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말씀 보면서 절절하였습니다.
제가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그래서 윤미를 자꾸 가두고 있었던 것,
느끼고 있었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눈을 가지고 있는 듯하였는데 이제는 눈물이 납니다.
다시 맑아지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지요.
제가 또 윤미와 함께 한 시간을 기록한 것을 남깁니다.
감정 말씀 받아야 제가 보지 못한 부분을 느낄 것 같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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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로 한 지 한 달이 넘어갔어요.
윤미가 많이 기다렸을 거에요.
그래서 드디어 가려구요.
윤미집에 전화를 했어요. 어머니께서 받으시네요.
그러지 않아도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구요.
그럼요. 그랬을 거에요.
입춘 맞이! 날도 풀리고 있고 다행이에요. 바로 내일 가기로 했답니다.
윤미를 바꾸어 달라고 하였어요.
"누구?" 통화하는 내용 안 듣고 있었는지 모르나 봅니다.
"선생님."
전화를 바꾼 것 같습니다. '여보세요?'라고 하는데 잘 들리지 않습니다.
"윤미니?"
"네." 소리가 작습니다. 아까 분명히 '누구?' 하고 물을 때와 아주 다른 목소리입니다. 잘 들리지 않습니다.
옆에 있으면 이렇게 작게 말하지 않는데 전화로 말할 때는 이러네요.
"내일 동물원 가자. 많이 기다렸지?"
"네에. 누구랑?..."
"슬기랑."
"싫은데..." 싫다고 할 줄은 몰랐어요.
"싫어? 지난 번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효정이랑..."
"그럼, 당연히 효정이도 같이 가지." 효정이랑 셋이서만 가고 싶은가 봅니다. 그 때는 좋다고 했는데 이러네요.
"윤미야, 효정이도 가고, 슬기랑 이슬이도 같이 갈 거야."
"......."
"지난 번에 약속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어. 약속했었잖아? 기억 안나?"
"......."
" 내일 집 앞에서 10시에 보자."
물러 설 수 없습니다. 윤미가 제게 자기 편한대로 하려고 하는 건 제가 편하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윤미는 새로운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질 수 없습니다.
"알았지? 내일 보자, 윤미야."
제가 더 신이 납니다.
드디어 오늘! 윤미 집으로 갑니다.
슬기와 이슬이가 먼저 나와 있네요.
중학생이 된다고 그런지 머리를 단발로 잘랐는데 일부러 묶었네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저기서 효정이랑 윤미가 옵니다.
효정이 표정이 밝습니다. 지난 번에 같이 가고 싶다고 울었다고 해요.
제가 모질죠. 그런 아이를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소원이 이루어져서 그런지 밝습니다.
그런데 윤미는 표정이 뾰루뚱합니다.
많이 서운한가 봅니다. 제게 불만이 있으니 그런가 봐요.
윤미도 머리를 잘랐어요. 아주 예뻐요.
어, 버스가 바로 왔네요. 813번!
제가 뚜벅이이다 보니 아이들을 편하게 데리고 다니기가 어렵습니다.
버스에 올라탑니다.
윤미가 이제는 버스비도 동생 것까지 스스로 잘 냅니다.
송촌동에서 동물원까지는 종점에서 종점입니다. 1시간이나 걸렸어요.
윽! 머리가 아파서 잠을 청했습니다.
슬기와 이슬이는 좀 더 힘들어 하네요.
드디어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해방입니다.
입구까지 걸어 올라갑니다.
제 걸음이 빠릅니다. 앞서 가니 효정이가 따라옵니다. 팔짝팔짝 잘 걷습니다.
뒤에서 윤미랑 슬기랑 이슬이가 함께 옵니다.
소곤소곤 이야기하며 오네요. 참 예쁩니다.
이슬이는 얼굴은 봤어도 이야기 하는 건 처음인데 자연스러워요.
정말 다행입니다.
슬기는 제 마음을 아주 잘 압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윤미를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참, 윤미가 못 보던 옷을 입었습니다.
