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결혼했다고 달라지거나 바뀌고 싶지 않았다"
- 전도연·이정재·윤여정·서우 주연 <하녀> 제작보고회
'칸의 여왕' 전도연이 출산 2년여 만에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 <하녀>로 돌아왔다.
전도연은 13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하녀> 제작보고회에서 "결혼이라는 걸 선택했을 때 결혼을 함으로 인해서 배우 전도연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녀'란 작품을 놓고 고민하면서 '내가 왜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신중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그러나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전도연이기 때문에 달라지거나 바뀌고 싶지 않았다"며 "그런데 고마운 건 남편과 가족이 배우 전도연이 결혼 후에 달라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녀'를 선택할 때 가족의 힘이 대개 컸다"고 전했다.
영화 <하녀>는 한국 영화사에 스릴러 걸작으로 손꼽히며 당대 최고 흥행작에 오른 고(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리메이크 작품으로,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간 한 여자가 주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그린 에로틱 서스펜스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전도연을 비롯한 이정재, 윤여정, 서우의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2010년 가장 뜨거운 영화의 탄생을 예고하며 국내·외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본능에 충실한 '하녀'라는 파격적인 캐릭터에 도전한 전도연은 "이번 영화를 선택하는 데 쉽지는 않았다"며 "너무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그런 부담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감독은 임상수 감독이라고 생각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이어 "은이는 너무나 순수하기 때문에 당당하고 본능과 욕망 앞에 굉장히 솔직한 여자"라며 "그런 은이의 지나치게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웠다. 그래서 촬영 내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했는데 어느 순간 '은이를 너무 멀리서 찾고 있었던 거 아닌가, 바로 나 자신이 은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좀 편해졌다. 그리고 감독님이 처음부터 나한테서 은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믿어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또 "시나리오상에서는 이렇게까지 은이가 해야할 것들이 많은 지 몰랐는데 막상 연기를 하다 보니 마치 1인 다역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데뷔 후 첫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 전도연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두려움을 한번 극복하니까 허공에다 몸을 던지는 게 그렇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임상수 감독과 선배 윤여정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 감독은 "칸에서 주연상을 탄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영화 찍으면서도 얘기했지만, 도연씨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고 했고, 윤여정은 "감독의 디렉션을 스펀지 같이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저 나이에 나도 저랬나' 싶었다. 도연이한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주인집 남자 훈 역으로 출연한 이정재는 "나쁜 남자를 한번 연기해 보고 싶었는데 그게 임상수 감독님의 영화의 나쁜 남자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며 "그런데 보통 나쁜 남자가 아니더라. 매 촬영장 갈 때마다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나 상황보다 10배나 더한 대사와 상황을 줘서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전도연과의 두 번에 걸친 베드신 촬영에 대해 "첫 번째 베드신은 대사가 세지는 않았는데 기술적인 부분 때문에 감독님이 다시 찍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다시 찍는데 대사가 참아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더라"며 "한 5분 정도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사가 적힌 A4 용지를 도저히 버릴 수 없어 가지고 있다가 윤여정 선배에게 '저 이런 대사를 하고 찍었어요'하며 다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하녀 3부작' 중 두 번째 <화녀>(1971)를 통해 데뷔한 바 있는 윤여정은 "40년 만에 내가 출연했던 영화에 한 부분으로 출연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개무량하다"며 "특히 그 작품이 임상수 감독님의 작품이어서 더 행복하다"고 전했다.
임상수 감독은 "김기영 감독님은 한국영화사에 남는 대가(大家)지만, 별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감 있게 영화를 만들었다"며 "다만,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을 때 만들었던 작품이라 더 잘 만들어야한다는 부담은 조금 있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이어 "50년 만의 리메이크라 화면의 질은 명백하게 50년의 차이가 느껴지겠지만, 그보다 50년 전의 캐릭터들이 상황을 맞아 어떤 행동을 하는지, 배우나 감독들이 얼마나 50년 세월을 넘어서 달라졌는지를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원작의 기본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이야기이고 '막장 드라마'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명품 연기와 명품 미술로 캐릭터를 훨씬 더 세련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또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것이 내용이기 때문에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 미술에 신경을 대단히 많이 썼고 공을 들였다. 또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꼬마까지 6명이 나오는데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워낙 좋은 배우들이라 충분히 연기를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는 <하녀>는 오는 5월 13일 개봉예정이다. 한편 <하녀>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함께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할 후보작으로도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하녀]
★ 출처 코리아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