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반이 지나 바보를 사무실에 내려주고
마륵역에 주차한다. 막 차가 들어와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9시 25분쯤 소태역에 내린다.
하늘은 맑은데 바람은 차다.
예전 밭둑을 올라 지하철 3등산로로 접어들었는데 주변이 조금 변해 계단을 올라간다.
지그재그 길은 참나무 잎들이 수북하여 발이 미끌린다.
15분 정도 숨을 헐떡이며 올라 헬기장에서 카메라를 꺼낸다.
한 남자가 배낭도 없이 옷을 반쯤 벌리고 올라온다.
헬기장을 지나 오르막내리막 능선을 걷는다.
한시간쯤 걸었을까, 건너편에 자주등 능선과 새인봉 능선 뒤로 하얀
무등의 정상이 보인다.
작은 깃패에 매봉이라고 씌여 있다.
건너의 탑봉이 우뚝하다. 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11시가 되어서 다락방기도터에 닿는다.
마집봉 유문암동굴이라고 안내판이 서 있다.
돌바닥엔 청룡암이라고 한자로 써 있다.
난 이 곳에서 몇 번을 잤을까?
15년 첫 해맞이는 여기서 잠자고 탑봉에서 볼까?
저 안쪽엔 촛불 흔적이 보이고 술주자가 보이는 작은 술병이 놓여있다.
탑봉을 지나 무등의 정상을 보며 간식을 먹는다.
맥주는 참고 사과 반쪽과 감말랭이를 먹으며 힘나기를 바란다.
마집봉엔 두 어른이 점심을 먹고 있다.
난 지나치고 건너의 새인봉 나의 조망처도 지나친다.
서인봉 아래 바위에 자리를 잡으니 12시 반이 넘어간다.
어제 학사농장에서 산 국수에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맥주를 마신다.
햇볕이 따뜻하고 바람도 없다.
육안으로는 나주호 빛나는 물빛 건너 월출산이 보이는데 카메라는 잡아내지 못한다.
30여분 느긋하게 점심을 먹는다.
작은 새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쪼곤한다.
까치나 까마귀들도 큰소리를 내며 날아온다.
1시 10분이 지나서 챙기고 일어난다.
서인봉 위에서는 짝지은 여성들이 크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질척이는 중머리재를 지나 용추봉쪽으로 오른다.
젊은이들이 드문드문 내려온다.
방학을 맞은 외지인들이 온 듯하다.
용추봉을 오르는 길은 힘들다.
소나무도 지나쳐 무덤가기 전에 돌 사이를 오른다.
눈길이 나타난다.
중봉에도 여성 몇 팀이 사진을 찍거나 점심을 먹고 있다.
옛군부대 터를 지나 바로 서석대로 오른다.
길이 미끄럽다. 아이젠은 꺼내지 않고 스틱에 팔힘을 들여 올라간다.
나무와 바위의 눈은 거의 다 떨어졌다.
서석대 아래도 서석대 위도 한가하다.
사진을 찍고 입석대로 내려간다.
모후산이 가깝고 옹성산의 위쪽과 아래 적벽의 바위들도 보인다.
적벽이 개방됐다는데 아직 못 가봤다.
백운산 능선이 보이고 남쪽의 호남정맥의 산군들은 너울을 이루는데
카메라는 흐리기만 하다.
눈이 얼어 계단이 또렷치 않은 입석대 전망대를 미끌리며 올라
마른 바위를 찍어본다.
파란 겨울 하늘도 잡아내지 못한다.
장불재 지나 안양산 능선을 타고 화순으로 빠질까 하다가 참고 바로 내려간다.
녹지 않은 눈이 미끄럽다. 스틱과 아이젠에 찍힌 눈사이를
뛰어 딛으며 내려간다.
중머리재 샘에서 찔끔거리는 물을 한바가지 받아 마신다.
증심사쪽으로 가는 길은 질척일 것이다.
서인봉을 넘는다.
점심 먹었던 곳 위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꺼낸다.
4시가 다 되었다. 여기서 서석대 다녀오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마집봉에서 자주등 능선을 타면 늦을 것 같다.
마집봉을 지나 탑봉 이르기 전에 오른쪽 소태제 1km 이정표를 보고 내려간다.
참나무 잎사귀 길과 녹지 않은 눈길을 지그재그로 지나
편백숲이 있는 개울을 넘자 저수지다.
저수지 아래 비닐 가건물에서는 굿이 한창이다.
볼에 붙인 마이크로 하얀 옷을 입은 무당이 큰소리로 기원을 한다.
고급차들이 여러대 서 있다.
소태역까지 2km를 걷는데 다리에 힘이 빠진다.
해가 진다. 저 위 능선에서 광주 시내 아래로 지는 해를 보아도 좋으련만
나는 겁쟁이다.
소태역에 이르니 6시가 다 된다.
광주극장에도 가보고 싶은데 참고 김재중컨벤션 역까지 간다.
차에 시동을 걸어 밀리는 불빛 사이로 들어가 강변을 운전한다.
수완공원국밥집에 가서 머리국밥을 6천원에 혼자 먹는다.
소주는 참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