 반문했다.
"그렇다네.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팔대마파의 무존(武尊)들이 사용하는 무공이
전설이 이야기하는 지천무국(地天武國)의 무공과 흡사하다네. "
"......... "
"........ "
너무도 놀라운 말이라 중인들은 경악에 몸을 떨었다.
천년전 지천무국이 뿌린 혈겁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전율에 떨기에 충분한 것이 아닌가!
더구나 태궁영의 신형은 가공한 열기가 뻗어나왔다.
(그들이 진정 지천무국의 힘이라면 나로서는 막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빨리 사대기공
(四大奇功)을 얻어 천무황국(天武皇國)을 잠에서 깨어나게 해야한다! )
그의 가슴에 커다란 용기가 솟구쳐 올랐다.
혹시 지천무국의 하부세력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흉수(兇手)가 나타난다면
시시한 중원무림의 무공으로는 지천무국의 힘을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지천무국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지천묵구이 나타났다면 과거 중원의 수호성(守護星)이었던 천무황국의 후예를
찾아야 하오이다. 천무황국만이 지천무국을 막을 수가 있소이다. "
마탁세가 침음성을 토하며 말했다.
"그런데 천무황국은 천년 전 지하에 잠겼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네.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는 몰라도 현상태에서 천무황국은 드러나지 못했네. "
말을 하는 갈태황은 아쉬움이 넘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앉아 있는 태궁영이 천무황국의 후예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들은 꿈에도 그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
"다만 지천무국이 아닌 팔대세력의 연합체이기를 바랄 뿐이오. 팔대세력의
연합이라면 본 만마궁과 금보장 그리고 정도 옥황성의 세력으로 그들을 막아볼만한
상황이라네. "
"그런데 옥황성은 자존심이 강한 정도세력인데 우리와 힘을 합쳐올까요? "
산동거벽 마수린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하하.... 처남은 너무 걱정말아. 나에게는 그들을 어쩔 수 없게 하는 방법이 있지.
팔대세력 외에 세외세력을 이용하면 돼! "
무슨 말........!
이 어지러운 판도에 다시 새외세력을 끌어들인단 말인가.
그러나 그 시각에도 태궁영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후후후.... 남해해궁(南海海宮)! 팔대세력 중 해경단(海京團)을 유도해서 옥황성의
구역안으로 밀어 넣는다! )
태궁영의 입꼬리에 웃음기가 매달렸다.
(후후..... 그래서 남해해궁과 해경단을 해결하고 난 남해해궁의 소공주의 품에서
해정(海晶)을 얻어 오대기공 중 하나를 얻으리라...... )
........
"또한 산동의 비도장과 청해의 독황림을 끌어들이면 돼. "
태궁영이 자신있게 말했다.
"비도장...... "
"독황림..... "
중인들이 의아스러운 눈길로 말을 한 태궁영을 쳐다보았다.
"응!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를 펼치고 거기다가 미남계(美男計)를 펼치면
옥황성을 끌어들일 수가 있지. "
모두의 시선이 일순 태궁영에게 돌려졌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흐르지 않아 그들은 모두 태궁영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금보장의 무사들이나 만마궁의 무사들이 독황림의 비도장의 무사들을 살격하고
옥황성의 신물을 남기는 방법으로서 차도살인지계의 원칙적 방법이다.
그리고 나중에 한 말의 의미는 너무도 깊은 것이었다.
미남계(美男計),
사실 태궁영처럼 화려한 미안(美顔)의 소유자에게 있어 미남계는 너무도 쉬운 것이었다.
그의 얼굴을 본다면 반하지 않을 여인이 없을 테니까.
정도제일지미(正道第一智美) 동방수려(東方秀麗).
옥황성주(玉皇城主) 동방강(東方剛)의 금지옥엽(金枝玉葉).
이름이 말해주듯 그녀의 재지(才智)와 미(美)는 정도에서 짝을 찾아볼 수 없는
군계일학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그녀의 무공은 자신의 부친 동방강에 버금간다고 전한다.
옥황성의 무공과 본가(本家)인 철가장의 무공을 완벽하게 익힌 무공후기수,
방년 나이 이십 일세(二十一世),
정도의 수많은 후기지수가 청혼했으나 자신의 눈에 차는 남자가 없다고 한탄하고
아직 혼인을 하지 않은 무림절대의 여걸이다.
그녀에게 한 가지 특징이 있으니,
그녀는 무사(武士)가 아닌 문사(文士)를 택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의 입에서 미남계의 이야기가 나오자 갈영영이 입을 삐죽거렸다.
"졸개를 잡으면 대가리가 나오는 법..... 먼저 중원십강의 해경단, 마운살루와
독황림의 마졸, 그리고 비도장을 괴멸시킵니다. "
태궁영이 자신있게 말했다.
"한번에 네 개의 세력을.... 너무도 서두르는 것 아닌가. 소야? '
갈태황은 미덥지 않은 듯 너무도 자신만만한 태궁영을 쳐다보았다.
"해경단은 남해의 해궁이 처리합니다. 마운살루는 본인이 해결하게 될 것이며
비도장은 옥황성과 금보장이 괴멸시키며 독황림에 대한 것은 갈할아버지가
막을 준비하세요. "
"허허..... 소야! 나는 네게 영영까지 주었거늘 나에게 피를 보란 말이냐? "
갈태황이 웃으며 말했다.
"싫으면 관두어. 그러면 영영 데리고 가봐. "
일순 그의 입에서 터무니 없는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허자,
"으하하하.... 갈노야께서 이거 소야께 빼도박도 못하게 되셨소. "
"하하하..... "
중인들은 모두 배꼽을 쥐고 웃음을 터뜨렸다.
"쩝! 할 수 없이 영영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조금은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
갈태황이 싫지 않은 목소리로 입맛을 다셨다.
"소야! 이렇게 자꾸 미남계를 쓰다가는 백첩이 들고 일어나면 어떡하시려고.....
조금은 걱정이 되는군! "
마탁세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마도 자신의 손녀에 대한 걱정인 듯 싶은 음성이었다.
"하하.... 마할아버지, 걱정하지 말아..... 난 소야니까...... "
태궁영이 자신있게 말했다.
× × ×
망망대해(茫茫大海),
바다..... 수평선의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와도 같은 바다였다.
검푸른 파도의 포말(泡沫)이 넘나들며 억센 생(生)을 의미하는 바다가 남해의 바다였다.
끝없는 수평선 위로 하얀 갈매기가 시원하게 날으고......
붉은 태양이 서기로운 광채로 푸른 물결을 수놓고 있는 곳,
그런데,
지금 남해의 푸른 바다에 커다란 전운(戰雲)이 일고 있었다.
평소 조용하기만 하던 바다에는 온통 병기(兵器)의 광채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보라!
망망대해에는 삼십여 척에 이르는 전함(戰艦)이 떠 있었다.
전함의 앞에는 자욱한 운무에 가린 거대한 섬이 있었다.
온통 기암괴석(奇巖怪石)으로 이루어진 섬은 너무도 거대한 환상의 섬과도 같았다.
해왕도(海王島),
중원의 어부들은 그 섬을 가리켜 해왕도라고 부른다.
중원땅에서 거선으로 십일 가야 볼 수가 있다는 거대한 섬,
그러나 누구도 그 섬에 들어가 보았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었다.
다만 무수한 사람들이 이 거대한 해왕도에 산다고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었다.
해왕도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 위를 마치 평지 걷듯이 걷는다는 믿지못할 전설의
실체가 어디까지가 전설이고 실체인지 알려지지 않은 채 중원에 신비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것이 무인들이 펼치는 무공이라고 하면 세인들은 믿을 것이다.
섬을 둘러싸고 삼십 척의 전함은 떠 있었다.
전함의 돛대에는 거대한 고래가 그려진 깃발이 바람을 받아 펄럭이고 있었다.
거대한 고래가 그려진 깃발,
그러한 깃발을 달고 있는 선단은 중원에 단 한 군데밖에 없었다.
해경단(海鯨團).
중원십강 중의 바다와 강을 주름잡는 거세마도(巨勢魔道).
단 삼십 척으로 이루어진 해경단은 단 한 번도 목적에 실패한 적이 없는 해적군단
(海賊軍團)으로 자금성마저도 그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
단주(團主) 천해용신(天海龍神)은 바다의 제황이었다.
단 한 번도 목적에 실패하지 않은 해경단의 출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헌데 그때였다.
"모든 군선(軍船)은 함포를 준비하라!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일을 해치워야 한다. "
돌연,
엄청난 음성이 바다 위에 쩌러렁 울려나왔따.
아아------! 보라,
그 거창하기만한 바다를 억누르며 창망대해(滄茫大海) 위에 떠있는 선체(船體)를
철갑으로 두른 전전함(全戰艦)들,
대선단의 크기는 한 척이 각각 오십여 장의 길이에 달하고 있었다.
바다(海)는 이미 그곳에 없는 듯 싶었다.
오직!
그 엄청난 전함들만이 눈 앞에 전개되고 있는 거대한 해왕도를 바라보며 다가올
순간의 전투를 위해 질서정연하게 대오를 유지하고 있었다.
주함(主艦),
그것의 선두에는 창백한 안색을 가진 두 명의 노인이 쌍검을 등에 찬 채 눈앞에
다가오는 안개 속에 가린 해왕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쌍해쌍존(雙海雙尊).
그들이 아닌가?
그런데 금보장의 핵심인물들인 그들이 어찌 해경단을 지휘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필시 이 해경단이 진정한 해경단이 아닌 금보장의 상단(商團)이 분명하리라.
"좌우선단(左右船團)은 함포(艦砲)를 준비하라! 주포(主砲)는 성의 중앙(中央)을
좌갑포(左甲袍)는 섬의 주위를 포격준비하라..... "
쌍해쌍존의 명이 울리자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깃발을 휘둘렀다.
순간,
촤----- 촤---- 촤!
십여 척의 거함들이 일제히 용미진(龍尾陣)을 이루며 검은 포신을 드러내었다.
"포격은 하된 가능한 피해가 없도록 약한 폭약을 사용하라. 또한 해왕도의 함선을
절대로 포격해서는 안된다. "
무슨 말인가?
적을 치면서 가능한한 적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니.....
(후후.....! 소야의 계ㅎ이 정확하게 맞는다면 해왕도는 남해해궁(南海海宮)이
분명하다. 저들이 우리 군선에 달린 해경단의 표식을 보았을 것이다. )
일순,
쌍해쌍존의 이마에 가는 주름이 잡혔다.
(후후... 자존심 강한 해궁의 소궁주 사해제후(四海帝后)는 반드시 병선(兵船)을
이끌고 해경단과 일전을 벌일 것이다. )
아아......!
그렇다면,
태궁영은 그를 쌍해쌍존에게 남해해궁에 가능한 조금의 피해를 주어 해경단과
충돌하도록 유도한단 말이 아닌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가공한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의 계교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필시 화가 난 사해제후는 원을 풀기 위해 해경단과 충돌한 것이 분명하다.
어찌보면 잔인한 살인지계가 아닌가.
자존심 강한 사해제후는 해경단과 기필코 일전을 벌이리라.
그러나 해왕도의 남해해궁은 결코 해경단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해경단도 막강한 피해를 입으리라.
태궁영은 그러한 것을 노린 것이다.
이 순간,
쌍해쌍존은 우람하게 다가오는 해왕도를 바라보며 그의 뒤에 있는 기수(旗手)들에게
우렁찬 음성으로 명을 내렸다.
"해룡선단(海龍船團)은 연환포(蓮幻袍)를 준비하라. "
"옛! "
우람한 근육을 드러낸 청년기수가 푸른 깃발을 허공에 휘저었다.
"창룡선단(蒼龍船團)은 학익진(鶴翼陣)을 준비하라. "
"예. "
다시 그의 뒤에 서 있던 기수가 백색 깃발을 흔들었다.
일순간,
촤촤촤촤촤두둑......
삼십여 척의 대선단이 일제히 파도를 헤치며 해왕도에 접근했다.
"좌우선단 주포와 좌갑포를 준비하고 대기하라. "
"예! "
기수가 홍의 깃발을 흔들자 좌우에 늘어선 좌우선단에서도 역시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해룡선단은 연환포를 준비하고 명을 기다려라. 반드시 본 위력의 반밖에 위력이
없는 폭약을 사용해 가능한 피해를 줄여라. "
"예! "
기수는 예외없이 푸른 깃발을 흔들어 해룡선단에 표시했다.
한순간 바쁘게 진을 이루던 해룡선단에 각기 푸른 깃발을 흔들었다.
"창룡선단은 해경단이 사용하는 노궁탄(弩弓彈)을 준비하라. 가능한한 불발탄을
많이 내어 노궁탄의 실체를 남겨야 한다. "
"예! "
다시 기수의 손이 올라갔고 창룡선단에서 제각기 백색 깃발을 흔들어 표시를 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화포 중에서 해경단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노궁탄(弩弓彈).
노궁탄은 거대한 각궁(角弓)으로 쏘아날리는 거대한 활의 일종으로 일 장에 달하는
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한 번에 열발의 화살을 날릴 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노궁탄의 화살에는 가공한 위력의 폭뢰가 달려있는
것으로서 해경단은 그것을 굉천뢰(宏天雷)라고 하였다.
주먹만한 굉천뢰로 사방 십여 장을 초토화로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노궁탄이 해경단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임을 무림인치고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이백 년간 그들이 사용한 최강의 무기이므로....
그런데 그것을 어찌 금보장이 가지고 있단 말인가.
쌍해쌍존이 손을 들자 그의 명에 따라 삼십여 척의 전함이 해왕도에 접근했다.
쌍해쌍존의 우렁찬 음성이 벽력처럼 터졌다.
"함포 발사준비! "
일순,
끼끼끼끼....
건장한 장년의 허리만한 거대한 강철의 포신(砲身)이 드러나며 일제히 해왕도를
향해 포문을 열 준비를 취했다.
"후후후... 과연 소야의 예견은 정확하단 말이야. "
번쩍!
그의 팔이 허공을 향해 치켜 올라갔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고래가 그려진 깃발이 들려 있었다.
동시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청년기수의 손에서 삼색의 깃발이 허공으로 들려졌다.
오오.....
쌍해쌍존의 팔이 내려지면 수백 문의 포에서 불을 뿜으리라.......!
드디어,
"발(發)----- 사(射)----! "
쌍해쌍존의 팔이 허공에서 지상을 향해 빠르게 내려왔다.
그와 동시에 청년기수의 손에 들린 삼색의 깃발도 더할 수 없이 빠르게 내려왔다.
슈----- 우----- 우---- 우-----
쉬----- 이------ 이---- 익----
콰---- 쾅----
해왕도에서는 폭음과 아울러 화약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제 22 장에 계속
[2860]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22 장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10 15:32 읽음 :1631 관련자료 없음 ------------------------------------------------------------------------------
제 22 장 연속되는 借刀殺人之計
푸른 초지가 끝없이 이어진 평원의 중간에 거대한 호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검푸른 호수는 주위에 펼쳐진 푸른 초지와 너무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밤,
미인(美人)의 눈썹같이 곱게 휘어진 편월(片月)의 월파(月波)가 흩어지고.....
아울러,
호수의 물결은 월광(月光)을 받아 부서지듯 찬란하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청해(靑海),
조용한 밤이었다.
모든 만물이 잠든 듯 사위는 조용했고 밤짐승도 제 집을 찾아 짝을 품고 조용히
잠이 든 듯 너무도 조용한 밤이었다.
헌데,
야심한 시각에 바람처럼 몸을 날리는 그림자들이 있었으니.....
성(城),
물빛으로 물든 거대한 성이 청해호의 주위를 감싼 숲속에 은산한 채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성벽의 높이만도 십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성이 아닐 수 없는 천험의 요새였다.
바로, 청해의 패자 독황림(毒皇林).
청해를 주름잡으며 독(毒)의 제왕(帝王)이라고 자부하며 세력을 넓히는 중원십강
중의 강파(强派) 독황림이 바로 그곳이다.
독황림은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축제라도 있은 듯 높은 망루에는 보초병도 없었다.
성내에는 여기저기 술병이 구르고 산재하여 제멋대로 술에 곯아 떨어져 질펀하게
잠을 즐기고 있는 독황림의 모습이 달빛에 드러났다.
사위는 침묵이 앙금처럼 깔리고 있었지만 가냘픈 월광으로 인해 모든 것은 세밀하게
보여 행동하기에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는 날이었다.
헌데,
그때였다.
스스스스스.....
들릴 듯 말 듯 희미한 파공성이 암흑을 가르며 독황림의 성곽을 넘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백영(白影)들,
암흑(暗黑)과 선명하게 대조되는 흰 백의(白衣)를 걸치고 있는 괴인영들.......
선자불래(善者不來) 래자불선(來者不善)이라.....
결코 좋은 뜻을 가지지 않은 것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쉽게 그들의 손에는 각종
병기가 빛을 받아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창(槍), 검(劍), 도(刀)......
