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녀 무작정 상경기 3
별이 유난히도 밝은 어느 날 밤 피곤에 지친 모든 이들이
잠든 시각에 보라집 앞마당 평상에 누운 보라와 평강이는
설레이는 마음 억누르고 서울 갈 궁리만 하고 있다.
안방에 주무시는 아버지의 뒤척이는 소리가 귀에 들려와
안타깝지만 마음은 이미 여기를 떠난지라 조용조용하게
평강이와 앞날을 상의하고 있는 것이다.
유난히도 밝은 별들이 쏟아져 내려와 마당에 금빛 은빛
반짝이는 탱그런 빛줄기들이 양탄자처럼 주변을 수놓고
나지막한 싸리 울타리, 낮은 초가지붕들이 선경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하늘과 맞닿아 있다.
언제나 순박하고 소박한 꿈이 머무는 여기 산골 동네에는
예쁜 보라와 평강이 그리고 먼저 서울로 간 참이의 추억이
고스란히 잠든 곳이다. 찌들지 않고 떼묻지 않고 오로지 산과
물과 벗하며 지내온 그녀들이기에 복잡한 서울 생활에 적응
할 수 있을 것인지는 신만이 알 뿐 누구도 모를 것이다.
서너시간 동안 보라와 평강이는 상의한 결과 간단한 옷 몇
가지와 돈을 가지고 2일후 아침 6시에 마을앞 미루나무밑에
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산골 동네라 읍내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근처 시까지 가
서울가는 완행열차를 타야만 하는 것이다. 두메 산골이라
터덜거리는 낡은 버스도 하루에 3번, 아침에 점심에 오후에
한 번 오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
걸리고 거기서 2시간 가량 기달려 완행버스를 타야 한다.
2일후 새벽에 만난 보라와 평강이는 부모님이 싸준 삶은
감자랑 옷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가슴에 껴안고 만난다.
배웅 할려는 부모님을 굳이 말리고 나온 평강이는 어느새
눈가에 맺힌 이슬 자국이 있고, 보라는 연로한 아버님의
아침상을 정성껏 차려 안방에 들이고 아버님이 주신 서울
어머님 주소와 전화 번호를 받아 간직한 후 큰 절을 올린
다음 나온 것이다.
부녀간의 이별은 늘 마음 아픈지라 얼른 절하고 일어서 나왔
지만 어디 끓는다고 끓어질 정인가 서글픔이 복받쳐 걸음걸이도
휘청거린다. 이른 새벽에 만난 보라와 평강이는 차시간을 놓칠
세라 보따리를 가슴에 안고 부지런히 읍내로 종종걸음을 놓는다
읍내에 도착한 후 20여분이 지나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고 차창밖에는 논물을 보러온 노인네들이 논둑을 어슬렁거리
며 일하고 있고 산 중턱에는 안개가 끼여 산골 정경을 더하고
있다. 어제까만 해도 서울 갈 들뜬 마음에 속닥거리고 수다스러
웠던 보라와 평강이는 원하던 서울로 가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은 말한마디 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다.
비포장된 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낡은 시외 버스는 뿌연 흙먼
지를 연신 뿌려대며 달리고 있고 여기저기 새벽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언젠가 떠나야할 부모 자식간이지만 늘 이별은 이렇게 마
음 아프게 하는 것이다.
시내에 도착한 보라와 평강이는 서울 갈 완행열차 표를 끓고 나
근처 공중 전화로 서울에 있는 참이에게 연락을 한다. 며칠 전
전보로 오늘 올라간다고 했지만 혹시나 해서 불안한 마음 억누르
고 연락을 해 보는 것이다.
여러번 신호음이 간 후 아주 낯선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평강이가 친구라며 참이를 바꿔달라고 하자 누구냐고 묻고, 시골에
있는 친구라고 말하자 ‘알았다’라며 지금 심부름 나가서 없으니
30분 후에 다시 전화하라고 한다.
수화기를 놓고 난 평강이는 처음 가는 서울길이라 불안해서 보라
를 바라보지만 보라역시 똑 같은 마음이다.
30분후에 다시 전화를 걸으니 참이가 받는다.
평강이는 너무 기뻐서 흥분된 목소리로 주절주절 더들어 댄다.
