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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과 의약의 도를 말하다/ 허송(虛鬆)의 도(道)를 말하다 (1)
최진규/약초학자,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기능은 어디서 오는가
천문학(天文學)은 천체(天體)의 궤도와 운행, 구조 등 우주만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천문학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의 근본이다. 물리학, 수학, 화학, 의학, 인류학, 고고학(考古學), 역사학, 생물학, 생태학, 풍수지리학, 철학, 역학(易學) 같은 것들이 모두 천문학에서 나왔다. 천문학을 모르고서는 어떤 학문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천문학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학문은 마치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아서 허물어지기 쉽다. 먼저 우주의 이치를 알지 못하고서는 다른 어떤 학문의 이치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의학도 마찬가지다. 의약(醫藥)을 공부하려면 먼저 천문학을 알아야 한다.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를 모르고서는 의약을 알 수 없다.
사람의 정신은 하늘에서 온 것이고 육신은 땅에서 온 것이다. 우주의 이치를 알아야 사람의 몸을 알 수 있다. 사람의 몸 역시 작은 우주와 같다. 대 우주의 이치를 알아야 소우주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작은 우주이고 우주를 움직이는 원리와 법칙이 사람의 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성분이나 우주를 이루고 있는 성분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 사람의 몸과 정신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은 모두 우주에 있는 뭇 별들한테서 온 것이다. 크게 보면 우주와 사람이 다르지 않다. 이를 일러 옛사람들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고 하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엇이든지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곧 무유무(無有無)다.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선생이 말한 대로 세상 어딘가에 있는 것을 완전히 없게 할 수도 없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을 어딘가에 있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없는 것은 본래 없는 것이며 있는 것은 본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없는 것을 있게 할 수 없고, 있는 것을 없게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있다고 하거나 없다고 하는 말 자체가 허망(虛妄)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본래 있는 것을 없앨 수도 없고, 본래 없는 것을 있게 할 수도 없지만, 다만 본래 있는 것을 흩어지거나 모이게 할 수는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흩어져서 보이지 않으면 없어진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있는 것을 모으거나 흩어지게 할 수 있을 뿐 본래부터 없는 것을 있게 할 수 없고 본래부터 있는 것을 없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모든 생명 있는 것들한테 있는 나름대로의 각기 다른 기능(機能)과 재능, 본능, 특성, 생명력 같은 것들은 모두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무(無)에서 온 것인가, 유(有)에서 온 것인가?
결코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이 생길 수는 없다. 없는 것은 본래부터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지닌 기능 중에서 어느 한 기능이 부족하면 어디에선가 그 기능을 가져와서 보충해야 기능을 얻을 수도 있고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보충하지 않은 기능이 저절로 생겨날 수는 없다. 기능은 흩어버리거나 모을 수 있을 뿐, 본래 있는 것을 없애거나 있는 것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아무데도 없다.
예를 들면, 솥에 물을 붓고 불을 때서 물을 끓이면 물은 증발하여 다 날아가서 없어져 버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물이 완전히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수증기로 변해서 공중에 흩어져 버린 것일 뿐이다. 물이 기화(氣化)하여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가 모여서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내리게 되는 것이므로 물은 결코 없어진 것이 아니다. 그대로 있되 모이거나 흩어지거나 변화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지닌 기능(機能), 재능(才能), 능력(能力), 힘 같은 것도 물과 같다. 취할 수도 있고 버릴 수도 있으며 가게 하거나 오게 하거나 머물게 하거나 변화하게 하거나 움직이게 할 수는 있지만 결코 없앨 수는 없다. 가령 설탕을 너무 많이 먹어서 몸에 탈이 났다면 몸에 있는 설탕을 버려야 몸이 건강해질 수 있다. 몸 안의 설탕을 버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달리기를 하거나 산에 올라가거나 운동을 해서 태워서 없앨 수도 있고, 몸속에서 지방으로 바꾸어 저장할 수도 있으며, 쓴맛이 나는 음식을 먹어서 중화(中和)할 수도 있고, 다른 용도로 바꾸어 재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능은 불량한 것을 선량(善良)하게 할 수 있고 선량한 것을 불량(不良)하게 할 수도 있다. 처녀를 아이 엄마로 만들 수도 있고 기생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학생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곧 기능이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갖가지 기능을 오게 할 수도 있고 가게 할 수도 있으며 머물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생명력, 기능, 성품, 특성, 능력은 우주에서 온다
그렇다면 모든 종류의 기능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가?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기능들 곧 시력기능, 청력기능, 생각하는 능력, 흔히 재능이라고 하는 것들은 다 어디서 오는가? 생명을 살아 있게 하는 힘인 생명력과 면역력은 과연 어디서 오는가?
기능(機能)은 유소유방(有所有方)이다. 곧 그 장소와 방향이 있다. 그렇다면 기능이 과연 어디서 오는가? 모든 기능은 천지만유(天地萬維)에서 온다. 일만 만(萬)자에 온갖 유(維)자, 만유(萬維)에서 그 기능이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유는 무엇을 말하는가? 만유는 우주와 천체(天體)의 모든 만물(萬物)을 가리킨다. 모든 사람을 비롯하여 동물, 식물 등 뭇 생명체한테 주어지는 생명력, 면역력, 사고력, 재능, 힘, 기술, 능력 등은 모두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우주에서 오는 것이다.
태양은 그 크기가 대략 지구의 130만 배쯤 된다고 한다. 그 크기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예를 들어 설명을 해 보자. 쌀 80킬로그램 한 가마니의 값이 20만 원쯤 된다고 가정하면 80킬로그램을 20만원으로 나누면 쌀 1그램에 2원 50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쌀 1그램의 낱알 수를 세어 보면 평균 20톨이 된다. 곧 쌀 8톨이 1그램이다. 20을 2.5로 나누면 8이 된다. 곧 돈 1원에 쌀알이 8톨이 된다. 8개를 80,000그램 곧 쌀 한 가마니로 곱하면 64만 개가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쌀 한 가마니는 쌀알 64만 톨이 된다. 지구와 태양의 크기를 비교하면 지구가 쌀 한 톨 만하다고 할 때 태양은 쌀 두 가마니만한 크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면 조물주가 지구를 위해 태양을 만들었다는 말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양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는 쌀 한 톨에 지나지 않는 매우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쌀 두 가마니를 가진 사람이 쌀 한두 톨 잃어버렸다고 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정말 하잘 것 없는 존재이고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 역시 몹시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수천억인지 수천 조인지 알 수 없는 은하단(銀河團)과 은하군(銀河群)에서 보면 태양이나 지구도 미미하여 있으나마나한 존재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여 보면 조물주가 이 지구를 위해서 우주를 만들었다고 할 수도 없고 사람을 위해 지구를 만들었다고 할 수도 없다. 조물주가 사람을 위해 지구를 만들고 태양과 별과 달을 만들었다는 식의 서양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반드시 옳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하늘에 있는 해와 달과 별을 일러서 천체라고 한다. 그러나 우주에 있는 공간을 천체(天體)라고 하지 않는다. 곧 천체라고 하는 것은 그 몸체 곧 형상이 있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며 형상이 없는 것을 체라고 하지 않는다. 우주는 99.9퍼센트가 공간이다. 이 공간은 그 크기와 끝을 알 수 없다. 우주가 일정한 질서를 갖고 운행하는 것은 이 공간의 에너지로 인한 것이다. 서양 유물론에서는 공(空), 곧 비어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물질을 탐구하는 것이 서양 학문이다. 그러나 이 비어 있는 것 우리가 공간이라고 부르는 것이야말로 모든 형체 있는 것의 어머니인 것이다. 곧 비어 있는 것에서 형체 있는 모든 것들이 나왔다.
허송하면 오래 살고 밀하면 빨리 죽는다
흔히 살이 찐 사람을 두고 속이 좁다고 한다. 대개 뚱뚱한 사람은 소견이 좁다. 이미 속이 꽉 차 있어서 다른 것이 들어갈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속이 비어 있어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비어 있어야 무엇이든지 들어갈 수 있다. 뚱뚱한 사람보다는 마른 사람이 속이 넓은 이유는 비어 있는 곳이 더 많아서 에너지를 담아 둘 수 있는 그릇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약초 중에서 도라지를 예로 들면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란 산도라지는 나이가 많아도 크기가 작고 가볍고 속이 퍼석퍼석하여 비어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집에서 거름과 비료를 많이 주면서 키운 도라지는 나이는 작아도 몸집이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며 속이 치밀하고 엿처럼 노랗게 황장(黃藏)이 들어 있다. 거름기가 많은 땅에서 영양분을 많이 먹고 자란 도라지는 과식을 해서 영양물질이 몸속에 가득 쌓여서 속이 꽉 차 있다. 그 때문에 수명이 짧고 병약하며 벌레가 잘 먹는다. 거름기 성분, 곧 영양성분은 몸통을 빨리 자라게 하지만 그 대신 몸통을 빨리 썩게 만든다. 그래서 면역력이 약하여 병에 잘 걸리고 잘 썩고 벌레도 잘 먹는다.
해발 1,300미터가 넘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산도라지와 산잔대는 수백 년을 살 수 있다.
1천 살이 넘은 것도 있으며 3천 살이 넘은 것도 드물지 않다. 산도라지 뿌리는 벌레가 파먹어도 썩지 않는다. 면역력이 강하여 병이 들지도 않는다. 겨울철에 몹시 추워서 영하 30도나 40도 이하로 내려가도 얼어 죽는 일도 없다. 그러나 밭에 심어 거름을 주고 키운 집도라지는 3년에서 5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하고 벌레가 잘 파먹고 병이 잘 든다. 사람이 재배한 도라지 뿌리는 세 근을 말리면 한 근이 되지만 높은 산꼭대기서 자란 산도라지는 열 다섯 근을 말려야 겨우 한 근이 나온다. 이처럼 산도라지가 무게가 적게 나가는 것은 속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속이 허송(虛鬆)하기 때문에 생명력 곧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 에너지인 생명력을 가득 담을 수 있으며 그 생명력으로 인해 아주 훌륭한 약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비료와 농약으로 온갖 정성을 들여서 키우는 도라지보다 산꼭대기에서 저절로 자라는 산도라지가 오래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사람으로 치면 하루에 세 끼를 먹을 것을 한 끼만 먹기 때문이다. 곧 영양분이 별로 없으며 춥고 메마르며 척박(瘠薄)한 땅에서 목마르고 굶주리며 자라기 때문이다. 사람이 밭에 재배하는 도라지는 영양분을 산도라지보다 몇 배나 더 많이 먹으므로 영양과잉으로 인해 빨리 자라고 그 영양분이 독이 되어 뿌리가 썩고 병이 들어 빨리 죽는다.
우리나라 곳곳에 흔하게 자라는 잔대는 면역력과 생명력을 기르는 데 매우 뛰어난 효과가 있는 약초다. 산에서 자란 잔대는 속이 아주 허송하다. 조직이 치밀하지 못하고 속이 퍼석퍼석하여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란 산잔대는 날 것을 열다섯 근을 캐서 말려야 겨우 한 근이 나온다. 산잔대 뿌리는 속이 마치 솜과 같아서 비어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수명이 몹시 길어서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을 예사로 산다.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곧 허송하기 때문에 수명이 길고 면역력이 강하다. 허송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병이 없으며 벌레 먹지 않고 오래 산다.