"윤미야! 옷 샀니? 못 보던 옷이네?"
바지를 잡고 대답을 망설입니다.
효정이가, "누가 주셨어요."
"어, 그래? 이쁘다. 잘 어울려."
효정이가 대신 말하는 데 그렇게 걸리지 않습니다. 산 게 아니라서 망설이는 것 뿐이니까요.
표 사는 곳에서 무엇으로 살까 고민하다가 사파리도 구경해야겠고 놀이기구를 실컷 탈 생각으로 '자유이용권'으로 하였습니다.
저는 신이 납니다.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안에 들어오니 크리스마스와 겨울에 어울리는 장식물이 많습니다.
사진 찍고 싶게 만드네요.
효정이는 찍으려고 하는데 세 아이는 안 찍으려고 해요.
그래도 함께 찍습니다.
슬기는 "선생님도 찍으세요." 하며 저도 찍어 줍니다.
아직 날이 따뜻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점심 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은 건 아닙니다.
무엇을 먼저 할까 생각하다 놀이기구가 먼저 나와서 타려고 하는데 점심시간이 가까워요. 태어주시는 분들이 식사하러 가시네요.
그래서 동물을 먼저 보았습니다.
어린이 동물원을 따로 만들어 놓은 곳에는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동물 모습을 잘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작은 원숭이들이 노는 모습에 계속 바라보게 됩니다.
노랑 옷을 입은 원숭이는 이쪽 저쪽을 다니면서 자꾸 다른 세 원숭이를 건드리네요. 윤미는 "쟤가 젤 귀여워." 합니다. 가장 작네요. 마음에 드나 봅니다.
그런데 그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 둘이 서로 껴안고 있는데 건드리네요. 제가 "야, 쟤 시비쟁이인가 봐!" 라고 했습니다.
움직임도 빠르고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렇게 자꾸 움직이는 모습이 달라지니 재미있어서 자꾸 보게 됩니다.
옆에 있는 이구아나, 악어가 신기했어요.
그 옆에 트인 우리에 있는 동물은 흑염소, 양 같은 동물이 있어요.
윤미는 "아이, 이상한 냄새 나." 라고 하네요. 똥냄새가 싫은가 봐요.
싫을만 하지요.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니 기쁩니다.
산토끼, 삽살개도 보고 풍산개도 있었어요.
유리방 안에 사는 개는 새끼가 네 마리인데 세 마리만 젖을 빨고 있어요. 한 마리는 웅크리고 업드려 있는데 안타까워요.
쌍봉 낙타, 퓨마,
반달가슴곰은 일어나서 반겨 주네요. 반달 무늬 보고 싶었는데 기뻤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무섭다고 하네요.
얼굴과 엉덩이가 유난히 붉은 일본 원숭이는 이를 잡아 먹느라 바빠요. 이 잡기 선수들인가 봐요.
이번에는 늑대를 보았어요.
윤미가, "개 같애." 라고 하네요. 잘 보고 잘 느끼고 잘 말하고 있어요.
표범과 재규어 무늬가 어떻게 다른지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표범이 높은 나무에 올라가 유난히 소리를 내서 조금 겁 먹었어요.
시베리아 호랑이는 완전히 뻣었어요(?). 햇살이 따뜻해서 그런지 일어날 생각을 안해요.
이제 배가 고프대요.
음식점이 몇 군데 안되는데 의견을 물어보니 분식점이 낫겠다 싶어 그곳으로 들어 갔어요.
값은 비싸지 않은데 음식이 정성이 적어 안타까워요. 더 맛있는 것 먹이고 싶은데요.
윤미는 우동을 먹는대요.
우동은 윤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매번 음식 시킬 때 마다 맨 먼저 우동을 말할 정도에요.
효정이랑 이슬이는 떡볶이, 슬기는 만두, 저는 쫄면을 먹었어요.
효정이가 선물을 내밀어요.
"이게 뭐야?"
"엄마가 갖다 드리래요."
"이게 뭐지?"
"고모가 개업했어요. 그 때 가져온 거에요. 핸드폰 줄인 것 같은데..."
