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서해의 보석섬 굴업도로 천하장군 이백서른여섯번째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인천에서 배를 2번 갈아타고 들어가는 굴업도는 1억년 전에 형성된 화산섬으로 연안의 섬같지 않게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매력적인 섬입니다. 일제시대에는 민어파시가 설만큼 번화하고 사람으로 넘쳐나던 섬이지만 점차 인구가 줄어들어 쇠락한 섬으로 많은 이들에게 잊혀지던 굴업도는 몇 년 전 핵폐기장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알려지고, 최근에는 한 대기업이 섬의 대부분을 사들여 골프장 개발계획을 밝히면서 개발반대여론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섬입니다.
아침 일찍 인천여객터미널에 모인 회원들은 부푼 가슴으로 덕적도 가는 배에 오르고, 덕적도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굴업도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날씨는 구름이 많아 파란하늘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흐려 섬나들이 하기에 최적의 날씨입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시골밥상으로 점심식사를 합니다. 화려한 반찬은 아니지만 섬에서 자급자족 공급한 반찬들이 하나같이 맛있고 신선해 다들 기분좋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큰말해변 앞에 있는 토끼섬으로 향합니다. 토끼섬은 소금안개가 바위를 녹여낸 ‘해식와’로 유명한 곳입니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사례라는데, 정말 활모양으로 파고든 거대한 해식와 앞에서 자연의 신비가 느껴지더군요. 토끼섬은 하루 2번 물이 빠졌을 때만 건너갈 수 있는 섬으로 온통 굴딱지가 붙어있는 바위를 기다시피해서 다녀와야 했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물때가 끝날 무렵으로 물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한 때라 일행 중 발 빠른 분들 몇몇만 다녀보고 왔습니다.
숙소가 있는 큰말해변 서쪽으로 느다시언덕(개머리언덕)이 길게 펼쳐져 있습니다. 굴업도 풍광의 하이라이트인 곳이죠. 해변에서 15분정도만 오르막을 오르면 바다풍광과 멋진 초원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수크렁 사이로 난 작은 외길을 따라 걸으면, 보이는 곳은 온통 바다고 하늘이고 드넓은 초원입니다. 바다를 만나는 서쪽절벽까지 쭉 걸어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은 곳에서 즐겨서일까요, 해질 무렵까지 노래도 부르고 동행들과 이야기 나누는 표정들이 하나같이 아이들처럼 해맑습니다.
굴업도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고, 두 번째 날은 섬 동쪽으로 트레킹을 나섭니다. 선착장 옆으로 이어지는 목기미해변은 원래 바다였는데 모래가 쌓여 연륙사빈을 형성한 곳입니다. 목기미해변에 줄지어 서있는 낡은 전봇대는 번성했던 굴업도의 옛 영화를 나타내고 있더군요. 모래언덕이 얼마나 높게 쌓였는지 키가 2미터밖에 안돼는 전봇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에 모래가 쌓여 길을 만들고, 그 길에 사람들이 전봇대를 놓아 생활하고, 또 세월이 흘러 지금은 물새가 알을 까는 모래언덕이 되어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되새겨 보게 됩니다.
모래언덕을 넘어 야트막한 능선에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덕물산이 왼쪽으로는 연평산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먼저 덕물산을 향해 고고씽. 능선을 따라 덕물산 중턱 큰 나무가 있는 곳까지 오릅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목기미 해변 풍광이 시원하기만 합니다. 오른편으로는 붉은 해변과 연평산이 펼쳐지는 쉼터에서 숨을 고르는 동안 발 빠른 분들은 덕물산 정상을 다녀오셨습니다.
다시 능선길을 되짚어 붉은 모래가 곱게 깔린 붉은해변을 지나 연평산 첫번째 고개까지 오릅니다. 여기서는 모래사구와 코끼리바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을을 맞아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억새가 우리 마음까지 화사하게 하더군요.
몇몇은 시원한 소사나무 숲에서 서풍을 맞으며 땀을 식히고, 또 몇몇은 연평산 정상에 다녀오고, 몇몇은 코끼리바위가 있는 바닷가에 내려가 조개도 줍고 굴도 따먹으며 오붓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이 빠져 바닥을 드러낸 바닷가에는 게와 소라, 고동같은 바다생물들의 한판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모래위에 낙서하듯 그림을 그리며 다니는 모습에서 생명의 에너지가 물씬 넘쳐납니다.
1박2일간의 굴업도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인구 20명도 안되는 작고 쇠락한 섬이지만 자연풍광만큼은 아기자기하고 광활하고 아름다운 섬, 굴업도. 숙소는 낡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다소 불편했지만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맛깔스럽고 정겨웠던 시골밥상까지 이 모든 것이 굴업도의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렇게 운치있고 멋진 굴업도가 소수만이 즐기는 리조트로 개발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힐링코스로 오래도록 남기를 바래봅니다.
회원들 모두 기대를 안고 굴업도 여행에 나섰는데, 역시나 굴업도를 120% 즐기시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이틀에 걸쳐 섬 일주 일정을 소화하기가 벅찬 분들도 많으셨는데, 다들 여건에 맞게 즐겨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푹 쉬시며 건강관리 잘 하시고 10월 17일 오대산옛길 단풍답사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굴업도는 다시가보아도 아름다운 보존해야할 섬인것같습니다.
답사기 읽으면서 다시 굴업도 여행을 즐겼습니다.
노인들 모시고 답사 진행하느라고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