비어 있는 병에 물을 담을 수 있다. 사람의 몸도 그렇고 뇌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뇌가 허송해야 지식과 지혜를 가득 담을 수 있다. 비어 있는 컴퓨터 디스켓이라야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비어 있는 공간이 클수록 많이 담을 수 있다. 허송할수록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 빈 그릇이라야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다. 뱃속을 비워야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내부에 비어 있는 곳이 많아야 생명의 입자(粒子)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머리 속이 비어 있어야 뇌세포들이 사고(思考)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뱃속을 비우고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많이 쓴다.
기름지고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몸속이 온갖 영양물질로 가득 차서 몸집이 매우 큰 사람은 씨름 선수는 될 수는 있겠지만 머리를 많이 쓰는 참모(參謀)는 되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영양물질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여 온갖 병이 많이 생기고 일찍 죽기 쉽다.
배가 부를 때 음식을 더 먹으면 처리해야 할 찌꺼기가 그만큼 더 많이 생긴다. 요즘의 오렌지족이 그렇다. 오렌지족은 함부로 먹고 함부로 낭비하고 함부로 버린다. 그들은 오직 쓰고 먹고 버리는 것에서 쾌락을 찾는다.
부족한 기능을 메꾸어 주는 것이 의술
생명의 기능은 어디서 오는가? 기능이 필요하면 기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목을 축일 수 있다. 물이 필요하면 물가로 가야 한다. 물은 강이나 바다, 냇물, 연못, 샘에서 얻을 수 있다. 사막에서 물을 얻을 수는 없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 물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물을 얻으려면 샘이나 강에 가서 길어 와야 한다. 없는 기능을 있게 할 수는 없으므로 어디선가 기능이 있는 곳에서 갖고 와야 한다.
옛 글에 사람은 천지의 전성(全性)을 지니고 있으며 식물은 천지의 편성(偏性)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사람은 하늘과 땅이 가진 모든 기능과 특성을 지니고 있고 식물은 하늘과 땅이 지닌 기능과 특성의 일부만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의 몸에서 어떤 기능이 부족해서 병이 생겼다면 먼저 음식에서 그 기능을 찾아와서 보충해 주어야 한다.
사람은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고 목마르면 물을 마셔야 한다. 모든 생명은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모자라는 기능은 먼저 음식에서 찾아서 보충해야 한다. 음식에서 그 기능을 찾지 못하면 의약(醫藥)에서 찾아야 한다. 의약에서 찾지 못하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기능을 찾아와서 보충해 주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부족한 기능을 찾아와서 메꾸어 주지 않으면 절대로 질병을 고칠 수 없다. 부족한 기능을 메꾸어 줄 수 있는 것이 음식이고 약이며 뜸, 침, 운동 같은 여러 가지 치료행위다.
어떤 기능이 부족해서 병이 생겼을 때 그 부족한 기능을 보충해서 메꾸어 주면 병이 낫지 않을 수 없다.
의술(醫術)이란 부족한 기능을 메꾸어 주는 것이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가 소금을 만나면 새로운 생명을 얻듯이,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면 갈증이 사라지듯이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어서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의술(醫術)이다.
비어 있어야 채울 수 있다
허송하면 오래 살고 밀하면 빨리 죽는다. 그렇다면 허송한 것은 무엇이고 빽빽한 것은 무엇인가? 밀(密)자는 빽빽할 밀(密)자다. 꿀 밀(蜜)자는 빽빽할 밀(密)자에서 나왔다. 꿀은 조직이 치밀하여 공기나 물 같은 다른 물질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밀도가 높고 꽉 차 있어서 물이나 공기가 스며들지 못한다. 조직의 구조가 풀처럼 끈적끈적하여 조직 속으로 아무것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설탕 역시 맛과 조직이 매우 밀(密)하다. 단맛이 너무 진하여 다른 맛이나 다른 기능이 들어갈 틈이 없다. 무엇이든지 농도가 진한 것은 다 밀(密)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찹쌀은 멥쌀보다 점성이 훨씬 많으므로 멥쌀보다 밀(密)한 식품이다. 그래서 찹쌀밥이나 찹쌀떡을 많이 먹으면 뇌가 밀해져서 머리가 나빠지기 쉽다. 그러나 보리밥은 점성(黏性)이 거의 없으므로 허송한 식품이다. 보리밥을 먹으면 뇌가 빈다. 뇌가 비면 뇌세포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다. 뇌가 비면 마음도 비어서 마음이 넓어진다. 뇌가 허송해지면 뇌가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으므로 머리가 좋아진다.
쌀밥은 보리밥보다 점성이 많으므로 쌀은 보리보다 밀한 식품이다. 그러므로 흰쌀밥을 많이 먹으면 뇌가 밀해져서 곧 뇌가 점성의 밀한 물질로 가득 차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 하게 되어 머리가 나빠진다. 보리밥에 시래기국 같은 허송한 음식을 주로 먹으면 뇌가 허송해져서 머리가 맑아진다. 꿀이나 찹쌀밥이나 흰쌀밥 같은 밀한 음식을 주로 먹으면 뇌가 기름으로 가득 차서 밀해져서 머리가 나빠지고 더불어 마음도 욕심이 많아지고 혼탁해진다.
꿀 한 가마니와 시래기 한 가마니를 견주어 보면 부피는 같지만 꿀은 무겁고 속이 꽉 차 있어서 공기도 물도 그 속에 들어갈 틈이 없다. 반대로 시래기는 속이 비어서 가볍고 물이거나 공기가 스며들어갈 수 있는 틈이 아주 많다. 꿀은 몹시 밀한 식품이고 시래기는 몹시 허송한 식품이다.
꿀은 아주 밀하다. 꿀에는 어떤 것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없다. 꿀에는 부패균이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꿀을 최고의 방부제로 여겼다. 옛날 이집트에서 사람의 시체를 미라로 만들 때 꿀을 방부제로 썼다. 수천 년 전에 보관해 둔 꿀이 지금까지 전혀 썩지 않고 있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다. 벽이나 바닥의 갈라진 틈을 밀랍으로 막으면 천 년이 지나도 물도 바람도 새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밀한 성질을 지닌 꿀을 먹으면 몸이 밀해지고 허송한 시래기를 먹으면 몸이 허송해진다.
뇌세포가 활동하고 움직이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마당이 넓어야 아이들이 제 마음대로 뛰어 놀 수 있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아야 건강해진다. 뇌도 그렇다. 꿀처럼 밀한 음식을 먹으면 뇌세포가 활동을 하지 못해서 퇴화하여 차츰 바보가 되고 일찍 죽는다. 시래기처럼 허송한 것을 주로 먹으면 뇌세포가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으므로 머리가 좋아지고 건강해지며 병이 나지 않고 오래 산다.
이처럼 허송한 것이 좋은 것이다. 허송(虛鬆)을 한자로는 빌 허(虛)에 머리 헝클어질 송(鬆)으로 쓴다. 머리가 까치집처럼 된 것을 송(鬆)이라고 한다. 까치집처럼 마구 헝클어져서 그 속에 공간이 많은 것을 허송하다고 하는 것이다. 칡을 예로 들면 굵고 통통한 암칡의 뿌리는 조직이 치밀하고 빽빽하므로 밀한 것이고, 가늘고 긴 수칡의 뿌리는 조직이 거칠고 성글므로 허송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달여서 검은 빛깔이 되는 것은 생명력을 자양한다
무엇이든지 물로 진하게 달여 농축해 보아서 그 농축액(濃縮液)의 빛깔이 까맣게 되는 것은 다 정기(精氣), 곧 원기(元氣)를 길러주는 효능이 있다. 곧 온몸을 보양하고 오래 살게 하는 보약(補藥)이 될 수 있다. 검은 빛깔은 생명을 뜻한다. 온갖 빛깔의 기운이 한데 모여서 생명이 되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빛깔을 다 합치면 검은 빛깔이 된다. 검은 빛깔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오색(五色)의 다섯 가지 입자가 다 나타나지 않는가? 새까만 먹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오색의 입자가 다 반짝반짝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검은 색에는 모든 빛깔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검은 색을 오색지모(五色之母)라고 한다. 곧 모든 색깔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모든 빛깔은 검은 빛깔에서 나온 것이다. 붉은 색이나 푸른색, 노랑색은 햇볕에 두면 얼마 안 가서 바래서 색이 희미해지지만 검은 빛깔은 오래 두어도 여간해서는 잘 바래지지 않는다. 검은 빛깔은 내구성(耐久性)이 강하다. 내구성이 강한 것은 잘 산화(酸化)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산화되지 않기 때문에 내구성이 강한 것이다. 검은 것은 생명력을 늘려주는 기능이 있다.
흔히 쓰는 약초 중에 생지황(生地黃)이 있다. 생지황을 물로 오래 달이면 먹처럼 검어진다. 그래서 지황이 훌륭한 보약이 되는 것이다. 인삼(人蔘)도 오래 달이면 빛깔이 검어진다. 산도라지를 오래 달이면 빛깔이 먹처럼 검어진다. 약쑥도 오래 달이면 빛깔이 검어진다. 이처럼 달여서 검은 빛깔이 나는 것은 무엇이든지 생명을 길러내는 작용이 있다.
이를테면 빈혈은 골수에서 피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피가 모자라는 증상이다. 사람의 생명은 피에 달려 있다. 피가 모자라면 목숨을 잃는다. 빈혈은 달여서 검은 빛깔이 나는 것을 먹으면 고칠 수 있다. 검은 빛깔이 나는 성분들이 피를 자양(滋養)하기 때문이다. 골수성 백혈병(白血病)은 골수(骨髓)가 모자라고 혈액이 모자라서 생기는 병인데 역시 달여 보아서 빛깔이 검어지는 약초를 먹어서 고칠 수가 있는 것이다.
곰탕이나 곰국을 아무리 오래 끓여도 국물 빛깔이 검어지지 않는다. 고깃국을 아무리 오래 끓여 보아도 국물이 검어지지 않는다. 달여 봐서 그 농축액의 빛깔이 흰 것은 순간적인 에너지를 나게 할 수는 있다. 이는 휘발유와 같은 것이다. 휘발유는 순간적인 힘을 나게 하는 훌륭한 연료이지만 그 힘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석탄은 불을 붙이기는 어렵지만 한 번 불이 붙으면 오래 탄다.
무는 훌륭한 해독제이다. 무국을 아무리 오래 끓여도 국물이 검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는 훌륭한 해독제가 될 수는 있어도 보약이 될 수는 없다. 달여서 달인 액이 검은 빛깔이 나는 것은 무엇이든지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비롯하여 몸 전체를 전체를 자양(滋養)하는 모체(母體)가 된다.
호랑이한테 먹힐 것인가, 곶감한테 먹힐 것인가
어렸을 적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우리 옛날이야기 중에 호랑이와 곶감에 관한 것이 있다. 어느 산에 호랑이가 한 마리가 살았다. 그런데 산에 가뭄이 심하게 들어 온 산에 고라니 한 마리, 토끼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잡아먹을 동물이 없어 호랑이는 꼬박 100일 동안을 굶었다. 먹을 것은 오로지 사람 사는 동네에 내려와야만 구할 수 있었다. 몹시 배가 고픈 호랑이는 어두워지기를 되기를 기다렸다가 마을에 내려왔다. 사람들 몰래 개나 돼지 한 마리라도 물어갈까 하고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어느 집 안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호랑이는 바깥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이는 큰 소리로 앙앙 울면서 울음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달래려고 계속 울면 호랑이가 와서 물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귀신이 와서 잡아간다고 했다. 그래도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무서운 것이 온다고 해도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가 곶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 그 얘기를 밖에서 호랑이가 엿듣고 있다가 생각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인 줄 알았는데 곶감이란 놈이 나보다 훨씬 더 무서운 놈인가 보다, 이놈이 오면 나 같은 것은 뼈도 못 추리겠구나. 이놈이 오기 전에 먼저 피해야겠다.’ 하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멀리 도망을 갔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대로 호랑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일까? 아니면 곶감이 더 무서운 것일까? 과연 이 이야기에서 말하려고 하는 진짜 교훈은 무엇일까?