“ 난 평강이야. 잘 지내고 있지. 지금 보라하고 서울 가는 열차
표를 끓고 기다리고 있어. 역무원에게 물어 보니 도착 시간은
밤9시라던데 그 때 나올 수 있겠어? 너도 알다시피 우린 서울길
처음이잖아. “
“ 응, 알았어. 오늘 마침 야간 근무가 없어. 내가 8시 30분까지
서울역 대합실로 갈테니 거기서 기달려. 참 그리고 누가 어디 가
자고 하면 절대 따라 가지 말고 알지? 거기는 그런 인간들 넘
많아. 혹시나 자꾸 추근거리면 서울역 대합실 나서면 바로 왼
쪽에 파출소가 있으니 거기로 가서 있어. 내가 되도록 빨리 가도
록 할게. “
라며 바쁜 듯 빨리 말하며 서둘러 전화를 끓는다.
완행열차를 타고 자리에 앉은 보라와 평강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여기저기를 처다 보기 바쁘고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어디
기차를 타 보았겠는가. 늘상 시골길 걸어 다녔지 혹시나 운 좋으
면 소달구지나 타면 감지덕지 아니겠는가.
긴 고동을 울리면 기차는 서울로 간다. ‘칙칙푹푹’ 하며 연통으로
시커먼 연기를 줄줄이 뽑아내며 느릿느릿 달려가지만 보라와
평강이는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넘 빠르기만 하다.
옆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고 화장실을 드나드는 사람들 보자기
에 싸온 떡이야 과자야 꺼내 먹는라고 부스럭거리고 간간히 통로
사이로 홍익회 아저씨들이 물건을 실은 밀차를 밀고 간다.
보라와 평강이는 사이다랑 과자랑 사먹고 싶지만 얼마 안되는
돈이기에 주저하며 망설이며 입맛만 다시며 차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넋 놓은 채 바라보고만 있다.
허기가 심했던지 평강이가 보따리를 풀어 삶은 감자를 한 개
보라에게 건내 주자 보라는 받아 열심히 먹고 있고 평강이는
산골에서 가져온 물통을 꺼내 마시며 자기도 감자를 맛있게
먹고 있다. 기차는 늘어진 논밭길을 달리며 중간중간 굴을
통과하고 그 때마다 실내등이 꺼져 컴컴해 오고 보라와 평강
이는 겁이 나 서로를 ‘꽉’ 붙잡고 있다.
옆의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말을 걸어도 꼭 도둑놈 같은 생각
들어 간신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또 물을까봐
자는 척 잠을 청해 보기도 한다. 그 모습에 웃던 건너편 아저씨가
삶은 달걀 2개를 건네주면서 자기는 서울에 있는 아들 만나러
간다면 걱정하지 말라며 자상하게 대해 준다.
얼마나 갔는지 모르지만 조용하던 기차안이 어디서 누가 틀었는
지 모르는 뽕짝 트로트 음악이 구성지게 들려오고 여기저기
감정을 못이긴 노친네들은 따라 부르기도 한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등 인기있는 노래가
쿵짝에 맞춰 들리고 마주 앉아 씨끌법적하며 술을 마신다 김밥
을 먹는다 요란한 완행열차 안이다.
보라와 평강이는 초행길이이라 겁은 나지만 재미도 있어 고개를
들어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흥겹고
소란스러운 광경에 떠나오던 애절한 마음은 이미 사라지고 앞으
로의 일이 더 걱정이 되어 날아온다. 바라건데 모든 일이 다 순조
롭게 잘 풀어지길 바라는 심정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시골 소녀들 청운의 꿈을 안고 설로 가는 길 험난하지만 그렇
다고 기죽어 꿔다논 보릿자루는 아니되리라.
부디 바라옵건데 고생스럽지만 기쁨으로 충만하는 하루가 이어
지길 두 손 모아 빌고 빌어본다.
첫댓글 모네타님 오늘 3편을 올려주셨네요..ㅎㅎ 기다리다 목빠질라...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노래한 음악도 너무좋고 순진한 시골처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울이 핑~~돌았습니다..작가님 잘봤어요~~~복받으세요..다음편을 기대하며~~~.좋은하루되시구요..^^*
ㅎㅎㅎ실력짱 모네타님! 어찌 아는 것이 그리도 많나요,,ㅎㅎㅎ저도 많이 기다렸답니다,,모네타님께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동그랗게~동그라미 같이 순하고 아름다웠던 사람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작가님께서는 화자를 통해서 무얼...궁금ㅎㅎ 글 속에서 예쁜 보라공주님,유평강님과 ( 부족한 저를 )친구로 엮어주시는 모네타님께 감사드립니다. 커피 한 잔 하면서 글,노래에 행복안고 갑니다.남은 시간도 좋은시간 되시고 행복하십시오.
재미있는 글을 보며 웃어봅니다...4편을 기다리는 마음이 성급해지네요...3분이서 성공하시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짐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