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 on Korea 展은 한국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사진가, 김우영, 이재구, 윤 리, 조세현, 최영만의 작품을 소개한다. 고즈넉한 한국의 전통미와 날카롭고 감각적인 현대 미술의 감수성이 5명 각기 다른 사진가의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재현된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지에서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하였던 작가들이 이질의 문화에서 겪었던 고민과 갈등 그리고 그것이 사진 예술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모짜르트의 경쾌한 선율과 클림트의 몽환적인 그림이 살아있는 오스트리아. 자국 문화에 대한 강력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갤러리 뤼미에르는 한국 갤러리로써는 최초로 사진 전시회를 기획한다. 인스부르크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극찬하였던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수도이며 마치 구름 위의 도시처럼 평온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Eye on Korea 展이 열리는 호프버그 황궁은 중세의 엄격함과 로코코의 화려함이 공존하는 유럽의 전형적인 궁전이다. 이 궁은 프랑스의 루이 16세의 부인이었던 마리-앙뚜와네뜨 家의 여름 별장이기도 하였다.
티롤 현지 언론과 모짜르트 탄생 250주년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짤츠부르크 지역 언론에 홍보가 되고, 세계적인 행사인 탄츠좀머의 사이트에 공식 행사로 소개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문화 예술계의 VIP 300 여 명이 초대되는 오프닝 리셉션은 리틀 베르샤이유라는 명성에 걸맞는 로코코 양식의 매혹적인 ‘마리아-테레자 리셉션 홀’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오스트리아에서 매년 여름에 진행되는 컨템퍼러리 댄스 페스티벌 탄츠좀머(Tanzsommer) 와 현지의 문화 예술 단체인 ‘현대 미술을 사랑하는 크람자크/티롤 모임 (FREUNDE ZEITGENÖSSISCHERKUNST KRAMSACH / TIROL)’후원을 받고 있다. 외국 갤러리로써는 처음으로 호프버그 황궁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며, 사진 전시는 더더욱 전례가 없어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지 문화 예술 단체의 적극적인 후원과 더불어 소개되는 이 전시는 무엇보다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잠재력 그리고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뜻깊은 문화 예술 행사가 될 것이다.
Eye on Korea 展 을 통하여 갤러리 뤼미에르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예술가들의 끝없는 열정과 더불어 한국 사진 영상 문화의 비약을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국제적인 문화 예술 행사를 통하여 국가간의 지리적인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동서양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오스트리아와 한국은 문화의 동반자로써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것이다.
글 / 갤러리 뤼미에르
참여 작가 소개
조세현
1981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Selected exhibitions 2006년 ‘우리 옷 – 한복 사진展’, 서울 시립 미술관 2005년 ‘천사들의 편지 – 행복’, 인사 아트 센터 ‘천사들의 편지 – 빛과 그림자’, 올림픽 공원 & 코엑스 2004년 ‘중국 소수 민족 사진展’, 주한 중국 대사관 문화원 ‘한국 대표 사진가展’, 인사 아트 센터 2004년 ‘The Man 2’, 나가사키, 일본 ‘The Man’, 올림푸스 갤러리, 도쿄 2003년 ‘천사들의 편지’, 금호 아트 갤러리 ‘A Portrait’, 콘탁스 살롱, 도쿄 ‘현대 패션 사진展’, 대림 미술관, 서울 2001년 ‘Letter from Icon’, 현대 백화점 갤러리 1999년 ‘Fade in Icon’, 중앙 금융 갤러리 1997년 ‘패션 아트展’, 예술의 전당 1996년 ‘Letter from Body’, 삼성 포토 갤러리 한복 – 시간 속의 인생, 조세현 사진전
뛰어가는 뒷모습, 1998, 100 x 70 cm, Pigment ink print on Korean traditional paper
˝나에게 가장 성스러운 것은 인간의 몸이다.˝ -안톤 체호프
세계적으로 평론가들에게 인정받는 작가, 조세현의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인생의 정수에 초점을 둔다. 과거와 현재의 흔적들이 신체 - 갓난아기와 노인, 정상인과 장애우, 기쁨 혹은 슬픔을 느끼는 사람들, 용기 혹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몸 - 의 윤곽에 변함없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런 흔적들은 그의 고요한 렌즈를 통해 소통되어지는 인간의 모습,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을 나타내는 빛깔이다.