호랑이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고, 곶감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이다. 호랑이는 모든 사람이 무서워하지만 곶감을 무섭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호랑이는 누구나 무서워하고 곶감은 누구나 좋아한다. 어머니가 아이한테 계속 울면 호랑이가 와서 물어간다고 한 것은 공갈협박이고 곶감을 주겠다고 한 것은 유혹이다.
그러나 곶감의 기능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한테는 곶감이 호랑이보다 훨씬 더 무섭다. 호랑이한테는 한 번 잡아먹혀서 죽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곶감을 먹으면 머리가 밀해져서 바보가 된다. 단맛은 몸과 뇌를 밀하게 만든다. 단맛이 진한 것을 많이 먹으면 차츰 온 몸이 썩어서 문드러지고 뇌도 망가져서 바보 멍청이가 된다. 그러므로 호랑이보다 곶감이 더 무서운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한테 당장 호랑이한테 물려 죽을 것인가, 곶감을 먹고 바보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호랑이한테 물려 죽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호랑이한테 물려서 죽으면 귀신이 되더라도 똑똑한 귀신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곶감을 먹으면 살아도 일생을 바보로 살 것이다. 귀신이 되어 귀신으로 사는 것도 사는 것이다. 귀신 세계에서는 귀신으로 사는 것이 좋고, 사람 세상에서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귀신한테는 귀신의 삶이 있고 사람한테는 사람의 삶이 있다. 내가 똑똑한 채로 죽으면 귀신이 되더라도 똑똑한 귀신이 될 것이고, 멍청이가 되어 죽으면 멍청한 귀신이 될 것이다.
곶감을 먹으면 머리가 당분으로 꽉 차서 곧 뇌가 밀해지고 머리가 멍청해져서 살아서도 사람 노릇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죽어서 귀신이 되어도 귀신 노릇도 제대로 못하게 될 것이다. 바보 천치가 되어 살아남기보다는 당장 호랑이한테 물려 죽는 것이 백배는 더 낫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동화는 단순히 재미거리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한테 곶감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 본뜻이 있는 것이다.
벌의 독은 어디서 오는가? 꿀에서 오는 것이다. 달콤한 맛에 가장 무서운 독이 숨어 있다. 꿀처럼 달콤한 것들을 많이 먹어서 뇌가 빈틈없이 꽉 차 있으면 뇌세포가 움직이지 못한다. 뇌세포는 움직이지 않으면 퇴화한다. 그래서 어릴 적에 꿀을 많이 먹이면 바보가 되는 것이다. 어려서 값비싼 보약을 많이 먹이면 아이가 바보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꿀, 곶감, 설탕, 찰떡, 고기 같이 밀한 음식과 기름진 음식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온갖 병이 들게 한다.
사람들은 대개 아이가 울면 달래려고 사탕을 준다. 그런데 아이가 울 때마다 사탕을 하나씩 주면 나중에는 오직 사탕 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어 사탕을 먹고 싶을 때마다 징징대며 울기 마련이다. 옛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이쁜 아이 매 한 대 더 때린다’고 하였다. 사탕이나 떡을 먹으면서 자라는 아이는 점점 바보가 되고, 매를 맞으면서 자라는 아이는 분발해서 점점 더 공부를 잘 하게 된다. 달콤한 것은 독이 되고 쓴 것은 약이 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眞理)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거칠고 소박한 음식을 먹으면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해서 공부를 한 선비는 과거시험을 보면 장원급제(壯元及第)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엿이다, 꿀이다, 떡이다, 그리고 온갖 맛난 음식과 기름진 고기 같은 것들을 잔뜩 먹으면서 공부한 부잣집 자식이나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자식들은 죽어라고 공부를 해 봐야 번번이 낙방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진수성찬(珍羞盛饌)을 마음껏 먹으면서 공부를 한 선비가 과거에 급제를 했다면 그것은 제 실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뒷배를 봐 주어서 된 것이거나 커닝을 잘 해서 된 것일 뿐이고 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밀한 음식을 먹으면 뇌에 기름이 끼어 비대해져서 머리가 나빠지므로 부정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과거에 급제할 방법이 없다.
중국산 황기는 허송하고 우리 황기는 밀한 이유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란 산도라지 뿌리는 속이 허송(虛鬆)하여 날것을 열 다섯 근을 캐서 말려도 한 근이 채 안 된다. 산잔대와 산더덕 같은 것도 그렇다. 야생 약초는 대개 속이 퍼석퍼석하게 비어 있어 허송하다. 산도라지, 산잔대, 산더덕, 산당귀, 야생 삽주, 야생 황기(黃耆) 같은 야생 약초들은 모두 허송하다. 야생 약초가 약효가 높은 것은 허송하기 때문이다. 허송하기 때문에 많은 기능과 약효를 담고 있는 것이다.
황기는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리고 기운이 허약할 때 주로 쓰는 이름난 보약이다. 황기 역시 허송한 것일수록 품질이 좋다.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질(土質)은 황기가 자라기에 좋은 땅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난 국산 황기는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 황기는 날씨가 몹시 춥고 토심이 깊은 곳에서 자란 것일수록 품질이 좋다.
중국의 만주지방에서 자란 야생 황기가 가장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주 지방은 토심(土深)이 깊어서 땅을 일 미터 넘게 파도 모래 섞인 양토(壤土)가 나온다. 흙에 진흙이나 돌이 거의 없다. 그런 땅에서 자란 황기는 뿌리 길이가 1미터 50센티미터나 2미터쯤 되어 마치 채찍과 같이 곧고 길며 뿌리 속은 허송하여 솜과 같다. 속이 솜과 같다고 하여 가장 품질이 좋은 황기를 일러서 면황기(棉黃耆) 또는 북황기(北黃耆)라고 한다. 이 황기의 머리 부분을 칼로 싹둑 자르고 입으로 힘껏 빨아들이면 물이 뿌리 끝에서부터 쭉쭉 빨려 올라온다. 속이 허송하여 모세관이 잘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뿌리의 제일 끝 부분만을 물에 담가 두면 삼투압 작용으로 인해 반대쪽 끝까지 물이 스며 올라와서 차츰 전체가 다 젖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자란 황기는 속이 꽉 차 있어서 모세관(毛細管)을 통한 삼투압(滲透壓)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난 황기 백 근이 만주 지방에서 난 황기 한 근보다도 그 기능이 못한 것이다.
황기는 심포의 기능을 늘리는데 좋은 약이다
황기는 그 기능이 심포(心包)와 닮았다. 그렇다면 심포란 무엇인가? 심포의 포(包)는 쌀 포(包)이다. 심장을 싸고 있는 것이 심포이다. 심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심포는 혈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황제내경(黃帝內徑>에 따르면 사람의 내장에는 폐 대장, 심 소장, 간 담, 비 위장, 신 방광의 오장(五臟) 외에 심포와 삼초(三焦)가 있다고 하였다. 삼초에는 상초(上焦), 중초(中焦), 하초(下焦)가 있다. 삼초는 내분비기관이고 심포는 혈관이다.
심포는 혈액을 혈관으로 보내는 정류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혈관은 속이 비어 있는 관이다. 혈관 속에 혈액이 꽉 차면 혈압이 높아진다. 심포(心包)는 혈압을 조절한다. 혈관에 탄력이 좋으면 혈압이 높아져도 혈관이 터지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혈관은 탄성(彈性)이 좋을수록, 곧 잘 늘어나고 잘 줄어들수록 좋은 것이다. 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의 차이가 클수록 심포의 기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혈압이 120에 140 정도로 최저혈압과 최고혈압의 차이가 작으면 혈관의 탄력이 약한 상태이므로 중풍에 걸릴 위험이 크고, 80에 160 쯤으로 최저혈압과 최고혈압의 차이가 크면 혈관의 탄력이 아주 좋으므로 기운이 천하장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혈관의 탄력이 좋으면 심장과 혈관이 건강하다.
황기는 혈관 곧 심포의 기능을 좋게 하는데 아주 좋은 약초라고 할 수 있다. 황기는 혈관 속으로 혈액이 잘 운행하도록 도와준다. 황기의 기능과 약효는 이 허송한 것, 곧 비어 있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자란 국산 황기는 값이 매우 비싸고 중국 황기는 값이 아주 싸다. 그러나 그 효능으로 치면 값싼 중국 황기는 천금(千金)의 가치가 있고 국산 황기는 한 푼어치 가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만주지방에서 자란 황기는 땅 속 2-3미터까지 깊이 내려가서 토양 심층(深層)의 황천수(黃泉水)를 잎 끝까지 끌어올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잎 끝에 이슬이 맺힌다. 토심(土深)이 얕은 곳에 자란 황기는 잎에 이슬이 맺히지 않는다. 잎 끝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보면 뿌리가 그만큼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포는 고속터미널과 같다. 고속터미널은 도로가 없으면 쓸모가 없다. 심장은 혈관을 위해 존재한다. 자고 나면 다리가 퉁퉁 붓는 사람이나 얼굴은 살이 빠지고 다리가 퉁퉁 붓는 사람은 심포에 문제가 있다.
옛날에 집을 짓기 위해 집터를 다질 때 먼저 지점을 놓았다. 집터에 찰흙을 깔고 물을 뿌리면서 지점을 놓으면 수맥(水脈) 기운이 차단되어 위로 올라오지 못한다. 지점이란 옛날 집 지을 터를 다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곧 둥글고 큰 돌을 가마니로 싸서 엮은 다음 줄을 사방에 달아서 장정 10여 명이 들어 올렸다가 놓았다가 하는 것을 반복해서 땅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을 말한다. 지점을 놓으면 수맥(水脈)이 밑에 있어도 수맥기운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차단된다. 지점을 놓고 집을 지으면 물 기운을 차단하여 기둥뿌리나 마루 같은 것이 절대로 썩지 않는다. 흙바닥을 단단하게 다져 놓으면 밑에 있는 습기가 위로 올라오지 못한다. 옛말에 단단한 땅에 물이 고인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의 몸도 이와 같다. 빈혈 환자는 다리가 붓는다. 몸의 윗부분으로 혈액을 올려 보내는 혈관이 약해서 모세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분이 아래쪽에만 모여 있고 위쪽으로 올라가지 못하니까 얼굴과 상체(上體) 부분은 빼빼 마르고 하체와 다리, 발 같은 데가 퉁퉁 붓는다.
황기는 뿌리가 아주 튼튼하고 깊게 자라는 식물이므로 위와 아래가 서로 잘 통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상통하달(上通下達)하게 하여 체액이 고르게 흐르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인삼은 황기를 얻지 못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인삼의 약효를 몸의 위아래로 골고루 잘 보내도록 하는 것이 황기의 기능이다.