각종 병기는 월광을 받아 아수라의 이빨처럼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문득,
스르르르르......
미끄러지듯 모든 음향을 죽이며 백의인들은 독황림에 다가들었다.
대략 백여 명에 달하는 숫자,
한 가지 공통점은 그들의 가슴에 각기 황(皇)자가 새겨져 있었다.
과연 누구기에.....?
그들의 독황림의 무사들 근처 십여보까지 접근해도 술에 골아떨어진 독황림의
고수들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백의인들은 한결같이 백의복면을 쓰고 있었다.
그때 선두의 백의인이 손에 든 검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뒤따르던 백의인들은 모두 병기를 높게 치켜들었다.
"시각은 단 일 각 뿐이예요! 척살! "
복면인의 입에서 아름다운 교성이 울려퍼지며 백의인들은 급격한 몸놀림을 발휘하여
독황림의 무사들 틈으로 짓쳐들었다.
유아----- 아악!
차----- 차----- 창!
"큭! "
"커흑! "
날카로운 검풍에 이어 날카로운 신음성이 울려퍼졌다.
백의인들은 가공한 무위의 소유자들로서 바람처럼 신형을 이동하여 무자비하게
독황림 고수들의 목을 베었다.
일순,
"적이다----- 크악! "
"컥---- 막아라! "
세상 모르고 잠에 떨어져 있던 독황림 고수들은 질겁을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미처 무기를 잡기도 전에 그들은 목숨을 염라대왕에게 상납해야 했다.
그만큼 백의인들의 무공은 가공하리만치 쾌속하게 비범한 것이었다.
"어디냐.... 어디..... "
"으악...... "
순식간에 독황림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수많은 전각에서 불꽃이 치솟았으며 술에 취한 독황림의 고수들은 속절없이 짓쳐드는
백의인들에게 목을 맡겨야 했다.
백의인들은 무자비하게 우왕좌왕하고 있는 독황림을 유린했다.
설상가상,
타오르는 불은 그들을 더욱 곤란지경에 빠뜨리고 있었다.
"크---- 악! "
"적의 침입..... 크아아----- 악! "
"옥황성이 침입했다.... 막아라! "
불에 타죽는 사람,
백의인들의 공세에 핏물을 흘리며 사지가 잘려 자바지는 자....
인간도살의 참극이 이곳 독황림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
독황(毒皇) 만독신(萬毒神)은 바깥의 아우성에 잠을 깨며 소리쳤다.
휘----- 익!
그의 고함이 터지자 바깥으로부터 한 시비가 날아들었다.
십 오륙세쯤 되어 보이는 시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며 독황에게 말했다.
"독황이시여.. 큰일....밖에 적(敵).. 옥황국의 무리들이.... 침입.... 성을... "
그녀의 더듬거리는 말투에 신경질이 난 독황은 탁자를 걷어찼다.
콰---- 당!
탁자가 벽에 부딪치며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날아갔다.
"흥! 감히... 옥황성 놈들이.... 이곳 청해에까지 와서 본황( 本皇)을 건드리다니..... "
휘----- 익!
만독신은 으스스한 살광을 토하며 섬전같이 자신의 침실을 빠져나갔다.
독황림은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침입자들은 불과 백여 명의 숫자였고 독황림의 숫자는 적어도 삼 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크---- 아---- 아--- 악! "
"크---- 악! "
그러나,
비명은 여전히 독황성의 무리들에게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옥황성의 백의인들은 무공이 극강한 것이었다.
옥황성의 무력에 대항하는 독황림은 역부족으로 점차 쓰러져가고 있었다.
그때,
"멈춰랏-----! "
십여 명의 신쾌비범한 노인들이 허공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들이 나타나자 독황림의 무인들은 기세를 찾은 듯 무섭게 무기를 흔들며 대항했다.
바로 독황림의 십대호법 독황십당호법(毒皇十當護法)이 나타난 때문이다.
그때,
그들의 위세가 강해지자 백의인들을 지휘하던 백의인이 날카로운 교갈을 터뜨렸다.
"전원 퇴각하라! "
그러자,
"존명! "
"크흐흐.... 아깝지만 다음에 보자. "
백의인들은 더할 수 없이 신속하게 신형을 뽑아올려 사라져갔다.
"멈추어라! "
독황림의 독황십대호법이 신속하게 몸을 날려 그들의 뒤를 ㅉ았다.
허나,
그들의 신형은 이미 성벽을 넘어 자취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제아무리 천하의 독공과 무공을 지닌 그들이라지만 이미 성벽을 넘어 사라진
백의인들을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 이럴 수가.....! "
독황 만독산,
그의 안색은 백짓장처럼 하애졌고 신형은 중풍이 든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따.
그의 가느다란 눈에서는 새파란 살광(殺光)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급기야,
"으드득! 옥황성놈들, 감히 잠자는 사자를 건들다니... 능지처참을 해도 시원찮을... "
이를 가는 만독신의 모습은 마치 아수라를 연상시킬 정도로 흉칙하게 일그러졌다.
"십대호법! "
그는 시선을 돌리며 분노에 찬 음성을 토했다.
순간,
스스스스------
휘----- 이----- 익----
만독신의 앞에서 떨어져 내리는 신쾌비범한 열 명의 노인,
십대호법은 만독신의 앞에 부복하며 머리를 땅에 짓찌었다.
"아아..... 독황이시여.... 소인들이 무능하여... 소인들에게 벌을 주십시요.... "
"노신들이 불민하여 이런 대죄를 지게 되었습니다.. "
그들은 머리를 땅에 박으며 사죄했다.
쿵-----! 쿵!
독황의 얼굴이 찌푸러지며 지독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만-----! "
그의 호통소리에 열 명의 호법이 일제히 고개를 쳐들어 독황을 응시했다.
머리에는 피가 흐르고 흐른 피는 눈두덩을 가리고 있을 정도의 상처였으나 그들의
표정에는 아픔이나 원망의 빛은 추호도 없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독황의 눈에 핏발이 섰다.
"옥황성! 받은 것은 열배로 돌려준다! 진군준비를 서둘러라! "
"존명(尊命)! "
일제히 고개를 숙인 십대호법은 곧바로 사방으로 비산했다.
휘------ 이---- 이.........!
스스스스.....
독황의 몸서리 쳐지도록 살벌한 얼굴이 타오르는 전각들을 향해 돌려졌다.
화르르르.....
타------ 탁.... 탁!
아직까지도 독황림의 수많은 전각은 연기를 피워올리며 타오르고 있었으며 타오른
기둥은 지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부서지고 있었다.
"받은만큼 돌려준다! 이 세상에 본 독황림의 독을 이길 수 있는 자가 있으리라고는
결코 믿지 않는다. 각오하라! 옥황성! "
독황만독신의 얼굴에 냉기가 날리며 날카로운 두 눈에 핏발이 섰다.
한편,
독황림에서 오백 장이나 벗어난 조그마한 야산이 중첩된 야산군(野山群)의 한 곳,
"호호호... 이제 벗으세요. "
짤랑한 교소가 울려퍼지며 장내에 대소가 울려퍼졌다.
"하하하.. 역시 소주모(小主母)! 정말 귀신도 속아넘어갈 계교입니다. "
"하하하.... 정말 통쾌했습니다..... 오랜만에 몸도 좀 풀고.... "
좌중은 한바탕 웃음소리와 함께 술렁거렸다.
헌데,
백 명에 달하는 백의인들이 모두 운집해 있는 것이 아닌가.
옥황성에 침입해 그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준 신비한 백의인들,
그들은 선두에 지휘하던 백의복면인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호호호...! 이 거추장스러운 허물들을 벗어 버려요. "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감추었던 백의복면을 벗겨내었다.
드러나는 얼굴,
오오...... 현란했다.
어딘지 모르게 장난스럽기도 했지만 고귀한 기품이 엿보이는 아름다운 이십 대의 미녀,
바로 천통재녀 동방청!
천하의 지혜를 머리에 담고 있다는 소야의 일첩(一妾) 동방청이 아닌가?
그녀가 변장하고 산서에서 이곳 청해까지 와서 독황림을 급습했다는 말인가?
"하하! 소주모께서는 역시 아름다운 여걸이십니다. "
"하하..... 여부가 있나. "
여기저기에서 경탄의 대소가 흐르며 백의복면을 벗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모두 입고 있던 옥황성의 상징인 백의를 벗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스슥-----
드러나는 안의 옷(衣),
그것은 금(金)의 색에 버금가는 찬란한 금의(金衣)가 아닌가.
아아.....
바로 일백 명으로 이루어진 금보수호대(金寶守護隊)!
금보수호대주는 지금 태궁영의 명을 받아 임무를 떠나고 대신 동방청이 임시
대주로서 지휘하고 있는 금보장의 가공세력 금보수호대였다.
각기 무공이 초일류(超一流)에 이르고 있는 극강고수들.
동방청.
그녀는 샛별같은 눈을 반짝이며 천공을 주시했다.
(호호...... 일차계ㅎ은 성공이야.... 낭군께서 무척 좋아하실거야. )
문득,
그녀의 입가에 고운 미소가 어렸다.
(호호... 독황림은 곧 옥황성을 치려고 할테고... 모든 것은 낭군의 손에서 놀고
있어.. 화서군(花西君) 언니의 일은 잘되어 가고 있는지 모르겠군. )
그녀의 입가에 예쁜 미소가 어리며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화서군!
금보장 금적산의 제자로서 중원무림에 홍의나찰(紅衣羅察)이라고 불리는 여인,
그녀도 지금 어디에서 한 건(?) 올리고 있단 말인가?
× × ×
태산에 자리잡은 거대한 장원에서는 맑은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거대한 장원,
중원의 북악(北嶽)이라는 태산의 웅장한 지형에 자리잡은 성채와도 같은 장원,
이미 자시(子時)가 넘었건만 장원의 불빛은 명멸하듯 밝혀져 있었다.
중원에서는 이 장원을 비도장(飛刀莊)이라고 부른다.
중원십강의 일파로서 근래 산동 뿐만 아니라 산서성까지 완전 정복한 거파,
그런데,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눈이 있었다.
장원에서 삼백 장 떨어진 갈대숲에는 수백쌍의 눈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백의를 입고 있었으며 백색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또한 가슴에는 한결같이 용사비등의 필체로 황(皇)이라고 수놓아져 있었다.
옥황성의 복장이 아닌가.
그들이 왜 비도장을 노리고 있단 말인가.
맨 앞에 있는 복면인은 유난히도 가냘퍼 보였다.
"축시(丑時)가 되면 일제히 공격을 시도하겠어요! 그것이 소야의 명이었어요.
여러분은 옥황궁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넘겨야 해요. "
복면인의 입에서 가냘픈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러면 그 사람은 여인이었단 말인가?
그런데,
비도장을 치며 비도장에 자신들의 증거를 남기자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하지만 그녀의 말을 음미해보면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소야(少爺).....
그것은 금보장의 소장주 소야 태궁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 역시 금보장의 무인들이 위장한 모습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역시 지휘하는 선두의 여인은 홍의나찰 화서군이 분명하리라.
"흠....! 청매(靑妹)가 독황궁을 잘 요리했는지 모르겠군.... "
이렇다면 그녀는 분명히 홍의나찰 화서군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녀는 태궁영의 지시를 받고 태산에 있는 비도장을 치러온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받은 명은 정면 충돌이 아닌 옥황성의 증거만 남기고 오라는 것이었다.
일순,
그녀의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소야.... 너무도 멋있는 분... 항상 그 곁에서 지켜보았지만 너무도 멋진
분이야.... 아아... 그런데 그분은 나를 조금도 생각지 않으시니.... 내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
아아.......!
그녀도 소야를 사랑하고 있단 말인가.
여인의 마음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하더니 그녀도 태궁영을 사랑하고 있음을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호오.....! 소야가 금보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겨우 다섯 살이었지. 사부조차
감히 하대를 할 수 없으시리라고 하셨단 분...... )
그녀의 생각은 점점 골몰해졌다.
(늘 그분은 엉뚱한 행동만 하셨지. 불과 여섯 살 때 백첩을 거느리고..... 그런데
아직까지 백 명의 여인이 화합하고 싸움한번 하지 않는 것 보면 참으로 대단해. )
그녀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스물 다섯의 여인에게 있어 홍역처럼 다가온 사랑인가.
허지만 그녀의 사랑을 태궁영은 알고 있는 것인가?
(만능... 그분은 만능이시지... 불과 몇 일만에 공주의 부마가 되시지를 낳나.. 모든
것이 신비한 분이야. 난.... 그분의 명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해. )
그녀의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아마도 그녀는 소야의 명이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불빛이 하나 둘 사그라지는 비도장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아름답고 환한 소야의 얼굴이 너무도 환하게 투영되고 있었다.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어떻게 하여 소야는 옥황성을 수중에 넣을 수가 있다는
것인지.. 그렇지만 난 믿어... 소야는 여태까지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 )
그녀는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항상 그녀는 소야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어떤 포만감을 느껴야 했다.
그때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들었고 따라서 가슴을 누르던 것이
이제는 소야만 생각하면 가슴을 누르는 묘한 행동이 생긴 것이다.
(소야는 지금 무엇을 할까? 동방제일지미 동방수려에게 또 어떤 흉계를 꾸며 그녀를
첩으로 삼을 궁리를 하고 있을거야. )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자 갑자기 질투가 치솟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단주(團主), 축시가 다 되었습니다. "
그녀는 불현 듯 정신을 차리고 비도장의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이미 비도장의 불빛은 다 꺼지고 몇군데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오백 명의 무사들이 눈에 횃불같은 정광을 이글거리며 마치 먹이를 노리는 늑대처럼
불빛이 꺼져가며 깊은 잠에 드는 비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제일대(第一隊)는 비도장의 우측을 맡아요. 제이대는 역시 좌측을 맡도록 해요.
본녀는 중군(中軍)을 이끌고 정문을 지키겠어요. "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는 오백의 무인들의 귀에 생생하게 울려퍼졌다.
그들의 눈에서 불빛이 타올랐다.
"적을 멸(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주의를 옥황궁으로 끄는 것이 목적이에요.
어떠한 경우라도 본장의 이목을 노출시켜서는 안되는 것을 명심해요. "
"예, 단주! "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오백의 무인들이 예로서 부복했다.
"먼저 굉천뢰(宏天雷)로 방화를 하고 신속하게 비도장을 어지럽혀요. 시간은 정확히
반각, 반각만 견디고 물러나오세요. "
"예! "
"공을 세운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오로지 교란이 목적이니까. "
그녀는 단호한 음성으로 오백 명의 무사에게 다짐을 주었다.
"단주, 축시입니다. "
한 복면인이 다가와서 그녀에게 축시임을 알렸다.
"자! 시작해요! 쳐라! "
그녀의 교갈이 터지고 검은 물체가 분분히 비도장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 뒤를 따라 오백여 명의 복면인들도 무서운 속도로 비도장에 육박했다.
슈----- 우------ 우---- 우!
쿠---- 르----- 르----- 릉!
쾅------ 쾅----- 콰---- 콰--- 쾅!
천지가 박살나는 듯한 폭음이 울리며 수백 명의 인물이 날아들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들의 투척은 이미 수십 채의 전각을 굉천뢰로 날려버렸으며
쾌속한 검법으로 날아드는 비도장의 무리들을 베고 있었다.
제 23 장에 계속
[2861]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23 장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10 15:33 읽음 :1809 관련자료 없음 ------------------------------------------------------------------------------
제 23 장 千年書生
중원은 서서히 혈운에 잠겨가고 있었다.
그동안 무림의 전개 방향만 지켜보던 마도의 무리들이 서서히 태동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작전으로 인하여 일어나고 있는 현상임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금보장의 소야 태궁영,
소리없는 그의 바람은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천년서생(千年書生).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이름이다.
천년 전의 역사는 물론 천년간에 걸친 중원의 모든 문학을 달통한 인물.....
소야 태궁영.
그러나 무림인들은 그에게 천년 서생이란 명호를 주었다.
그러나 무림인들은 그가 한 수의 무공도 펼치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것은 중원의 소문이었고 그가 무공을 모르는 서생이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다만,
천통(天通)의 지혜와 끊이지 않는 대해와도 같은 방대한 문학과 지식에 통달해
있다고 전해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소문의 진원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노산진(盧山津),
창강의 파양호(派陽湖) 변에 위치한 거대한 시진이다.
당금에 이르러 갑자기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진으로 근자에 들어 장강을 거스르는
선박치고 노산진에 닻을 내리지 않는 배는 없었다.
그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과거, 노산진은 파양호에 위치한 한적한 촌락이었다.
그런데 삼년전 노산진에 거대한 서원(書院)이 세워지고 난후부터는 노산진에 온갖
문사가 드나들며 무수한 촌락이 생성되었다.
촌락이 생성되며 주루가 생기고 곧 시진이 생겨났다.
작금에 비교하기에는 천양지차가 일어난 노산진,
천년서생은 노산진에 처음 나타났다.