이 사진시리즈에서 작가는 겸손하고 우아한 문화성을 드러내는 고전 전통의상인 한복의 물 흐르듯 늘어진 겹겹의 천에 쌓인 몸을 통해 이러한 무수한 인간의 특성들을 드러낸다. 그러나 작가는 미술관 전시형식이나 혹은 패션화보의 과장된 포즈를 통해 의상이나 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가장 빼어난 풍경을 거닐고 있는 모델을 통해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그러므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고대와 현대의 땅과 그 위의 인생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조세현의 많은 작품들은 보그지와 같은 유명 패션 잡지에 실리기도 하고, 가난에 찌들고 무능력한 사회의 `하류인생`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와 같은 시적인 한복 이미지는 마치 체호프의 갈매기 때처럼 하늘을 높이 날아오른다.
한 사진에서는 겹겹이 물결치는 한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날아가듯 달리고 있다. 그녀는 뛰고 있지만 도망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누구의 품으로 그녀는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이미지 전체는 어쩌면 애인을 만나러 가는지도 모르는 젊은 여인의 정열적인 긴박함을 전달해 주고 있다. 겨울의 태양빛은 그녀의 비단에 쌓인 어깨와 머리장식에 비쳐지나가 그녀를 둘러싼 풍경에 녹아들며, 단지 한 마리의 새와 같은 그녀의 형상과 그녀의 운명을 연결하는 암시로써 존재할 뿐이다.
다른 이미지에서는 안톤 체호프의 니나를 떠올리게 하는, 순백색으로 차려입은 젊고 순수한 한 여인이 발자욱을 남기지 않은 채 우리 쪽으로 산을 내려온다. 그녀의 사슴같은 눈은, 그녀의 정숙한 옷자락처럼 우리의 감각을 기쁘게 일깨우는 동시에 우리의 마음을 잡아끈다. 여기서 고전성과 현대성은 이어진 흔적이 없이 하나로 녹아든다. 이 눈의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순결한 눈처럼 꾸미지 않은 이 아름다움은 영원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이미지에서는 젊은 여인들의 무지개 (‘세 자매’)와 나이가 마치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들을 그들의 즐거운 파티에 초대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진다. 우리는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은 풍경의 한가운데에서 열리는 그들의 축하연에 축하받은 것일까?
홀로, 혹은 다른 이미지들과 함께 있던지 간에, 각각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는 생생한 기회를 동일하게 제공한다. 사진 속 인물들은 말없이 인생과 자연의 간결함과 연속성,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속성에 대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와 같이, 작가는 모델들의 눈과 몸 뿐 아니라, 관객들의 의식까지도 카메라로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아마도 주도적인 패션 사진가로써 가장 잘 알려진 조세현은 의심할 나위 없이 열정을 지닌, 소통에 전념하는 인물이다. 그의 렌즈는 모델들의 시선 뿐 아니라 공통의 인간성을 확인시켜주는 이야기 구성을 통해 관객의 의식세계까지도 잡아낸다. 보그지의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진가가, 중국이나 아프리카 같은 광활한 대륙을 여행하며 우리는 한국 국기의 삼선형이 상징하는 음양처럼 다르지만, 분리할 수 없는 에너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옆으로 누워있는 인물의 흑백 사진 - 눈을 통해 우리를 끌어들이는 누워있는 여인의 몸에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슬픈 기운이 뿜어져 나와, 우리를 한옥의 문에서 느껴지는 균형의 리듬에 맞춰 짜여진 차분한 기대의 순간으로 이끌고 있다. 여인은 단순히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 뿐 아니라, 보다 더 큰 일깨움에 대한 기다림으로 누워있는 것이다.