황기는 화강수승하게 하는 좋은 약초이다
하체가 약한 사람이거나 상체가 약한 사람이거나를 막론하고 황기는 누구한테나 좋은 약이다. 수왕(水旺)하거나 화왕(火旺)한 사람한테 다 같이 좋다. 인삼은 위로 올라가게만 하고 아래로 내려가게 하지는 못한다. 곧 화수미제(火水未濟)가 되게 하는 약이다. 그런데 화강수승(火降水昇)하게 하는 것이 황기다. 인삼은 무조건 위로 올라가게만 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상체에 열이 많은 사람한테는 인삼(人蔘)을 쓰면 안 된다. 열이 많은 사람이 인삼을 먹으면 열이 위로 올라가서 고혈압이나 중풍 같은 병이 생길 수 있다. 얼굴에 혈기(血氣)가 왕성(旺盛)한 사람, 얼굴이 붉은 사람한테는 인삼(人蔘)을 못 쓴다.
열이 없으면서도 빈혈이 있으면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현기증이 생긴다. 아침에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다가 쓰러지는 사람은 대개 빈혈이 있는 사람이다. 빈혈은 영양이 부족해서 곧 제대로 못 먹어서 생긴 병이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 멀쩡하지만 갑자기 일어서면 어지러워서 핑 돈다. 아래쪽에 있는 혈액을 위쪽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황기는 위로 끌어올리는 힘이 세다. 모세관 역할을 하여 혈액을 위로 끌어올린다. 황기 잎에는 아침에 이슬이 많이 맺힌다. 땅 속 깊이 있는 물기를 뽑아 올려서 잎 끝으로 발산(發散)하는 능력이 세기 때문이다.
중국 만주 지방에서 난 품질 좋은 황기는 속이 퍼석퍼석하여 허송하므로 무게가 가볍다. 부피는 국산 황기의 두 배나 되지만 무게는 절반도 안 나가는 것이다.
약재 건재상에 가 보면 작두로 썰지 않고 길게 다발로 묶어 놓은 황기가 더러 있다. 길이가 1미터 20센티미터에서 1미터 30센티미터쯤 된다. 제일 길고 채찍처럼 날렵하게 생긴 것이 가장 품질이 좋은 것이다. 황기는 위쪽으로 기운과 혈액, 물기를 끌어올리는데 아주 좋은 효능이 있다. 황기는 올라가야 할 것은 잘 올라가게 하고 내려가야 할 것은 잘 내려가게 하는 훌륭한 인경제(引經劑)이다.
황기는 절벽 끝에 서면 다리가 덜덜 떨리는 사람이나 높은 데 올라가면 심장이 울렁거리는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이 있는 사람한테 매우 좋은 약이다. 그러나 반대로 온 몸이 차가운 사람, 늘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는 사람한테는 인삼이 좋다.
소나무에는 뭇 별들의 기운이 쏟아져 내린다
기능은 우주에서 오는 것이다. 지상에 있는 뭇 생명들한테 있는 온갖 종류의 기능은 하늘에 있는 해와 달과 뭇 별들한테서 오는 것이다. 이 기능을 일러서 천기(天機)라고 한다. 기능(機能)은 틀 기(機), 기계 기(機)자를 쓴다. 살아 있는 뭇 생명들은 모두 빛에너지와 열에너지로 움직이는 기계와 같으므로 기계 기(機) 자를 쓰는 것이다.
하늘에서 기능을 얻는 것을 일러서 천기(天機)를 얻는다고 한다. 하늘에 있는 뭇 별들은 만 가지 기능과 기틀의 주인이요 천지만물의 조화(造化)를 이루는 본체(本體)다.
스승이신 불기(不器) 박승재 선생님이 아홉 살 때 산에 올라가서 하룻밤 동안 별을 관찰하고 나서 지은 글인 관천송(觀天誦)의 머리 부분을 여기 옮긴다.
관천송(觀天誦) 수장(首章)
吾之 習天文 幼年之時 所作 不器 誦
내가 어려서 천문을 익힐 때 지은 것이다. 서산(瑞山) 불기(不器) 읊다
冬至라 三更은 동짓날 밤 삼경(子正)은
四仲-其一이라 동지(冬至) 하지(夏至) 춘분(春分), 추분(秋分) 중에 하나인지라
衣袍-束帶하고 도포 입고 옷깃 깊이 여며 매고
曳杖-出門커니 지팡이(指星杖) 짚고 대문을 나서니
寒氣는 嚴嚴하고 한기는 살을 에는 듯 몹시 춥고
朔風은 蕭蕭러라 매서운 삭풍(冬至부터 부는 바람)은 ‘쏴아’ 하고 소리치네
眉月은 傾西하고 눈썹 같은 초생달은 이미 서산에 기울었고
風掃-片雲인데 세찬 바람은 조각구름을 쓸어 내는데
靑山이 四繞라서 청산이 사방을 둘러선지라
坤闊-乾狹이로세 땅은 넓어 보이나 하늘은 좁아 보이네
爲見天象하야 천상을 살펴보기 위해서
登-高山陵에 높은 산언덕에 올라서
一望-蒼天이 창활(蒼活)한 하늘을 둘러보니
廣闊-無際러라 광활하기 끝이 없어라
耿耿-星宿는 반짝 반짝 빛나는 별들은
滿天-分布로다 하늘에 가득히 펼치었고
金銀翠光은 금빛 은빛 비취빛 별빛들은
淨且麗矣로다 참으로 청정하고 또 곱기도 하여라
面面-慈愛하고 별들의 생김생김이 너무나도 자애롭고
粒粒-眞貴라서 별빛 하나하나마다 참으로 진귀해서
一星-精光을 단지 한 별의 정광 일지라도
萬金-不易케라 만금을 준다고 한들 바꾸지 아니하리라
渾渾-至極하야 까마득히 멀어서 그 끝 간 곳을 몰라
明不明 間에 밝게 보이든지 보이지 않든지 간에
萬機之-主요 우주와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기틀의 주(主)요
造化之-體로다 천지음양 풍운조화의 체(體)로다
淸明-精炁는 청명한 저 별들의 정기는
觸物-感應이라 만물에 부딪혀서 감응을 일으키는 지라
灑掃-心性하고 만물의 심성을 깨끗이 닦아 쓸어내고
降伏-群魔라 온갖 군마(群魔)를 항복(降伏)케 하는지라
一無不善이어늘 하나하나가 선하지 아니함이 없거늘
奈何-凶煞고 어찌하여 저 별들을 흉성(凶星)이네 살성(殺星)이네 하는가.
嫌忌字句는 혐오스럽고 꺼리는 별들의 이름이건 이야기건 글이건 간에
照鑑-應驗이라 마치 거울로 비추듯 응험이 되어 되돌아오느니라.
世稱-劫災는 별들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겁(劫)이네 재(災)이네 일컬음은
萬-不當也-니라 참으로 만부당(萬不當)하다 할 것이로다.
지상의 뭇 생명체들이 지닌 모든 기능과 기틀은 우주의 뭇 별들한테서 온 것이다. 곧 해와 달, 별, 지구(地球), 행성(行星), 혜성(彗星), 은하(銀河) 같은 천지일월은한성수(天地日月銀漢星宿)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의 뭇 별들한테서 오는 기능과 기운을 우리가 어떻게 알고, 보고, 느낄 수 있는가?
하늘이 티 없이 맑은 가을날 칠흑같이 깜깜한 한밤중에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밤하늘의 별빛이 무리지어 쏟아져 내리는 곳이 어디인지 자세히 살펴보라. 하늘의 뭇 별들이 지상의 어느 한 지점으로 별빛이 모여서 빛살을 이루며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뭇 별빛이 모두 모여 퍼붓듯이 쏟아져 내리는 곳은 어디인가? 밤에 그 위치를 대강 어림잡아 두었다가 날이 밝은 뒤에 가서 살펴보면 그 곳은 어김없이 소나무 숲이다. 잣나무 숲에도 별빛이 내리지만 솔밭보다는 약간 흐리다. 소나무 숲에 별빛이 가장 많이 내린다. 소나무 가지에 달린 수천만 개의 솔잎들이 온 하늘에 가득한 별빛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마음의 눈이 밝은 사람은 한밤중에 소나무 숲에 가면 별빛이 마치 서치라이트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낮에 구름 사이를 뚫고 햇빛의 빛살이 비치는 것처럼 별빛이 어둠을 뚫고 솔밭에 쏟아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솔밭에는 밤낮없이 하늘에서 맑은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 밤에는 그 별빛을 볼 수 있지만 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낮에는 햇빛으로 인해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을 뿐이지 별빛이 없는 것이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내려 보내는 나오는 청명(淸明)한 기운(氣運)과 기능(機能)을 솔잎이 받아들인다. 소나무 가지에 붙어 있는 수없이 많은 솔잎들은 그 하나하나가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수신기(受信機)다. 별들이 무수하게 많기 때문에 솔잎도 무수하게 많다. 뾰족하게 생긴 솔잎의 구조가 우주의 별빛을 받아들이기에 제일 알맞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모든 식물의 잎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내보내어 교신(交信)하는 안테나와 같다.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향나무 같이 잎이 뾰족한 침엽수는 뭇 별들이 내보내는 기운과 기능을 받아들이기에 알맞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참나무, 뽕나무, 피나무, 느티나무 등과 같이 잎이 넓고 둥근 활엽수의 잎은 주로 햇볕을 많이 받아들여 광합성 작용을 하기에 제일 알맞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덩굴로 뻗으면서 다른 나무나 바위 같은 것을 감고 올라가면서 자라거나 구불구불하게 자라는 식물의 잎은 대개 달빛을 받아들이기에 좋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덩굴 식물들은 달의 기운과 기능을 많이 받아들이므로 대개 여성 호르몬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 많다. 사람도 남성의 정자(精子)는 뭇 별에서 오는 기운과 기능으로 생성되고 여성의 난자는 달에서 오는 기운과 기능으로 생성된다.
칡이나 구기자, 콩, 머루, 다래 같은 덩굴성 식물에 여성 호르몬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콩의 야생 원종은 대개 덩굴로 뻗으며 자란다. 돌콩, 새콩, 여우콩 같은 콩의 야생종은 모두 줄기가 덩굴로 뻗는다. 이들 덩굴성 식물들은 햇빛이나 별빛보다 달빛에서 기운과 기운을 많이 얻는다. 그래서 덩굴성 식물은 그 성질이 달을 닮았고 대개 여성들한테 좋은 음식이 되고 약이 된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하며 지구에 사로잡혀 있는 지구의 위성(衛星)이고 여성들은 그 달의 성질을 닮는다.
덩굴성 식물은 달빛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덩굴성 식물들은 달의 기운과 기능을 주로 받아들이는 까닭에 그 성질이 달을 닮았다. 덩굴성 식물들은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하고 다른 나무나 돌 같은 것을 감고 기대면서 자란다. 뭇 별한테서 기운과 기능을 얻는 남성들은 용감하고 독립적이다. 달빛의 에너지로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여성들은 달이 지구한테 의지하듯이 남성들한테 기대어 살아간다.
