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이야기-1
우리 문화재 중에서 가장 숫자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단연 도자기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만 하더라도 도자기는 1/3이 넘는데요.
그 시기도 어느 특정한 시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신석기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전 시기에 걸쳐 있습니다.
도자기는 도기(陶器)와 자기(磁器)의 합성어입니다.
흔히 도기를 토기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토기(土器)는 20세기 일본인 학자들이 사용한 것으로 고대 문헌에는 없는 명칭입니다.
‘도(陶)’라는 글자는 가마 안에서 그릇을 굽는 형상을 문자화한 것으로 삼국시대 이후 줄곧 사용한 말이고요.
중국에서도 도기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인류는 신석기시대에 처음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노천에서 굽기 시작했습니다.
청동기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그릇은 노천에서 가마로 옮겨 굽는데요.
가마 안에 장작이 타면서 나뭇재가 날리다가 그릇에 내려앉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재가 내려앉은 그릇의 표면은 얇은 유리막을 형성하면서
흙(태토胎土)의 흡수성을 차단하고,
더 단단해 지고 더 고운 색깔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릇의 표면에 인위적으로 잿물(유약釉藥)을 입히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잿물을 고루 곱게 입히기 위한 노력 끝에 마침내 잿물에 장석(長石)이나 석영(石英)을 섞어서 그릇에 발라 코팅(coating)을 하게 되면 잿물이 그릇과 밀착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그릇이 자기입니다.
저는 2004년 가을에 전승창선생(아모레퍼시픽 미술관장)으로부터 아주 열정적인 도자사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후 박물관을 다니면서 많은 도자기를 보는데요.
그때마다 당시 노트했던 자료를 꺼내들곤 하였습니다.
당시 수업을 생각하면서 도자사이야기를 일주일에 2회 정도로 해서 10회 정도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혹 글에 수정할 사항이나 틀린 부분은 지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태토(胎土)
흙으로 빚어 만드는 그릇, 도자기의 흙(태토胎土)은 2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암석의 풍화에 의해 생성된 1차 원적지 점토인데요. 백자를 만드는 흙이 여기에 속합니다.
중국의 경우 강서성 경덕진 부근에 있는 고령산이 유명하여 고령토로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양구, 경기도 여주, 광주, 경상도 경주와 고령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하나는 퇴적에 의해서 생긴 2차 퇴적점토인데요.
유기질과 금속산화물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는 흙입니다. 그러니까 신석기시대 빗살무늬도기에서부터 삼국시대의 연질, 경질 도기,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옹기까지 백자를 제외한 모든 도자는 퇴적에 의한 2차 점토이고요. 백자만이 1차 원적지 점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점토 속에는 철분 등 불순물이 있기 때문에 채로 흙을 거르거나 물에 넣어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정제(수비水飛)합니다.
1차 원적지 점토 : 암석의 풍화, 고령토 ⇒ 백자
2차 퇴적점토 : 유기질, 금속산화물 다량 함유 ⇒ 빗살무늬도기, 삼국시대의 연질, 경질 도기,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옹기 등 백자를 제외한 모든 도자.
2. 유약(釉藥)
바탕이 되는 흙과 함께 중요한 것이 유약(釉藥)입니다. 흔히 잿물이라고 하는데요. 소나무, 싸리나무, 쌀겨 등 식물의 재를 물에 갠 것을 말합니다. 성형된 자기의 표면에 씌어 번조하게 되면 얇은 유리질 막을 형성합니다. 태토의 흡수성을 없애고요. 자기 자체의 강도를 높이면서 광택과 색깔이 나타나게 합니다. 잿물을 그릇에 그대로 입히면 고온에서 흘러내려 표면이 고루지 못하기 때문에 잿물에 장석(長石)이나 석영(石英)을 섞어서 그릇에 발라 코팅(coating)합니다.
3. 안료(顔料)
자기에 무늬를 넣기 위하여 안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모두 환원염(還元焰)에 의한 것으로 세 종류의 고화도 안료만을 사용했습니다.
