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가 절반 정도 파괴되었다며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자신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국가원수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9차 대러 제재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보렐 EU 고위대표,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제 9차 대러 제재안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12일자/편집자
◇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화 외교 뒷이야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날(11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과 연쇄적으로 전화통화를 했다. 로이터 통신은 "키예프(키이우)는 교전과 정전 속에서 외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강화 문제를, 마크롱 대통령과는 국방과 에너지및 경제, 외교 문제를, 에르도안 대통령과는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 보장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헌장에 명시된 기본 원칙에 따라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구축 선언을 환영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쟁 종식의 우크라이나 버전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평화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 주요 의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다만, 전쟁 종식을 위한 의견 접근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징후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평화 구축에 관한 두 정상의 언급은 우크라이나와 서방간에 이 문제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증거다.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떠날 때까지 전쟁을 그만둘 수 없다고 공언했다.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프로엑트' 인터뷰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땅이 완전히 해방될 때 비로소 전쟁이 끝날 것"이라며 현 전선에서의 동결(휴전)을 비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죽으면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내부 정정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전쟁에 나서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군의 군수물자 공수 준비 모습/사진출처:우크라이나 군 텔레그램
육로로 우크라이나로 이동중인 이탈리아 무기들/
그의 기대와는 달리 (전쟁 승리를 위한) 서방측의 군사 원조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재고 부족이다. EU측에서 여러 번 나온 이야기다. 나아가 무기를 추가로 생산할 여건도 여의치 않다. 나토(NATO) 회원국 중 가장 중요한 무기 공급국은 체코인데, 이미 대부분의 재고 물량을 키예프로 보냈고, 재고 보충에도 몇 년이 걸린다고 했다. 또 무기 생산 공장에 인력의 추가 투입도 필요하다. 체코 방산업체 '타트라'(Tatra из холдинга Czechoslovak Group)는 500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무기 증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도 무기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스트라나.ua는 밝혔다. 개전 후 러시아 군수 공장은 X-101 순항미사일 240기와 칼리브르 해상발사 순항미사일 120기를 생산했다고 한다. 약 40개의 미사일이 매월 보충되는 꼴이라고 러시아 국방부 고위 관리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승리할 때까지 국가 원수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미국의 유명 앵커 데이비드 레터먼이 진행하는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먼과 함께하는 소개가 필요없은 다음 게스트'에서 “우리가 이길 때까지 나는 반드시 대통령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EU 회원국 회의 모습
- 12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9차 제재안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요세프 보렐 EU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말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 측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번 주에 합의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바티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바티칸은 대화의 장소로 언제나 열려 있으며 우리는 이점을 처음부터 말해왔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양쪽이 어떠한 전제 조건 없이 만나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프란체스코 교황이 최근 체첸인(체첸 전사)과 부랴트인(부랴트 전사)의 잔인함에 대해 한 말을 상기시키며 "그들은 감사하지 않은 것 같다. 기억컨대, 바티칸에서 누구도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러시아 선수단 입장 모습/사진출처: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텔레그램 채널
- 미국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위원회(USOPC)는 러시아와 벨로루시 선수들이 중립적인 지위에서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아이디어를 지지한다고 수잔 라이언스 USOPC 위원장이 말했다. 그는 최근 IOC 올림픽 서밋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2024년 올림픽에 양국 선수들의 참가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0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1차 올림픽 서밋에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 권한대행이 '기존 징계를 존중하면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아시아 지역 대회 출전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제안했다"며 "IOC는 OCA의 계획에 대해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은 2023년 11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포럼(정상회의)에 러시아를 초청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8~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2년 APEC 정상회의에는 불참했다. 당초 참석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제1부총리가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고 방콕에 왔다.
석방 교환된 러시아 무기 밀매업자 부토가 의료진의 건강 체크를 받는 모습/사진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러시아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가 죄수 교환을 통해 미국에서 귀국한 지 며칠 만에 러시아 극우정당인 자유민주당(LDPR)에 입당했다. 그는 창당기념일인 12일레오니드 슬루츠키 LDPR 당대표에게 당원증을 받았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극우인사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가 당을 이끌어왔는데, 지난 4월 사망했다. 그의 뒤를 이은 슬루츠키가 11일~13일 전국 전당대회를 주재하고 있다.
- 푸틴 대통령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례 연말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새해 전에 대통령의 큰 기자 회견은 열리지 않지만, 언론과 계속 소통할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 제임한 4년을 제외하고 집권 기간 내내 연말에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의 국내외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답변했다.
- 우크라이나 정보국(SBU)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헤르손주(州) 드네프로강 서안 베리슬라프에서 러시아에 협력한 주민 20명을 사살했으며, 그들의 시신으로 위장극을 꾸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사살된 20명이 러시아군의 철수 전에 처형된 것처럼 꾸민 위장극이 키예프 인근의 부차(부차 대학살)에서 처럼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친러 헤르손 주지사 대행인 블라디미르 살도는 앞서 "우크라이나 군대가 헤르손에 진입한 뒤 '부차 사건'과 같은 도발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