달빛 아래서는 모든 것이 정답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달빛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포근하게 감싸서 안아주는 성질이 있다. 곧 수용성(受容性) 기질과 포용성(包容性) 기질이 달빛이 지닌 대표적인 기질이다. 햇빛은 키를 높게 자라게 하지만 달빛은 살을 찌게 한다. 덩굴성 식물들은 햇빛보다는 달빛을 많이 먹고 자란다. 이들 식물들한테는 달빛이 가장 좋은 음식이다. 덩굴식물들은 달빛으로 광합성 작용을 해서 호르몬을 만든다. 그래서 덩굴식물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나 그와 비슷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여성 호르몬 성분은 여러 약초 중에서 칡과 구기자에 제일 많다. 칡이나 구기자는 여성들의 갱년기 질환 곧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서 생기는 질병을 치료하는데 아주 좋은 약이다.
식물들의 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생김새와 빛깔에 따라 해의 기운을 주로 받는지 달의 기운을 주로 받는지, 뭇 별들의 기운을 주로 받는지를 알 수 있다.
소나무의 수액인 송진 성분은 하늘의 뭇 별에서 오는 별빛으로 광합성 작용을 해서 만든 것이다. 소나무에 들어 있는 송진은 흙에서 온 것이 아니다. 소나무 밑의 땅을 아무리 깊이 파 보아도 송진이 1그램도 나오지 않는다. 송진은 솔잎이 하늘에 있는 수없이 많은 별에서 오는 기운과 기능을 합성하여 만든 것이다.
식물이 우주에서 오는 갖가지 기운을 받아들여 온갖 종류의 화학물질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기 때문에 지구는 시간이 갈수록 무게가 늘어난다. 지구는 해마다 백억 톤 이상 무게가 늘어나고 있다.
소나무를 두고 백목지장(百木之將)이라고 하는 것은 나무 가운데서 제일 오래 사는 축에 들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오래 사는 것은 뭇 별들 중에서 세성(歲星), 곧 목성(木星)의 기운을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목성은 뭇 생명의 수명(壽命)을 관장하는 별이다. 사람도 목성의 기운을 많이 받아들이면 수명이 길어진다.
소나무류 곧 침엽수(針葉樹) 중에서는 향나무가 수명이 짧은 편이다. 향나무는 줄기가 잘 썩는다. 소나무는 줄기 속이 허송하여 송진(松津)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그러나 향나무는 재질이 치밀하고 향기성분인 진으로 가득 차 있다. 향나무는 목질 속이 진으로 가득 차 있어서 조직이 밀하므로 오래 살지 못한다.
전나무나 잣나무, 낙엽송, 편백나무 같은 것들도 소나무보다 진이 더 많다. 나무의 진은 대개 훌륭한 방부제이며 항균제이므로 진 자체는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의 진이 목질 속에 가득 차 있으면 조직이 밀해져서 생명력이 깃들 틈이 없다. 그래서 진이 가장 많은 안쪽 심재(心材) 부분부터 썩기 시작해서 바깥쪽으로 차츰 썩어나간다. 전나무나 향나무, 편백나무 같은 것들이 200년 만 넘으면 줄기 속이 썩어서 고목(古木)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낙엽송(落葉松)은 30년만 자라면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된다. 낙엽송은 매우 빨리 자라지만 수명이 짧다. 낙엽송에는 송진이 아주 많다. 어렸을 적에 낙엽송 줄기에 상처를 내어 거기서 흘러나온 진을 긁어모아서 종기나 상처의 고름을 빼내는 약으로 많이 썼다. 종기나 뾰루지가 성이 나서 곪은 데에 낙엽송 송진을 기름종이에 발라서 붙여 두고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종기가 삭아서 가라앉고 하얀 고름의 핵이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상처가 아물었다. 낙엽송은 송진을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만큼 생장이 더 빠르지만 그 대신 그만큼 빨리 죽는다.
전나무도 목질부분에 송진이 아주 많다. 속이 끈끈한 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나무는 소나무보다 수명이 짧다. 오래 묵은 전나무는 목질 속이 썩어서 비어 있는 것이 많다. 송진이 너무 많아서 생명력이 깃들 틈이 없기 때문에 줄기가 쉬 썩는다.
낙엽송을 잘라서 횡단면(橫斷面)을 보면 송진이 많이 들어 있는 심재(心材) 부분이 송진이 적게 들어 있는 변재(邊材) 부분보다 더 넓다. 이와 반대로 소나무는 심재보다 변재 부분이 더 넓다.
아까시나무를 잘라 횡단면을 살펴보면 재질이 아주 단단하고 치밀하며 속이 황장이 든 것처럼 황색 수액 성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까시나무는 빨리 자라지만 나무 중에서는 수명이 아주 짧다. 40-50년을 자라면 줄기가 썩어서 나무가 말라죽는다.
옻나무를 보라. 옻나무의 진은 수천 년을 지나도 썩지 않는 만년불패(萬年不敗)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썩지 않는 물질이 가득 들어 있는 옻나무는 수명이 짧다. 아름드리로 굵게 자란 옻나무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름드리가 될 때까지 자라도록 사람들이 두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목질 속이 진액으로 꽉 차서 줄기가 빨리 썩어버리는 것에 더 큰 이유가 있다.
옻나무에는 참옻나무가 있고 개옻나무가 있다. 참옻나무는 진이 많이 나오므로 생장이 빠르다. 참옻나무는 개옻나무보다 훨씬 굵고 크게 자란다. 개옻나무는 옻진이 적게 나오므로 키가 작고 천천히 자란다. 개옻나무는 참옻나무보다 훨씬 오래 산다.
개옻나무는 참옻나무보다 진을 적게 만들므로 생장이 느리다. 나무의 재질이 허송하고 수명이 길다. 참옻나무는 본디 우리나라에 없던 것을 중국에서 들여 온 것이다. 개옻나무는 본래 우리 땅에서 자라는 토종 옻나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옻나무가 좋다고 하여 옻닭을 끓여 먹는 데에도 쓰고 약재로도 많이 쓰지만 개옻나무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참옻나무보다 개옻나무의 훨씬 약효가 좋다.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 전부터 약으로 쓰던 것은 개옻나무이지 참옻나무가 아니다. 개옻나무진의 진이 참옻나무의 진보다 훨씬 독하고 침투력이 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옻나무의 독을 참옻나무의 독보다 적게 타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 전부터 개옻나무를 먹어 와서 개옻나무의 독에 대해 면역력(免疫力)이 있기 때문이다. 개옻나무는 우리나라 산에 흔히 저절로 나서 자라지만 참옻나무는 사람이 심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개옻나무가 진짜 토종 옻나무이고 참옻나무는 중국에서 들여온 가짜 옻나무다. 그런데 사람들이 참옻나무를 많이 심는 것은 진이 많이 나오므로 칠액(漆液)을 얻기 위해서이다. 개옻나무는 칠이 많이 나오지 않으므로 아무도 심지 않는다.
치매(癡呆)는 뇌가 허물어져서 망가지는 무서운 병이다. 치매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 음식을 잘 먹고 많이 먹어서 영양이 넘치는 사람한테 생기는 병이다.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서 배를 곪으며 사는 사람들한테는 치매가 생기지 않는다. 영양이 너무 많아서 뇌에 기름이 잔뜩 끼어 뇌가 밀해지면 뇌세포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머리가 나쁘고 혼탁해진다. 반대로 뇌가 비어서 허송하면 뇌세포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으므로 늘 머리가 맑고 두뇌회전이 빠르다. 성질이 깐깐하고 까다로우며 술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한테 치매(癡呆)가 생기고, 음식을 간소하게 먹고 소탈하고 담백하게 사는 사람한테는 치매가 오지 않는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감언이설만 귀에 들어온다
단맛을 좋아하고 단맛에 홀린 사람들은 성질도 그 달콤한 음식을 닮는다. 온갖 아첨(阿諂)과 달콤한 말, 곧 감언이설(甘言利說)만 귀에 쏙쏙 들어온다. 눈에도 온갖 아름다운 것, 고운 것, 감미로운 것만 보인다. 눈을 유혹하는 것, 귀에 솔깃한 것, 혀끝에 달콤한 것만 찾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감각적인 즐거움, 순간적인 쾌락이나 육욕(肉慾)에 빠져서 거기에 몰두하다가 패가망신(敗家亡身)하기 십상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오감(五感)에 현혹(眩惑)되어 오감의 노예로 살다가 일생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술은 당분이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이다. 당분은 맛이 달지만 술은 맛이 쓰다. 그러나 그 성질은 같다. 당분이 변화되어 술이 된다. 술은 당(糖)의 다른 이름이다. 소주 한 병이나 엿 한 병이나 콜라 한 병이나 그 속에 들어 있는 당분의 양은 거의 비슷하다. 술을 마시는 것은 설탕을 퍼먹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술에 취한 사람을 깨어나게 하는 약으로는 감주(甘酒)가 아주 좋다. 감주가 변화하여 술이 되었으므로 그 반대로 술에 취한 사람이 감주를 먹으면 술이 감주로 되돌아오게 되어 술이 깨는 것이다. 알코올을 당분으로 되돌리면 알코올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취기(醉氣)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술은 미숙(未熟)한 것이다. 무엇이든지 미숙(未熟)한 것은 다 독이 있기 마련이다. 덜 익은 것, 덜 자란 것, 덜 여문 것, 덜 된 것은 다 독이 있다. 구렁이가 용이 되려다가 못 된 것이 이무기인데 이무기는 세상에서 가장 흉악한 동물이다.
낙과불식(落果不食)이라는 말이 있다. 덜 익어서 땅에 떨어진 과일은 먹지 말라는 말이다. 독이 있기 때문이다. 국수를 삶다가 덜 삶긴 것, 곧 국수가닥이 겉은 익어서 물렁물렁하고 속은 덜 익어서 딱딱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을 한 번 먹고 체한 사람은 그 뒤로 일생동안 두 번 다시는 국수를 먹지 못한다. 국수를 먹기만 하면 체하기 때문이다. 체하는 이유는 설익은 국수에 독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옛 속담에 ‘익은 밥 먹고 선소리할까’ 하는 말이 있다. 설익은 밥을 먹는 사람은 설익은 짓을 하기 마련이다. 국수를 삶거나 떡을 찌다가 불을 약하게 하여 한 번 설익으면 녹말이나 단백질이 더 높은 열에도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이 생겨서 그 뒤에는 훨씬 센 열을 가해도 익힐 수가 없다. 그 때 녹말이나 단백질에 생긴 면역 물질이 바로 독이다.
서울 불광동에 있는 어느 떡집에서 떡을 열여섯 말을 주문을 받아서 떡을 쪘다. 그런데 그만 주인이 불 조절을 잘못하여 떡이 설익었다. 설익은 떡은 먹을 수가 없다. 먹으면 반드시 체한다. 떡집 주인은 설익은 떡을 24시간 동안을 다시 쪘다. 그러나 아무리 쪄도 익지 않아서 결국 그 떡을 모두 버리고 다시 새로 떡을 만들어 주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술이란 무엇인가? 술은 덜 익은 물질이다. 당분을 발효되어 완전히 숙성되면 초(酢)가 된다. 술은 당분이 초가 되어가는 중간과정에서 멈춘 것이다. 술은 미숙한 초(醋)다. 초가 되다가 만 것이다. 술은 용이 되려다가 만 이무기와 같다. 용은 조화를 부리지만 이무기는 심술을 부린다. 그래서 술을 마신 사람은 이무기처럼 심술을 부린다.