천기서원(天氣書院).
오늘의 노산진을 있게 한 거대한 서원이었다.
서원의 규모는 만명의 대건을 수용할수 있으리만치 거대한 것이었다.
주위 오백장을 둘러친 담장은 제쳐두고라도 장원내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고루거각들과
거각에 가득 채워진 수많은 고서들.
중원의 모든 책을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노산진은 천기서원을 찾는 문사들로 붐볐으며 중원천하의 문사들은 천기서원의
학사(學士)들과 담화를 하는 것을 무상의 영광으로 삼았다.
천기서원에는 항상 수 백명의 문사가 거주를 하고 있었으며,
그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대학사(大學士)와 선풍도골의 문사 한명이 항상
천기서원에 있었다.
천문대학사(天文大學士) 우문현도(迂門賢道).
삼년 전 까지만 해도 위명이 쟁쟁하던 황궁 한림원 대학사의 신분이었다.
더구나 당금 태자의 스승으로서의 명망은 하늘에 닿아 있었다.
황궁 한림원의 오만 문인들의 신분을 상징하는 중원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는 당금 나이 백 칠십 이세(百七十二世),
그는 황상에게 나이의 연로함을 빌어 낙향을 서둘렀다.
평소에 낚시에 깊은 취미가 있던 천문대학사 우문현도는 노산진에 거대한 장원을
세우고 천기서원이라는 이름을 지은 뒤 중원의 학사들을 불러모았다.
학문에 있어 그를 따를 자 없다는 전설의 인물 우문현도....
그의 학문을 재기하기 위해 수많은 문사들이 그와 겨루기 위해 노산진으로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박학다식한 학문을 따를 수가 없었다.
우문현도는 그에게 도전한 열명의 문사를 골라 천기십학사(天氣十學士)라 이름 지은
뒤 그들을 깨고 올라온 문사들과만 학문을 논했다.
그러나,
십학사가 생긴지 삼년이 지났건만 아무도 십학사를 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문지리(天文地理)..... 경(經).... 잡(雜).... 속서(俗書)...
각각 한 방면에 달통한 열명의 대학사들......
누구도 그들의 벽을 깨는 자가 없었다.
혹은 한 두 명의 학사들을 제친 문사도 있었으나 결코 열명의 학사들을 제친 문사는
중원천하에 어디에도 없었다.
더구나 십학사는 우문현도의 학식을 깨우쳐 더욱더 가공한 지경의 학문을 쌓으며
중원의 문사들을 오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중원에 경악하고도 남을 사건이 이 천기서원에서 일어났으니,
"오....! 중원에 이리도 인재가 없더란 말이냐.. 누구든 본인을 꺾는자가 있다면
본인이 그의 발에 엎드려 부복을 자처하리라. "
탄식!
그것은 우문현도의 탄식으로 비롯된 것이었다.
그의 소문이 퍼지자 명예를 건 중원의 학사들이 우문현도에게 도전했다.
그러나 누구도 우문현도의 근처에 이를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십학사의 천룡의 기예를 꺾지 못하고 물러서서 자신들을 한탄해야만 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한 명의 서생이 노산진에 나타났다.
손에는 자신의 몸보다 큰 묵장(墨杖)을 집고 거대한 덩치를 대동한 미서생,
"본인은 금릉의 금보장에서 온 소야라 하오. "
미서생의 입에서는 너무도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와 자신이 금보장의 소야임을 밝혔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문사들이 결판의 시선으로 소야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소야의 소문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대과(大科)에서 장원을하여 십매어사의 위(位)에 오르고 지금 있는 자리는
주혜련 공주를 얻어 부마가 된 행운의 사나이,
그의 소문은 이미 중원천하에 퍼져 있었다.
"본인은 십학사와 먼저 겨루겠소. 시간제한은 각각 한 시진. "
그의 황당무계한 호언에 학사들의 이목이 찌푸려 졌다.
비록 자신들이 십학사에게 미치지 못해 십학사에게 학문을 전수받고 있는 입장들
이라고는 한다지만 태궁영의 발언은 그들을 격동시키고도 남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현실로 드러나기에 이르렀으니,
천기노사(天氣老士) 탄영석(彈永碩).
그는 천기서원의 제일학사(第一學士)라는 지고한 신분에 있는 문사였다.
당금 칠십(七十)에 이른 그의 나이를 제쳐두고라도 그는 천기(天氣)에 있어
우문현도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진적이 없다는 천문의 대가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말았으니......
"아..! 탄영석아.... 탄영석아..... 너는 칠십 평생을 헛살았도다. 천기(天氣).....
천기는 내가 본 그것이 아니었어. "
탄식!
단 이각만에 그의 입에서 이 무너질 듯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태궁영의 신색은 대변할 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 너무도 담담한 신색이었다.
음양학사(陰陽學士) 한만권(漢萬權).
그는 천기서원의 제이학사로서 음양학(陰陽學)과 역(易)에 있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천기서원의 석학(碩學)이었다.
달리 양의(兩義)라고도 불리우는 음양학,
그는 백이십 평생(百二十平生)을 음양학의 이론과 새로운 이론을 만들며 살아온
중원에서 둘도 없는 음양학의 대가이다.
일설에는,
그가 천기서원에 있는 이유는 우문현도에게 패해서 천기서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문현도의 간곡한 청에 의해 남아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도 일생에 있어 최초의 패배를 맛보아야 했으니.... 그것은 태궁영과 대진한지
딱 한 시진만에 하늘을 우러러 통곡했다는 사실이다.
오행수랑(五行秀郞) 하일연(河一蓮).
그녀는 천기서원에서도 홍일점인 여문사이다.
우문현도의 제자라고 소문도 있어 그녀는 오행(五行)에 있어 그녀를 따를자는 아무도
없으리라고 자부하고 있는 여인이었다.
오행을 알면 만전(萬全)을 안다......
그것은 그녀의 지고무상한 지론으로서 그녀는 아직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어본적이 없다는 지론이기도 했다.
늘 남자처럼 행장을 꾸리고 다니는 특이한 여인,
그녀는 이미 백세가 넘었지만 이십세의 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지 단 일다경만에 자신의 문앞에 다시는 문사들을
만날 수 없노라는 팻말을 걸었다.
천기서생(天技書生) 궁영(弓榮).
모든 잡기에 달통해 있다는 천기서원의 제사학사(第四學士)로서 덕망이 높은 팔십의
노인으로 그에게는 괴이한 버릇이 있었다.
그의 명호처럼 천가지의 기술에 능(能)한 그는 자신의 거처를 방문한 학사들에게
천가지의 기예중 한 가지를 골라 지론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의 서재에 태궁영이 찾아 들었다.
"본인은 당신의 실력을 믿을 수 없소! 당신이 선택해서 고르는 것이 좋겠소! "
태궁영의 제안에 발끈한 천기서생은 금(琴)을 택했고 태궁영은 천기서생이 지목한
금(琴)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채 반시진이 되지 못하여.,
"오.... 내가 익힌 것은 십기.. 천기가 아니었다.... 천기라고 자부하는 나 궁영은
소야의 말끝도 못 미치는 재주로 천하를 우롱했다. "
꽈당-------
그는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제서야 그곳에 모인 수백명의 문사들 사이에서 거대한 파문처럼 술러거림이 왔다.
만절서림(萬絶書林) 해황태(海皇泰).
명호가 말해주듯 만가지 절기에 능통(能通)하다는 천기서원에 다섯 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너무도 저명한 학자.
그는 만가지 물음을 묻는다고 한다.
그것으로서 상대의 학식 정도를 파해칠수 있다는 신비의 학사.
여태까지 그는 만가지 이상을 물어본적이 없었다.
사실!
그의 열가지 물음조차도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모르오! "
구천구백구십구개(九千九百九十九個)의 질문이 버려질 때까지 태궁영의 대답은
오로지 한가지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구천구백구십구까지의 물음을 물었을 때 해황태는 안색이 시뻘겋게 일그러져 차마
보기가 흉할 정도로 이그러져 있었다.
마지막의 물음을 물었을 때 태궁영의 대답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르오. "
그러나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해황태는 신음을 토하며 혼절하고 말았다.
그런데 마지막 해황태가 물었던 물음이 무엇이었던가?
당신이... 모르는 것은 뭐가 있소?
그것이 바로 물음이었다.
그러나 역시 소야는 담담히 대답을 했고 해황태는 그대로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화예일절(畵藝一絶) 전예화(全藝畵).
화(畵)에 있어 더오를 수 없는 경지에 으른 문사.
그는 일필(一筆)은 화선(畵仙)의 경지에 올라 있으며 그의 심오한 학문을 오로지
그림으로서 나타낸다는 괴이망측한 학사,
아직까지 그의 필(筆)을 따를자 없으며 그를 능가할 수 없으리라는 소문이 그를
가르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도 태궁영의 방문을 받아 일전을 겨루지 않을 수 없었다.
태궁영이 먹을 듬뿍 묻혀 한ㅎ(一劃)을 그었을 때 화예일필 전예화는 격동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부복해야 했다.
"오..... 일척에 우주를 담다니..... 귀인이시여! "
그의 입에서 토해진 한 마디는 떨리고 있었다.
경서수사(經書秀士) 왕세경(王世經).
천기세원의 제칠학사의 위(位)에 있는 백삼심(百三心)의 나이를 가진 학사로서
경서(經書)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문학사(經文學士).
이미 이십칠세(二十七世)에 한림원(翰林院)을 뛰쳐나와 천하를 주유하며 중원천하에
경의 논리와 이론을 설파했던 인물,
그러나 그도 반시진만에 태궁영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무무학사(無無學士) 누남상(累南桑).
스스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하는 중원의 대학사(大學士)
그는 모르는 것이 없다하여 스스로 무무학사라고 이름지었다.
그는 천기서원에 들어온지 삼년이 넘었건만 아직 그의 학문을 능가하는 문사를
만나지 못했던 기인중의 기인이었다.
어느날 그의 처소에 태궁영이 나타났다.
누남상도 이미 태궁영의 소문을 여러 학사들에게 듣고 있었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하고 있었으며 천기서원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계ㅎ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궁영이 물어오는 물음에 대하여 한마디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너무도 현묘하고 교해한 물움은 이미 그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물어보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욱 뛰어난 대답을 하는 태궁영,
"오.... 오.....! 귀인....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하겠소이다. "
무무학사 누남상은 부북하며 부르짖었다.
만무서생(萬武書生) 희연명(姬蓮命).
천기서원에 제구학사의 위(位)에 올라 있다.
천기서원의 다른 학사들은 이미 일갑자 이상 이갑자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을 풍미한
노학사들로 이루어져 있건만 희연명은 달랐다.
당금 이십삼세(二十三世)
당금 이십 삼세의 어린 나이로 그는 천기서원의 학사로서 명성을 쌓고 있었따.
그의 명호가 알려주듯 그는 모든 무공에 통달한 학사였다.
그러나 그는 무공을 펼칠줄을 모르고 있었다.
오직 구결로서 허실을 가려 무공의 고하를 판단하며 무공을 창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지어진 만무서생이란 명호는 그래서 얻어진 이름이었다.
그에게 무공의 약점을 알아간 무림의 무사들을 하루 아침에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전하는 이름.
그러나 태궁영이 방문한지 두 시진도 채 못되었을 때 그는 문을 박차고 뛰어 나왔다.
"오오..... 그가 누구인가. 그가 창안한 무공은 기존의 무학을 능가하는 것으로써
진정 가공한 패도무학(覇道武學)의 진수였다. "
그는 신음을 토했다.
지현(智賢) 악붕(岳鵬).
이름이 말해주듯 그는 지혜로운 학사이면서 현명한 학사이다.
그는 우주 만물의 지혜를 논한다.
삼십육계(三十六計)의 계교와 언변술(言辯術). 사기술(詐欺術). 도박술(賭博術).....
모든 계교에 대해 이론적으로 천하제일의 문사.
그러나 그도 단 한시진을 견딜수가 없었다.
태궁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기루(天氣樓)의 천문대학사를 찾아갔다.
그것은 그가 십학사를 방문한지 딱 하루만의 일이었다.
천문대학사 우문현도,
그는 천기서원을 만든 뒤로 처음으로 유생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러나,
한시진이 지났을 때 그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차라리 안스러울 정도였다.
반면,
그의 앞에 좌정한 미서생은 신비로운 미소를 띄워가며 한마디 천조의 위험을 담고
그를 점차적으로 압박을 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 인세에 이러한 용(龍)이 있다니. )
우문현도는 신음에 앞서 감탄의 경호성을 토해내야만 했다.
그것은 그가 백칠십 평생에 처음 대하는 감탄성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두시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천문(天文)... 지리(地理)..... 음양(陰陽).... 오행(五行).... 사상(四象)....
십전(十全).... 만류(萬流)....
소야 태궁영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
"졌소이다. "
채 두시진이 못되었을 때 우문현도는 태궁영을 향해 부복대례를 올리기에 이르렀다.
그의 몸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대학사(大學士), 이것을 아시오? "
태궁영은 팔을 내밀었다.
태궁영의 팔에는 각기 청백(靑白)의 색이 다른 아름다운 환(環)이 빛을 뿌리고 있었다.
태궁영이 황궁비고에서 얻은 유림계(儒林界)의 신물 청백쌍륜(靑白雙輪)이 아닌가!
순간,
"계.... 계주(界主) 신(臣) 우문현도 문안드리오...... "
우문현도는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부복하며 신하의 예를 취했다.
(후후..... 내 예상이 적중했군! 중원무림에 혈풍의 조짐이 있다. 갑자기 우문현도가
낙향(落鄕)해 계주를 기다렸을 것이다. )
그의 안색이 밝아졌다.
"일어나시오 대학사.... 난 유림계의 모든 것을 알고싶소. "
태궁영은 우문현도를 일으키며 맑은 목소리로 우문현도의 동의를 구했다.
"계주... 신은 계주의 총호법 신분인 천문대학사 우문현도라 하오이다. "
우문현도....
그는 유림계의 총호법이었다.
계주 유보시 총유림을 지휘하여 계주의 신분을 보호하는 총호법의 지위였다.
"총호법, 난 유림계의 신물만 얻었을뿐 유림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오! "
태궁영은 총호법인 천문대학사에게 말을 했다.
"예! 계주, 총호법 밑에 십대호법이 있사옵니다. "
"천기십학사.... 그들을 말씀 하시고 있음이오? "
"어찌? "
천문대학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태궁영의 말에 놀람의 외침을 토했다.
"간단한 이치가 아니오. 또한 그들의 몸에는 막강한 내력이 잠재되어 있었소이다. "
아!
그렇다면 태궁영은 그들의 몸에 내가진기가 흐르고 있음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무도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을 태궁영은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도 계주께서 무공을 감추고 계신줄은 모르고 있었소이다. "
천문대학사가 깊숙히 허리를 굽혔다.
그들의 밀담은 계속되었다.
그러한 사건이 있은 뒤 천기서원의 수석 학사들이 하나 둘 천기서원을 빠져나가
전 중원을 향해 떠나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소문,
"오오...... 소야! 그분은 모든 유림의 지존이시다. "
천문대학사 우문현도의 부르짖음!
소문은 말하고 있다.
금세기 최고의 학사라는 그가 단 두시진도 못되어 소야에게 무릎을 끓었다는 소문.
제 24 장에 계속
[2949]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24 장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27 13:17 읽음 :1584 관련자료 없음 ------------------------------------------------------------------------------
제 24 장 四海帝后의 忿怒
쿠쿠쿠쿵.......!
산동성에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전운(戰雲),
마침내 수백년간 이어온 중원의 평화는 깨어져 가고 있었다.
그 첫 번째 전화(戰火)는 산동성(山東省)에서부터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
산동성의 태산(泰山)에서부터 거대한 혈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도장(飛刀莊),
옥황성에 강타를 당하고 한을 되씹으며 힘을 모으던 그들이 수백 년간 가다듬은
산동의 거대한 힘을 옥황성으로 돌린 것이다.
중원십강(中原十强)의 하나.....
마침내 황하(黃河)를 건너 무자비한 속도로 남하를 시작했다.
오오.....
마침내 대전란이 닥쳐왔다.
중원무림은 무섭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들의 목표가 옥황성이라고 밝혀진 지금 영문을 모르는 옥황성은 결전의 차비를
차리고 그들이 오기를 기대하며 칼날을 갈고 있었다.
어차피 중원의 평화는 깨지고 이제 마(魔)와 정(正)은 공존할 수 없는 것....
이제는 피를 뿌리는 길밖에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싸워 이기는 방법밖에 달리 어떠한 방법도 있을 수 없었다.
과연......
× × ×
남해(南海),
너무도 거칠어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는 남해의 해역이 있었다.
이곳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미증유의 거파가 웅크리고 시기를 노리고 있었다.
남해의 칠십이군도(七十二群島)를 장악한 미증유의 대세력.
그러나 중원인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세력이었다.
