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로 인하여 중국의 공연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으며, 영화관 역시 문을 닫은 상태이다. 하지만, 중국인의 문화생활에 대한 갈망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으며 주된 문화소비는 인터넷, 문자메시지, TV 시청, 음악감상, 독서 등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소비가 가능한 문화·오락 방식으로 전향했다. 즉 이 같은 문화소비가 대중들에게 크게 환영 받고 있는 추세이다.
기존의 외향적인 문화소비와는 달리, SARS 발생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네트워크, TV 등 전자매체 등 하이테크 기술로 승부하는 문화소비가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는 기존상품과는 다른 문화적 흡인력을 강하게 발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 문자메시지 등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인터넷 강의, 인터넷 영화상영, 인터넷 독서 등 매우 다채로운 네트워크 문화활동 및 다량의 신속한 네트워크 정보로 인하여 중국국내 각 사이트의 방문자 수가 크게 증가했으며, 네트워크라는 사이버 공간이 각종 지식 및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실재적인 창구가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SARS가 만연한 이래 일부 사이트의 방문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랑왕(新浪網)의 SARS관련 전문보도 페이지의 1일 평균 총 열람수는 300만 회 이상에 달했으며, 첫 페이지의 클릭수는 100만 회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한 사이트인 ‘TOM.COM’의 방문수 역시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3월 하순 이래, 기존수의 30% 이상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ARS의 영향으로 인하여 베이징 교육위원회(北京敎委)는 5월 6일부터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으며, 네트워크 교육의 경제효율성은 날로 두드러지고 있다. 신동방학교(新東方學校)의 경우, SARS로 인하여 수업을 정지하는 대신, 사이버 스쿨을 통한 온라인서비스가 마련되었다.
시단(西單)도서빌딩은 베이징의 문화소비를 위한 중요한 장소로서, 2002년 이 곳의 매출액은 3.2억 위엔에 달했다. 비록 SARS 시기, 과거보다 도서구입자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대신하여, 인터넷 도서판매 및 전화를 이용한 도서구매업무가 급격히 증가했다. 자료에 의하면, 5월 1일부터 14일에 이르기까지 도서빌딩의 인터넷서점 클릭횟수는 약 6만 회에 달해 동기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서구매 전용전화 접수는 7,300여 건에 달했으며, 도서배달이 5,000여 건에 달해 SARS 시기 도시주민의 독서수요를 크게 만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을 이용, 문자메시지를 발송함으로써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SARS 시기 가장 유행하는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기존의 단순한 즐거움을 추구하던 것으로부터 SARS 정보를 상호주고 받는 다든가, 상호 격려와 같은 감정의 교류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신(電信)부분의 통계에 의하면, 베이징 지역에서만 中國聯通(China Unicom) 가입자의 1일 문자메시지가 120만 건을 초과했으며, 이는 평소보다 50만 건이 증가한 것으로 네트워크 경제가 크게 활성화되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좋은 예이다.
TV, 방송, 음향 및 영상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률이 급증했다. TV시청이 bar, 회식, 관광 등 대중활동을 대신하는 주된 여가 활동으로 부상했다. 각 방송국은 드라마 비중을 크게 제고시켰으며, 건강관련 프로그램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4월 18일부터 베이징 방송국의 과학교육 채널에서는 ‘소중한 건강, SARS로부터의 예방(珍愛健康防治 ‘非典’)’이라는 생방송 특별프로그램을 방영했다. 北京特雷森公司(Beijing Television Information Center)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생방송 프로그램 방송 첫 날인 당일 저녁, 이 시간대의 최고 시청률은 7%에 달했으며, 점유율은 1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5.1’ 노동절 기간동안, 방송국에서는 우수 드라마를 연속 방영했다. 중앙방송국에서는 황금시간대에 방송했던 ‘공화국을 향해(走向共和)’를 처음에는 2편 연속 방송하는 형식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매일 저녁 3편 방영으로 증가시켰다. 한편, 중국의 기타 성(省) 방송국에서는 ‘명사수 영웅전(射雕英雄傳)’ ‘여자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女人不再沉默)’ 등을 3, 4 편 심지어 5편씩 연속 방영했으며, 이는 방송국 사상 결코 없었던 일이었다.
SARS 시기, 수많은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크게 제고되었으며, 특히 바쁜 생활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집에서 편하게 TV시청에 빠져들게 되었다. 한편, 시청률이 제고됨에 따라 광고투자가 확산되면서, TV 광고수입이 크게 제고되었다. 특히, 베이징교육부에서는 방송, TV, 네트워크 등 각종 방법을 이용, 베이징시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마련함에 따라 대중오락 기구였던 TV가 교육기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또, 가정에서의 DVD 관람이 현재 주류를 이루는 오락방식의 하나로 자리잡아 감에 따라 음향 및 영상업의 판매 및 대여업무가 급증했다. 베이징 하이디엔취(海淀區)의 한 음향 및 영상 가게는 “요즘에는 DVD를 할인하지 않아도 판매실적이 매우 양호하며, DVD 대여량 역시 현저하게 증가해 장사가 아주 잘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SARS는 문화창작 및 출판을 크게 자극시키기도 했다. SARS 예방관련 도서는 최근 베스트셀러이며, 가장 먼저 상장된 중국경공업출판사(中國輕工業出版社)의 ‘SARS 무서울 것 없다(非典型肺炎不可怕)’는 초판 인쇄 10만 부가 모두 매우 빠른 속도로 판매되었다. 또, 베이징출판사의 ‘SARS 예방치료 핸드북(非典型肺炎防治手冊)’은 처음부터 230만 부를 인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SARS 퇴치와 관련된 주제가 현재 유행음악가사 중 가장 인기 있는 제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궈펑(郭峰), 나잉(那英) 등을 포함한 가수들이 SARS를 주제로 노래를 부르고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시 사회과학원 문화발전연구센터의 전문가는 “SARS의 영향으로 관광업, 외식업, 교통운수업 등이 타격을 입었으며, 경제효율성이 크게 감소했다. 또, 기존의 교육 및 문화오락 방식이 이에 따른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재 문화소비에 있어 새로이 나타난 변화는 SARS 관련문화 및 제품을 소비함과 동시에 SARS를 퇴치 결심이 증폭되었다는 점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상황 하에서, 새로이 도래한 문화소비를 더욱 더 배양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성장을 위한 촉매제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