술은 덜 익은 과일이나 곡식과 같다. 그래서 독이 있다. 당분이 완전하게 발효되어 익으면 마지막에 초가 된다. 초는 술독을 푼다. 그러므로 술을 많이 마셔서 병이 생긴 데에는 초를 먹는 것이 제일 좋다. 곧 술통에 초를 부으면 술이 모두 초가 되어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무엇이든지 덜 익은 것, 설익은 것에 독이 있다
의학은 쉬운 학문이다. 의학은 모두 상식(常識)이다. 무엇이든지 상식을 벗어난 지식은 올바른 지식이 아니다.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쉬운 것,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것을 상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 용어와 지식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어서 오히려 상식을 모른다. 어렵고 복잡한 이론과 정보와 지식들이 정신을 흐릿하게 만든다. 바른 이치는 본디 쉽고 단순한 것이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가장 쉬운 것을 일러서 여반장(如反掌)이리고 한다. 손바닥을 뒤집는 것이 여반장이다. 초를 먹으면 술로 인해서 생긴 병을 다 고칠 수 있다. 그래서 술로 인해 병이 생긴 사람한테는 위약(僞藥), 곧 가짜 약 이를테면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백출(白朮) 같은 것으로 알약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반드시 이 약은 초와 같이 먹어야 낫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고 단단히 일러 준다. 가짜 약을 먹고 병이 나으면 그 약 덕분에 나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식초를 먹어서 나은 것이다.
알코올은 당분이 바뀌어서 된 것이다. 미생물이 당분을 먹고 분해하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생긴다. 미생물이 당분을 먹고 만들어 낸 똥이 알코올이다. 알코올에는 당분의 기능이 그대로 남아 있다. 술이 몸 안에서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당분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한테는 당분을 많이 먹는 사람과 꼭 같은 피해가 나타난다. 이를테면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은 당뇨병이 잘 생긴다. 술이 몸에 들어가서 당분으로 바뀌므로 술을 많이 마시는 당뇨병 환자는 술을 끊지 않으면 병을 고치기가 어렵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음식이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든지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그런 음식을 손꼽아 보라고 한다면 그 첫 번째로 궁중음식(宮中飮食)을 꼽을 수 있다.
궁중음식은 임금이 먹는 음식이다. 가장 맛있고 귀하며 값비싼 음식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고 먹고 싶어 안달을 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왜 제일 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가장 나쁜 음식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혀에 가장 달고 맛있기 때문이다. 혀에 제일 좋은 음식이 몸에는 가장 나쁘다.
음식뿐만 아니라 의약도 마찬가지다. 가장 나쁜 약, 누구든지 절대로 쓰면 안 되는 약이 궁중의약이다.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의학을 손꼽아 보라고 한다면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궁중의학이다. 가장 형편없는 의학은 궁중의학이고 가장 형편없는 의원(醫員)은 궁중의원이다. 궁중에 있는 전의(典醫)나 어의(御醫)들이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의원이다.
가장 나쁜 음식은 궁중음식, 가장 나쁜 의학은 궁중의학
궁중음식, 진상(珍賞)요리, 어찬(御餐), 어주(御酒) 등 임금이 먹는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음식이다. 궁중요리가 세상에서 최악(最惡)의 음식이다. 임금한테 갖가지 요리를 만들어 바치는 지밀상궁(至密尙宮)들이 가장 형편없는 요리사이며, 임금의 질병을 치료하는 어의(御醫)들이 가장 형편없는 의원이다.
어째서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높이 떠받드는 음식과 의학을 제일 형편없다고 하는가? 조선시대 5백 년 동안 27명의 왕이 있었는데 이들 임금의 평균 수명이 37살이었다. 그런데 조선시대 서민들의 평균 수명은 51살이었다. 임금들이 서민들보다 평균 14년이나 빨리 죽었다.
궁궐에는 임금 한 사람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의원들, 곧 어의(御醫)들이 늘 150여 명이 있었고, 임금한테 밥상을 차려 주는 전문요리사인 지밀상궁이 200여명이 늘 곁에 붙어 있었다. 이 어의(御醫)들과 지밀상궁들이 임금을 병들게 하고 요절하게 한 것이 아닌가. 어의들은 임금한테 늘 산삼(山蔘)이나 녹용(鹿茸) 따위의 가장 비싸고 귀한 보약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게 했고, 지밀상궁은 날마다 가장 맛있고 기름진 음식, 곧 고량진미(膏粱珍味)와 향기로운 술을 먹게 했다. 최고의 보약과 고량진미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영양과잉으로 인해 몸 안에 온갖 쓰레기와 독이 쌓이고, 그 독으로 인해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가 임금들이 요절한 것이 아닌가. 보약과 고량진미(膏粱珍味)가 몸을 제일 크게 해친다는 간단한 상식을 모르는 자들을 어찌 의원이라고 할 수 있고 요리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옛 기록들을 보면 조선의 임금들이 잦은 식사 때문에 혹사(酷使)를 당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말이 식사지 ‘음식의 테러’나 마찬가지였다. 임금들은 많게는 하루 7끼까지 먹어야 했다. 오전 7시에 타락죽(우유가 주재료)을 주축으로 한 초조반상을 먹고, 오전 10시에 12첩 반상으로 된 아침수라를 먹었으며, 오후 1시에는 국수를 축으로 한 낮것을 들고, 오후 5시에 다시 12첩 반상으로 된 저녁수라를 먹었으며, 밤에는 야참을 또 먹어야 했고, 모임이 있을 때마다 주안상과 다과상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이처럼 맛있고 기름진 음식들을 많이 먹어서 왕들이 병이 많고 단명했던 것이다.
<동의보감>이 왜 제일 형편없는 의학책인가
이 세상에서 제일 형편없고 재수 없는 의학책을 손꼽아 보라고 한다면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이고 그 다음은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 있는 처방전들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재수가 없고 온갖 나쁜 기운이 저절로 생긴다. 쳐다보기만 해도 재수가 없는데 하물며 거기에 들어 있는 처방으로 무슨 질병을 고칠 수 있겠는가?
옛날, 진짜 훌륭한 의원들은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였다. 진짜 명의(名醫)들은 환자의 병을 고쳐주는 일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절대로 자랑하지 않았다. 훌륭한 행의(行醫)들은 병자를 고쳐주고 나서 누구한테 병을 고쳤다는 말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아 달라고 환자와 그 가족들한테 신신당부하였다.
훌륭한 의원이셨던 우리 6대조 할아버지께서는 환자를 치료하러 나가면 이름은 없고 성이 여덟 개가 있었다고 한다. 환자를 고쳐 주고 나서 환자나 그 가족들이 어디서 온 뉘신지 물으면 출신지와 이름을 거짓으로 말하여 절대로 소문이 나지 않게 각별히 조심하였다. 객지에 나가서 환자를 고친 뒤에 출신지를 거짓으로 대어서 신분을 철저하게 감추었던 것이다.
옛날 의약(醫藥)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꺼리는 것은 명의로 널리 알려져 소문이 나는 것이었다. 병을 잘 고친다고 소문이 나면 귀족들과 명문세가(名門世家)에 이름이 알려지게 되고 결국 궁중에까지 알려져서 궁중에 불려가서 궁중의사가 된다. 궁중의사가 되어 궁중에 들어가서 후궁(後宮)의 병이나 고치다가 만약 잘못되면 귀양을 가거나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 다반사(茶飯事)였다.
우리 할아버지는 동네에서도 친가(親家)와 처가(妻家), 외가(外家)의 3족 말고는 일체 아무한테도 치료를 해 주지 않아 마을에서도 실력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할아버지가 훌륭한 의원인 줄을 몰랐다. 충청도 지방에 가서 행의(行醫) 노릇을 할 때는 경기도에 사는 이씨라고 말하고, 전라도에 가면 경기도에 사는 최씨라고 말하는 등으로 팔도(八道)의 가는 지역마다 성을 달리 말하였으므로 성(姓)이 여덟 개가 있었다. 이렇게 1년에 한 바퀴씩 팔도를 골고루 돌면서 행의(行醫)하여 백성들한테 무료로 의료봉사를 하셨다.
의술(醫術)이 출중하고 지혜로운 선비들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서 명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제일 꺼렸으며 궁궐에 불려가서 궁중의사가 되는 것을 제일 무서워하였다. 그러나 전의(典醫)는 사정이 이와 전혀 달랐다. 진짜 실력이 뛰어난 선비나 의원(醫員)들은 절대로 전의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인(中人)들이나 천한 신분의 사람들은 의학을 열심히 공부하여 궁중의사가 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래서 양반도 아니고 상놈도 아닌 서얼(庶孼) 출신의 전의가 제일 많았다. 임금이나 임금의 친족(親族)이나 외척(外戚), 왕비(王妃), 또는 후궁(後宮)이 병이 들었을 때 태의원(太醫院)에 있는 어의(御醫)가 고치지 못하면 그 벌로 멀리 귀양을 보내든지 사형을 시키든지 삼족(三族)을 멸하든지 했는데, 정신 나간 선비가 아니라면 누가 목숨을 버릴 각오로 어의 노릇을 하려 했겠는가.
그러나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일생을 노비(奴婢)나 천한 신분으로 일생을 고생하면서 사느니보다는 나중에 잘못되어 일족이 몰살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의원이 되어 궁중에 들어가 출세를 하고 싶은 욕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천한 신분에서 벼슬을 얻거나 신분 상승을 하려면 의원이 되는 길 밖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궁중 의원 중에 서얼(庶孼) 출신이 유난히 많았다. 허준(許浚)이나 이제마(李濟馬) 역시 서얼 출신이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서얼 출신의 궁중의원이었던 허준(許浚)이 온갖 옛날의 중국의 옛 기록들 곧 중국의 화타(華陀), 편작(扁鵲) 같은 사람들이 남긴 온갖 의학에 대한 기록을 모아서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정리한 책이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에서 건너 온 온갖 낡은 의학지식들을 모아서 엮은 책일 뿐이다. 우리 조상들한테서 문언(文言)으로 전해오는 우리 민족 고유의 뛰어난 의료지혜가 많이 있었지만 허준은 이를 전혀 기록하지 않았다.
중국의학과 우리 의학은 서로 다르다. 체질 역시 중국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이 서로 다르며, 약재 또한 중국에서 난 것과 우리나라에서 난 것이 서로 다르다. 중국 사람은 중국 의학으로 치료하고 우리나라 사람의 병은 우리나라 의약으로 치료해야 병을 제대로 고칠 수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중국 의학책을 베껴서 보기 좋게 편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땅에서 나는 약재로 중국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책이지 우리 땅에서 나는 약재로 우리 민족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책이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대주의(事大主義) 의학과 모화사상(慕華思想)의 결정판(決定版)과 같은 책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이다. 한의사들을 비롯하여 전통의학을 공부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보감>을 무슨 의학의 경전(經典)인양 떠받들고 거기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에 <동의보감(東醫寶鑑)>으로 아무리 오래 공부를 해 봐야 아주 쉽고 간단한 질병도 고칠 수 없는 멍청한 의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백만 번을 읽어서 달달 외어 보라. 4백 년 전에 중국 책을 베껴서 쓴 책에서 어찌 오늘날의 온갖 고질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 있겠는가?
단맛으로 인한 독은 신맛과 쓴맛으로 해독한다
단 맛으로 인한 독을 풀 수 있는 것은 신 맛이다. 벌에 쏘였을 때 식초를 바르면 잘 낫는다. 벌독은 산성 독이고 알칼리성 물질인 식초가 해독할 수 있는 것이다. 쓴 맛도 단맛으로 인한 독을 풀어준다. 단맛에 중독되었을 때에는 시거나 쓰거나 매운 것, 떫은 것을 먹어서 해독할 수 있다.
