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7. 달날. 날씨: 하늘은 맑고 날은 포근한 편이다.
다 함께 아침열기-책읽기-동치미 담기-점심-청소-배움잔치 무대 공연 연습-마침회
[배움잔치를 하는 까닭]
한주엽 선생이 첫 출근 하는 날이다. 김우정 선생은 알찬샘에서 한 주를 보내고 한주엽 선생은 푸른샘에서 한 주를 살게 됐다. 최명희 선생이 하루 쉬는 날이다. 선생들이 모두 모이면 아홉 명이다. 선생이 많으면 교육활동은 더 풍요롭다. 재정 부담이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어린이 교육을 더 알차게 일궈내는 힘으로 좋은 해결책이 나오리라 믿는다.
아침 산책을 하며 어린이들이 얼음을 찾아냈다. 곶감을 자세히 보니 까치가 다녀간 흔적이 보여 그물을 쳐야 한다. 지난해처럼 하나도 못 먹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했다. 서연이네 집 앞 감나무에 달린 감도 이제 모조리 까치밥이 됐다. 아이들도 놀라는 눈치다. 지난주에는 보이지 않던 까치 떼들이 오는 걸 보니 감이 아주 맛있는 상태인 게다. 우리가 지난 주 홍시 따먹기 추억이 있는 만큼 이제 까치 차례다. 텃밭에 가서 땅이 단단하게 얼어있는 걸 확인한다.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발로 느낀다. 밧줄놀이터 앞 작은 텃밭에 아주 작은 배추들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더니 안쪽 여린 곳이 얼어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얼른 뽑을 필요가 있겠다 싶어 숲 속 놀이터 작은 텃밭에서 뽑은 무랑 같이 동치미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본디 아침나절에는 몸자람표를 만들고 마을 청소를 하기로 했는데 다음 주로 미루고 모둠마다 공부를 하기로 했다. 갈무리 할 공부가 많은 때라 잘 미룬 것 같다.
다 함께 아침열기 마치고 피리를 불고 시를 암송한 뒤 겨울 자연속학교 채비를 시작한다. 아리랑 노래를 하나씩 불러보는 것부터다.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경기아리랑에 이어 강원도 아리랑도 노랫말을 거의 다 알고, 정선 아리랑을 배워도 되겠다. 책 읽는 때 얼른 봄동같은 작은 배추를 뽑아서 동치미 담글 채비를 해둔다. 깊은샘 6학년은 감과 귤 잼, 귤 액종을 만들고 있다. 지난주 서민주 할머니가 딴 귤을 민주어머니가 두 상자나 보내주셔서 아이들 새참으로 잘 먹고 남은 귤이랑 하동에서 올라온 감이다. 지난주 만든 감말랭이와 고구마말랭이에 이어 쨈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6학년이 먼저 시작한다. 자유롭게 책 읽는 시간에 앞서 저마다 두 권씩 집에서 가져 온 책을 모두 읽은 어린이들 손을 들어보라니 일곱이다. 모두가 다 책을 읽으면 약속한 대로 곧 서점에 가서 책을 살 수 있겠다. 11시 10분 책 읽기를 마치고 강당에 모여 강아지똥 연극 연습을 했다. 거의 다 대사를 외우고 연기로 맛깔나게 하지만 정확하게 발음해서 들리도록 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물론 과정이 즐거우면 되는 것이라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 문득 한창 때 마당극과 춤 공연을 다닌 추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 사람들이 보고 싶어졌다. 어쨌든 아이들과 연극을 하는데 그 때 경험이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한 번만 연습하고, 세 모둠으로 나눠 동치미에 넣을 채소를 씨고 써는 일을 했다. 아이들 수가 많으니 짧은 시간에도 금세 끝나는데 시간이 조금 부족해 김우정 선생과 마무리를 했다. 손놀림이 빠르고 부지런한 김우정 선생 덕을 많이 본다.
낮에는 몸놀이 대신 배움잔치 무대 공연을 위해 처음 다 함께 모여 차례대로 해보며 한 주 동안 배움잔치 무대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어린이들에게 우리들이 배움잔치를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물었다. 여섯 번을 한 6학년부터 5학년이 동생들을 위해 선생의 물음에 답을 잘 해준다. 한 해 배움을 갈무리하고, 우리들의 배움을 나누는 잔치이자, 함께 호흡을 맞춰 학교 공부들을 내보이는 자리임을 잘 알려주었다. 그러니 배움잔치 과정을 즐기면 되는 것이고, 모둠마다 공부와 다 함께 하는 무대 공연에 정성을 들이면 된다. 물론 무대 공연을 할 때 지켜야 할 무대 예절을 해마다 배운다. 금요일에 한 번 더 모두 모여 마무리 연습을 하고 올라가는 것이니 사실 특별하게 공연만을 위해 더 뭔가를 하는 건 아닐 수밖에. 모둠마다 평소에 꾸준히 해온 표현교과를 전시와 무대에서 잘 소화시키면 될 뿐이다. 인지 교과도 무대에 올리는 형식으로 연극이나 암송을 쓰기도 하고, 전시로 내보이는 게 배움잔치다. 모둠마다 노래, 악기 공연, 연극, 글 읽기에 저마다 기운이 잘 담기고 있어 보기 좋다. 배움잔치를 보면 우리 어린이들이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음을 확인하곤 한다. 물론 부족한 건 언제나 있고, 아쉬움이 많을 때도 많지만 함께 웃고 응원하고 소리치며 춤추는 모습 그대로가 어린이가 행복한 학교 일상이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떠들썩함이 있으니 배움잔치는 이미 잘 해낸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굉장한 긴장과 설렘을 안겨준다. 배움잔치로 쑥 자라는 우리 어린이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