---해왕도(海王島),
오오..... 기억하건데,
일백 년전남해 칠십이군도(七十二群島)를 통일하고 그 여세를 몰아 남해의 모든
군소방파(群小幇派)를 정복한 세력.
남해의 군소방파는 그들을 기리켜 해궁(海宮)이라고 불렀다.
알고있는 자들은 안다.
수로(水路)에 관한한 천하제일인 그들의 거대한 저력을......
헌데,
쏴아아아-----!
촤르르르------
집채만한 파도가 일렁이는 곳,
남해의 신성해역,
번----- 쩍!
우를릉.... 콰쾅-----!
그리고 폭우(暴雨),
뿌우연 안개로 뒤덮인 신성한 해역은 온통 광란의 춤(舞)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천지종말이 다가오는 것과도 같은 광란의 춤이 계속되고 있었다.
쿠르르르.....
버---- 언---- 쩍!
파도가 산악을 무너뜨리듯 광란하고 하늘에서는 강렬한 폭우가 몰아치고 있었다.
오오.... 이럴수가!
고래(古來)의 신비해역(神秘海域)에 광란의 파도가 일고 있었다.
스스스슷.....
갈라진다.
아울러,
광란의 파도를 뚫고 한 줄기 서기(瑞氣)가 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아아....
금빛서기를 밟으며 홀연히 나타나는 한 인영(人影)이 있었으니.....
여인이 아닌가?
홍의궁장을 날렵하게 차려입은 갓 이십세를 넘기 듯한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아름다운
미녀가 광란의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늘에 반짝이는 흑요석같은 아름다운 눈과 해풍에 스칠 듯 갈색의 피부는 그녀의
미를 더해주고 있었고 손에는 풀잎처럼 얇은 면도(面刀)를 들고 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워 하늘조차 시샘하고 남을 그런 소녀가 아닌가.
바람에 펄럭이는 궁장의 자락사이로 드러나는 그녀의 옥주......
그러나,
조금이라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색한들,
만약 그들이 그녀의 얼굴을 본다면 감히 그러한 생각을 품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서릿발같은 한기(寒氣)가 줄기줄기 뻗어나오고,
은연중에 미인으로서는 감히 뿜어낼 수 없는 범인(凡人)이라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가공한 기도가 그녀의 전신에서 줄기줄기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미소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출 수가 없으리라.
아니 오히려 광란의 파도는 그녀의 아름다운 미태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 같았다.
미소녀(美少女).
해왕도의 모든 사람들이 경원하는 절대 성역에서 나온 그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헌데,
뚜우우우-----
그녀의 발밑에서 가공할 물줄기가 십여 장이나 솟구치며 물의 우산을 만들었다.
오오.....
이럴수가,
황금빛에 감싸여 미소녀의 발을 받쳐주고 있는 것은 십여 장이상의 몸체를 가진
거대한 금고래(鯨)가 아닌가?
살치금경(殺齒金鯨),
이빨 하나의 길이만도 오척에 이르며 태산의 철벽이라도 단 한 번의 아구짓으로
종이장 찢듯이 찢어발길 수가 있는 바다의 제왕.
그것이 바로 살치금경이었다.
그런데 그 포악한 살치금경이 그녀의 발밑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싸늘하게 굳어있던 그녀의 안색이 일순 부드러워졌다.
"금경(金鯨), 가자. "
그녀의 교성이 광란하는 파도를 뚫고 길게 메아리쳤다.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음인가.
꾸우우우....
살치금경은 괴이한 소성을 발하며 거대한 동체를 움직여 파도를 가르기 시작했다.
헌데,
살치금경 주위 오십여 장 이내로는 금빛서기만 운무처럼 피어오를뿐 광란하는 파도의
포말도 쏟아지는 폭우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쏴아아아----
살치금경은 힘차게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가?
광란의 파도를 바라보며 부복해 있는 칠십이인(七十二人)의 괴노인(怪老人)들이 있었다.
신태비범의 노인들 주위에는 광란하는 파도는 아예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의 신분은 엄청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바로, 남해칠십이군도주(南海七十二群島主),
해왕도를 받치고 있는 칠십이개의 군소도주로서 오늘의 남해를 있게 한 철담의
노인들로서 당금의 남해를 이끌어 가고 있는 막강고수들이었다.
천하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바다의 제왕들이 아닌가.
그런데,
두려운 것이 없는 칠십이인의 막강고수들이 무릎을 꿇고 깊게 부복하고 있었다.
일렁이는 집채만한 파도가 사정없이 그들에게 육박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몸에 스치는
물방울은 단 한방울도 있을 수 없었다.
무영(無影)의 막,
그것이 그들에게 접근하는 광란의 파도와 폭우를 튕겨내고 있었다.
그것으로서 그들의 무공수위는 짐작되고 증명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가공무위의 소유자들인 칠십이군도주들이 바다를 보며 부복지례를 취하고 있었다.
단 일인(一人)만으로도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들의 시선은 광란의 바다를 향해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돌연,
부복해있던 칠십이인의 신형이 벼락을 맞은 듯 경련을 일으키며 떨림이 왔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희열과 강한 감동이 환영처럼 드리워져 있지 않은가?
그것은 격동과 환희,
주체할수 없는 희열이 칠십이명의 가슴에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드....... 드디어....! "
"오오..... 드디어 천년(千年)의 염원이 풀렸도다.... 오오..... 신이여..... "
그들의 입에서 부지불식간 희열과 격동에 찬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그들의 시선이 모아져 있는 곳에 휘황한 금빛 광채가 하늘을 뚫고 솟아오르는 속에
아름다운 여인이 환영처럼 스치고 있었다.
광란하는 암흑의 해일을 뚫고 서서히.....
그러나, 그것은 찰라의 생각에 불과하였을뿐,
금빛의 광채는 순식간에 부복해 있는 칠십명의 노인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주우우우-----
금빛의 고아채는 침찬 괴성을 토하며 서서히 멈추어 섰다.
일순,
푸----- 슈------ 슈------- 슈----- 슈-----
금빛 광채속에서 가공할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일순,
그 금빛 사이로 은은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이 있었다.
신비롭기 그지없는 광경,
칠십이군도주,
그들은 미처 앙모하듯이 일제히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노노들이 사해제후(四海帝后)님을 알현하옵니다. "
그런데.
여인.....
그녀가 진정 해왕도의 도주이자 남해해궁의 실질적인 지존인 사해제후 어해화
(漁海花)란 말인가?
사해제후(四海帝后) 어해화(漁海花).
해왕도의 도주이며 남해해궁의 지존신분인 철담의 여후(女后)
이에 해왕도의 모든 무공을 익혔으며 남해해궁의 지전비보(至傳秘寶)인 해정(海精)을
복용해 무공이 하늘에 이르렀다는 재녀이다.
그녀의 재지와 무공은 그녀의 선대가 정복한 칠십이군도를 여전히 호령하며 남해의
결속 한에 묶어두고 있었다.
이에 완성된 해정을 물려받은 그녀는 사실상 해정의 일할을 유용하고 있을 뿐.....
그런데다 그녀의 무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한 그녀가 생전 나타나지 않는다는 신비해역에 살치금경을 타고 나타난 것이다.
여인,
칠십이군도주들이 사해제후라 부르는 미소녀는 도저히 여인의 음성이라 판단하기
어려운 강인한 목소리로 번개의 그것과도 같이 우렁찬 뇌후(雷吼)를 터뜨렸다.
"중원..... 중원으로 나아가리라.... 본도(本島)는 침묵을 지켰건만.... 해경단 놈들은
본도에 겁도 없이 도발을 해왔다. "
분노의 음성.....
그와 아울러,
그녀의 몸을 감싸며 오십 장 까지 뻗어있던 금광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러자 미친듯이 광란하던 파도가 물밀듯이 그녀에게 거센 힘으로 덮쳐들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해폭파천수(海瀑破天手),
사해제후의 왼손이 기쾌하게 흔들리며 금광이 파도에게 쏘아져갔다.
아울러,
꽈---- 꽈꽈---- 꽈--- 꽝------!
광란지경의 폭음이 터지며 수십 장에 달하며 덮쳐들던 거대한 파도가 산산히 박살나며
마치 안개처럼 흩날리는 것이 아닌가?
가공의 무위(武威),
어찌 인간이 광란하는 자연의 힘을 이기고 파괴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그녀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여인의 몸이 아니던가.
칠십이군도주,
그들은 경악의 탄성을 발하며 열린 입을 차마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오..... 오..... 저럴수가! "
"과연......! "
칠십이인의 괴노인들은 격동과 감탄에 벌어진 입을 차마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사해제후는 그러한 그들을 바라보며 일말을 던졌다.
"진정...... 본도를 공격한 자들이 중원십강의 해적무리.... 해경단이 틀림없느냐! "
"그렇습니다. "
칠십이명의 노인 중 맨앞에 부복해있던 노인이 급히 대답했다.
수염이 바닥에 끌리고 온 머리가 서리가 온 듯 희게 변한 노인이었다.
"제일도주(第一島主) 확실하게 확인했나요? "
사해제후가 분노에 몸을 떨며 살기가 깃든 음성으로 말을 토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배에도 고래(鯨)의 깃발이 걸려 있었으며, 확실한 물증은
이겁니다. 그것은 해경인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
남해제일군도의 수좌격인 제일도주는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화살이 들려있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화살끝에는 열매같이 동그란 구슬들이 매달려 있었다.
검은색으로 빛나는 열매같은 구슬은 아마도 폭약인양 미세하게 구조되어 있었다.
"노궁탄(弩弓彈)! "
사해제후의 눈에서 분노에 젖은 음성이 부지불식간에 터져 나왔다.
"그렇습니다. 제후시여.... 노궁탄의 제조법은 해경단을 제외하고 아는자가 없습니다.
노궁탄은 그들의 독문병기로서...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
제일도주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부복했다.
"그날 본도를 공격한 전선은 총 삼십척으로서 해경단의 전신과 딱 맞아 떨어지며
그들이 펴는 전진(戰陣)도 그들이 사용하는 진법(陣法)이었습니다. "
제일도주의 옆에 부복해 있던 노인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온몸에 마의(麻衣)를 입은 노인이었다.
등에는 쌍창(雙槍)을 비껴매고 있었다.
그는 해궁도의 제이도주(第二島主)의 신분을 가진 대단한 노인이었다.
"감히...... 해경단..... 네놈들이...... 본도를. "
사해제후의 눈에서 파란 살기가 줄기줄기 빛살처럼 뿜어나와 파도에 부딪쳤다.
"이제는 참을수가 없다...... 중원으로 나아가리라.... 해경단을 격파하고...
해궁의 진정한 위력을 중원에 떨치리라. "
쏴----- 아----- 아------!
철----- 썩!
그녀의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거센파도가 그녀의 등뒤에서 강기의 막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의 물방울이 되어 비상했다.
"이제.... 중원으로 나가리라...... 사해(四海)와 오호(五湖)..... 구주(九州)
팔황(八荒)을 본토와 본후 앞에 앙복(仰伏)하게 하리라. "
그녀의 음성이 광란의 파도에 섞여 울려 퍼졌다.
그녀의 거센 인위에 칠십이명의 괴노인들은 숨을 죽였다.
"천년조사(千年祖師)의 유시를 거역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천년동안
천무황국을 기다렸다. 그러나 천무황국은 나타나지 않았다. "
그녀의 독백은 잠시 멈추어졌다.
"천년동안 천무황국의 외궁(外宮)으로서 조사의 유시를 지켜 사해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
"제후(帝后)시어..... "
칠십이명의 도주들이 그녀의 독백에 일제히 앙복했다.
"조사의 유시에 천년의 세월을 주었지만.... 천년의 세월은 이미 지났고 더
이상 핍박을 받으며 살수는 없다. "
그녀의 음성에는 잔잔한 애환이 흐르고 있었다.
일순, 그녀의 엄청난 신위에 광란의 파도도 멎은 듯 했다.
"비록 천무황국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더 이상의 핍박과 혈운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
그녀의 말에 칠십이명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이에 혈운은 도래했다. 조사께서 예언한 천년이 지난 지금 혈운이 도래했다.
유시에 따른다면 지천무국의 힘이 분명하다. "
아------!
그녀의 추측은 너무도 정확하게 맞아가고 있었다.
"천무황국의 황제 그 분은 어디에 있는가? "
일순,
그녀의 음성에 비애가 깔린 탄식이 파도처럼 뚫고 나왔다.
그것은 등등하던 조금전의 기도와는 너무도 다른 처연함이 실린 음성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천무황국의 외궁이라니.... 해왕도의 남해해궁이 천무황국의 외궁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천무황국은 지하로 사라지기 전에 외궁을 따로 두고 있었단 말인가?
모를 일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태궁영이 남해해궁에 차도살인지계를 펼 이유가 하나도 없을텐데.
이래서 운명이란 묘한 것이다.
일순,
"제도주, 중원으로 가겠어요. 모두 준비해요! 우리를 능멸한 해경단을 깨고 그
책임을 중원에 묻겠어요. "
그녀의 목소리는 사내의 그것 못지 않은 호기로움이 있었다.
"명을 받드오이다. "
칠십이명의 노인이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호호..... 이제 ....... 본도의 힘을 막을 곳은 아무것도 없다! 막는다면
죽음만이 기다리리다. 모두 죽여 중원을 발아래 두리라..... 가라! "
"존명(尊命). "
칠십이명의 신쾌비범한 노인들이 부복한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잠시 후,
거대한 전설이 광란의 파도를 헤치며 해왕도를 떠났다.
아울러,
쏴---- 아----- 아---- 아----- 아--!
살치금경은 거대한 동체를 앞으로 전진시키며 물을 뿜어 올렸다.
그들의 전선은 쾌속하고 노호당당하게 물살을 헤치며 남해속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이 향하는 곳,
중원(中原),
그들이 향하는 곳의 끝에는 거대한 땅 중원이 버티고 있으리라.
----사해제후(四海帝后),
바다의 제후로 자칭하는 이 소녀는 파도를 헤치며 중원으로 향했다.
오.......!
중원이여 경악하라!
제 25 장에 계속
[2950]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25 장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27 13:19 읽음 :1548 관련자료 없음 ------------------------------------------------------------------------------
제 25 장 天下는 暗中에서 요리된다
휘류류류륭.......
자욱한 혈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디에서 피어오르는지 도대체 짐작조차도 할 수 없는 신비막측한 혈무였다.
동굴(洞窟),
아무 것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혈운은 가공한 혈향(血香)을 풍기면서
동굴을 뒤덮으며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극황이시여..... "
피빛 혈무 속에서 혈기가 흐르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아.......!
보라!
피빛 자욱한 혈무 속에 잠긴 채 유연한 목소리를 토하는 일인(一人)이 있었다.
단정한 문사차림에 허리에는 혈검을 찬 신선같은 풍도의 노인이었다.
손에는 호접선을 받쳐들고 동굴바닥에 깊숙이 부복해 있었지만 모든 것은 분명했다.
백안제갈(白眼諸葛)..... 그가 아닌가.
운남의 대리현 부근에서 태궁영의 암살을 지시하던 백안제갈이 아닌가.
서서히 동굴의 혈무가 엷어지기 시작했다.
보였다.
혈무가 엷어지며 동굴의 모든 것이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부복한 백안제갈의 전면에 드러나는 추측불가의 걷한 아수라상(阿修羅像),
머리통 하나가 마치 궁궐의 대문처럼 커다랗고 눈이 사람의 머리통보다 더욱
큰 핏발이 곤두서게 만드는 흉칙한 아수라상이었다.
입에서는 혈기(血氣)가 쉬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아수라상에 달린 여섯 개의 팔은 제각기 흐느적거리고 있는 끔찍한 형상,
그 아수라상 앞에 백안제갈은 부복하고 있었다.
과거,
십 년 전에도 백안제갈은 이 아수라상의 앞에서 지천황국의 존(存)에 관해 말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각,
백안제갈은 다시금 소름끼치는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백안제갈은 십 년 전 마후지재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혼자의 몸으로 피빛 아수라와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크크크..... 백안제갈..... 중원 붕괴지계는 진행되고 있겠지. "
소름끼치도록 잔잔한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수라의 마신상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범인이 듣는다면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섬칫한 것이었다.
"그.... 그러하옵니다...... 국황이시여.... "
백안제갈은 땅에 머리를 쳐박으며 떨리는 음성을 토했다.
"크크크.... 백안제갈, 본좌는 일년만 지난다면 이제 밖으로 나갈 수가 있다....
크크크... 천 년의 금제가 본좌를 묶었지만.... 이제는..... 크크크...... "
오오.....
그렇다면 이 아수라 신상이 천년 동안의 안식처였단 말인가?
"경하하옵니다. ...... 국황이시여. "
"크크크... 본좌의 감응이 있었다.... 그것은 천무황국의 후예가 있다는 것.... "
"그..... 그럴 리가... 천무황국은 천년 전에 지하에 갇히였습니다. 국황이시여. "
백안제갈의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크크크... 백안제갈... 본좌는 천년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본좌도
깨어났는데 천무황국이라고 현신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
음산한 음성,
코피라도 팍 하고 터질 것 같은 혈류가 흐른다.
