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미래 예측은 매우 어렵습니다. 통제하기 힘든 돌발 변수가 수없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큰 흐름, 즉 대세를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환경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지구촌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회의에서도 이런 트렌드는 명확하게 감지됐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현안 해결에 얽매여 큰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혁신을 선도하는 선진 기업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한국형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새해 경기회복기와 맞물려 지속가능 경영이란 이슈를 토대로 새로운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지속가능 경영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이 이슈가 당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수익성 개선과 목표 달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가능 경영은 거의 대부분 기업들에게 메가톤급 영향력을 미치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이 업계에 미치는 위력을 배가시킨 대표적인 요인이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Sustainability Index)’ 개발이다. 필자는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와 관련한 동향을 분석하고, 글로벌 기업 가운데 선도적으로 이 이슈에 대응하고 있는 나이키와 테스코 사례를 분석해 이를 토대로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 도입
월마트는 ‘매일 최저가(EDLP·Everyday Low Price)’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유통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월마트가 최근 산업 판도를 바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강력한 유통망을 토대로 ‘지속가능 지수’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월마트는 6000개가 넘는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15개 문항의 설문 조사를 통한 지수 개발에 착수했다. 질문의 주요 내용은 에너지와 기후, 자재 효율성, 천연 자원, 사람과 커뮤니티 등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최대 유통 회사인 월마트가 최저 가격 이외에 또 다른 기준을 적용해 공급업체를 평가한다는 것이 이 변화의 핵심이다.
월마트는 2009년 7월에 지속가능 지수 시행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3단계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10만 개의 글로벌 공급업체에 대해 탄소배출량(carbon footprint), 자원 활용, 그리고 윤리적 사업 관행 등에 대한 15가지 질문으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 내 1등급 공급업체에 대해서는 2009년 10월 1일까지 설문을 완료해야 한다는 시한을 밝혔지만, 나머지 공급업체에 대해서는 기한을 두진 않았다.
2단계에서는 대학이 중심이 돼 공급업자, 소매업체, 정부와 비영리조직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만든다. 이 컨소시엄은 상품 수명 주기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이렇게 조사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점수, 라벨, 색깔로 각 제품 순위를 발표한다. 그러니 월마트와 앞으로 거래를 계속하려면 월마트가 조사하는 질문에 잘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됐다.
월마트 계획대로 지속가능 지수가 도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상에서 가장 큰 고객이 물어보는 질문을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요? 이보다 더 큰 파워를 가진 회사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미국 뉴햄프셔에서 낙농 제품을 생산하는 스토니필드농장 유기농 사업부 부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월마트 지속가능 지수의 파괴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월마트에 계속 요거트를 납품하려면 월마트가 정한 기준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를 부인하는 일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의 낙오를 의미할 수도 있다. 바로 2009년 10월 1일부터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는 지속가능 경영 패러다임이 시장에 뿌리를 박고 우리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월마트가 지속가능 지수를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방침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자체 브랜드(PL) 상품인 ‘샘스초이스(Sam’s Choice)’ ‘그레이트밸류(Great Value)’ 브랜드로 판매되는 유제품, 섬유 제품, 완구, 전자 제품 등 약 30여 개 제품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몇 년 전부터 지속가능 경영 관련 조사를 실시해왔다.
월마트의 체계적인 지수 산정은 2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제품을 평가하는 도구나 환경 표시 제도라는 형식적 의미보다는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의 의미가 크다. 이 문제를 투명성(transparency)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이 서로의 상황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우위 요건(order win-ner)’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위 요건이란 고객이 특정 제품을 선정하게 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가격, 품질, 납품 조건 등이 모두 다 유사하다면, 지속가능 지수가 일종의 균형을 깨는 결승점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제품이 점차 동질화되고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는 타이브레이커(tiebreaker)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약하자면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는 게임 양상을 바꿔놓을 요인(game chan-ger)이 됐다. 공급자의 지속가능 경영 현황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 고객이 판단할 일이긴 하지만, 강력한 유통업체가 공급업체에게 요구하는 지속가능 지수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기업에게 주어진 선택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문제가 닥칠 때까지 변화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허비하거나 아니면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선제적 혁신으로 대응한 나이키
앞서가는 기업들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사회 경제적 요구에 대해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나이키의 사회공헌 담당 부사장인 한나 존스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 경영과 관련해 “혁신(inno-vation)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경제에서 적당히 살아나갈 방도를 찾는 게 아니라 앞으로 닥칠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리더십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것이 나이키의 목표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새로운 지속가능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모델을 추구하고 혁신에 투자해왔다. 1998년에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부사장직을 신설했고, 1990년대 후반 사회공헌을 나이키 비즈니스의 핵심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2000년에 이미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전사적인 교육 훈련을 시작하고 , 지속가능성 측정 지표도 개발했다. 2005년까지 ‘컨시더드(considered)’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생산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컨시더드는 ‘올바른 일을 염두에 두고 올바른 일을 수행하는 팀’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2004년 12월에 사장 직속 사회공헌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한 한나 존스는 사회공헌 활동을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오랜 기간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이 일상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착근하지 못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잘못하면 잡혀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활동쯤으로 여겨왔다.