풀어 보니 그렇네요.
이렇게 예쁜 것도 전화기 줄로 나온다는 것에 놀라워요. 참 예쁩니다.
4년 반도 더 된 전화기에 달려니 미안해요. 그래도 덕분에 전화기가 빛나요.
'윤미 어머니, 감사합니다.'
동물 구경을 했으니 놀이기구 타고 싶어 하네요.
밥 먹고 바로라서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사파리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어요.
그런데 윤미는 안 탄대요. 무섭다고요.
청룡열차를 작게 만든 건데 그렇겠다 싶어요.
저는 놀이기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버겁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다시 탑니다. 이번에는 어떤 느낌인가 하구요.
윤미에게 가방을 맡기고 올라탔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눈을 감게 됩니다. 소리는 일부러 지르고 있구요.
이건 효정이도 무섭다고 하네요.
슬기랑 이슬이는 재미있대요.
다음은 땅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가볍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골랐어요.
그런데도 윤미는 싫다고 하네요.
제가 보니 정말 별 거 아니에요. 에스컬레이터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고 뻔히 보이네요.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다고 타 보게 하려고 하는데 손을 끌어도 싫다고 해요. 무섭다고요.
'그래, 윤미야, 네가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거 알아. 괜찮아.'
이제 사파리를 구경할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탔어요.
어떨지 무척 궁금하고 설렙니다.
후후, 슬기가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를 앉았는데 건빵이 있다고 주네요.
아무래도 동물에게 주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모두 맛있게 먹습니다. 그게 그거죠.
이제 드디어 출발입니다.
아저씨 말투가 아주 재미있고 개성 있습니다.
아주 재미난 구경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다리는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아래를 잘 보세요. 아니, 버스 바닥 보시면 소용없습니다."
무거운 철문이 올라가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여름에는 다리 아래에 악어를 키운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무 것도 없네요.
맨 처음 우리가 만난 건 불곰입니다. 앉아서 '이쁜 짓'도 하고, 메롱도 하고, 박수도 치고, 빌기도 하고 여러 동작을 해 주었어요. 그 때마다 아저씨는 건빵을 주셨어요.
그렇게 잘 하는 것이 신기해요. 훈련이 되는 것이 그래요. 세 살짜리 아이 지능은 된다고 하네요.
다음은 사자입니다. 열 다섯 마리 정도나 되네요.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따뜻한 햇살 받으며 축 늘어져서 엎드려 있는 모습이 아주 평화롭습니다.
사자 이름을 말해주면서 아비, 어미, 자식이 누군지 말해주시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어린 사자도 갈기가 나오는 모습이 멋져요. 참 잘 생겼어요.
버스에 다가오는 녀석이 있었어요.
"우와" 하면서 좋아하였습니다.
바로 아저씨께서, "좋아할 게 아니죠. 먹이로 보고 그러는 거죠." 하셔서 많이 웃었어요.
그래도 반가운 거 있죠!
아저씨는 서비스라면서 한 바퀴를 더 도셨어요. 아저씨, 최고!
호랑이는 암수 두 마리입니다. 철망에 있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인도 코끼리도 있어요. 후각이 그렇게 발달해 있는지는 몰랐어요.
기린은 네 마리가 있어요. 수컷이 한 마리인데 암컷이 모두 어려서 장가 한 번 못간 총각이라고 말씀하시네요.
얼룩말은 사육하려고 길들여 보아도 야생 기질이 강해서 동물원에서 기르기는 해도 가축으로는 기르지 못한다고 하네요.
타조는 부리가 붉은 것이 수컷이래요.
당나귀를 더 작게 개량한 것도 보았구요.
아주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다시 보고 싶을 정도였거든요.
사자를 지나간 다음에 "사자를 더 보고 싶은 분은 말씀 하십시오. 특별히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하시기에, "저요." 했더니, "네, 그럼, 내려 드리겠습니다.'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또 웃었죠. *^^*
아까 보지 못한 동물이 있어서 더 둘러 보기 시작했어요.