"크크크.... 백안제갈.... 중원정도의 핵이라는 옥황성을 접수했느냐? "
일순간 백안제갈의 살모사 눈이 급격하게 수축되며 몸을 떨었다.
"황.... 국황이시여... 이미 옥황성을 접수키 위한 삼단계의 혈풍을 일으켰나이다.... "
"크크크.... 빨리 빨리 서둘러라... 일 년 후 나는 중원의 황제가 될 것이다. "
소름끼치도록 거북한 음성,
"국황이시여, 옥황성이 본국의 이대세(二大勢)인 비도장과 독황림에 살겁을
일으켰습니다. 노복(奴僕)은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꼬투리를 잡고자
이대세를 출동시켰습니다... "
오.......!
그렇다면 비도장과 독황림이 지천무국의 힘이란 말인가.
"크크크.... 본좌가 염려하는 것은 소야라는 애송이.... 그를 제거했느냐? "
일순,
소름끼치는 아수라의 호곡소리에 백안제갈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황...... 국황이시여. 노복이 불민하여.. 놈을 제거하지 못하였.... 마운살루가
놈을 노렸으나 놈의 주위에는 강한 호위가 있어 실패..... "
"닥쳐라! "
순간 동굴을 무너뜨릴 듯 거센 호통성이 동굴의 내부를 진동시켰다.
아수라 마신상의 눈에서는 가공한 혈류가 뻗쳐나와 백안제갈의 몸을 스쳤으며
마신상에서 흐른 혈운은 동굴을 붉게 물들였다.
"백안제갈... 네놈은 지금 커다란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본황(本皇)은 놈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혈기가 뻗친다. 어쩌면.... 크크크...... 놈은
본좌의 강력한 적일 수도.... "
한순간 마신상의 혈기류가 더욱 짙어졌다.
"국황이시여.... 심려..... 심려.... 마시오소서.... 신이 놈을 완전히 제거....
신명을 받쳐 놈을..... 제거.... 수급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
백안제갈의 등허리에 땀이 솟았다.
"크크크... 천 년... 천 년동안 지켜온 중원의 정복은.... 본국의 꿈....
마운살루의 모든 인원을 없애는 한이 있더라도 놈을 죽여라! "
아수라 마신상의 음성은 가공, 바로 그것이었다.
"국황이시여..... 놈을..... 놈을 죽이겠습니다. "
"크크크.... 그래야지.... 놈을 죽이고 중원의 상권을 장악해라.... 일 년후
본황은 중원 황제로 등극하게 되리라. 크크크..... "
피어나는 혈기류에 접하자 백안제갈은 다시 부복했다.
그의 눈동자는 쉼없이 구르며 간교하게 꾀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크크크.. 백안제갈.... 천무황국의 외궁이 중원의 어느 곳에 있다.찾아라...
찾아서 없애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천무황국의 모든 가지를 잘라라. "
"존명..... 국황이시여. "
백안제갈은 급히 바닥에 머리를 짓찧었다.
파----- 파----- 팍-----!
그의 이마가 터지며 피가 흘렀다.
"크크크... 백안제갈... 마후는 잘 있는가? 크크크.... 본황은 마후, 그 아이를
극히.... 사랑하고 있느니라.... 크크크.... "
아수라 마신상의 눈에서 요기가 피어오르며 몸을 떠는 백안제갈의 등에 작열하고
있음을 백안제갈은 모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요기(妖氣)와 살기(殺氣)가 복합되어 있었다.
"크크크..... 백염혈령강시(白艶血靈 屍)의 진전은 어느 정도이냐... 크커커커.... "
"국황이시여..... 약 사성 정도의 진전을 보았나이다. "
백안제갈은 깊숙히 부복하며 음성을 토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백염혈령강시가 무엇이기에.......
백염혈령강시(白艶血靈 屍).
마도에서조차 이미 금지된 강시의 제련법으로 극악무도, 바로 그 자체이다.
죽어 이미 시체의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소녀의 시체를 이용하여 제련하는 강시,
백여 명의 시체로 이루어지는 강시는 그야말로 천하무적 그대로이다.
백일 동안 독에 담그어 원래 생존시의 살을 올리며 혼령을 제압하여 지배하는
극악한 마도의 혈령강시이다.
제련되는 동안 동남(童男)의 생혈을 취해야 하며 살인을 즐기며 피맛을 즐기는
아수라의 실체로 변하는 강시대법이 바로 그것이다.
제련기간 내내 독에 담구어 만독신체(萬毒身體)로 만들어 금강불괴지신을 만든다.
수검도화불침의 신체가 되며 독성지체의 경지에 이른다.
아무런 기진이보로도 벨 수 없는 마물이 된다.
그런데 백안제갈, 그가 그러한 마물을 제련하고 있단 말인가?
"크크크.... 서둘러 제련하라.... 크크크.... 이제 사성정도에 이르렀다니....
일 년 동안 겨우 사성의 경지까지밖에 이루지 못했..... 크크크... 다는
것이냐.. 크크크..... "
차마 듣기 거북한 웃음소리,
그러나 그들이 금기사항인 백염혈령강시를 만들고 있음은 심히 불안하다.
전설에 의하면,
백염혈령강시가 추는 소혼무(消魂舞)는 부처의 가운데 자락도 불끈 서게
만든다는 전설이 있는 것이었다.
부처가 그러하다면 하물며 다른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
휘류류류------!
동굴에 다시 거센 혈기류가 몰아치고 있었다.
× × ×
태호(太湖),
중원의 젖줄 장강의 최하류에 위치하고 있는 중원오대호(中原五大湖)의 하나,
물이 맑고 아름다워 예로부터 시인묵객(詩人墨客)이 사철 끊이지 않는 대호(大湖).
등봉루(登鳳樓),
태호의 연변에 세워진 수많은 시진 중 주선진(朱船津)에 위치하고 있는 주루,
주루의 반은 태호에 있고 반은 뭍(陸)에 있는 특이한 형태의 주루로서 부근에서는
가장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가장 이름난 주루였다.
태궁영은 이층 주루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거패사령 거웅이 쌍검을 찬 채 번갯불같은 신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태궁영은 단아한 자세로 술을 들고 있었다.
항상 융포의 유삼을 입고 포룡건을 쓰고 있는 소년,
그런데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인가.
(그가 중원십정의 하나이며 중원십강에까지 들었던 개방( 幇)의 화화신개
(花花神 )가 이곳에 나타난다는 정보가 확실한가? )
태궁영은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태궁영은 개방의 태상장로(太上長老) 화화신개를 목적으로 이곳 태호의
등봉루에 와 있는 것인가!
(갈영영의 말대로라면 화화신개는 이곳에 나타난다...... )
화화신개(花花神 ).
과거 중원십가에 들어있던 개방의 태상장로 신분이었던 기인이었다.
중원십강에서 밀려나자 중원무림에 회의를 느껴 중원천하를 떠도는 기인이었다.
과거 개방이 중원십강에 들어있을 때는 다른 중원의 구대문파가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 그처럼 개방이 막강한 적이 있었던가?
그러나 화화신개가 개방의 태상장로로 등극하면서 개방은 구대문파의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으며 다른 구대문파가 옥황성을 세울 때 개방은 따로이 중원십강에 들었다.
방파의 문도만도 십만을 넘는 중원 최대의 거파,
그러나 지금은 중원십강에서 밀려나 괄세를 받는 중원의 집단이다.
현무림은 중원십강의 지배를 받고 있기에 사실상 개방은 무림의 이단자였다.
그런 개방의 태상장로인 화화신개가 이곳에 나타난다는 말인가.
이때였다.
우당탕-----
무엇인가 구르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이놈아, 네놈은 할아버지도 없느냐? 감히 남의 앞길을 막다니.... 어이쿠..... "
"이 늙은이가 미쳤나... 어이쿠! "
주루의 아래층에서 노인과 점소이가 다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층의 계단을
통해 한 인영이 나타났다.
머리는 까치집을 방불케하는 까치머리에 몸에는 온통 때가 절어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때가 절어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의복이 꽃무늬의 화복임을
알 수 있었다.
신발은 아예 신지도 않았고 세수는 언제했는지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노인은 주루에 올라서자마자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 태궁영을 보자 성큼성큼
다가와 맞은편에 털썩 주저 앉았다.
(후후...... 화화신개 당신이 제발로 나를 찾아들어왔군. )
태궁영은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참으며 염두를 굴리고 있었다.
그때,
털썩-----
갑자기 화화신개의 옆에 주저앉는 인영이 있었다.
맙소사!
화화신개의 옆에 주저앉은 인영은 그야말로 화화신개가 따를 수 없는 몰골이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허리에 닿아 있고 한 번도 가지 않은 듯 비듬이 엉겨 붙어 있었다.
(후후! 화화신개와 버금가는 인물이 또 있었군. )
그때,
"와와.... 아우가 형님을 부르더니 진수성찬을 대접하려고 했군. 그래. "
화화신개가 태궁영의 의사도 묻지 않고 탁자의 음식을 마구 입안에 우겨넣었다.
거패사령이 손을 검으로 가져갔다.
"멈추어라. 거웅.... 함부로 행동하지 마라.... 이분은 개방의 화화신개이다. "
움찔!
거패사령 거웅은 자신의 귀를 파고드는 태궁영의 전음에 검을 잡아가던 손을 멈추었다.
그때,
우당탕-----
계단이 울리며 점소이가 뛰어올라 화화신개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헤헤, 공자님.... 죄송합니다..... 이놈의 늙은이가 감히 공자님께..... 실례를... "
점소이는 아첨의 웃음을 흘리며 화화신개의 옷섶을 잡아 끌어당겼다.
"어구구... 이놈 아우야, 이 우형을 괄세하다니... 너..... 이놈.... 감히
천년서생의 형을 괄세하다니..... 어구구! "
화화신개는 점소이와 태궁영을 번갈아 손가락질하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런데,
화화신개의 옆에 앉은 또 한 명의 기이한 거지는 말 한마디 없ㄴ이 음식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는 것이 아닌가?
땟국물이 흘러 얼굴조차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어린 듯 몸집이 조금 작다는 것밖에 달리 특징은 없었다.
그때,
"이보게! 이분은 나의 형님이시니 놔두고 가보게나. "
태궁영의 차분은 목소리가 울리자 화화신개와 점소이 모두 태궁영을 쳐다보았다.
"못들었나? 이분은 천년서생의 형이라고 했지 않는가...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니... 자네는 이곳에 마실 것이나 더 가져오게. "
순간,
"우헤헤.... 이놈아, 봐라. 나를 괄세하다니 감히 천년서생의 형을 괄세하다니
헤헤헤..... 이놈아, 이곳에 돼지 두 마리 하고 죽엽청 두 동이만 가져오너라. "
웃음을 터뜨리며 화화신개가 털썩 주저앉았다.
"거져오게나...... "
점소이가 머뭇거리며 태궁영의 눈치를 살피자 태궁영은 점소이에게 금조각을
던져주며 화화신개가 주문한 것을 가져오게 하였다.
"우헤헤... 놈들, 내가 천년서생의 형이란 말이다.... 천년서생......! "
말을 하던 화화신개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멈추었다.
"자네... 자네가 진정 천년서생이란 말인가? "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화화신개가 눈이 둥그래지며 태궁영을 쳐다보았다.
"그렇소이다! 노인장. 노인장은 아까 나를 알고 있다고 했는데..... "
순간 음식만 먹고 있던 꾀죄죄한 몰골의 거지가 화화신개를 쳐다보았다.
"사부! 사부는 천년서생을 알고 있다고 했잖아.... 설마 거짓은 아니겠지. "
조금은 치기가 어리는 목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점소이들이 통돼지와 죽엽청을 동이째 날라왔다.
화화신개는 돌파구를 찾은 듯 죽엽청을 보자 달려들어 동이를 통째로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콰르르르-----
폭포가 치는 소리가 들리며 순식간에 한 동이의 죽엽청이 그의 목으로 사라져갔다.
"커흑! "
화화신개의 트름소리가 주루를 울렸을 때 이미 그의 제자인 듯한 소개(小 )는
이미 한 마리의 통돼지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뒤였다.
(후후... 저 소개가 중원의 먹보라는 아수주개(餓修酒 )가 분명하군.....! )
태궁영은 게걸들린 듯 음식을 삼키는 소개(小 )를 주시했다.
필시 그가 아수주개임이 분명하리라.
아수주개(餓修酒 ).
그는 중원최대의 거파라는 개방의 소종사(小宗師) 신분의 이인으로 모든 것은
신비에 가려져 있었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약관의 나이라는 것과 화화신개와 더불어 중원을 주유하며
기괴한 행작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술은 이미 자신의 사부인 화화신개를 능가했다.
앉은 자리에서 통돼지 두 마리를 먹고 거뜬하다는 기이한 소개(小 ).
(후후.... 분명하군.... 저 소개가 분명히 우수주개이다. )
과연 태궁영의 생각대로 소개는 아수주개였다.
꾀죄죄한 몰골에 한없이 들어가는 음식으로 보아도 그가 누구인지 짐작하리라.
그때,
"사부.... 난 지금 술이 먹고 싶은데.... 사부가 다 마셔버려서 내가 먹을 것이
하나도 없잖아. 술 내놔.....! "
이 정도면 아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놈..... 점소이야! 술을 동이째로 가져오너라. "
화화신개가 주루가 떠나갈 듯 커다란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후다닥-----
고함소리에 질린 점소이들이 술동이를 들고 끙끙대며 다가왔다.
덥썩-----
술이 오자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아수주개는 달려들어 술동이를 입에 대고
무지막지하게 들어붓기 시작했다.
와르르르르........
아수주개의 목에서 술이 넘어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나왔다.
(후후.... 과연 이인들이군..... 과연 대단해. )
태궁영이 감탄에 빠져있을 때,
역시 거패사령도 놀란 토끼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때,
"아우야! 네게 줄건 없고 이것으로 술값을 대신하기로 하자. "
갑자기 화화신개가 그에게 쥐어주는 물건이 있었다.
태궁영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물건을 내려다 보았다.
검은 대나무(烏竹)로 만들어진 아홉 마디의 죽패로서 윤기가 반질반질 돌고
있었으며 대나무를 가지고 있는 신선의 그림이 조각되어 있었다.
"잘 넣어두어라.... 필시 네놈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
"노인장.... 이건....... "
태궁영이 의아한 목소리를 토하며 화화신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놈..... 형님에게 노인장이라니.....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느냐. 넣어두어라.
너에게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을 것이다. "
화화신개가 입가에 묻은 술기를 닦으며 웃는 낮으로 말했다.
그때,
"형장.... 이것도 받아두시오.... 언젠가 꼭 필요할 것이오. "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있던 아수주개가 자신의 품에서 한 개의 물건을 꺼내
그에게 내밀고 있었다.
"이건...... "
"받아 주시오. 사부께서 당신을 형제로 사귀었으니 내겐 사숙이 되는 셈.
언젠가는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인데 뭘...... "
태궁영은 아수주개가 내미는 물건을 받아들었다.
제 26 장에 계속
[2965]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26 장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28 14:33 읽음 :1535 관련자료 없음 ------------------------------------------------------------------------------
제 26 장 正道第一之美 東方秀麗
순간 짙은 사향 냄새가 풍기며 태궁영의 코를 자극했다.
(쯧쯧.... 사내가 사향 냄새를 풍기다니..... 괴이한 친구로군. 옷차림에
짙은 사향이 풍기는 물건을 가지고 다니다니...... )
태궁영은 혀를 차며 자신의 손에 있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옥잠(玉簪),
일곱 개의 마디로 만들어진 옥잠이었다.
(귀한것인데...... 일곱 개의 마디라면 개방에서 적어도 장로의 서열에 들수가
있는 직위! 아수주개는 대단한 신분이로군. )
그렇다!
태궁영은 아수주개가 준 매듭으로서 아수주개의 직위를 판단하고 있었다.
개방인들은 매듭으로 직위를 나타낸다.
모두 자신들의 신분에는 매듭을 지어 자신의 직위를 나타내고 있었다.
(후후.... 화화신개는 구결(九結) 아수주개는 칠결(七結)! 대단한 신분이군.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의 신물을 왜 나에게 주는 것이지? )
태궁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술 몇 동이를 주었다고 자신들의 신물을 주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때,
"오...... "
"천향국색(天香國色)의 미로다....... "
갑자기 주루가 시끄러워졌다.
보라!
이층의 계단을 밟으며 주루를 들어서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갓 이십세를 넘긴 듯한 아름다운 여인과 그녀를 호위하며 따르는 십여 명의
독수리 같은 장한들이었다.
여인,
인세에 저리도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까?
반듯한 이마에 붓으로 찍어 그은 듯한 너무도 또렷한 아미의 아름다움,
그 아래 명장이 손수 빚은 듯한 태산 준령의 오똑한 코.
그리고......
아, 차라리 말을 하지말자.