양반집의 젊은 아들과 가난한 신부의 결혼에 참여한 사람들이 집의 널따란 가로 폭을 따라 죽 늘어서있다. 규모는 크지만 초라한 초가집처럼 주위의 시골풍경은 결혼한 커플과 그 가족들을 감싸 안고 있다. 온화하고 온난한 기후의 완벽한 빛이 마치 집을 수호하는 가신의 미소처럼 결혼식을 물들인다. 결혼식 풍경은 인물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엮어주고 있지만, 한사람, 한사람은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그 안에 개개인의 성격도 확실히 드러난다. 오른쪽에 있는 하인들의 얌전한 태도와 신랑의 자존심과 당당한 자신감을 비교해보라.
사적이고 보호하는 모습으로 안고 있는 두 명의 아름다운 젊은 여인은 마치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그녀들이 자신들의 젊음으로 가득 찬 그림자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존재감이 이미지 안에 내재되어있다.
누구나 끊임없이 연예인들과 작업을 하면서도 이름 없는 장애 아동들의 순수함을 찍고 한복을 입은 체호프의 새하얀 눈의 소녀들을 사진에 담아내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양극단을 사진에 담아내는 조세현의 능력은 그의 열정과 의사소통에 대한 헌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 그 자체, 혹은 부처의 부드러운 손동작같이 조세현의 렌즈는 사람들을 공통의 인류로 한데 모으고 관객인 우리에게도 그 모임에 참여하라고 손짓한다. 그의 사진 속에서 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개개인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극작가 안톤 체호프는 “나에게 가장 성스러운 것은 인간의 몸이다”라고 말했고, 그가 쓴 희곡과 이야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이를 증명한다. 조세현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조세현의 작품의 주인공은 나르시스의 꿈을 넘어서는 젊음에 가득찬 몸, 혹은 도나텔로의 조각상 막달라 마리아처럼 비쩍 마르고 세월에 물든 몸이다. 고요한 휴식상태 이던지, 혹은 긴급하게 뛰어가던지, 각각 인물들의 팔다리는 평화와 고요를 향한 한국인의 솔직한 갈망을 드러낸다. 조세현의 개인적인 구도 속에는 단순함과 꾸미지 않은 솔직함, 그리고 상호관계에 끌리는 한국민족을 떠올리게 하는 솔직함과 단순함이 있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현대 미술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간애와 따뜻함으로 빛나는 삶 속의 이야기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사진들은 한국의 전통 민화와 성공과 많은 인구로 넘쳐 나는 국가의 동시대적인 염원과도 잘 부합한다.
글 / 카산드라 푸스코(예술 조형학 박사 ,2005)
김우영
1994년 뉴욕 School of Visual Arts 사진학과 대학원 졸업 1992년 뉴욕 School of Visual Arts 사진학과 졸업
Selected exhibitions 2006년 ‘김우영의 포이동 사진이야기’, 인사 아트 센터 2005년 ‘서울 국제 판화 사진 아트 페어(SIPA 2005)’ 참가, 예술의 전당 ‘아름다운 약속’, 금호 미술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행’, 인사 아트 센터 2003년 ‘다리를 도둑맞은 남자와 30개의 눈’, 대림 미술관 ‘ ‘There After’, 일민 미술관 ‘나눔을 이야기하는 얼굴들’, 인사 아트 센터 2002년 ‘핑야오 국제 사진展’, 북경, 중국 2001년 ‘Just Hear’, 박영덕 화랑, 서울 1997년 ‘Womb’, 박영덕 화랑, 서울 1994년 ‘Faces’, Visual Arts Gallery, New York 1993년 ‘Earth’, East West Gallery, New York ‘ Dialogue with Nature’, 서울 갤러리 1991년 ‘To My Mother and to You Soo’, Visual Arts Gallery, New York 1989년 ‘New Works’, 공간 미술관, 서울
New York, 1998, 30 x 40 inch, C-print
상실된 도시 – Missing Link – 의 사회학적 재구성
그런데 김우영은 왜 하얀 눈으로 덮인 설악산이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신록의 계곡이 아니라 헐려나가는 교량이나 지저분한 여관의 내부를 보여주려 하는가. 그의 관심이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국립공원이나 상처 받지 않는 무구한 자연이 아니라, 우리들이 숨쉬고 있는 현실로서의 도시의 실체와 의미를 제시하고자 하는 일에 쏠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현대의 사진가들은 자신의 내면 의식까지를 포함한 모든 대상을 풍경화하고 있다. 풍경에 대한 어휘가 늘어나면서 지저분하고 부잘 것 없고, 잡다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정경들이 풍경이라는 틀 안으로 끌어들여짐으로써 풍경을 서술하는 어법도 확대되어 가고 있다. 김우영의 작품에도 엄격한 사진의 진영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하고 이단적인 어휘나 조형 어법들이 구사되고 있다. [...]