수달은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요.
펭귄은 벽을 보고 무엇을 하는지 몰라도 모두 그러고 있어서 아쉬웠어요.
지나 다니는 동안에 동물 모양 물건이 나오면 효정이는 관심을 더 보이고 사진 찍겠다고 하여 반가워요. 덕분에 저는 기쁩니다.
이젠 새를 볼 수 있어요.
수리 종류가 많았어요. 독수리 별명이 대머리 독수리더군요. 머리 부분에 깃털이 적어서요. 이름이 재미있어요. 설명 써 있는 것에서 별명 찾아보라고 했더니 윤미가 잘 찾았어요.
부엉이와 올빼미가 바로 옆에 있어서 생김이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슬기가 잘 찾아내요.
흰올빼미도 있어서 신기합니다.
이번에는 '나비 전시관' 입니다.
표본한 나비를 전시해 두었어요.
앵무새와 알록달록 예쁜 새, 그리고 개코 원숭이도 있구요.
윤미는 밝은 파란색 새가 예쁘다고 하네요. 야광색 같아요.
저는 나비가 예뻐서 폭 빠졌어요. 어쩌면 그렇게 생김이 예쁜지 놀라워요.
특히 이름이 더욱 예뻐요. 어쩌면 그렇게 절묘한 이름을 붙였는지 그 이름 붙이신 분에게 감사드려요. 놀랍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냥 쑥 지나가네요. 제가 좀더 잡아두고 싶어서 교과서에 나왔던 '네발나비'가 있다는 둥, 나비 이름 읽어 보면서 신기하다고 자꾸 말해주었어요.
밖으로 나오니 물에 사는 새가 보여요.
이원수선생님 시에 백창우씨가 노래를 붙이신 '겨울 물오리'가 떠 올라요. 아주 좋아하는 노래에요. 병상에서 말씀하시는대로 적은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여 더 마음에 남는 작품입니다.
그 노래를 불렀어요. 슬기는 작년에 배웠는데 모르겠다고 하네요. 올 해 아이들 하고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네요. 저만 크게 불러요.
오리, 고니, 거위,
저어새는 부리가 주걱 같아요.
청둥오리도 멋지고,
원앙 수컷이 가까이 와서 몸을 긁는 모습이 귀여워요.
왜가리는 한 발로 서 있는 것이 신기해요.
다리가 하나다 둘이다 하며 서로 우겼어요. 후후
반대 쪽에는 닭, 꿩, 공작이 있고, 금계, 흰 꿩, 백공작도 있고, 흰 닭도 있어서 신기해서 입이 떡 벌어졌어요.
제가 '겨울 물오리' 같은 노래를 자꾸 부르니까 윤미가,
"동요밖에 몰라." 라고 해요.
"윤미도 불러 볼래? '반달' 알아? '푸른 하늘 은은하수~' "
처음에는 갸우뚱 하다가 "아아." 하네요.
"같이 할래?"
"응... 립싱크 해야지!"
"립싱크? 그래, 그래도 돼."
윤미는 노래하는 거 안 좋아해요. 소리내는 건 다 안 좋아하거든요.
교실에서는 웃음소리도 밖으로 나오지 않게 입을 막곤 해요.
그래도 립싱크라도 한다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다른 노래 부르려고, "'연필' 기억나?" 하니, 기억 안난다고 하네요.
자꾸 동요 부르고, 좋아서 효정이마냥 신나 있으니까 그런지,
"애들 같애." 하네요.
그렇게 보여서 다행이에요. 이렇게 쭉 친구로 여기면 좋겠어요.
이제 제대로 놀이기구를 탈 시간이에요. 모두 타 볼 생각이에요.
아까부터 윤미가 회전목마를 타고 싶다고 했어요. 다른 아이들도 그러구요.
바로 회전목마로 가요. 이제 윤미가 좋아해요. 저도 좋아요.
아쉬워서 한 번 더 탄다고 하였어요.
