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하 서울)이 성남FC(이하 성남)를 꺾고 다시 선두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개막 이후 파죽의 연승 행진을 이어갔지만 핵심 미드필더 신진호의 입대 이후 비틀거렸다. 주전 멤버들이 결장한 산프레체히로시마와의 AFC챔피언스리그 6차전이나 대구FC와의 FA컵은 그렇다쳐도, 수원삼성블루윙즈와의 슈퍼매치 무승부 그리고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포항스틸러스에게 당한 3:1 패배는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신진호가 팀을 떠받들고 있었다는 것은 비약이지만, 최근 부진은 신진호의 공백에서 시작된 것이라 보인다. 지난 10라운드 현재 3위 성남을 상대로 보여준 3:2 승리 속에서 앞으로 서울의 새로운 전술적 선택을 찾아볼 수 있었다.
FC서울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신진호. 상주 상무는 신진호 이병의 합류로 전력이 상승할 것이다. 출처:FC서울 홈페이지
1. 신진호의 공백이 왜 치명적이었나
서울의 상승세는 보유한 선수들을 기반으로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이 녹아들면서 시작되었다. 데얀, 주세종, 신진호가 이번 시즌과 함께 합류했다. 임대 복귀한 김원식, 지난 시즌 후반기에 합류한 아드리아노도 적응기를 마쳤다. 시즌 초반 서울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주 절묘한 미드필더 조합을 찾았다는 것이다.
주세종은 가장 최후방에서 미드필더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게임의 흐름을 읽는 눈이 좋은 주세종은 서울의 공격이 차단되거나 수비에 밀려나올 때마다 후방에서 공을 지켜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전체적으로 공격 방향을 정하는 것, 공격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의 방향 전환도 그의 소임이었다. 신진호는 보다 앞선 위치에서 ‘연결 고리’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공격수, 미드필더, 측면수비수 등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들의 거리가 멀어질 때마다 그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많은 활동량과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빠른 드리블로 상대 수비 형태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창의적인 마무리 패스 능력으로 직접 수비를 허물기도 했다. 여기에 다카하기라는 존재는 날카로움을 더했다. 다카하기는 신진호의 움직임으로 형태가 무너진 수비의 허점을 노려 데얀과 아드리아노, 두 공격수를 후방 지원했다. 그가 지닌 창의성은 공격수들에게 많은 찬스를 제공했다. 때문에 서울의 공격은 매우 날카로웠고 또 조직적이었다. 매우 잘 ‘만들어진’ 공격 형태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잘 만들어진 전술은 그 세밀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각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 섬세하게 다듬어진 만큼, 다른 선수들이 투입했을 때 똑같은 효과를 보긴 어려운 것이다. 이석현, 박용우가 '신진호-다카하기-주세종'의 로테이션 멤버로 출전했을 때, 원래와 같은 전술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면 새로운 선수에 맞는 전술이 필요하고, 이에 어울리도록 미드필더 간의 역할 분담을 새롭게 해야 한다.
2. 플랜B 찾기가 아닌 새로운 플랜A 만들기
모든 주전 멤버가 부상 없이 전 경기를 치르는 것이 어려운 만큼, 서울처럼 큰 규모의 팀은 로테이션을 돌릴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멤버가 바뀌었을 때는, 그 선수들에 맞는 전술, 이른바 플랜B가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플랜B는 시즌을 장기간 치를 때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서울의 상황은 다르다. 언급한 대로 FC서울이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미드필더 조합과 이들을 중심으로한 공격 전개는 사실상 다른 선수들이 들어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신진호라는 선수가 가진 ‘고유의 가치’가 바로 그 대체 불가능함에서 나오고, 그것이 바로 ‘클래스’라고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 다시는 시즌 초 같은 공격 전술을 선보이지 못할 거란 의미는 아니다. 이제 신진호가 중심에 섰던 전술은 선수가 팀을 떠면서 힘을 잃었으므로, 이제는 그를 대체할 멤버들에게 맞는 전술 그리고 역할을 부여하면 된다는 뜻이다. 즉 지금 서울은 미드필드 조합의 새로운 플랜A를 찾고 있는 중이다.
신진호 입대 후에 서울의 경기력이 떨어져 보였던 것은 당연하다. 신진호 중심으로 굴러가던 전술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격적으로 서울의 날카로움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었는데, 박용우가 투입되었음에도 주세종의 움직임이 공격적인 움직임보다 밸런스 유지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다카하기 역시 수비진을 흔들어주는 신진호를 잃자 공간을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던 신진호의 역할을 주세종과 다카하기가 충분히 나누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공격적인 역할을 다하며 성남FC와의 10라운드를 승리로 이끈 주세종과 박주영. 출처: FC서울 홈페이지
3. 주세종의 전진 배치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지난 성남전에는 기존에 미드필드 후방을 담당했던 주세종이 공격적인 위치로 전진했다. 그의 자리는 박용우가 대신했다. 주세종은 자신이 최후방에 있을 때와 달리 무척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중거리슛도 아끼지 않았고, 박스 내로 침투하는 움직임도 많았다. 당초 신진호와 함께 기용되었을 때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서 활약했다. 그는 두 골을 기록하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재능도 뽐냈다. 신진호와 같이 빠르고 역동적인 드리블은 없지만, 기술을 앞세워 좋은 경기를 했다.