존스 부사장은 이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으로 디자인을 지목했다. 관리자가 문제를 설명하고 디자이너가 이를 풀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드는 데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유해 물질 발생을 줄이며, 친환경적으로 신발을 디자인하도록 주문했다. 이를 위해 생산 프로세스와 자재 명세서를 소상하게 분석했다. 특정한 디자인 제품에 어느 정도 유해 물질이 포함되며, 에너지가 얼마나 낭비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컨시더드 지수(Considered Index)를 산출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지수만 확인하면 어떤 디자인 제품의 지속가능성이 어느 등급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나이키는 2007년 9월 컨시더드 지수를 공개했다.
나이키는 2008년 1월 에어 조단 농구화 시리즈의 결정판인 ‘조단23’을 선보였다. 조단23은 새로운 봉제 기술과 탄소섬유 등 첨단 소재가 적용된 최신 제품이었다. 친환경적인 공법과 재질이 적용된 이 제품은 나이키 최초의 ‘컨시더드 정신(Nike considered ethos)’을 표방한 신발이었다. 마이클 조단은 조단23과 관련해 나이키의 브랜드 조단 팀원들에게 “모든 내 신발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나이키는 컨시더드 지수 개발을 통해 제품 생산 이전에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솔벤트를 얼마나 쓰고, 쓰레기는 얼마나 발생하는지, 사용된 자재의 수명 주기는 어떤지, 완제품 재활용은 얼마나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결과 나이키의 사례는 다른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나이키는 2011년까지 모든 운동화가 ‘컨시더드 디자인’ 기준을 충족하도록 할 계획이며, 2020년까지 이를 모든 장비로 확대시켜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협력과 파트너십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투자를 늘려 혁신을 추구한다는 게 이 회사의 복안이다. 더 나아가 신발 재활용을 통해 얻어낸 원자재로 다시 운동화를 만드는 순환형 재활용 시스템인 ‘폐회로(closed loop) 생산 시스템’ 구축을 궁극적인 목표로 내걸었다. 나이키는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파트너들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속가능 경영 개념을 자사에 맞게 정립하고 디자인 원칙을 변화시켰다.
척도 경영으로 변화를 이끈 테스코
제임스 와트는 산업혁명의 주인공이다. 혁명의 산물로 그는 마력(horsepower)을 고안해냈다. 마력은 기계가 대신하는 일을 측정하는 새로운 척도이다.