효정이는 손잡이를 빙빙 돌리며 타는 걸 혼자서 신나게 계속 돌리면서 타요. 신났어요. 좀더 강한 걸 좋아해요.
그 앞에 '퍼니퍼니'라고 부르는 건 위로 올라가기는 하는데 빙글빙글 돌기만 하기에 별로 안 무서울 것 같아요. 그래서 윤미에게도 타자고 하였어요. 무서울 것 같은데 다들 권하니까 마지 못해 올라 탔어요.
효정이는 제일 좋아해요. 꺄르르 꺄르르 듣기 좋아요.
윤미는 무섭대요. 앞에 앉는 것도 망설이고 바로 효정이 뒤에 앉았어요. 제 옆에요.
손잡이 꽉 잡고 눈 꽉 감고 완전히 굳었어요. 불쌍해요. 괜히 타게 했어요. 아니, 하지만 이럴 때 아니고 또 언제 타겠나 싶기도 해요.
다 끝나고 윤미가 한숨을 쉬어요. "아우, 무서워."
다시는 안탄다고 할지도 몰라요.
그냥 빙글빙글 도는 걸로 타야겠어요.
이번에는 윤미가 무서워하지 않아요.
저는 일부러 좋다고 소리 지르고 효정이는 여전히 신났어요.
바람이 차서 그런지 윤미는 또 머리를 숙여요.
앞으로 가던 것이 뒤로 가요. "아휴~!"
내리고 싶은가 봐요.
뒤로 가니 앞을 보네요. 다행이에요.
내려서는 "배 아퍼." 해요. 그래도 내리면 괜찮대요
이번엔 이름이 '롤오버'에요.
완전히 뒤집어지면서 도는 거요.
무서울 거에요.
윤미는 바로 싫다고 하였어요.
효정이는 키가 작고 어깨가 좁아서 위험하여 타지 못해요.
슬기랑 이슬이랑 셋이 탔어요.
뒤집어지니 제 머리가 땅을 향해 쭉 내려왔을 거에요.
"킥킥킥, 아하하 저 거 좀 봐~!"
둘이 지켜보면서 내는 소리가 더 재미있어요.
저는 무서워서 혼났어요.
내리니까, "선생님! 선생님만 머리 숙이고 있었어요."
"그랬어?"
제가 무서워하는 거 다 틀켰어요.
저 위에 또 빙글빙글 도는 게 있어요.
아까 탄 것과 비슷해요.
윤미가, "이건 탈 수 있어." 해요. 반갑게도.
아까 것 보다 아주 조금 더 센 것 같아요.
돌아가니 바람이 차서 더 고개를 숙이나 봐요.
원심력으로 바깥쪽으로 쏠려서 이슬이과 슬기는 거의 한 자리만 앉은 것 같아요.
그런데 윤미는 그대로 있어요. 손에 얼마나 힘을 주었을까요.
효정이는 윤미가 고개 숙이고 있으니까 어깨를 감싸줘요.
그 모습이 아주 예뻐요.
'효정아, 효정아, 그렇게 언니 곁에 있어 주렴. 그렇게 언니 곁에서 늘 힘이 되어 주렴. 언니 곁에서...'
제 바람이 점점 강해져요. 지금처럼 늘 그렇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져요.
놀이공원 대표 명사 '바이킹'
저는 울렁거려서 눈을 못 떠요.
슬기도 그런가 봐요. 안 탄다고 하네요.
윤미는 "이건 탈 수 있을 것 같애."라며 탔어요.
가운데가 덜 무서우니 가운데 탔어요.
효정이는 저 위로 가려다가 저랑 마주보고 앉고, 윤미는 제 옆에, 이슬이는 윤미 앞에 앉았어요.
"손이 떨려요."
"어, 힘 많이 줘서 그래. 이건 많이 안흔들리니까 괜찮아. 어! 아토피 거의 다 나았네!"
아토피가 심해서 뼈마디 피부에 오돌도돌 심하였는데 검은 흔적만 있고 말끔해 졌어요. 지난 여름에도 괜찮아졌거든요. 방학에는 윤미가 부담이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몰라요.