⓵ 철(鐵, Fe)
산화철(酸化鐵)이 주성분인 적색 점토질의 안료를 물에 타서 붓으로 찍어 태토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칠해서 유약을 입힙니다. 철사(鐵砂), 철회(鐵繪). 철채(鐵彩) 모두같이 쓰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철화(鐵畵)로 하겠습니다.
⓶ 동(銅, Cu)
산화동(酸化銅)을 물에 타서 붓으로 찍어 그릇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칠해서 유약을 입힙니다. 칠하면 푸른색이지만 굽게 되면 산소가 나가면서 붉은색이 됩니다.
일부 박물관에서 진사(辰砂)라고 쓰기도 하지만 이것은 일본식 명칭으로 지금은 대부분 동화(銅畵)와
동채(銅彩)라는 말을 쓰는데요. 여기서는 동화(銅畵)로 통일하겠습니다.
⓷ 청화(靑畵, Co)
산화청료(酸化靑料)을 물에 타서 붓으로 찍어 그릇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칠해서 유약을 입힙니다. 청화(靑畵), 청화(靑華), 청채(靑彩)가 함께 쓰이는데요. 저는 청화(靑畵)로 하겠습니다.
* 청자에서는 철과 동을 썼고요. 분청에서는 철을, 백자에서는 철과 동, 청화까지 모두 사용했습니다.
4. 도자기의 명칭
1. 태토, 유약의 종류(청자, 분청, 백자 등)
2. 장식기법, 안료(음각, 양각, 상감, 청화, 철화 등)
3. 문양소재(국화, 모란, 연화, 용 등)
4. 명문, 간지명(효문孝文, 기사己巳, 내섬內贍, 천天, 지地, 현玄, 황黃 등)
5. 형태(복숭아, 표주박, 참외, 오리 등)
6. 용도와 기종(병, 대접, 접시, 항아리, 연적, 필통 등)의 순서로 짓습니다...
예를 들면...
청자 음각 모란문 매병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표주박형 병
백자 청화 매죽문 원통형 필통
* 단 청자 중 상감기법이나 백자 중 청화안료는 너무나 대표적인 기법과 안료이므로 청자상감 대신 상감청자~~~로, 백자청화는 청화백자~~~로 바꿔 부르기도 합니다.
5. 도자기 제작현황
우리나라에서 자기의 생성은 9세기 전반에서부터 11세기 전반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고요. 그 발생도 자생설과 중국영향설 등으로 나뉩니다. 윤용이(명지대 명예교수)는 10세기 후반 광종, 성종 년간에 고려 지배층의 요구에 의해 중국 월주국의 월주요기술을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가장 합리적인 연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개 청자는 고려시대에, 백자는 조선시대에 만든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고려시대에 백자는 청자와 같이 만들어 지고요. 청자는 조선시대 17세기까지 만들어집니다. 단 고려시대의 백자는 1,250도C 이하에서 구워지는 연질 백자인데 반해 조선시대에는 1,300도C 이하에서 구워지는 경질백자입니다.
임진왜란을 도자기전쟁이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습니다.
일본은 전쟁이 끝나고 백자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도자기 발전단계에서 청자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우리의 장인을 납치해서 백자를 만든 것이지요. 동남아시아(베트남)의 경우 13세기에 이르러 청자와 유사한 자기를 생산하지만 그것은 중국의 아류로 매우 조악한 편입니다. 유럽은 18세기가 되어서야 백자를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일본이 백자를 만드는 16세기까지 온전한 자기를 만들어 낸 나라는 오직 중국과 우리뿐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유럽수출시장과 내수시장에서 축적된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우리의 모든 자기산업은 일본인들에게 빼앗겼습니다.
이제 우리의 전통은 사라지고 일본인 취향의 맞는 일본 내수용품만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해방 후 한참을 그랬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사진을 곁들여서 더 재밌게...노력하겠습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