쓸개는 맛이 쓰다. 고기를 먹고 체했거나 고기를 먹고 식중독에 걸렸을 때에는 개쓸개가 제일 좋은 약이다. 개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이다. 개의 쓸개에는 고기에 들어 있는 독을 풀고 고기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채식주의자가 풀을 먹고 식중독에 걸린 데에는 소 쓸개가 제일 좋은 약이다. 소의 쓸개에는 풀에 들어 있는 온갖 독을 해독하고 풀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곡식과 과일, 풀을 주로 먹는 채식주의자가 웅담(熊膽)을 먹으면 위장이 깎여 나가서 위궤양이 되거나 위에 구멍이 난다. 곰은 잡식성이지만 소처럼 풀을 뜯어먹지 않고 뱀, 개구리, 벌, 물고기 등을 주로 먹으므로 육식동물에 더 가깝다. 웅담에는 온갖 동물성이나 식물성 음식을 가리지 않고 소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소화효소가 들어 있다. 채식주의자가 웅담을 먹으면 곰쓸개에 들어 있는 소화효소 성분들이 위벽을 소화시켜 버려서 위벽이 헐거나 종이처럼 얇아질 수밖에 없다.
썩은 음식을 먹고 체했거나 식중독에 걸린 데에는 개 쓸개가 제일 좋다. 개는 온 동네의 쓰레기통을 다 뒤져서 온갖 썩은 것들을 골라서 먹어도 결코 탈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의 쓸개는 온갖 부패균과 병원균을 죽이는 살균제로 아주 좋다. 개 쓸개를 기초제와 송진, 기름 같은 것과 섞어서, 곧 개기름 같은 것으로 반죽하여 개 쓸개 연고를 만들면 종기를 치료하는데 제일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온갖 피부염이나 도장 버짐 같은 것도 한두 번 바르면 낫는다. 모든 종기와 종창, 피부병에 이명래 고약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나다. 기계충, 악성 버짐, 원형탈모증, 백반(白斑)이나 자반(紫斑) 같이 여간해서는 잘 낫지 않는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최고의 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옛날에 개한테 물리면 상처가 덧나지 않게 개털을 태워서 가루 내어 기름으로 개어서 발랐다. 그렇게 하면 덧나거나 흉터가 남지 않고 잘 나았다.
기능은 버릴 수도 있고 얻을 수도 있다. 기능은 취사선택할 수 있다. 노력과 훈련을 통해 기능을 얻을 수도 있고 버릴 수도 있으며 머물게 할 수도 있고 발전시킬 수도 있으며 퇴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단 맛이 나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탈이 났다면 매운 맛이나 쓴맛 나는 것을 먹어서 발산시키거나 중화시킬 수 있다. 단 것을 많이 먹어서 병이 생기면 매운 것을 먹어서 발산시키든지 쓴 것을 먹어서 내보내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단맛의 반대되는 맛은 쓴맛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하고 쓴맛을 싫어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다. 그러나 단맛으로 인해 생긴 병은 쓴 것을 삼켜야 고칠 수 있다. 달면 뱉고 쓰면 삼켜라. 쓴맛이 나는 것은 단 맛을 중화하고 면역력을 길러준다.
쓴맛이 나는 것들은 대체로 성질이 차가운 것이 많다. 고삼(苦蔘)을 다른 이름으로 도둑놈의 지팡이라고 부르는데 맛이 몹시 쓰다. 맛이 몹시 써서 고삼(苦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삼은 염증을 삭이는 효과가 뛰어나서 급한 질병에는 쓸 수 있으나 성질이 차가우므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쓰거나 오래 쓰지는 말아야 한다.
익모초는 당분을 태워 없애고 냉증을 치료하는데 좋은 약초다
몸 안에 있는 당분을 태워서 없애는 데는 익모초(益母草)가 좋다. 익모초는 쓴 맛이 아주 강하다.
익모초의 생태를 살펴보면 햇볕을 매우 좋아하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익모초는 여름철에 뜨거운 태양의 불기운을 잔뜩 받아들여서 맛이 몹시 쓰다. 초여름에 강렬한 햇빛을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므로 화기(火氣)가 많이 들어 있다. 익모초는 초여름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기 시작해서 여름의 막바지 무렵 가을이 되기 전에 잎과 줄기가 시든다. 익모초의 쓴맛은 태양의 화기(火氣)에서 온 것이다. 태양빛을 많이 받아들여 쓴 맛이 많이 난다. 무엇이든지 태우면 쓴맛이 나지 않는가. 오로지 단맛 밖에 없는 설탕도 태우면 쓴맛이 난다. 옛날 요즘처럼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에 냄비에 쌀로 밥을 짓다가 불 조절이 서툴러서 새카맣게 태운 밥은 맛이 소태처럼 써서 아무도 먹지 않았다.
익모초는 한여름에 줄기가 무성하게 자라서 꽃이 필 무렵에 베어서 약으로 써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고 씨앗이 익을 무렵 씨앗에 기름이 들어 있는 것을 베어서 약으로 쓰면 안 된다. 씨앗에 들어 있는 기름에 다이옥신 같은 독이 있기 때문이다.
고삼은 익모초와 마찬가지로 쓴맛이 강하기는 하지만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하제(下劑)로 쓴다. 고삼은 불을 끄는 약재이다. 소태나무 같은 것도 맛이 매우 쓰지만 성질이 차가우므로 먹으면 설사를 하게 된다. 고삼이나 소태나무를 한꺼번에 많이 쓰면 사하(瀉下) 작용이 너무 세어 탈수증(脫水症)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황련(黃蓮), 황백(黃柏), 황금(黃芩) 같은 것들은 다 쓴맛이 강하므로 사하제(瀉下劑)나 염증을 없애는 데는 좋지만, 성질이 차가우므로 많이 먹거나 오래 먹어서는 안 된다. 이런 약재를 오래 먹으면 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거부생신(去腐生新)에 제일 좋은 약초가 익모초(益母草)다. 익모초는 태양의 화기(火氣)를 많이 받아들여 쓴맛이 많지만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몸 안에 염증이 생겼거나 피부에 종기가 났을 때에 익모초를 먹으면 효과가 좋다. 본디 쓴맛이 나는 것은 염증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다. 쓴맛이 나는 것을 벌레들이나 병원균들이 다 싫어한다.
태독(胎毒)이나 주독(酒毒)으로 인해 얼굴에 열이 올라 얼굴이 벌겋게 된 것을 것을 치료하는 데에도 익모초가 으뜸이다. 익모초는 이른 봄에는 쓴맛이 거의 나지 않다가 여름이 가까워지면서부터 쓴맛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고삼, 황련, 황백, 소태나무 같은 것은 사시사철 어느 때든지 상관없이 쓴맛이 강하게 난다.
약쑥을 계절마다 조금씩 뜯어서 맛을 보면 여름철이 가까이 되어야 쓴맛이 나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익모초는 늦은 봄철부터 쓴맛이 들기 시작한다. 익모초 말고 늦은 봄철에 쓴맛이 드는 것으로 인진쑥이 있다. 인진쑥이나 약쑥을 쓴맛이 한껏 오른 팔구월에 채취해서 먹으면 화기가 너무 세어서 그 화독(火毒)으로 인해 시신경이 타서 눈이 멀어버릴 수도 있다. 이것은 태양을 바로 쳐다보면 시신경이 타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진은 간은 따뜻하게 한다
인진(茵蔯)이란 말은 본디 새싹 인(茵)자에 묵은 뿌리 진(蔯)자를 쓴다. 인(茵) 자는 풀 초(艹) 아래에 원인 인(因)자가 있는 글자다. 곧 묵은 뿌리에서 새싹이 난 것을 인진(茵蔯)이라고 하는 것이다. 묵은 뿌리에서 새싹이 손가락 길이만큼 올라왔을 때 채취해서 약으로 써야 제대로 효과가 난다는 뜻이다.
인진은 이른 봄에 채취한 것만 약으로 쓴다. 봄철이 지나서 채취한 것은 조열(燥熱)한 성질이 있어서 오히려 간을 해친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말에 삼월 인진쑥, 사월 개똥쑥이라고 했다. 곧 음력 삼월에 채취한 인진쑥은 황달(黃疸)을 치료하는데 좋은 약이 되지만 사월에 채취한 것은 약이 되기는커녕 독이 있어서 개똥만큼도 쓸모가 없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인진은 온간지품(溫肝之品)이다. 간을 따뜻하게 해서 간 기능을 살아나게 한다. 간은 술독, 곧 발효탱크와 같은 것이다. 몸 안에 들어오는 온갖 영양물질과 독성물질을 모두 받아들여 효소로 반응을 일으켜서 분해하고 해독한다. 간은 거대한 화학공장과 같다. 그리고 간은 재활용 탱크와 같다고도 할 수 있다. 간에 열이 쌓이면 염증이 생겨 간염이 되고, 간염이 오래 되면 간이 차츰 굳어서 간경화가 되며, 간경화가 오래 되면 간암이 된다.
한여름에 무성하게 자라서 화기(火氣)가 몹시 오른 인진쑥을 먹으면 열이 지나치게 강하여 간이 확 뒤집혀 버리게 된다. 그런데 요즈음 약재 시장이나 건재상에서 구할 수 있는 인진쑥은 한여름 가장 무성하게 자랐을 때, 곧 화독(火毒)이 절정에 달했을 때 채취한 것 밖에 없다.
인진쑥뿐만 아니라 고삼(苦蔘)이나 개똥쑥 같은 것도 그렇다. 한 여름철 화기(火氣)를 잔뜩 머금은 고삼을 먹으면 간이 뒤집혀서 미쳐 버린다고 하여 옛사람들은 고삼을 두고 미치광이 대궁이라거나 미친놈의 지팡이라고 하거나 도둑놈의 지팡이라는 등의 이름으로 불렀다.
개똥쑥은 열을 내리고 염증을 삭이는 효능이 있으므로 말라리아 치료제로는 좋지만 이것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드는 곳은 옳지 않다. 개똥쑥, 닭의장풀, 인진쑥, 알로에, 상황버섯, 영지버섯 같은 것들은 이로운 것이 하나이고 해로운 것은 백 가지나 되는 것들이다.
뚱뚱한 사람은 모두 뱃속이 차갑다
사람은 누구나 추우면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사람뿐만 아니라 뭇 생물들이 다 그렇다. 추운 겨울철에는 만물이 웅크리고 잠을 자거나 휴식한다. 곰은 굴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고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휴식한다. 변온동물(變溫動物)인 뱀, 파충류, 곤충들을 보라. 기온이 낮아 체온이 낮을 때에는 몸이 굳어서 거의 움직이지 못하다가 햇볕을 받아 체온이 올라가면 재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인다.
몸이 차가우면 내장이 게을러진다. 오장육부(五臟六腑)는 차가우면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차가운 것은 무엇이든지 딱딱하게 하고 굳어지게 한다. 몸이 차가워지면 내장이 굳어져서 신진대사(新陳代謝)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진대사(新陳代謝)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양물질이 몸 안에 쌓여 독이 된다.