그때,
"크크크.... 옥황성의 공주께서 이곳에 천년서생이 있다는 냄새를 맡았군.
그래..... 망신을 당하기전에 사라져야겠군. "
화화신개가 벌떡 일어섰다.
"사부! 같이 가야지...... "
아수주개도 입에 털어넣었던 돼지다리를 집어던지며 일어섰다.
그때,
"어마.... 화화신개 선배님께서 이곳에 계셨군요. "
영롱한 교성을 흘리며 여인이 화화신개와 태구영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크크크.... 천하의 옥황성 공주께서도 본인에게 볼일이 있으시던가? "
화화신개가 술에 취한듯한 걸걸한 음성으로 말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아우.... 난 가야겠네. 훗일날 봄세. "
화화신개가 태궁영에게 하직을 고하며 서둘러 주루의 입구로 다가갔다.
"어머.... 선배님.... 저 때문에 가시는 것인가요. "
여인이 화화신개에게 말을 하며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크크크.... 옥황성의 공주께선 아우인 천년서생에게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어서 일 보게나.... "
화화신개는 웃으며 주루를 벗어났다.
"선배님 죄송해요. 훗일 인사를 드리기로 할께요. "
여인은 사라지는 화화신개의 뒤에 가볍게 포권을 올려 예의를 취했다.
뒤에서 그녀의 곁을 스쳐 아수주개가 빠른 동작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그 시작 태궁영의 귀에는 화화신개의 전음이 울리고 있었다.
"클클클.... 이놈 아우야. 무형이 준 신패를 잘 간직하거라. 그것은 본
신형의 신물이노라.... "
"네가 필요하면 개방 어디에서든 그것만 보이면 되리라. "
"노선배님...... "
"떽.... 형님께 선배라니.... 갈태황 그 늙은이의 부탁을 받고 너를
도울 뿐이다..... 너무 감격해 하지마라. "
점음은 곧 사라져 버린 모양이었다.
(후후...... 장인어른과 무척이나 친한 모양이군...... 화화신개는 나에게
커다란 도움을 줄 수가 있을 것이리라. )
그때,
"천년서생..... 옥황성의 여우에게 깊이 빠져들지 말아. "
나즈막하게 들려오는 아수주개의 음성에 그는 피식 실소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후후.... 괴이한 사부와 제자로군. 그 몰골에 사향을 뿌리고 다니는 몰골이라니... )
그때,
"공자... 같이 합석해도 되겠지요? "
여인은 나직한 교성을 토하며 태궁영의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
(후후.... 이 아름다운 여인이 나의 첩이 될 미남계의 목표인 동방수려란
말이지... 이거 그런대로 기분은 괘찮군. )
그의 가슴속에 기이한 감정과 아울러 뇌리가 재빠르게 회전했다.
그러나,
"물을 필요가 무엇있겠소.... 이미 낭자께서는 앉아계시지 않소이까. "
순간 두 사람의 손이 마주쳤다.
..........
태궁영은 자신의 가슴구석이 뭉클해지는 어떤 충격을 느끼고 가슴에 덜컥하였다.
여인도 역시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눈맞춤에 그들은 어떤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아! 이 사내... 나의 혼백을 빨아들일 것 같은 강렬함이 있어.... )
(아! 인세에 이런 여인이 있었단 말인가.... 미남계가 잘못되면 무산되겠군..... )
그들은 동시에 야릇한 감정에 동시에 몸을 떨고 있었다.
"무슨 일로 본인을 찾으셨소이까? 본 공자는 낭자에게 볼일이 없는 것 같은데..... "
태궁영은 관심이 없다는 듯 자신의 앞에 놓인 술을 들이켰다.
"공자께서 천년서생이라는 소야 태궁영 공자가 확실하온지요? "
여인이 아름다운 미성(美聲)으로 그의 말꼬리를 물었다.
"그렇소만.... 본 공자는 낭자를 알고있지 않소이다..... "
태궁영이 그녀에게 관신이 없다는 듯 다시 한잔의 술을 따라 마셨다.
그러나,
동방수려.... 당신은 이제 본인이 펼친 미남계에 걸려들고 있소......
태궁영의 가슴속에는 다른 뜻의 말이 맴돌고 있었다.
"소녀는 옥황성의 동방수려라고 해요..... 공자의 소문을 익히 듣고
있었어요.... 소녀는 공자에게 어떤 제의를 하기위해 찾아왔어요. "
"난 흥미가 없소.... 술마시는데 흥을 깨지 말아주시오. "
태궁영의 입에서 그녀가 상상하지도 못한 냉담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때,
"건방진 놈... 감히 소공주님께 무례하다니. "
쇄------ 액-------
동방수려의 두에 시립해있던 청의무사가 날렵하게 일검을 뽑아왔다.
그러나,
채----- 앵------
"우욱! "
한줄기 금철소리가 울리며 청의무사가 무려 이장이나 그대로 퉁겨나갔다.
아!
보라,
이내 태궁영의 앞에는 쌍검이 교차되어 태궁영의 몸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거패사령 거웅.... 검의 주인은 태궁영의 호위무장인 거웅이었던 것이다.
"우욱..... 꽤씸한..... "
"놈..... 감히..... 목을 바쳐라. "
채------ 앵------ 창-----
동방수려의 등뒤에 있던 이십여 명의 무사들이 번개같은 몸짓으로 각기의
병기를 뽑아 태궁영을 겨누었다.
"클클클.... 감히 소야님의 앞에서 주둥아리는 나불거리다니.... 간이 부었구나. "
거패사령 거웅이 가소롭다는 듯 쌍검을 예리하게 교차시켰다.
그러나,
"멈춰요.... 누가 감히 검을 뽑으라고 했나요... 감히..... 나는 검을
뽑으라고 명령한 적이 없어요. 이분을 노하게 하지 마세요. "
동방수려의 목소리는 그들의 검을 거두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도의 부랑아들이 우두머리는 잘 두었군..... 덕분에 생명이 길어졌군. "
태궁영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울려나왔다.
그러나 옥황성의 무사들은 함부로 경거망동 할 수가 없었다.
태궁영 뒤에서 쌍검을 뽑아든 거웅의 신위와 몸짓도 그러하지만 자신들을
저지시킨 동방수려의 안색도 그리 맑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감히 실례를 해서..... 본 소녀가 사과드려요. "
태궁영의 안색을 살피던 동붕수려가 깊숙히 몸을 굽혀 사과를 했다.
그녀의 그러한 자태는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었다.
(후후...... 본 공자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겠군. )
딱!
그의 손가락이 튕겨지며 맑은 음향이 주루를 울렸다.
순간,
"부르셨습니까 소야! 소인이 등봉루주(登鳳樓主)이오이다. "
바닥을 구르듯이 한 인물이 달려나왔다.
몸집은 거웅과 비슷한 정도로 온몸에 비계가 붙었고 눈은 초생달같은
형상이었으며 손에는 금빛이 감도는 주판을 거머쥐고 있었다.
그는 금보장이 관장하는 중원오백주루(中原五百酒樓)중 이곳 등봉루를
주관하고 있는 금판상야(金板商爺)였다.
"금판상야! 본 소야는 이 소저와 할 이야기가 있다. 주루의 모든 손님을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하고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마라. "
"존명. "
금판상야의 허리가 깊숙이 굽어지고 그의 신형은 손님들 사이를 헤집었다.
순간,
"오 저 분이 천년서생이시다. "
"오! 저 분이 황금신의 손자이신 소야님이시다. "
주루에 있던 손님들이 소야를 쳐다보며 감탄의 소리를 토하며 서둘러
이층루각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루주! 오늘 이 자리에 있던 손님들의 음식값을 하나도 받지 말도록! 손해본
것은 본야(本爺)가 모두 배상해 주겠다. "
"존명. "
루주 금판상야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객들에게 사정설명을 하자 주객들은
오히려 기분이 좋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주루에서 사라져 갔다.
잠시후 주객뿐만 아니라 금판상야까지 사라져버린 주루에는 소야와 거패사령,
그리고 동방수려와 옥황성의 고수들 뿐이었다.
딱---- 딱------!
한순간 태궁영의 손에서 다시 맑은 음향이 두 번 울렸다.
그때,
스------ 스----- 슷,
벽과 지붕 그리고 마루밑에서 연기가 스미듯이 열 여덟 개의 환영이 피어올랐다.
한결같이 신태비범한 기도를 지닌 스물 안팎의 젊은 고수들이었다.
(이.... 이럴 수가... 이토록 지척에 고수들의 잠복이.... 도대체 이들의
무공은 어느정도인가! )
찰라지간 동방수려의 미간에 짙은 회의감이 지나가고 있었다.
(금보장... 황금만 노리는 상귀들이 아니었다.... 가공한 무위의 소유자들..... )
진정으로 동방수려는 놀라움의 외침을 토하고 있었다.
"소야금보대에게 명한다. 주루를 물샐틈 없이 막아라. 한 마디도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아니된다.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말아라! "
"존명. "
스스스----- 슥------
소야금보대는 희미한 파공음을 울리며 나타났던 곳으로 다시 사라졌다.
어떤자들은 벽속으로 어떤자는 지붕속으로......
심지어는 탁자속과 마루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제서야 동방수려의 뒤에 서있던 십인의 청의무사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들은 옥황성 청의대(靑衣隊) 소속의 특급무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소야금보대의 무위에 뼈빠지는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던 것이다.
"가공하군요.... 그들은 누구죠? "
동방수려가 감탄하며 신음을 토하며 물었다.
"본인은 무공을 모르오! 그들은 본인의 신변을 보호하는 호위들이오이다. "
태궁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잔의 술을 따라 마셨다.
"소저도 한잔 드시겠소? "
태궁영의 한마디에 동방수려는 빙그레 웃으며 술잔을 집어들었다.
쪼르르륵-----
태궁영은 술병을 들어 그녀의 손에 들린 잔에 가득 채워 주었다.
"소저 이제 본인을 보고자 했던 이유를 말해 보시오! 본인은 소저가
천기서원에서부터 본 공자를 따르고 있음을 이내 눈치채고 있었소이다. "
"아----- 그랬던가. "
이미 그는 천기서원에서부터 자신을 따르는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것을 아고 있었다니.... 이, 이야기가 조금은 수월해지겠군요. "
동방수려는 술잔을 놓으며 아름다운 미성을 토해내었다.
"본인은 소저께서 본 공자를 추적하는 이유를 알고싶소. 이유가 합당치 않으면
본인을 암살하려고 했다고 판단해 버릴 것이오. "
태궁영은 족므 장난스러운 말을 토했다.
"호호... 다행히 살수가 아니라서 다행이군요. 소녀는 공자께 한가지 제안을
하려고 왔어요. "
"그것은 아까 들은 말이오..... 그 제안이 무엇이오? "
"호호.... 소녀는 공자께서 소녀의 이야기에 흥미가 당기리라고 생각해요.....
공자는 천통의 재질을 가지셨고 더구나 황궁의 부마에 십매어사
(十梅御士)이니까요. "
그녀는 태궁영의 신분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말투였다.
"하하.... 그래요..... 소저는 본인의 비밀을 너무 많이 라고 계시군요. "
"그래요. "
그녀는 차분한 웃음을 흘리며 냉철하게 대답했다.
그때,
히죽,
태궁영이 가볍게 검미를 찌푸리며 미소를 보냈다.
오오!
그 황홀한 미소,
(윽.... 천년쌩의 눈은 너무 신비해.... 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
그녀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옥용을 빨갛게 물들여 버렸다.
"소녀는 공자께서 마운살루의 살수들의 요격을 받았음을 알고 있어요. 소녀는
공자의 안전과 생명의 보장을 지켜드리기로 했어요. "
그녀의 입가에서 맹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본 공자의 목이라.. 그것은 커다란 거래가 될 수 있겠군. 그래. "
그러나,
(후후.... 동방수려, 너도 이미 본 소야의 미남계에 걸려들었다. )
태궁영의 마음속에 울려퍼지는 웃음,
"본 성에서 공자를 군사(軍師)의 예로 초빙하겠어요. 그 대가로 공자의 금보장
전 세력을 본 옥황성에서 목숨을 걸고 돌봐드리죠. "
"호! 과연 내 목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군... 옥황성은 무엇인가 커다란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군.... 하하하. "
태궁영은 어이없다는 듯 커다란 웃음소리를 토했다.
"공자, 중원은 혈운에 잠겨가고 있어요. 이미 중원 십이강 중 사강(四强)이
중원을 짓밟고 있어요. "
"이미 알고 있소..... 그것은 당신들 옥황성을 치기위한 것이 아니오. "
태궁영은 조금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하지만 그들이 옥황성을 친다면 중원은 설땅이 없어요. 당신의 기반은
물론 당신의 처가인 황궁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예요. "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는 것이었다.
"소저의 말은 어느정도 알고 있소. 그러나 난 혈풍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소이다.
본인의 재주만으로도 본 공자의 기반은 견디어갈 수가 있소. "
그러나 태궁영은 여전히 냉랭히 대답할 뿐이었다.
"공자! 우리는 천문대학사제 당신의 정기(正氣)에 대해서 이미 듣고 왔어요.
당신은 이 난세를 헤칠 난세의 구성(求星)이예요. "
그녀의 음성은 간곡하게 변해갔다.
"아니요. 난 난세의 구성이 아니요. 책을 파는 서생일 뿐이오. 더구나 난 무공을
모르오. 무림의 세계는 무공이 모든 것을 말한다고 알고있소. "
태궁영은 자신의 입장을 반복해서 알렸다.
"상관없어요! 열명의 용장보다는 한명의 지장이 승리하는 법, 우리는 당신의 그
통천가공(通天可恐)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예요. "
그녀의 음성은 울먹임이 되었다.
(흐음..... 이제 눈물까지 동원하는군. 이제 슬슬 시작해 보도록 할까. )
아니 도대체 무엇을 시작한단 말인가?
"본인은 그대와 옥황성의 청을 도와준다면 당신은 본 공자에게 무엇으로 보답할
것이오. 본인은 무공이 없어 언제 죽을 지 모르잖소. "
그의 말에 동방수려의 미간에 희미한 빛이 일렁이다가 사라졌다.
(조금의 희망은 있어.... 이분을 잡아야 돼 그래야 중원이 살아날 수가 있어. )
"소녀가 항상 당신의 호위가 되겠어요. 그리고 저분 거패사령이란분과 아까
보았단 소야금보대의 무공은 당신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잖아요. "
그녀의 음성은 완전한 애원의 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후후후..... 이제 슬슬 마각(馬脚)을 드러내 보일까..... )
태궁영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좋소! 난 중원을 건질 수가 있는 지혜를 가졌다고 장담하오. 당신들이 말하는
정도를 도와 마세(魔勢)를 물리쳐 보겠소. "
"고마워요... 저는.... 옥황성내의 부군사(部軍師) 신분이에요. 이제 공자께서는
본 옥황성의 군사가 되었어요. "
그녀는 자신의 품속에서 황금색이 일렁이는 하나의 패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옥(玉).
패의 전면에 아름다운 필체로 새겨진 단 한자였다.
패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어른의 손바닥 만큼이나 커다란 것이었으며
뒷면에는 승천하는 용(龍)의 그림이 곧 날아갈 듯 새겨져 있었다.
태궁영은 패를 받아 자신의 품속에 갈무리 하였다.
순간,
"군사를 뵈오이다. "
동방수려의 뒤에 서 있던 십여 명의 무사가 허리를 꺾으며 부복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감탄의 기색과 어떠한 일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넘치고 있었다.
동방수려의 얼굴에도 안도감과 짙은 성취감이 어려 있었다.
(후후... 동방수려.... 넌 나의 첩이 되고 말게야..... 그것은 어떤 변동이
있어도 기정사실이다! 변동이란 있을 수가 없어. )
태궁영의 입가에 가는 미소가 어렸다.
"부군사! "
태궁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동방수려를 불렀다.
순간,
동방수려는 어떠한 생각에 빠져 있었는지 그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들었고 그녀의 얼굴엔 온통 홍조가 물들고 있었다.
(후후..... 동방수려.... 당신은 환영에서 헤어날 수가 없을거야! 당신은 이미
본인이 펼친 색안미령공(色眼美靈功)에 제압당하고 말았지! )
아아! 어느새,
"본 군사는 열흘 뒤에 스스로 옥황성에 들도록 하겠소. 본인은 그전에 해야할
일이 있소. 돌아가서 기다리시오. "
그의 입에서 온유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27 장에 계속
[3065]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27 장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29 10:04 읽음 :1591 관련자료 없음 ------------------------------------------------------------------------------
제 27 장 血海帝后의 危機
밤(夜),
스스스슥.......!
문득 바람과 같은 낮은 파공성이 울리며 수많은 인영(人影)들이 나타났다.
창백한 달빛속에 드러나는 수없이 많은 인영들,
하나--- 열--- 백---- 일천(一千)----- 일만(一萬)-------
적어도 만여 명은 넘을 듯이 보이는 각양각색의 인영들,
아!
