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과정
전통적으로 은유는 하나의 수사법으로, 유사성/대체의 관계에 기반한 비유로 분류된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공시적(혹은, 연합적paradigmatic) 축을 따라서, 어휘목록lexicon이나 언어[la langue]의 축을 따라서 작용하는 언어적 메커니즘이다. 더구나 그것은 어휘목록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이다. 다수의 “비유적 의미들”은 원래 은유들이었다는 이유에서라도 말이다.
원칙적으로 은유는 어떤 것을 다른 어떤 것의 이름으로 지칭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용어의 완전한 의미에서, 라캉이 기표적 대체signifying substitution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떻게 기의들이 그 일관성을 기표들의 연결망으로부터만 획득하는지를 은유가 보여주는 한에서, 이 기표적 대체의 본성은 기의와의 관계에서의 기표의 자율성을 입증하며 따라서 기표의 우위를 입증한다.
적절한 사례를 들어보자. “전염병”이라는 용어가 은유적으로 사용되어 정신분석을 지칭하는 경우를 말이다.
은유적 비유를 도입할 때 우리는 기표적 대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S1이 S2로 대체된다.
S1을 S2로 대체하면, S1/s1이 의미화signification의 가로선 아래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S1/s1이라는 기호가 마치 S2를 위한 새로운 기의1)가 되는 것 같다. 사실상 원래의 S1과 s1의 연합에서 결과하는 의미화 그 자체가 은유적 작동operation의 끝에서 기의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기의 s2(병이라는 관념)는 추방되었으며, 우리는 이를 되찾기 위해서는 정신적 작동을 수행해야만 한다.
여기서 기호의 우연적aleatory 성격으로 돌아가기 위한 한 가지 설명이 필요하다. 은유에서 대체 기표(S2)와 연합되는 기의는 불가피하게도 기호 S1/s1이다. 사실상, 기표적 대체 과정이 단순히 기표의 교체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은유가 아니라 새로운 기호를 얻게 될 것이다. 결국 얻게 되는 것은 S2/s12)일 것인데, 이는 새로운 어휘목록 항목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앞서 언급한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즉 하나의 동일한 기표(S2)가 여하한 기의(s2, 그리고 나서 s1)와도 연합될 수 있는 상황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것은 기표와 기의의 우연적 연합이다.
따라서 은유가 작동하는 구어 연쇄에서의 기표들의 연결망 속에서 기의로서 S2와 즉각 연합되는 것은 S1/s1이다. 이는 언어의 특별한 속성을 드러낸다. 즉 기표들의 사슬이 기의들의 집합을 지배한다는 것을 말이다. 역으로, 기의들은 자신들의 일관성#을 전적으로 기표들의 연결망으로부터 이끌어낸다. 이러한 조건들 하에서 언어[langue]는 말[parole]을 지배하는데, 이는 기표의 우위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구성한다.
포의 단편 "도둑맞은 편지"에 대한 라캉의 노련한 설명(Lacan, 1954-1955, 1955)은 이러한 원리를 예시한다. 포의 단편이 한 통의 편지---이 편지의 순환은 이야기의 주요한 매혹이다---와 관련하여 분발되는 일련의 인물들을 제시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장면에서 막 편지 한통을 받은 여왕은 왕과 그의 대신이 도착하기 전에 편지를 서둘러 숨기려고 한다. 그들이 그녀의 명예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는 정보를 편지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거라는 두려움에서 말이다. 편지의 은닉은 약삭빠른 대신의 눈을 피하지 못하며, 그는 당황해 하는 여왕을 목격하고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낌새를 차리게 된다. 그는 코트에서 겉보기에 비슷한 편지를 꺼내고는 그것을 공공연히 읽는 척하다가 여왕의 편지와 바꿔치기 한다. 그리고는 여왕의 편지를 가로챈다. 여왕은 이러한 대체를 경악해 하면서 목격한다. 하지만 왕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감히 아무말도 하지를 못한다. 이 첫 번째 에피소드의 끝에서 여왕은 대신이 편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대신은 여왕이 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새로운 등장인물인 뒤팽이 입장한다. 경찰국장의 지시에 따라서 뒤팽은 편지를 찾을 것을 기대하면서 대신을 방문한다. 뒤팽의 방문 동기를 짐작하는 대신은 평상시와 다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그를 맞이한다. 조사를 하는 동안 뒤팽은 다 보이는 곳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꾸겨진 종이에 주목한다. 그는 이것이 분명 그가 찾고 있는 편지이며, 가장 숨기기 좋은 곳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대신의 집에 그의 코담뱃갑을 일부러 “망각하고” 놓고 나온다. 잊은 물건을 찾는다는 핑계로 뒤팽은 다음날 대신을 다시 보러간다. 꾸겨진 종이의 완벽한 모조물을 가지고서 말이다. 그는 대신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려놓고는 그가 찾던 그 편지를 가짜 편지로 대체한 후에 그 집을 떠난다.
