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朝鮮칼럼 The Column
[조선칼럼 장대익] 고시엔 우승에서 우리가 놓친 진실
장대익 가천대학교 창업대학 석좌교수 · 진화학
입력 2024.09.04. 00:15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09/04/RRN674TW6ZD6XJWC5UKTGDCN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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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의 축구·야구팀 보유 비율
일본은 축구 80%, 야구 76%
한국은 각각 8%, 4%에 불과
단순히 스포츠만의 문제 아냐
유년시절 운동과 팀의 경험은 신체 넘어
사회적 역량 발전의 장
입시만 올인한 우리, 제정신인가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열흘 전쯤 도쿄 출장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온통 고시엔 결승전 얘기뿐이었다. 호텔방에 돌아와서 본 하일라이트는 드라마 자체였는데, 거기서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로 초특급 해설자들이 나와서 경기 분석을 하고 있었다. 고시엔은 그 자체가 일본 국민의 축제 같았다.
한국 언론이 이웃 나라 고교 야구 결승전을 대서특필한 이유는 우승팀인 교토국제고가 재일교포들이 세운 학교이기 때문이다. 고시엔은 매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이 도열한 가운데 그들의 교가를 틀어주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는데, 마침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한국어 가사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으로 되어 있어서 마치 한국 고교팀이 우승을 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일본 고교야구대회가 한국에서 크게 조명된 것은 바로 이 교가 때문이다.
사실 놀라운 것은 교가만이 아니다. 전교생 160명의 작은 학교가 어떻게 3715팀이 참여한 토너먼트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할 만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는지는 가장 감동적인 스토리다. 일본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역사도 매우 뭉클하다. 게다가 진짜 고시엔 우승이라니! 출장 중에 만난 일본 교수들도 이번 우승은 일본 사회에서도 기적 같은 일이라며 축하의 악수를 청했다.
어깨가 으쓱할 법도 한데 그러지 못했다. 우리 고교의 현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고시엔 본선에는 47지역의 총 3715팀의 치열한 예선을 거친 49교만이 참가했다. 엄청난 규모다. 반면 한국은 100개 정도의 고교야구팀이 활동 중이니 일본에 비해 37배 작은 수다.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규모는 15배 정도 작다. 축구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고교 중 구기 종목 팀을 보유한 비율이다. 2021년 통계로 보면 일본 고교 축구팀은 3962개(우리는 190개)다. 일본 고교 수가 4887개이니 일본 고교 중 80%가 축구팀을 보유하고 있고, 76%가 야구팀을 꾸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단 8%만이 축구팀을, 단 4%만이 야구팀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한일 양국의 고교팀 스포츠 격차이다. 즉 우리 고교에서 팀 스포츠는 하나의 생활이나 문화가 아니고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다시 고시엔. 이렇게 많은 자기 지역 고교팀들 중 우승팀만이 고시엔 본선에 나서니, 가령 여름 고시엔 본선이 치러지는 8월은 모두가 자기 지역 공동체의 치어리더들이 된다. 실제로 이번에 교토국제고를 응원하기 위해 온 교토의 이웃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열띤 응원이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의 축제가 된 것이다. 축제가 되는 순간 경기의 승패는 보너스가 된다.
팀 스포츠는 말 그대로 팀이 무엇인지를 경험하는 장이다. 청소년기에 크고 작은 팀에 속해서 함께 경기를 뛴다는 것은 자신의 신체 기량을 발전시킨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협동과 배려심과 같은 사회적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승리와 패배에서 오는 기쁨과 슬픔, 응원과 비난에서 오는 안도감과 좌절감, 잘함과 못함 때문에 느끼는 자존감과 열등감을 경험하는 감정 조율의 장이다. 게다가 자기 팀원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상대팀에 대해서까지 역지사지를 해볼 수 있는 공감의 연습장이다.
어린 시절에 ‘놀이’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심각한 정서적 문제를 겪는다는 연구는 수도 없이 많다. 놀이는 감정의 출렁임을 경험하고 조율해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왕성하고 호르몬적으로 역동적이며 인지적으로 유연한 시기다. 이 시기에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팀 스포츠를 도려내고 청소년들을 경주마처럼 홀로 달리게 만든 우리 어른들은 제정신일까? 지속적인 단체 체육 활동이 인지 능력과 학습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항우울제 기능을 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어른들의 이런 판단은 심각한 오류일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오도하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
‘운동화를 신은 뇌’의 저자인 하버드 의대의 레이티 교수는 고등학교의 0교시 체육 수업이 학생들의 학습력 향상과 뇌 구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히며 운동이 신체뿐만 아니라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사실에 깊이 공감한 국내의 모 자사고 교장이 학교의 교육철학을 ‘체지덕’으로 삼고 전교생에게 운동부터 시킨 일이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학부모의 극심한 반대로 포기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인생에서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부모들인데도 이런 반대를 하고 있다는 현실이 매우 초현실적이다.