효정이가, "한약 먹어요." 하네요.
어머니께서 신경 많이 쓰시더니 완전히 낫게 하려고 애를 많이 쓰셨나 봐요.
"타면 배가 아프고 내리면 안 아파요."
"그치? 맞어. 이것도 괜찮을 거야."
윤미가 안심하게 해 주고 싶었어요.
이제 움직여요. 효정이는 혼자서 신나다고 소리 지르고 난리에요.
저는 눈을 뜰 수가 없어요. 울렁거려서요. 조금 실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가 하는데 효정이 재미있어 하는 게 더 즐거워요.
"선생님! 눈 감아요?" 효정이가 저 눈 감은 거 밝혀 주네요. 들키고 말았어요!
"무서워요? 떠 보세요."
옆에 있는 윤미는 손 위에 머리를 대고 있어요.
'윤미야, 선생님도 무서워. 선생님이랑 넌 닮았다. 이런 거 무서워하는 거. 넌 그래도 인라인스케이트도 타고 자전거도 탈 줄 알잖아. 괜찮아. 네가 타고 싶은 만큼만 타면 돼."
제가 "하늘을 나는 것 같아."라고 했더니 윤미도,
"정말, 하늘을 나는 것 같아."라고 해요.
"그치? 정말 하늘을 나는 것 같아. 기분 좋다."
윤미도 그렇다니 아주 힘이 나요.
하지만 바이킹은 속이 울렁거려요. 휴우~! 슬기 마음 이해해요.
'스카이 드롭'인가 하는 건 슬기가 타자고 하였는데 제가 무서워서 안탔어요. 그러니 아이들도 안 탄대요. 탈 걸 그랬어요.
이제 거의 다 타 봤어요. '펌퍼카'에요. 이건 처음 타 봐요.
윤미는 조정하기 싫대요. 효정이가 하기로 하고 윤미는 옆에 탔어요.
이게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몰랐어요. 효정이랑 저랑 제일 신났어요.
입으로 소리 흉내내기를 계속 했어요.
"쑤~~~욱, 꽈당!"
"피~~~웅, 빠샤!"
제가 내는 소리가 웃긴가 봐요. 계속 그랬죠.
"으악! 맛 좀 봐라. 이얏!"
얼마나 재미있는지 세 번이나 탔어요.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니 재미있어요.
윤미는 부딪히는 그 때에는 재미있어하고 웃어요. 그런데 혼자 탈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중간에 따로 타지 않겠냐고 물어볼 걸 그랬어요.
윤미가 제일 좋아하는 건 '회전목마'이니 마무리로 타자고 했어요.
아까 효정이가 탄 회전하는 것에 앉았는데 이렇게 어지러운지 몰랐어요. 그래서 안 돌리고 그대로 탔어요.
윤미가 지금 탄 것과 비슷한 걸 다른데서 봤나 봐요.
"커피잔 같은 가 타고 싶다." 하네요.
윤미는 윤미가 재미를 느끼는 만큼 즐겨요.
윤미가 감당한 수 있는 재미는 다른 아이들과 달라도 윤미가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물론 동물원이, 놀이공원이 윤미에게 좋다고 생각해서 온 건 아니에요. 단지 동생이 어려서 움직이기 어려워하시는 윤미 가족 생각하니 제가 움직이고 싶었어요. 그리고 윤미가 어디를 좋아할까 생각하다 떠오른 곳이 여기였답니다. 윤미에게 한 말은 안 지킬 수 없어요.
이제 더 타겠냐고 해도 대답이 없어요. 이제 가야할 때가 되었어요.
4시 반입니다.
아이들이 배고프대요. 영화관 가면 바로 저녁 먹게 될 것 같아서 따뜻한 것 마시자고 했어요.
깡통에 담긴 코코아가 있어서 제가 그걸 고르니 아이들도 그러겠대요.
하지만 윤미는 안 먹는대요.
윤미는 물 먹는 걸 안 좋아해요.
집 밖을 나오면 화장실에 가지 않아요. 그럴려고 안 먹어요.