수없이 많은 인영들이 나타나는 이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대명태산(大明太山).
호북성(湖北省) 우성관(宇城關)에서 하남성(河南省)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대산으로 열 네 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무기제조의 음뜸으로 치는 묵옥강철(墨玉鋼鐵)의 생산으로 유명한 곳.
그러나 그것은 주로 호북성 방면에서 생산된다.
대명태산의 하남성 방면은 워낙 깊고 음침한 산과 계곡이 첩첩(疊疊)이어서
그누구라도 심지어 맹수라도 다니기를 꺼려한다.
검극(劍極)처럼 치솟은 날카로운 암석군(巖石群)과 수백 장에 이르는 날카롭고
매끄러운 절벽은 가히 나는 새의 발걸음조차 거부한다.
그 중,
수회곡(獸回谷),
산천을 울리는 맹수들조차도 돌아간다는 험곡 중에서도 더욱 험곡인 곳으로
이름이 말해주듯 글자 그대로 죽음의 계곡이다.
호리병같은 지세로서 넘나들기조차 힘이 든 지형이다.
바로 이 수회곡에서 묵옥강철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 맹수조차 피해간다는 수회곡 주위에 수많은 인영들이 나타난 것이다.
대체 누구이기에 험난하기로 소문난 대명태산의 호혈인 대명태산 제일사곡
(第一死谷) 수회곡에 나타났단 말인가?
이미 묵옥강철의 산지로서는 이름을 잊은지 오래된 곳이 아닌가?
설사 도적이라도 해도 묵옥강철은 얻지 못하고 허탕을 치게 되리라.
"....... "
"........ "
그들은 수만명의 무리들임에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하게 정렬했다.
누가 숨만 크게 쉬어도 소리가 울릴듯한 너무나 조용한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
십일인(十一人),
한 명의 홍의경장을 차려입은 여인과 백발이 성성한 열명의 노인이었다.
그들은 수회곡을 노려보고 있었다.
지옥(地獄)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을씨년스러운 마운(魔雲)이 감도는 수회곡,
문득,
홍의경장을 입은 여인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아, 잔광(殘光)에 반짝이는 경국지색의 갈색피부를 가진 미인,
아름다움과 아울러 온몸에 신성스럽기조차 한 패도(覇道)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미인,
이 세상에 그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인은 단 한명 뿐이었다.
사해제후 어혜화!
바로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와 수명의 무인들은 자신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문득,
사해신후는 싸늘한 안광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해경단! 네놈들이 감히 본 해왕도를 건드리다니... 그냥 두지 않으리라.
천참만륙을 해 고기밥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리라. "
그녀의 입에서 한기(寒氣)가 풀풀 날리는 음성이 토해져 나왔다.
한순간,
"쳐라! "
사해제후의 교갈이 수회곡의 수목을 울렸다.
"와---- 아! "
"쳐라! 동료의 원수를 갚아라! "
"크흐흐흐... 감히 본 해궁도에 피를 흘리다니....... "
마치 벌집을 뛰쳐나온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수회곡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몸을 덮쳐가는 남해 칠십이군도의 무인들,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드높던 그들도 수회곡에 들어서자 일순 멈칫했다.
정적,
분명 해경단의 무리들이 이곳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건만 수회곡은 너무나
조용하기만한 것이 그들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눈앞에는 무수한 전각이 세워져 있건만 수회곡은 조용하기만 했다.
사해제후와 십대도주,
그들의 안색이 일순간 창백하게 변했다.
"함정이다! 전군(全軍)은 회상미리진(廻像迷里陣)을 펼쳐 기습에 대비하라! "
사해제후의 뾰족한 교갈이 수회곡을 울렸다.
돌연,
팟-----
퍼퍼----- 퍼펑-----!
하늘에 수십 개의 폭죽이 오르며 수회곡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순식간에 노출되어 갈팡질팡하는 수만 명의 남해군도의 절정고수들이 보였다.
남해의 절정고수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 갈팡질팡 진이 흩어졌다.
"이..... 이럴 수가! "
사해제후의 입에서 망연한 탄식이 입술을 비집고 미어져 나왔다.
그 순간,
"크흐흐.... 천둥벌거숭이같은 계집, 감히 중원십강인 마운살루로 들어오다니! "
"크크크.... 마운살루의 힘을 보여주지! "
"클클클...... "
여기저기서 비릿한 살소가 울리며 검은색 일색인 흑영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들의 마소(魔笑)와 그들의 신형이 드러나는 순간,
"허----- 헉! "
"해경단이 아니라 살수집단 마운살루였단 말인가? "
"이...... 이럴 수가! "
남해의 무인들이 대경실색하여 우왕좌왕하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 당황함과 곤혹감, 공포와 경악이 삽시간에 그들을 휩쓸었다.
아아......! 그 누가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지상최고의 살수집단(殺手集團), 그 공포의 마운살루를.......
사해제후,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녀의 옥용에도 당혹과 경악의 기색이 역력했으나 곧 일문의 종사(宗師)답게
냉정한 이성을 회복하고 교갈을 터뜨렸다.
"적이 비록 살수집단 마운살루(魔雲殺樓)라고는 하나 우리 또한 천년의
역사를 지닌 해궁이다. 모두 맞서 싸우며 이녕(夷寧)으로 퇴각하라! "
그렇다.
거함(巨艦)을 띄우고 있는 이녕까지만 퇴각하면 그들은 두려울 것이 없으리라!
휘------ 익!
사해제후는 교구를 앞으로 날리며 양손에 공력을 주입시켜 뿌려내었다.
와르르----- 르릉------
쾅!
그녀의 손에서 새파란 강기가 쏟아지며 천번지복의 폭음이 일어났다.
챙------
일순 그녀의 손에는 청광(淸光)이 피어오르는 두 개의 쌍검이 쥐어지며 맑은
금속성이 밤하늘을 울렸다.
짙푸른 청룡이 곧 뛰어나올 듯 찬란한 청광을 뿜어내는 검이었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불꽃에 반사되어 더욱 찬란한 청광을 뿌려내는 만고의 신병(神兵),
청룡해왕검(靑龍海王劍)!
고금십대천병(古今十大天兵)중 수위(首位)를 차지하는 검중지왕(劍中之王).
그것의 찬란한 모습이 용의 현신처럼 드러나고,
"해파파섬일검류(海波破閃一劍流)! "
츠와아아-----
츠츠츳츳츳------
새파란 검기가 대지를 가를듯이 무서운 파공성을 울리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너무나 가공한 검기로 모든 것을 초토화시킬 듯 무섭게 마운살루의 고수들에게 쇄도했다.
한순간,
쐐애------ 애액!
콰---- 르---- 르---- 릉----!
엄청난 강기와 부딪친 공기가 파동을 일으키며 엄청난 폭음을 울렸다.
폭음속에서도 찬란한 검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크---- 아---- 악! "
"커흐흑! "
폐부를 온통 찢어버리는 단말마가 장내의 공기를 공포로 젖게 만들었다.
드디어,
해궁(海宮)의 고수들과 마운살루의 고수들과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헌데,
오오..... 이럴수가?
이것은 차라리 도살이라고 말을 해야 할 것이다.
남해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해왕도와 남해의 칠십이군도의 초절정 고수들이
속절없이 피를 뿌리며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운살루의 살수들은 형체도 드러내지 않고 살겁을 자행하고 있었다.
오직 사해제후와 칠십이군도주만이 근근히 형세를 유지하는 형상이었다.
사해제후,
그녀의 옥용에 서리가 내리듯 화기가 풀풀 날리며 싸늘하게 굳어갔다.
보라!
"커흐흑! "
"으아아---- 악! "
여기저기에서 피를 뿌리며 허수아비처럼 쓰러져가는 남해의 절정고수들.....
마운살루의 살수들은 어둠속에서 정확한 살수(殺手)를 펼쳐내고 있었다.
암중의 살수--- 그것은 마운살루에게 있어 평상시에 하는 일이 아닌가?
급기야 사해제후의 몸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분노의 일갈을 토한
사해제후도 전권(戰圈)을 향해 교구를 날렸다.
"노도검(怒濤劍)---- 파천황(破天荒)! "
휘류류류----- 파파파----- 팟!
엄청난 검기(劍氣)의 파도가 그물처럼 갈라지며 마운살루 암객(暗客)들의
머리를 향해 가공한 속도로 쇄도했다.
"크아아악! "
"크흑..... 으아아악-----! "
마운살루가 제아무리 암중활약하는 살수들의 집단이라고는 하나 사해제후의
엄청난 공력과 무위 앞에서는 피떡을 면하려고 꼬리를 사리기에 급급한
실정이었다.
피! 피! 피!
아수라(阿修羅)의 지옥도(地獄圖)가 따로 없었다.
바닥은 핏물로 메워지고 어느덧 수회곡은 피로 물들어 검은색을 띠던 수회곡의
암토(岩土)가 아예 검붉은 색으로 변해 버렸다.
사해제후와 남해의 패자 남해칠십이군도주들,
그들의 무공이 아무리 개세적이라고 하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운살루의
살객(殺客)들 앞에서는 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숫자는 사해칠십이군도의 무웅들이 많을진데 마운살루의 고수들은
자꾸자꾸 연기처럼 스며나와 베어도 끝이 없었다.
더구나 적들은 살수들로 이루어진 암중살객들이 아닌가.
그들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하기 전에 속절없이 쓰러져야만 했다.
그러나 바다를 주름잡으며 거칠 것 없이 승승장구하던 남해의 패자들은
회복불능의 엄청난 타격을 입으며 서서히 쓰러져가고 있었다.
"아아..... 이럴 수가! "
비틀......!
사해제후(四海帝后) 어해화(漁海花)!
남해해궁의 총사이며 남해의 재녀(才女)인 그녀의 몸이 심하게 비틀거렸다.
이미 그녀의 전신은 온통 피투성이였으며 머리카락은 헝클어질대로 헝크러지고
입고 있던 옷은 마치 걸레쪽처럼 찢어져 눈부신 속살이 피로 물든 채
노출되었다.
"아아! 본도가 이처럼 무참하게 무너져야 하다니...... "
사해제후의 맑은 눈에서 피눈물이 뿌려졌다.
"크흐흐.... 제후, 몸을 피하시어 훗일을 도모하심이..... 어서 피하소서... "
그녀의 곁에서 병기를 휘두르던 십대도주들이 이구동성을 토했다.
"난 이곳에서 형제들의 원한을 갚겠어요. 어서들 가세요! "
사해제후는 눈물을 뿌렸다.
"제후! 이곳은 신이 맡겠소이다. 어서 해남도로 돌아가 뒷날을 기약하시오! "
제삼도주(第三島主) 해상비구(海上飛狗)가 나섰다.
"노신도 있겠소이다. "
제오도주(第五島主) 혈해타엽(血海打葉)이 나섰다.
"노신도..... 남겠소이다. "
"노부도..... "
삼인(三人),
다시 삼인의 제도주(帝島主)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섰다.
"아아.... 안돼요. 죽으려면 함께 죽어요. "
서해제후의 창백한 옥용에 피눈물이 흐르며 심하게 도리질을 친후 그들의
뜻을 거부하며 비장한 각오로 검을 치켜 들었다.
이어, 그녀는 이를 바드득 소리가 나도록 갈아붙였다.
"더이상 도망갈 수는 없다. 천년간의 영화가 나에 의해 무너짐에 참을 수가
없어요. 조사들께 무어라고 말을 하지요! "
휘------ 익!
그녀의 신형이 덮쳐오는 마운살루의 고수들에게 쏘아갔다.
그러나,
꽝!
"커흑! "
사해제후는 무거운 신음을 토하며 날아갈때보다 더욱 빠르게 속도로 퉁겨나왔다.
"앗! 제후.....! "
"앗! "
신음성을 토한 열명의 노인들이 달려가 땅에 널브러져 피를 토하는 제후를 부축했다.
그들의 앞,
온몸에 검은 천을 두르고 얼굴이 각이 진 용맹의 상(像)을 가진 중년인이 서 있었다.
온몸에서 살수가 아닌 용맹스러운 마기(魔氣)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마웅의 기가 아니라 패웅(覇雄)의 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얼굴에는 요기(妖氣)가 흐르고 있었다.
"누..... 누구냐! "
제육도주(第六島主)인 수룡천황(水龍天皇)이 기절할 듯 놀라 물었다.
"흐흐흐.... 본인은 마운살루의 루주(樓主) 암흑천황(暗黑天皇)이라 하오. "
중년인은 음산하게 웃으며 혈해타옹의 품에 안긴 사해제후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서 음산한 요기가 피어 올랐다.
그때,
"괘씸한..... 내 참을 수 없다! "
사해제후가 섬전같이 몸을 날리며 검화(劍花)를 피워 올렸다.
"흐흐흐..... 계집! 스스로 노부의 품에 안기려고 발버둥을 치는구나! "
암흑천황은 음소를 흘리며 쌍수를 기쾌하게 뻗어내었다.
한순간 암흑천황의 쌍수에서 가공할 홍색기류가 빛살처럼 뻗어나갔다.
그의 무공은 가공지경..... 바로 그것이었다.
쾅------!
"아악-------! "
사해제후는 가뜩이나 부상이 극심한데다 과다출혈의 상태에서 거친 격돌을
일으키자 입에서 피화살을 뿜으며 비명과 함께 날아갔다.
"제후...... "
"앗! "
열명의 도주들이 대경실색하여 신형을 날렸다.
허나,
"크크크... 어딜! "
"흐흐흐.... 늙은이들! 멈추어라! "
어느새 그들을 포위한 마운살루의 흑의인들이 공격을 퍼붓는 것이 아닌가!
한편,
"으으..... "
사해제후는 땅에 쓰러진 채 다가오는 암흑천황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
암흑천황의 눈은 그녀의 터질듯한 젖가슴과 아슬아슬하게 드러난 그녀의
옷자락 사이를 보며 탐욕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크크크.... 계집! 마침 본좌에게 첩이 필요했거늘..... "
"으흑! 색마! 멈추어라! "
허나 이미 내공이 고갈되고 무력해진 사해제후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암흑천황은 그녀의 탐스러운 육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흐흐흐.... 탐스러운 육체로구나. 흐흐흐...... "
뭉클.....
암흑천황은 눈가에 색기(色氣)를 풍기며 서슴없이 사해제후의 젖가슴을 덥썩 움켜 잡았다.
"아악! 색마.....! "
사해제후는 그만 졸도할 지경이었다.
(아흑! 내가 색마에게 걸리다니.... 차라리.... 아! 선조시여....! )
그녀는 혀를 깨물기 위해 혀를 이(齒)에 올려 놓았다.
그녀는 일대의 패자로서 누구도 두려운 것이 없었으나 그녀는 여인이었기에
순결을 더럽히면서까지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흐흐흐.... 과연 풍만한 계집이로다. "
찌이----- 익----!
마침내,
암흑천황의 마수는 그녀의 홍의경장을 거칠게 찢어내고 말았다.
출렁!
그녀의 풍만한 육봉이 부끄러운 듯 천공을 향해 불끈 솟아올랐다.
사해제후는 눈을 질끈 감으며 혀를 끊어 죽어리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문득 한가닥 장난기어린 전음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후후.... 그러니까 여인이란 자고로 얌전하게 밥짓고 빨래나 하는 것이
아름다운 현상이거늘 분수넘게 날뛰니 그런 꼴을 당하지. 쯧쯧..... "
(........! )
사해제후는 그만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그녀는 엉겁결에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아니, 저..... 저럴수가......! )
그녀는 아연실색하여 가슴으로 치밀어오르는 격동을 참아야 했다.
그녀가 쓰러져 있는 허공에 한명의 인영이 표표히 떠있는 것이 아닌가!
그냥 떠있는 것도 아니고 허공에 누워있는 영준한 미소년(美少年)이 비스듬한
자세로 히죽 웃으며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용의 승천(昇天)이 그려진 용포(龍布)에 포룡건을 쓴 신비한 미소년,
누군인가?
두 눈에는 천하를 담고 있었으며 입가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년,
이 세상에 그러한 인상을 가진 사람은 단 한사람 뿐이었다.
태궁영!
헌데,
(어떻게.... 암흑천황이 조금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
사해제후는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문득 궁금증이 솟았다.
이때,
그녀의 귓가로 태궁영의 나직하고 장난스러운 전음이 들려왔다.
"자네의 가슴은 너무도 아름답군. 그런데 자네는 천무황국과 무슨 이유가 있지? "
무슨 소리인가?
"너의 뽀얀 가슴위에 올려진 목걸이의 그림은 분명히 본국의 그림인데 말이야.... "
그랬다.
홍의자락이 찢겨져 뽀얗게 젖가슴을 드러낸 그 위에 하나의 목걸이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순간,
본국이라는 말을 듣자 일순간 사해제후의 옥용이 밝아졌다.
