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짧은 여행 92 (수원 - 광교산 봉녕사)
목필균
수원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있다는 비구니 수행 도량 광교산 봉녕사를 찾아갔다.
작년 8월에 갑작스러운 병이 찾아와서, 이제껏 혼자서 사찰을 찾는 일은 엄두도 못 내었다.
자식들이 있는 안양 범계로 거처를 옮기고, 6개월 동안 건강 회복에 전력을 다한 보람이 있었는지, 혼자서 가 볼 용기가 났다.
범계역에서 수원까지는 지하철로 30분도 안되었지만, 낯선 도시는 출구 찾는 것도 몇 번 물어서 가고, 버스 정류장 찾기도 어려워서 긴장도 되었다.
집을 떠난 지 1시간 30분 만에, 겨우 월드컵 경기장 근처 봉녕사 입구를 찾았다.
대로변에서 우측으로 꺾어지니, 공원길같이 다듬어진 길 따라 1킬로미터 정도 들어갔다. 연둣빛 봄기운이 상쾌하고, 햇살도 눈부실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마치 오랜만에 홀로 나들이를 하게 된 것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봉녕사는 조금 비탈진 입구에서 내려다보니, 아늑하고 넓은 정원 속에 사찰 전각들이 무게 있게 자리 잡고 있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수행하는 비구니 스님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아름다운 사찰로, 고려 시대 때부터 내려왔다는 사찰터지만, 현대적인 감각으로 조경이 된 느낌도 보였다.
대부분 사찰에서 만나는 꽃들은, 연꽃, 꽃무릇, 동백 등인데, 봉녕사는 수많은 튤립 갖가지 색으로 만개하여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봉녕사는 대적광전에 주불로 비로자나불, 협시불로,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이 장엄하고, 화려한 후불 부조물로 우주 삼라만상을 비추고 있었다.
대적광전 우측에는 용화각에 몇 년 전에 출토된 고려 시대 조성되었던 석조 삼존불을 모셨는데, 불상 얼굴 부분이 많이 마모되어, 조선시대 억불정책을 견딘 증표로 보였다.
대적광전 좌측에 약사보전에는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이 세상에 오신 약사여래부처님이 있었다.
약사여래 부처님 앞에 삼배를 올리며, 어리석고, 허물 많은 중생이지만,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가게 해 달라고 빌었다.
봉녕사는 비구니 스님들의 강론도 자주 있는 곳이라 그런지 많은 비교적 나이가 어린 비구니 스님들이 경내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처음 경내로 들어와서 이리저리 다니는 내 모습이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광교산 품 안에 자리 잡은 청정 도량 봉녕사에 걸맞게, 널리 가르침을 펼쳐 불심을 연마하여, 한국 불교의 초석이 되기 위한 정진의 터전임에 틀림이 없다.
모처럼 절에서 절을 하게 되어, 가슴이 비어지는 안정감에 충만했다.
이제 정말 일상으로 돌아갈 정도로 회복되었을까?
피곤함이 엄습해 왔지만, 이제 많이 회복했다는 자신감이 든 한나절 나들이에 용기를 얻는다.
첫댓글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목후배님의 짧은 여행기를 보게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ㅎㅎ
앞으로도 건강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시고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칭찬을 자신에게 아끼지 말으셔야 될겁니다..
첫 나들이를 마음의 평안을 얻을수 있는 사찰로 선택함은 신의 한수가 될것 같군요..^^
여기 봉녕사는 몇해전 옆에 있는 광교테크노밸리에
조그만 사무실에서 창업지원 받으며 있을 때 몇번 다녀 왔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 있거든요..
부처님 오신 날에 두번 절밥 먹기도 했구요..
그나저나 회복 중에 어렵게 용기와 시간을 내어
봉녕사를 찾았다니 정말 잘 하셨고 응원 보냅니다..
글 말미에 적힌 것처럼
자신감을 찾은 동창님께 다시 한번 응원의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