경주로 수학여행 갔을 때, 1박 2일 동안에도 화장실을 안 갔어요.
"영화 보러 가자."
"무슨 영화?"
이미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윤미는 제가 말한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가 봐요. 자세히 이야기 하지는 않았어요.
"'말아톤'"
"난 만화영화 같은 게 좋은데..."
지난 번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아주 재미나게 봤어요.
교실에서 보여 준 '천공의 성 라퓨타'도 아주 재미나게 보았구요.
"어, 이것도 재미있어."
딴 소리 안나오게 잘라버립니다.
무슨 욕심이 이렇게 나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영화관에 와서 보니 6시 40분 영화를 보는 게 좋겠어요.
밥 먹으러 내려 와서 뭘 먹을까 골라요.
"윤미야, 뭐 먹을래?"
"스파케티."
이미 생각하고 있었는지 바로 대답이 나와요.
윤미는 국수 종류를 아주 좋아해요. 밥은 별로 안 좋아하구요.
예상했던 대답이에요. 전에도 그랬거든요.
지난 번에 해물 스파게티를 잘 먹길래
"여기 '해물 스파게티' 있다. 어때?"
"해물 싫은데..."
윤미는 해물을 싫어합니다. '면만 먹으면 되지?' 하고 다시 묻지 않은 것이 아쉬워요.
"그럼, '미트 스파게티' 있네. 이거 먹으면 되겠다."
"그게 뭔데..."
"고기 갈은 거랑 토마토 소스로 만든 거."
"고기 싫은데."
"그래도 이게 많은 사람들이 먹는 거야."
싫어하는 것 같아서, "음, '철판 스파게티' 있다."
"난 '철판 스파게티'..."
'미트 스파게티'가 나을 것 같은데 그냥 둡니다.
효정이는 '라볶기', 슬기랑 이슬이는 '미트 스파게티'를, 저는 '보리 비빔밥'을 골랐어요. 나오면 고추장에 비비는 걸 잘 먹어요.
보리밥 맛있어요. 여기는 정직하여 고맙습니다.
효정이는 입술 위가 텄어요. 바람을 많이 쐬서 그런가 봐요. 침 바르고 바람 쐬니 당연하지요. 그래서 맵대요. 자꾸 맵다고 하면서도 잘 먹어요.
철판 스파게티가 먼저 나왔는데 별로인가 봅니다.
가게 이름에 '몽골리안'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요. 양념이 독특해요.
그리고 닭고기를 많이 썼고 야채도 건더기가 커요. 색깔도 거무스름하구요.
윤미가 싫어하게 생겼어요.
슬기 접시에서 '미트 스파게티'를 가지고 와서 먹네요.
맛있대요. 제 말이 맞다는 게 증명이 되었어요!
슬기가, "윤미야, 그럼 바꿀래?" 해요.
슬기가 맘씨가 정말 고와요. 남 배려하는 것이 대단해요.
윤미는 당연히 좋다고 하여 바꾸었어요.
서로 서로 맛 보고 나누어 골고루 먹었어요.
윤미는 '미트 스파게티'만 먹었지만요.
인형 가게 가서 인형 구경 좀 했어요.
'토토로'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캐릭터 제품에 마구 손이 가요.
윤미는 강아지랑 곰이 좋대요. 효정이는 돼지가 좋구요.
"영화 볼 때 '콜라' 마실래, '쥬스' 마실래?"
다 같이, "'쥬스'요!"
제 맘을 어쩌면 이렇게 잘 아는지..
대전 CGV 지하에 맛있는 가게가 있어요.
슬기만 '핫초코'를 마시고, 모두 '키위쥬스'를 골랐어요.
한 잔 만드는데 키위를 세 개나 넣어 줘요. 이런 가게 저는 여기 밖에 몰라요.
여긴 좀 셔요. 저야 신 걸 좋아해서 딱이죠.
시기는 한데 다들 맛있대요. 다행이에요.
이제 팝콘 들고 '말아톤' 보러 들어갑니다~!