제 28 장에 계속
[3066]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28 장 3권 끝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29 10:06 읽음 :1646 관련자료 없음 ------------------------------------------------------------------------------
제 28 장 白海海精
그때,
태궁영이 찡긋 눈을 감으며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어때? 우리 협상하는 것이, 난 백두 명의 첩이 있지. 그 늙은 색마의 노리개가
되는 것보다는 천무황국의 태자인 나의 백 세 번째 첩이 되는 것이 좋을거야. "
태궁영은 그녀의 가슴에 걸린 목걸이의 문양(文樣)을 보고 자신의 신국(神國)인
천무황국이 지상에 남겼다는 외궁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가 막힌다.
맙소사......
바다의 제황이라는 사해제후는 세상에 태어난 이래 그와같은 모욕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뭐? 백 세 번째 첩이라고.......? )
그녀의 얼굴에 격분의 자욱이 어렸다.
그녀는 미처 그가 천무황국의 태자라는 말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너 첩이 되어주면 너의 해궁을 도와주지. 너의 해궁을 도와 마운살루를
없애주지. 후훗..... 뭐 강요하는 것은 아니니까 싫으면 관둬.... "
"흐흐..... 굉장한 미색이로다. "
암흑천황은 아무것도 모르고 입에 침을 흘리며 이번에는 그녀의 소중한 부위
삼각의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살...... 살려줘요! "
그만 다급해진 사해제후 어해화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봇물터지듯 세찬
고함소리를 토해내고 말았다.
"........? "
느닷없는 그녀의 행동에 암흑천황은 어리둥절했으나 곧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흐흐.... 네놈이 탐나는데 누가 죽이기라도 한다더냐? "
그의 손이 깊은 곳으로 들어갈 찰라.
"하하하..... 감히 남의 아내의 육체를 주무르다니...... "
태궁영의 웃음소리에 암흑천황은 대경하여 고개를 쳐들었다.
"헛! 누.... 누구냐? "
그의 눈에 허공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태궁영의 모습이 들어왔다.
"헉! 어찌 인간이 저..... 저리...... "
암흑천황은 미처 말을 맺을 사이도 없었다.
"마운살루라! 그러면 나를 알고 있겠군. 자네는 나를 노렸으니까. "
"헉! 네놈은 금보장의 소야.... 네놈이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니.... "
비로소 암흑천황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러나 그는 불안감을 떨쳐버리려는 듯 가공할 기세로 그에게 덮쳐왔다.
"크흐, 잘만났다. 그러지 않아도 네놈을 제거하기 위해 중원으로 나갈 계ㅎ이다.
자, 받아라! 암흑일살형(暗黑一殺形)! "
순간 태궁영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으음.... 가공할 무위를 지녔군. 진정 일파의 지존답다. 급한 것이 흠이로군! )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후후...... 본인도 위력을 보려주마. 유림한섬무극장(儒林寒閃無極掌)! "
그의 손에서 유현천자공(儒賢天子功) 중 유현무극십팔수(儒賢無極十八手)의
제사식(第四式)이며 유림의 전하는 비공의 정화로 모여진 장법(掌法)이 펼쳐졌다.
순간,
우르르르.......
쿠르르르......
쌍방간에서 무서운 경기가 주위의 모든 것을 바스러뜨리며 맞부딪쳐갔다.
암흑천황의 손에서는 칠흑같이 검은 강기가 솟아올랐으며 태궁영의 쌍장에서는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차가운 한기가 깃든 백색강기가 표출되었다.
콰앙--------!
"크---- 아---- 악! "
엄청난 격타음에 이어 찬란한 경기가 수회곡을 뒤흔들었다.
보라!
암흑천황의 몸은 얼어붙어 얼음덩어리가 되어 날아가고 있었다.
쾅-----
날아가던 암흑천황의 몸이 거대한 전각이 한부분에 부딪쳤다.
그런데..... 보라!
얼음조각이 부서지듯 암흑천황의 몸이 조각조각 부서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일초(一招),
단 일초만에 암흑천황은 황천으로 가버리고 만 것이다.
"으으.... 저럴수가! "
"으으..... 가공의 무학이다! "]
경악의 표정은 마운살루나 남해칠십이군도의 모든 무인들에게 공동의 것이었다.
태궁영은 자신의 일수에 그러한 결과가 나오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듯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그대로 굳어 있었다.
(이런..... 내 내공을 내 자신이 주체하지 못하다니..... 알아볼 것도 있었는데.... )
그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한순간,
"명한다! "
태궁영이 한소리 호통을 토하자 어디선가 바람같이 인영들이 나타났다.
스스스---- 슷!
"명을 받드오이다. "
신태비범한 다섯 명의 인영은 나타나자마자 태궁영에게 깊숙히 부복했다.
그들은 각기 남녀노소 골고루 섞여 있었으며 은은히 풍기는 기도는 가히 엄청난
것이었다.
"도살(屠殺)을 실시한다. 오개대주(五個隊主)는 목을 걸고 추적하여 마운살루의
잡졸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주살하라! "
"존명! "
그들의 말소리가 끝났을 때에는 이미 그들의 신형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섯 개의 대(隊).
각기 금보장과 만마궁에서 태궁영을 따르게 한 다섯 개의 호위조직과 황궁의 비밀조직,
소야금보대(少爺禁保隊),
비밀어사외궁호위대(秘密御士外宮護衛隊),
만마감찰수호대(萬魔監察守護隊),
홍의나찰단(紅衣羅察團),
정보비류단(情報飛流團),
이들 다섯 개의 조직은 각기 황궁과 만마궁, 금보장에서 파견된 그의 비밀위사들이다.
그중 홍의나찰단의 단주는 홍의나찰 화서군으로서 그녀도 자청하여 그를 따르고 있었다.
한순간,
"크아아악! "
"컥! "
여기저기에서 신음소리만 들릴뿐 아무런 파공성도 울리지 않았다.
태궁영은 시선을 돌려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해제후 어해화를 내려다 보았다.
"쯧쯧... 옷차림이라니..... "
태궁영은 혀를 차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해화의 얼굴에 창백한 냉기가 스쳐 지나갔다.
사실상 그녀의 옷은 찢겨져 거의 벌거벗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태궁영은 다가가 그녀를 안아들었다.
"귀하..... 제후를 어찌하시려고..... "
도주들이 그를 제지하자 태궁영이 불같은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당신들도 책임이 크오. 어찌 아녀자로 하여금 이 험악한 세계로 들어왔소. 차후
당신들을 문책하겠소. 쯧쯧.... 기다리지 않고.... "
"...... "
그의 말에 제도주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만 멍청해지고 말았다.
"아가씨,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
태궁영은 자신의 품에서 묵령강석(墨靈强石)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패를 꺼내었다.
순간,
"신(臣)이 태자를 뵈오이다. "
어떨떨해 있던 사해제후가 급히 허리를 굽혀 부복의 예를 취했다.
"........ "
"........ "
일순 주위에 둘러서 있던 도주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태궁영은 손을 뻗었다.
"자, 귀여운 아가씨, 이 낭군이 당신의 상처를 돌봐주겠소. 이거 백 세 번째
첩의 몰골이 형편없는데...... "
사해제후 어해화는 그만 할말을 잊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비록 엉겁결이긴 했지만 그녀는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정..... 정말 나를 첩으로..... "
그녀는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정신의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두분은 이곳에서 호법을 서주시오. 난 내 첩의 상처를 살피고 오겠소. "
슷!
태궁영은 어해화를 안고 그대로 신형을 숨겨버리고 말았다.
× × ×
커다란 동굴 안,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한명의 인영은 누워있었고 또 한명의 인영이 앉아 있었다.
태궁영과 사해제후 그들이 아닌가.
그런데 사해제후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드러내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쩝.... 그냥 장난좀 쳐보려고 했는데.... 이것 치료가 힘들게 되었는데. "
태궁영의 입에서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랬다.
이미 사해제후의 의상은 말끔히 치료되어 있었으며 차라리 더 아름다운
자태를 보였다.
"하필이면 회음혈(會陰穴)이 막힐게 무어람. "
회음혈,
여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급소로서 십팔대혈(十八大穴)중 가장 중요한
혈(穴)이 여인에게는 이 회음혈이다.
그런데 회음혈이 막히다니....
난감한 일이 아닌가?
회음혈은 여인의 비소에 있어 여타의 방법으로는 함부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있다면 오직 남자의 강한 열양지기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음양교합(陰陽交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 난감하군. "
그때,
"소야, 그녀는 태자(太子)의 신민(臣民)이예요. 설사 음양교합이라 할지라도
그녀를 살려야해요. 더구나 그녀의 체내에는 당신이 찾고자하는 해정이 있어요. "
나즈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 그녀는 홍의나찰 화서군의 목소리가 아니고 그 누구랴.
그녀는 이미 밖에 와 있는 모양이었다.
"태자, 간곡하게 부탁드리오. 사해제후를 살려주시오. 지금 이곳에서 그녀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은 당신 소야밖에 없소이다. "
다시 남해제도주들의 전음이 들려왔다.
그때 태궁영의 눈이 바닥에 누워있는 사해제후 어해화를 내려다 보았다.
이미 검붉은 색으로 변해버린 사해제후의 몸은 산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쩝.... 이제 일각도 남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설마 나에게 잃어버린
순결을 찾아달라고 하지는 않겠지. "
그가 옷을 훌훌 벗어던졌다.
순간,
"감사하오이다. 이제 남해의 모든 군도(群島)는 소야를 따를 것이오. "
남해제도주들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흥! 누구는 좋겠네. 맨날 여인이나 껴안고 있고... 흥! 흥! "
나직한 여인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뚫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홍의나찰 화서군의 질투섞인 목소리가 아닌가?
(후후.. 그저 여인들의 질투심이란..... 너무 걱정마시오. 화서군, 언젠가는.... )
(좋다! 이 여인을 품겠다. 해정(海精), 그것을 얻어야 본 황국(皇國)을 깨울
수가 있는 것, 또 이러한 여인이라면 누구나 마다하지 않으리라! )
태궁영은 힘차게 어해화를 잡아 끌었다.
"웃! "
그러나 태궁영은 신음을 토해야했다.
차가운 한기가 그의 배심을 통하여 강하게 스며들어 그의 단전을 자극했다.
그러나,
태궁영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여인의 비소 깊숙히 삽입했다.
"으.... 추워! "
태궁영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타고 스며드는 한기에 한순간 몸을 떨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단할 수는 없는 것,
그러나 여인의 몸은 완전히 석인(石人)을 방불케 하는 듯 굳어있어 태궁영은
온몸에 땀을 비오듯 흘러내어야 했다.
허나,
태궁영은 그녀를 살려야 한다는 강한 집념을 가지고 자신의 허리를 움직여
여인의 비소에 막혀있는 회음혈을 향해 열양강기를 불어넣었다.
태궁영은 그녀의 몸에 있는 백해해정(白海海精)마저도 유입하여 천무황국에
들어갈 수 있는 무공을 얻어야했다.
힘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강한 바다의 힘을 얻어야 할 것이다.
그 힘이 바로 사해제후의 잠재된 힘인 것이다.
얼마나 흘렀을까?
여인의 몸이 가볍게 꿈틀했다.
(아... 막혔던 회음혈이 뚫리고 있다. 조금만 더 힘을..... )
태궁영의 이마에 땀을 흘렸다.
회음혈은 여인의 욕정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여인에게 있어 치명적인 급소였기
때문에 함부로 강한 힘을 쓸수가 없는 곳이었다.
따라서 태궁영은 거대한 힘을 조금씩 증가시키며 여인의 막힌 회음혈을 점차
뚫어가고 있는 것이다.
"으음....... "
여인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순간,
쾅-----
여인의 몸이 들썩이며 회음혈에서 거센 격타음(擊打音)이 울리며 여인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제 되었다..... )
태궁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여인의 몸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그런데,
여인의 손이 갑자기 그의 목을 휘감으며 강한 힘으로 조여오는 것이 아닌가.
그가 여인의 회음혈로 쏟아넣은 막강한 열양강기는 그녀의 체내를 돌며
최음제보다 더한 최음의 효과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태궁영은 자신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어떤 기운을 느끼고 움찔했다.
치잇...... 치치칫...... 치이이잇....
그와 여인의 몸이 합쳐진 한 부분에서 거대한 힘이 솟구치고 있었던 것이다.
육체(肉體)의 교류(交流),
헌데, 그것은 기이한 흐름이 아닐 수 없었다.
차디찬 물에 뜨겁게 달구어진 쇳덩이가 부딪치는 듯한 기음(奇音)과 함께 동굴
안은 뽀얀 안개와도 같은 기이한 기류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바로 이것이다.
중원무림의 일비(一秘)로 알려진 백해해정의 정화,
그것이 태궁영의 강한 열양강기에 의해 녹으며 태궁영의 몸속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태양같이 뜨거운 정기(精氣)와 천년간을 이어온 바다(海)의 정기(精氣)를
흡수한 차디찬 힘(力)의 화합(和合).
너무나 신비한 변화가 그들의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뭉클뭉클......
치----- 이-----잇----- 치치치..... 잇------
태궁영과 사해제후의 몸에서 뿜어져나온 뽀오얀 기류는 모든 것을 감추고
동굴속에 가득 차 수증기의 막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얀 뭉게구름과도 같은 기류의 속,
그 속에서 넘어갈 듯한 신음을 흘리며 꿈틀거리는 두 개의 나신(裸身)이 얽혀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 윽! "
어혜화는 비닥폭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을 터뜨렸다.
아......
소녀에서 여인(女人)으로 넘어가는 너무도 엄청난 충격이 그녀에게 엄습해왔다.
정신을 차리고 있던 그녀는 그녀의 하복부에 스치는 충격에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사르륵.....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눈에서는 하얀 이슬이 영롱한 보석처럼 흘러내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미세한 환희의 물결이 그녀의 전신에 강렬한 충격을 주며 정신을 혼란시켰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몸 위에는 자신의 뇌리에 기억되었던
영준한 미소년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아아..... "
어해화는 아득한 우주(宇宙)의 공간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어떤 희열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저으며 신음을 토해내었다.
동굴(洞窟),
기이하게도 뽀오얗게 피어오르는 안개와도 같은 기류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일어나지 않은채 모든 만물을 감싸고 있었다.
태궁영은 주체치 못할 희열에 자신의 힘을 쉬지 않고 여인에게 불어 넣었다.
헌데,
이것이 무슨 기이한 현상의 전주란 말인가?
태궁영은 자신의 몸속을 헤집고 다니는 거대한 기류를 의식하고 있었다.
기이한 힘의 실체는 자신의 전신대혈을 스치며 제어되지 않은 채 자신의
진원을 마구 요동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것이 온몸 구석구석을 돌때마다 스치고 지난 자리에서 알수 없는 기류가 생성되었다.
한여름의 폭양(瀑陽)속에서 만난 한빙굴(寒氷窟)이라 해야 할까?
쓰디쓴 소태속에 끼인 한점 달콤한 감초(甘草)의 맛이랄까?
그것은 태궁영이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기이한 혈류(血流)의 흐름이었다.
그것은 그가 느껴보지도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혈류가 아닌가.
백해해정(白海海精).
그것은 사해제후의 몸속에 자리하고 있던 백해해정 대문이었다.
백해해정이 태궁영의 몸속을 돌아다니며 그의 진기에 융합되고 있는 것이었다.
천년간을 지켜온 어가(魚家)의 무가지보인 백해해정이 태궁영의 몸에 유입된 것이다.
심해(深海)에서 서식한다는 만년빙어(萬年氷漁)의 내단(內丹)을 천개 이상
모아야만 이룩될 수 있다는 백해해정의 정화,
그것은 태궁영의 몸속에 있는 천년의 내공과 융합을 이루며 태궁영의 진기에
이끌려 전신을 돌아 그의 전신을 세수(洗修)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태궁영의 몸속에 유입된 백해해정은 태궁영의 몸을 일주천하며 그를
천지인합일지경(天地人合一之境)에 이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허억......! "
태궁영과 어해화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알 필요가 없으리라.
활화산같은 욕정과 정념과 그들 사이에 존재하였고 그들은 어떠한 폭발(暴發)을
위하여 온몸을 불사르고 있을 뿐이었다.
어해화는 흐느끼고 있었다.
그 흐느낌속에서 그녀는 온몸을 폭발할 듯한 희열에 내맡겼다.
사해제후,
그녀는 자신의 몸속 깊숙한 곳에 담아지는 사랑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
태궁영은 천무황국에 들수 있는 두 번째의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 第 三 卷 끝 >
제 29 장에 계속
◈아름다운 황혼열차◈
-카페지기 석양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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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약간은 지루한듯 합니다.
글자가 안보여 돋보기 쓰고 보다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시고 감사했습니다. 鷺汀
좋은무협지가여기있었네요나중에읽어보지요
감사히 탐독합니다
무협지 잘읽고 갑니다.
수고많으십니다....
아이고
잘보구가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것을 다읽어 보려면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룡생 예전 생각이 소록소록 ㅋㅋ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상합니다.
감사
무협소설의 진수를 보는 것 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