그리하여 두 번째 장면은 앞서의 에피소드에서의 바꿔치기 전략을 역전시키고 있는 바꿔치기 전략을 보여준다. 이제 뒤팽이 편지를 가지고 있으며, 대신은 가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신은 그 대체를 알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여왕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있었다.
포의 이야기에 대한 라캉의 해석은 명료함의 모델이다. 편지에 기표의 기능이 투여되어 있고 편지의 내용에는 기의의 기능이 투여되어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기표가 주체에 대해 우위를 지니는지를 볼 수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각각의 인물들은 순환하는 편지의 연속적 대체들의 놀음에 우롱당한다. 왕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전혀 보지 못하는 한에서 조롱당한다. 여왕은 모든 것을 보지만 무기력하게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끝으로 대신은 뒤팽의 대체에 관해 보지도 알아내지도 못한다.
각각의 등장인물은 번갈아 가면서 편지의 순환으로 인해 행동으로 분발된다. 이러한 동기의 바로 그 유별난 성격이 주어졌을 때 라캉은 어떻게 기표의 힘이 주체를 동원할 수 있는지를 상세히 보여줄 수 있다. 편지는 기표로서의 의무를 다하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의 내용(기의)을 알지 못하는 인물들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우리는 이 유일무이한 기표가 어떤 인물들의 말못함과 어떤 다른 인물들의 눈멂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계속 간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무의식의 질서와 무의식이 출현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더 훌륭한 은유적 예증을 결코 찾을 수 없다. 그것은 언제나 거기 있는 하지만 또한 동시에 언제나 다른 어떤 곳에 있는 무언가이다. 길을 따라가는 몇 번의 대체들로 치환되어 있는바 편지/기표의 변천은 언어의 질서와 기표적 대체라는 그것의 메커니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마지막 한 가지 유비: 등장인물들 각각의 행동은, 주체가 무의식과 관련하여 언어의 기표들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작용을 받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편지와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그리하여 기표의 우위는 기표에 의한 주체의 지배를 함축하는데, 이는 주체가 외견상 통제하고 있는 언어에 의해 결정됨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바로 그 지점에서 주체를 선결정한다. 이 본질적 속성은 주체가 그의 담론과 맺고 있는 관계를 봉인하며, 라캉의 “말하는 존재”[le parletre]라는 개념의 바로 그 토대에 있다.
은유적 과정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은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결론들을 이끌어내었다.
1. 은유적 과정은 기의와의 관계에서의 기표의 자율성에 의해 지탱되는 한에서 의미를 생성한다. 이는 라캉의 다음 공식을 설명한다: “은유는 의미가 비-의미로부터 출현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Lacan, 1957a, p. 158).
2. 은유 구성의 원리는 기표의 우위를 입증한다. 기의들의 연결망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기표들의 사슬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3. 기표의 우위는 기의와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그것에 의해 선결정되는 주체와의 관계에서도 작동한다.
이 세 가지 논점들은 환유 과정에 대한 분석에 의해 충분히 확증된다. 환유 과정에 대한 분석은 동일한 결론들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역주:
1) 영역본 원문에는 “signifier”라고 되어 있지만, 문맥상 “기의”로 번역한다.
2) 영역본 원문에는 “S2/s2”라고 되어 있지만, 문맥상 “S2/s1”로 고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