그래서 몸이 냉하면 영양물질이 몸 안에 쌓여 뚱뚱해지고, 이와 반대로 뚱뚱해지면 모두 냉증이 된다. 그래서 뚱뚱하고 몸이 차가운 사람을 일러 뚱냉이라고 한다. 뚱뚱한 사람은 모두 속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
온갖 기능과 기운은 하늘과 땅을 비롯한 우주에 가득 차 있다. 사람이 이 천지에 가득한 우주의 기운과 기능을 얻으면 지식이 많아지고 지혜가 넓어진다. 또한 무병장수(無病長壽)하고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주의 기운을 얻지 못하면 어리석게 되어 바보가 된다. 게다가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가 요절(夭折)하기 쉽다. 그렇다면 천지간(天地間)에 가득한 우주의 기운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가?
봄철에 일찍 꽃이 피는 식물들은 대개 하지(夏至) 전 곧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오기 전에 씨를 맺고 난 뒤에 줄기와 잎이 누렇게 말라 죽는다. 이들은 한해살이 식물이 아니라 반해살이 식물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한 해는커녕 반년도 제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풀들은 한 해의 삼분지 일이나 사분지 일 밖에 살지 못한다.
하지(夏至) 전의 절기(節氣)를 일러서 망종(芒種)이라고 한다. 망(芒)자는 풀 초(艸) 변 아래에 망할 망(亡)자가 있는 글자다. 곧 봄에 꽃핀 풀들이 하지 전 망종 무렵에 씨앗을 맺고 죽는다고 해서 붙인 절기 이름이다. 봄철에 꽃이 피어 망종 무렵에 씨앗을 맺고 죽는 식물은 우주의 기능 곧 뭇 별들한테서 오는 기능을 조금 밖에 받지 못한 식물이다. 그래서 수명이 짧고 생명력이 약하다.
그러나 갈대나 억새, 줄풀, 부들 같은 화본과 식물들은 여름철에 꽃이 피어 가을에 씨앗을 맺고 난 뒤에 잎이 마른다. 잎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말라 죽어도 뿌리는 수십 년을 살아 있으며 여간해서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들은 우주에서 오는 기운과 기능을 많이 받아들이고 오랫동안 받아들여서 수명이 길고 강인한 생명력과 면역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생명력과 면역력이 강한 칡
오래 살고 생명력과 면역력이 강한 대표적인 식물로 칡을 꼽을 수 있다. 칡은 아주 오래 산다. 오백 년이나 천 년을 예사로 산다. 그리고 생명력이 몹시 질기다. 면역력이 강해서 늙어서 죽거나 병이 들어 죽은 것을 찾을 수 없다. 수백 년을 살아도 뿌리가 썩지 않는다. 칡뿌리를 파먹는 벌레도 없다. 그래서 칡은 생명력과 면역력을 기르는데 아주 좋은 음식이고 약이 된다.
칡과 콩은 잎 모양이나 열매 모양이 서로 비슷하다. 콩잎은 칡잎의 축소판이다. 둘 다 콩과에 딸린 식물로 서로 가까운 친척이다. 그러나 칡은 오백 년이나 천 년을 살 수 있고 콩은 120일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그것은 칡은 강한 알칼리 성질을 지니고 있고 콩은 약한 알칼리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콩에 굵은 열매가 달리고 구하기가 훨씬 쉬우므로 약이나 음식으로 콩을 널리 쓰는 것이다.
알칼리는 산성 독을 중화하고 풀어주는 해독제다. 부자(附子)나 초오(草烏) 같은 독초나 여러 가지 독에 중독되었을 때 감초와 검정콩을 같은 양으로 넣어서 달인 감두탕(甘豆湯)이 훌륭한 해독제다. 감두탕을 달여 먹으면 설사가 나지 않고 탈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칡꽃이나 칡열매, 칡뿌리도 검정콩이나 감초와 마찬가지로 부자나 초오독, 알코올 중독 같은 온갖 독을 해독하는 기능이 있다.
몸은 추우면 웅크리고 수축된다. 추워지면 신진대사(新陳代謝) 활동이 느려진다. 반대로 몸이 따뜻해지면 효소의 활동이 왕성해져서 신진대사 기능이 활발해진다. 몸이 따뜻해지면 장부의 기능이 활발해져서 온갖 질병이 물러가고 면역력이 세어진다. 반대로 몸이 차가우면 온갖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같은 것들이 활동하기 쉽다. 몸이 차가우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한기(寒氣)가 들 때 병원균이 같이 침입하여 감기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몸이 차가워지는 것이 만병의 근원이 된다.
요즈음 사람들의 식중독은 대개 냉장고로 인해 생긴다. 당뇨병도 그렇다. 당뇨병은 당분에 체한 것이므로 당뇨병 역시 식중독이나 마찬가지다. 식중독이나 당뇨병은 모두 냉장고로 인한 병이다. 냉장고 안은 온갖 해로운 균들이 자라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온갖 해로운 세균들한테는 냉장고 안이 지상천국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식중독에 걸리면 오히려 더 큰 냉장고를 들여 놓는다. 그러나 냉장고를 버리지 않으면 식중독을 막을 수 없다. 냉장고 속에는 생명이 없다.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은 죽은 음식이고 냉장고에 들어 있는 물은 죽은 물이다. 죽어서 가는 곳이 지옥이다. 그렇다면 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집집마다 지옥이 있으니 냉장고 안이 지옥이요, 냉장고 문이 곧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달고 차가운 것을 좋아한다. 아니 달고 차가운 것에 열광한다. 모든 사람이 달고 차가운 것에 미쳐 있는 것이다. 가장 달고 맛있고 차가운 것은 아이스크림이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은 불티나게 팔린다. 수백 가지가 넘는 청량음료들도 모두 달고 차갑다. 요즘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설탕과 냉장고다.
냉장고가 없는 집은 없다. 어느 집이나 냉장고 안에는 콜라, 사이다, 물, 맥주, 우유, 과일, 야채 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 있다. 모든 사람이 냉장고에 중독되어 있다. 요즘 주부들은 김치와 된장,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까지 냉장고에 보관한다. 냉장고가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다.
사람들은 모든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먹는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얼음조각을 넣어서 마신다. 찻집이나 음식점에 가도 제일 먼저 얼음조각을 넣은 물이나 음료를 갖다 준다. 이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과 음료들이 식중독, 당뇨병, 암, 냉증을 비롯한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을 누가 알랴.
냉장고가 식중독, 당뇨병, 암의 근원
부엌에 큰 냉장고를 들여 놓고 있거나 냉장고를 많이 갖고 있는 집일수록 그 집안에 환자가 많다. 게으르고 어리석은 주부일수록 온갖 음식을 냉장고에 쌓아 둔다. 그러나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주부는 끼니때마다 정성들여서 음식을 만든다.
연탄불이 한 번 꺼지면 다시 불을 지피기가 쉽지 않다. 옛날 중학교에 다니면서 자취(自炊)를 할 때 방에 연탄불이 한 번 꺼지면 다시 피우느라고 애를 먹었다. 연탄에 나무나 숯으로 불을 붙여 피워 보면 처음 불이 붙기 시작할 때 유독한 가스가 제일 많이 나오고, 불이 붙어서 활활 타오를 때에는 유독한 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이 제대로 붙지 않아서 불완전 연소가 되면 열이 나지도 않으면서 유독한 가스가 많이 생기고, 불이 활활 타서 완전 연소가 되면 열이 많이 나면서도 유독가스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우리 몸도 이와 같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차가운 음식은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마치 물에 푹 적셔 놓은 장작과 같은 것이다. 잘 마른 장작을 물에 푹 담가서 흠뻑 적신 다음에 불을 붙이려고 한다면 불이 잘 붙겠는가? 아무리 좋은 불쏘시개를 써서 불을 붙이려고 애를 써도 불이 붙지는 않고 연기와 그을음만 많이 나올 것이다.
영양물질이 불완전연소(不完全練燒)가 되면 독으로 바뀐다. 우리 몸에서 영양분을 태워서 에너지로 만들어 소비하려면 산소가 필요하다. 불이 탈 때 산소가 필요한 것과 같다. 산소는 몸속을 정화하는 청소부와 같다. 그런데 뱃속이 차가우면 대사과정에서 영양물질이 산소와 제대로 결합할 수 없어서 영양물질이 에너지로 변환되지 않는다. 영양물질이 에너지로 변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오히려 독성물질이 생겨난다. 곧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폐로 산소를 들이마시면 산소가 몸 안에서 활성산소로 바뀐다. 활성산소는 세포핵을 보호하고 있는 세포막을 파괴한다. 활성산소는 세포막을 마치 비닐로 만든 비옷을 쇠갈고리 같은 것으로 마구 긁어놓은 것처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버린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달고 차가운 음식들이 암, 식중독, 두통, 당뇨병을 비롯한 온갖 성인병과 문명병의 제일 큰 원인이다.
장마철에 비에 흠뻑 젖은 장작으로 불을 때서 밥을 지으려 하면 장작 한 짐으로도 밥 한 그릇을 지을 수 없다. 연기만 많이 나고 불이 잘 붙지도 않고 타지도 않는다. 그러나 잘 마른 장작으로 불을 때서 밥을 지으면 장작개비 한두 개로 아주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젖은 나무로 불을 지피면 연기만 나고 잘 타지 않는 것처럼,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몸 안에서 불완전연소가 되어 에너지는 만들지 못하고 활성산소를 비롯한 온갖 독성 물질만 잔뜩 만들어 낸다.
설탕은 가장 훌륭한 에너지원이다. 곧 가장 훌륭한 장작인 셈이다. 그런데 이 설탕이 냉(冷)을 만나면 곧 냉장고에 넣거나 얼리면 장작개비를 물에 푹 담가 놓은 것과 같이 된다. 당분이 많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먹는 것은 물에 흠뻑 젖은 장작으로 불을 때서 방을 데우려는 것과 같다. 장작을 아무리 많이 넣어 봤자 아궁이는 막히고, 온 집안에 연기만 가득할 것이며 방은 따뜻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연기, 곧 활성산소는 많이 생기고 에너지는 얻을 수 없다. 에너지가 불완전 연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눈이 침침해진다. 불완전 연소된 그을음, 곧 독소성분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서 혈액을 탁하게 하여 모세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눈은 신체의 여러 기관 중에서 가장 정밀한 기관이다. 시신경에 가장 미세한 신경조직과 혈관들이 모여 있다. 사람은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에 에너지와 산소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
아토피 피부병도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이 그 원인이다. 혈액 속에 들어가서 연소되지 않는 지나치게 많은 당분이 몸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염증을 일으킨 것이 아토피 피부병이다.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당분이 많은 음식들, 곧 맥주, 소주, 술, 과일, 고기, 떡, 인절미, 빵, 과자 같은 것이 요즘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에 걸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옛날 조선 시대의 임금들이 오래 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석빙고(石氷庫) 때문이었다. 냉장고가 없었으므로 궁중에서는 겨울철에 한강에서 얼음을 떼어내어 석빙고에 저장하였다. 그 얼음을 여름철에 꺼내어 수시로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거나 꿀물에 얼음을 넣어 먹었다. 지금은 냉장고 덕분에 한여름에도 얼음이 흔하지만 옛날에 한여름에 얼음을 먹는 것은 임금이나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1번 고맙습니다..ㅎㅎ
좋은 내용인데 기네요 책읽는거처럼요
나중에 천천히 읽을게요 너무 길어 하나도 몰라요
그래서 1, 2부로 나눴어요..ㅎㅎ
천천히 읽으세요..
치토스님!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런 분을
딥스들이 질병청장으로 임명하겠어요..ㅎㅎㅎㅎ
귀한 정보,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