이 영화는 아홉 개 관 가운데 두 군데에서 하는데 일부러 큰 데서 하는 걸 골랐어요.
윤미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무슨 생각을...
밥 안 먹고 초코파이만 먹는 초원이, "초원아, 밥 먹자. 제발. 너 왜 그래! 제발 한 번만 먹어 봐, 제발!"
비 오는 날, 초원이를 데리고 나가서 "이게 비야, 비!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너 왜 말 안 하니! 말 할 수 있잖아!"
제 모습 같습니다. 저 혼자 답답해서 저 혼자 안달하는 제 모습 같습니다.
'왜'냐고 묻는 건 더 닫게 만드는 건데, 제가 참 많이 쓴 말이에요.
벌써 눈물이 나요.
조승우씨 연기에 놀랍니다.
표정, 눈짓, 웃음, 입 모양, 얼굴 근육 움직이는 모든 모습이 진짜 같아요.
손짓도, 팔 움직이는 것, 건들건들 힘 없이 움직이는 것까지 모두 그래요.
긴장했을 때 모습도 똑같아요. 몸에 힘이 들어갔을 때 모습이요.
지하철에서 "제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제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제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제 아이는!"이라고 할 때, 엄마가 안았을 때 그렇게 몸에 힘이 들어가 있을 때 팔이 밖으로 꺾이는 것 같은 모습까지. 손가락 끝까지 힘 준 그 모습에 놀라요.
엄마가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하게 한 것이 자기 욕심이었다는 걸 느끼고서 춘천마라톤대회를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잡은 손, 그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더 힘을 준 그 손 모습까지. 손가락 모두 꺾어서 힘을 준 그 모습까지.
아니, 제가 움직임만 보고 있네요.
엄마가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시킨 것이 가지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에 완전히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윤미에게 한 것 모두가 제 욕심이었거든요.
그렇게 느끼면서도 저는 욕심을 계속 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하고 싶었어요.
윤미가 힘들어 해도 한 것이 미안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저는 윤미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지 못했어요.
초원이어머니는 초원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서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곁에서 늘 격려하고 이끌어 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저는...
잘 할 수 있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윤미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도록 하지 못했어요.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윤미는 자폐아도 아니고 단지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
집에서는 큰 소리로 말을 잘 한다고 해요.
학교에서 거의 자리에만 앉아 있고, 말 안하고, 화장실 안 가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제가 아이가 많이 부족하다고 여겨 왔어요.
학습 능력이 4학년 정도이긴 해도 글 읽을 수 있고 계산할 수도 있어요.
제가 윤미를 가두었더군요.
뭔가를 더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뼈 저리게 느낀 건,
제가 윤미를 '유급'시킬 생각까지 했다는 거에요.
유급이 가능하지도 않은데 그런 생각까지 했어요.
저는 5년이 꽉 차서 학교를 옮겨야 해요.
가까운 곳으로 옮겨서 그 학교 전학시켜 제 반에 있게 하면서 한 해 동안 중학교 올라가서도 잘 지낼 수 있을 만큼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6학년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 상상이죠.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제가 생각해 놓고도 덜덜 떨었어요.
그리고 부모님과 '대안학교'도 상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 모두 가족과 지내는 걸 원하고, 윤미는 두 말할 것도 없어요. 그래서 집과 가까운 학교로 갑니다.
이젠 제가 손을 놔 줘야 할 때가 왔어요.
이렇게 학교 밖에서 만나면 즐거운 것처럼 교실에서 만날 시간은 나흘 뿐이에요. 개학이 14일이고 졸업이 17일이니까요.
그 시간이 지나면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2. 4)
첫댓글 선생님 대단하네요 .... 이렇게 큰 정성으로 적공을 했네요 ... 윤미는 선생님의 사랑을 기억하리라 믿어요 ... 이제는 못하는 아이를 하게 하려고 하는 나를 봐요 상대를 바꾸려 하는 나를 ... 그리고 있는 그대로 볼수 있는 내 마음에 공들여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