libedu
2024.09.04 05:01:25
우리 언론도 냅비 근성이다. 교토 국제고교 야구단 주전 9명 중 한 명만이 한국인이다. 좀 촐랑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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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9.04 05:25:36
체력 증진은 개인에겐 무병장수의 토대이고 국가에는 국력 신장과 경제 번영의 원천이다. 전 국민의 '운동 한 가지 하기' 정책이 절실하다. 학교에도 과거의 체력장 신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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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옥조
2024.09.04 05:00:14
사회적 역량 발전의 장.. 크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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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할머니
2024.09.04 05:59:48
내가 학교를 다닐때는 고교야구가 전성기때였다.내고향 부산은 경남,부산고가 유명했고 서울의 선린상고도 야구의명문으로 알고있다.최동원선수같은 길이남는선수도 우리부산의 아들이었다.우리때는 체력장시험20점이 만점이었는데 그것을 채우지못해 일류고를 떨어진 친구도 많다.이번 일본의 고교야구 우리가세운 학교의 우승으로 교가를 듣고또들으며 그냥 코끝이 찡해지기도했다.손자둥이를보니 초등학교에서 줄넘기만 부지런히 하라고 하는것 보고있는데 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자라나는 세대에게 운동은 신체향상에 도움이 되는데 너무 공부공부만 부르짖어 안타깝다는 마음이다.체력이 국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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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티스
2024.09.04 05:44:25
엘리트 체육 vs 생활체육론의 기저엔 결국 국가가 배경에 있다. 국가홍보의 대외성과냐, 혹은 기초체력 전반적 향상으로 국민건강을 통한 강국진입이냐의 관점이다. 이제 운동의 관점을 좀 더 개인에게 집중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출생률도 떨어졌고, 그래서 미래에는 경쟁도 지금보단 완화된다. 아니, 경쟁이 치열하니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새끼를 덜 낳는 자연계의 선택일 것이다. 여러 조건이 좀 더 개인에 집중할 수 있다. 일본 스포츠 용품사인 아식스(ASICS)는 라틴어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Anima Sana In Corpore Sano'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런 건강한 철학이 스포츠, 그리고 개인에게 필요한 것. 체육과 부활동을 좀 더 진흥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고시엔의 코드는 청춘이다. 아이들의 청춘을 빛나게 만드는데 어른들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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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ot036****
2024.09.04 06:10:16
나라 전체가 그래, 빨리 빨리, 경쟁에 아이들이 죽어 나간다. 일등하는 아이들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행복한 아이들로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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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머슴
2024.09.04 05:42:39
국민의삶은 습관에서 비롯 고칠것은 고치고 새로운 미래를 보며 살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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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하자
2024.09.04 08:21:09
스포츠는 일본이 우리보다 선진국다. 이런 말하면 친일파로 둔갑시키는 째범죄당이 있지만 스포츠를 일본처럼 대부분의 학교가 해야 하나? 그걸 단순비교 하는것도 우습다. 부럽나? 그럼 일본 가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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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방미인
2024.09.04 08:00:21
우리나라 고교의 축구나 야구팀은 잘하는 선수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사오고 있기 때문에 돈이 없는 고등학교는 축구나 야구팀을 만드는데 주저하게 되는 거다. 정치권이 나서서 모든 고등학교가 국민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팀을 강제로 만들도록 법율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이 3700여개를 넘는 고교 야구팀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적어도 2천여개는 만들어 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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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사람
2024.09.04 07:44:51
기자야 말로 놓치고 있네. 전교생 160명의 절반 이상이 야구선수다. 그냥 특성화 고교야. 160명의 작은 학교가 아니야, 거대 야구부를 가진 학교다. 검색해보면 남학생 중 야구부가 아닌 학생이 7명이라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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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hSia
2024.09.04 08:13:55
진실은 그 학교 진출 선수들이 일본인이라는 것이다. 입시열기 탓을 하려면 이미 체육활동에 대한 제도나 시설이 완비 되어야 한다. 그런 설비나 지원도 안해놓고 만물 입시탓… 사실 공부하는 애들은 1/3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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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2024.09.04 07:53:20
우리도 고교야구가 엄청 유명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경기 하는줄도 모른다.. 프로에 밀렸나? 흠.. 김재박이었나 일본과의 결승에서 번트안타로 우승한 기억이 있는데... 일본의 고교야구의 인기가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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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해소
2024.09.04 07:32:43
문제 있는 부모가 문제아를 만든다.부모의 반대로 체육을 안 한다?허 참.지가 학교와서 선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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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
2024.09.04 07:01:30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네 교육을 인간교육의 본령으로 되돌려야 한다. 오로지 나만 아는 배타적, 소아적, 이기적 군상을 양산하는 지금의 교육으론 이 나라 공동체 미래에 희망이 없다. 과학을 사랑하고, 의료를 진정으로 존경하는, 자기 학문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사랑하는 인재들을 기르기 위해서 고득점 기계를 양산하는 지금의 시대착오적 교육 끝장내야 한다. 여기에 우리 교육개혁의 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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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산인
2024.09.04 05:34:57
우리와 일본을 비교하지 말라. 우리는 의대만 들어가면 동해 바다를 건너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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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2024.09.04 08:26:07
80년대 학력고사로 돌아 가야. 내신도 없애고 논술 이 딴 거 다 폐지해라. 그래야 입시 지옥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 그런데 절대 못할 거다.교사 교수 이 인간들이 길길이 날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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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불터
2024.09.04 06:48:33
청소년기의 우정과 열정,투지는 평생의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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