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1)

[스프링]

뉴스를 보니 별 희안한 내용으로 갑론을박 하는 걸 보았습니다. 공적 자리에서 일국의 장관을 ~씨로 호칭한 것을 두고 어른들끼리 자칫하다가는 멱살 잡겠습디다. 또 얼마전에는 그 반대되는 사람들이 전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어떻게 하는게 맞냐고 화두를 던지던데,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모 패널은 처음부터 끝까지 ~씨라 호칭합니다. 듣기 거북한 것은 그것이 공적 방송이기 때문일 겁니다.

바깥에 나서면, 전임 대통령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끼리는 아직도 사적으로는 각하라고 호칭하는 것을 보았는데 각하는 지난 제국주의 시절 예전 임금을 대신한 호칭입니다. 그러나 자리에서 내려 온 분임에도 아직도 현직 대통령인양 각하로 부르던, 대통령님이라 부르던, 친구야라 하던,누구야~ 이름을 부르던 모두 개인적 친소에 따라 부르는 것이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기에 달리 잘 못 되었다 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공식적인 자리나 행사에서 사용하는 것은 000 전(임)대통령이라 호칭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예전 모 장관이 퇴임후 귀농하여 농사를 지었는데, 농삿꾼이 된 그를 사람들은 어떻게 불렀을까?  그러다 몇 년 후 도청에 5급 사무관으로 채용되었는데, 그때는 또 어떻게 불렀을까? 그의 용기로운 인생철학은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또 어느 대기업 회장께서 퇴임후 레스토랑에 근무하게 되었다고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을 또 어떻게 불렀을까? 회장님이라 했을까? ~씨라 했을까? 미스터 라고 했을까. 어이 웨이터라고 불렀을까?

미국처럼 Mr.가 있으면 참 좋으련만, 또 YS,DJ,MB 같이 공식 이니셜이라도 있으면 편하겠는데, 그렇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참 애매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설득력 있는 것은 있는 그대로 현직을 호칭하는 것이겠습니다.

호칭에 있어 제일 고지식한 영역이 있다면 아마 기업일 것입니다.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얼마전까지 한 부서에 이사-이사보-부장-차장-과장-과장 대리-계장-사원, 많은 곳은 아마 여덟 층계나 있었습니다.층층이 수직계열화된 엄친시하였지요.그러다 요즘은 그 직함 다 없앴거나 두 세 단계로 압축한 기업이 많습니다. 팀장-팀원(~씨.Mr.Miss.Mrs)과 같이 딱 두 직급만 있는 곳도 있고, 아예, 직함 다 빼고 사장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닉네임만 사용하는 기업이 늘었습니다. 무엇때문에 그랬을까??

사회도 그렇습니다. 공적자리가 아닌 사석 즉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면 회장-전회장-명예회장.부회장-전부회장.고문-전고문.자문위원-전자문위원.국장-전국장 등..들으면 너무 많아 어떨 땐 헷갈려 왔다갔다 중구난방으로 얼버무리고 맙니다. 여기에다 뒤에 ~님자까지 붙이면 호칭이 길게는 무려 9자나 됩니다.(ooo前자문위원님).

공식적 자리가 아닌 다분히 사적 자리라면 친구면 이름을, 동생이면 누구야, 이도저도 아닌 그냥 대면대면한 사람이라면 그냥 사회적 현직 직함을 불러주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평소 친구 사이,형 아우 사이임에도 굳이 사석에서 아이쿠 회장님,자문위원님 꼭 그리 불러야 하겠습니까.

전 개인적으로 사회적 닉네임 하나 정도 갖고 있는 것을 권장합니다. 자유롭게 사회적 호칭 하나를 갖는 그것에서 부터 의식과 가치의 자유뿐 아니라 수평적,창의적 인생관이 자리잡기 시작하리라 믿습니다. 평소 계층간 선민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호칭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회장님이란 호칭에 익숙해 있다가 자리에서 내려왔을때 ~씨 또는 ~사장님이라고 듣게되면 기분 좋을리 없을겁니다. 프라다를 입다가 갑자기 시장바닥 싸구려 옷을 걸친 기분일 테니까요.이런 사람들 집에 가면 하나의 특징을 볼 수 있는데, 친구 사진보다 단체장과 찍은 사진 액자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닉네임을 만들수는 없는 법입니다. 장례식에 가서 방명록에다가 "저승사자", "에해라디여" 이렇게 적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적을까 말까 우물쭈물하다가 슬며시 팬을 놓고 돌아서는데, 저 멀리서 상주가 보고는 반가운 목소리로 "저승사자님! 왜 벌써 가세요? 술 한잔 들고 가시게.." 고함치면 참 난처하지 않겠습니까.

여하튼, 공적 호칭은 개인의 호불호 감정에 따라 바꿔 부를수는 없는 것입니다. 공적 지위는 그 자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선출이던 임명이던 사람 얼굴만 계속 바꾸면서 흘러가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사회적 직함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사석에서야 이름을 부르던 쌍욕을 하던 누가 관여하겠습니까.

이 늦은 시간, 호칭을 갖고 왈가왈부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와 단체에 대한 인식이 과연 어떠할까. 참 궁금해서 화두로 함 삼아 보았습니다.

[하노이]

저는 하노이를 사랑해서 하노이라 지었습니다. 카페에서도 당구장에서도 제 사회적 별명은 하노이입니다.

[스프링]

ㅎㅎ 하씨 집안이신줄 알았어요.

[hotfix]

반드시 풀어야만할 숙제인데.. 정말 너무 어렵습니다.
이런거 저런거 필요없이 이름 뒤에 '~씨' 하면 될거 같은데.. 사회적 지위를 중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또 받아들이기 힘든거 같더군요. 아뭏든 여러모로 힘든 나라입니다.ㅎ

[스프링]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사회적 지위를 중시하면 그가 원하는 것을 불러주는것도 좋습니다. 돈 드는 일도 아닌데..ㅎㅎ

[칭화]

여자들끼리도 애매합니다. "누구엄마"하는 것도 그렇고 다 "사모님"도 웃기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싫어하고 언니 형님 이모 누구씨 등등등 마땅치가 않습니다. 사회적 닉네임이 딱일 때가 많습니다

[스프링]

칭화님 또는 옥이님이 더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