이렇게 새로운 혁명은 새로운 측정 척도를 만들어낸다. 100년 넘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P&G는 순수한 아이보리 비누의 측정 기준을 처음 만들어내 큰 성과를 냈다. 세계 최초로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는 에어컨 기능을 정의하는 나름의 수식을 개발해 제품을 소개했다. 반도체나 금융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혁명 시대의 마력과 같이 지속가능 성장 시대에 꼭 맞는 적절한 척도를 고안하여 이를 잘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이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측정 없이 개선 없다”라는 오랜 품질 격언이 주는 교훈이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이다. 척도 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연비를 측정하는 일반적인 단위인 MPG(miles per gallon) 대신 GPM (gallons per 100 miles)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갤런으로 몇 마일을 가는 것보다 100마일을 몇 갤런으로 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갤런당 몇 마일을 가느냐는 지표는 자동차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데 내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를 계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100마일을 가는 데 몇 갤런이 든다는 사실이 표시되면 쉽게 연료비를 환산할 수 있다. 연비에 대한 다른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내부 평가 지표 가운데 지속가능 경영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주요 성과 지표가 있어야 체계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테스코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테스코는 기업의 주요 전략으로 지속가능 경영을 강조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해 중장기적 목표를 제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테스코의 최고경영자(CEO) 테리 리이 경은 3년 전 이 회사의 목표 관리 시스템(steering wheel)에 지역사회(community)라는 제5의 차원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고객, 재무, 사람, 운영의 4가지에 지역사회를 더해 모두 5가지 차원으로 목표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 지원하기, 책임감을 갖고 제품을 구매하고 판매하기, 환경 고려하기, 고객에게 건강한 선택권 부여하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력 제공하기 등이 있다. 이를 대표하는 핵심실행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선정하고 목표를 설정한 뒤 실행 내역을 평가해 지속가능 보고서에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새로 개설한 점포의 탄소배출량은 2006년에 개설한 점포보다 최대 75% 감소했다. 정부가 규제에 나서기 전에 스스로 이러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해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테스코는 영국 맨체스터대에 2500만 파운드를 들여 지속가능소비연구소(SCI· Sustainable Consumption Institute)를 설립하고, 자세한 KPI 기준과 매뉴얼 개발을 이 연구소에 의뢰했다.
테스코의 지속가능 경영 활동은 구체적으로 측정되고 관리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속가능 경영을 자사에 적합하게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실행력을 확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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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University of Cambridge, “Business & the Environment Programme: Facing the Future”, Program for Industry, pp.10∼11.
장기적 관점에서 적극적 대응 필요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업들이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매출과 이익 등 재무적 성과 외에도 윤리, 환경, 사회문제 등 비재무성과도 함께 고려하는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는 경영 기법을 지속가능 경영이라고 한다. 따라서 경제, 환경, 사회적 가치가 지속가능 경영의 3대 축(TBL·Triple Bottom Line)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는 이 3가지가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
올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 92%는 어떠한 형태로든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 침체기인데도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대부분 회사들이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 경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다.
하지만 응답 기업 70% 정도는 아직도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명확한 비즈니스 사례를 개발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결국 대다수 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 강화와 고객 관심 증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응하는 소극적인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월마트의 변화에서 보듯이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초우량 기업은 정부 규제와 고객 관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혁신’을 무기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표에서 보듯이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업들은 지속가능 경영을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선도적인 비즈니스 사례를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정부 규제와 고객 니즈 등 외부 압력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며 중단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접근하는 기업들은 표에서 보듯이 1970,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 관점으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시각으로 지속가능 경영을 해석하지 못한 채 선행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한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상실하고, 시장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속가능 경영에는 이를 회사 전략과 비전에 맞게 해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는 전략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생태계의 게임 양상을 바꾸는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와 나이키의 컨시더드 정신 사례는 장기적 관점의 지속가능 경영을 통해 내부적 혁신과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하려는 대표적인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지속가능 경영에 대응하는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중단기적으로는 1990년대 기업들처럼 경쟁적 차별화 전략으로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하고, 시장의 ‘우위 요건(order winner)’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키가 외부 감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식의 전략에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지속가능 경영을 인식하고 컨시더드 디자인이라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2020년 컨시더드 디자인을 모든 제품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관련 파트너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장기 플랜을 구축했다. 월마트와 나이키가 지속가능 경영을 회사의 일상적인 전략으로 여기지 않고 해당 업종의 생태계를 혁신하는 시스템적인 사고 전환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전적이지만 달성 가능하면서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3A (Ambition, Attainability, Assess-ment)를 충족하는 지속가능 경영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회사 내 공감대와 실행력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필자가 방문한 한 기업에서는 고객 만족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이 회사 사장에게 “임직원의 KPI 중 고객 만족 경영에 해당하는 주요 성과 지표는 무엇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 사장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매우 중요해서 일상에서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이 회사의 고객 만족 경영 성과는 썩 좋지 않았다. 테스코 사례는 지속가능 경영이 실제 기업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나름의 측정 기준을 가진 기업이 실제로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벤처기업 사장을 역임하고 <서비스경영> <생산관리> <품질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