박용우에게 기존의 후방 미드필더의 역할을 넘겨주고 주세종은 공격적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성남 전에서는 박용우가 미드필더에서 뛸 때보다 오스마르와 자리를 바꿔 박용우가 수비, 오스마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때 팀의 전체적으로 더 좋은 공격 전개를 보였다. 박용우 역시 좋은 미드필더이지만 무난한 느낌이 강한 편이다. 오스마르가 박용우에 비해 팀의 밸런스 유지를 위한 위치 선정과 공격 전개 방향 설정에 있어서 나은 모습을 보였다. 박용우가 수비로도 활약할 수 있고 현재 서울의 수비 형태가 3백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오스마르의 미드필더 기용도 생각해봄직하다. 아직 서울의 미드필더 구성은 완성된 형태는 아니라는 말이다.
4. 박주영의 2선 공격수 기용
최용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데얀 대신 박주영을 투입했는데 이 선택이 절묘했다. 박주영은 2:1 뒤진 상황에서의 동점골을 직접 어시스트했고, 역전골에는 쇄도 움직임으로 주세종의 득점에 간접적 도움을 주었다. 특히 박주영이 돋보였던 것은 엄청난 패스 센스였다. 서울의 득점 장면을 만든 왼발 크로스, 우측면에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며 고요한에게 찔러준 패스, 아드리아노에게 연결한 중거리 패스 등 박주영의 패스엔 상대의 예측을 깨는 창의성이 있었다.
또한 경기력도 거의 회복했다. 드리블에도 거침이 없었고 공을 쉽게 빼앗기지 않았다. 전진해야 할 때와 천천히 가야할 때도 잘 알고 있었다. ‘축구 천재’라고 불릴 만큼 워낙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인 만큼, 체력, 기술적인 면을 끌어올리면서 제 기량을 찾은 모습이었다. 특히 성남 전과 같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는 데얀-아드리아노의 뒤를 받치는 처진 스트라이커로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진호는 데얀-아드리아노 두 외국인 공격수 콤비를 바로 뒤에서 지원하던 선수였다. 활동량이 많아 수비적인 도움까지 많이 주었다. 박주영에게 신진호만큼의 수비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공격적인 면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의 빈 자리를 때에 따라 박주영을 통해 보완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특히 서울이 더욱 공격적인 전술로 나서야 할 때 박주영은 처진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될 것이다. 물론 실험이 조금 더 필요하다.
5. 그 외의 가능성
신진호를 제외하고도 서울의 미드필더에는 준수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특별한 선수’는 없다. 지난 시즌 팀의 주축 고명진이 팀을 떠났고 신진호마저 팀을 떠났다. 서울의 목표가 K리그 우승과 AFC챔피언스리그의 우승이라고 한다면, 조금 더 능력이 확실한 선수를 보유할 필요도 있다. K리그 내에서 혹은 외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미드필더들의 영입이 있을 수도 있겠다. 최근 부상으로 제 실력을 못 내고 있지만 윤일록 같은 선수들이나, 유스 팀 출신의 선수들이 깜짝 발탁되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누가 영입되든 미드필더들 간의 미묘한 ‘균형 잡기’라는 과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역대 K리그 감독 중 최연소 100승을 달성한 최용수 감독. 이번 시즌의 목표는 몇 개의 우승컵일까. 출처:FC서울 홈페이지
서울은 신진호의 입대로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때문에 대체 선수들의 위치 변화와 이에 따른 미드필더들 간 역할 조정 등 새로운 플랜A를 만드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성남 전에서도 여전히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도 서울의 경기력은 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을 유지할 정도는 되었다. 서울이 팀을 다시 한 번 재정비한다면 다시 아시아와 대한민국 무대를 동시 정복할 수도 있다. 실험을 빠르게 마치는 것이 서울에겐 중요할 것이다. 우라와레즈를 상대하는 AFC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서울은 어떤 미드필더 구성으로 승부를 노릴 것인가. 우라와레즈와의 16강전은 5월 18일 수요일 19시 30분 원정 경기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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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스마르 미드필더 기용이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용우가 빌드업 능력이 워낙 괜찮아서 스리백에 중앙도 괜찮고요. 박용우를 미드필더로 키우고 싶다면 좀 낮은 순위 팀들하고 할 때 로테이션우로 기용해도 충분하니까요.
지난 시즌도 포그바나 비달같은 공수되는 플메형 B2B부제로 그지같은 경기력이었는데 전술을 바꿔야 하는데 최감독 고집도 참
역동적이고 활동량 많은 선수 한 명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외국인 선수 쿼터는 채웠으니 국내 선수들 중에 찾아야 될텐데, 대안이 있으려나요. 딱 생각나는 선수가 없네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Ha dae sung
와... 정확히 꼬집은 글이였습니다.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오스마르를 올리는게 신의 한수가..된거 같고
지금 영입을 해야 한다면..외국인쿼터는 꽉찼고..국내 선수중에 영입을 해야 한다면..괜찮은 수비수가 와서 오스마르를 수미로 계속 배치하는게 좋을것 같고
미드필더를 찾는다면..지금 적임자는 하대성뿐. 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하대성이 온다면 역시 주세종은 전진 배치를 하는 게 나은 선택일 것 같네요. 개인적으론 신진호 같이 역동적인 스타일을 보고 싶은 마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