‘미래의 도시는 폐허다’ 라는 서양의 경구(aphorism)처럼, 폐허는 도시의 흔적이거나 과거의 존재 증명이다. 우리는 어쩌면 도시라고 하는 폐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폐허는 욕망의 메타포로서 모든 도시에 범람하고 있다. 도시는 픽션의 공간이다. 그러나 전시장에 부유하는 그 건조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서는 이미지와 욕망 만이 비대해진 유토피아의 공허한, 그러나 감미로운 반향이 울린다. 건축물의 시간은 세워지는 순간부터 폐허로 향한 시간 축을 따라 진행된다. 김우영은 그런 폐허화된 도시 풍경을 영웅적인 설치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의 관심의 실체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폐허 또는 욕망이라는 키워드와 디오라마적인 매체를 결합시켜 일상적인 도시의 지적인 코드로 전화시킬 뿐 아니라, 사진이라고 하는 환영(phantom)장치와 베개나 색동 이불, 무기질의 폐기물 같은, 구체적인 사물 그 자체를 병치시킴으로써 실체가 없는 도시라고 하는 대상을 구체적인 리얼리티를 가진 세계로 재구축하고 있다. 도시는 기억이고, ‘물건’들은 잊혀진 기억을 재생시킨다. 다시 말하지만 김우영의 경우, 자연과 인공적인 도시의 대립도 문명에 대한 비관이나 절망도 아니다. 의사적인 공간으로 도시 이미지를 압축시키고 다른 차원의 의미와 존재감을 부여함으로써 문명 이전의 미싱 링크(missing link)를 역설적으로 재현해내려 하는 것이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 2003)
이재구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 대학 사진학과 교수
2000년 미국 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 영상 예술과학 대학 대학원 졸업 1988년 중앙 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Selected exhibitions 2005년 ‘Body & Soul’, 프랑스 문화원 초대전, 부산 ‘Come and Feel’, 갤러리 환, 대구 2004년 ‘사진의 흐름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사진의 시공간전’, 대구 문화예술 회관 2003년 ‘사진의 미래전’, 대구 문화예술 회관 ‘대구 아트 엑스포 2003’, 대구 전시 컨벤션 센터 2001년 ‘...from ESCAPE ESCAPE to...’, 개관 초대전, 갤러리 환, 대구 ‘Opening My Mind’, Village Gate Square, Rochester, NY 1999년 ‘25 years of photography, CEPA Members Show’, CEPA Gallery, Buffalo, NY ‘STATE OF THE ART 10TH ANNUAL JURIED PHOTOGRAPHY SHOW’ State Art Gallery, Ithaca, NY 1997년 ‘Rochester <--> Seoul’, 삼성 포토 갤러리, 서울 ‘R.I.T Korean Students Group Exhibition’, Village Gate square, Rochester, NY
Untitled 2, 2001, 43 x 30 inch, Digital pigment print
나와 나의 열망
나는 몹시도 자유를 열망한다. 나는 진정 나의 고통 속에서 해방되기를 열망한다. 기존관습과 고정관념에 복종해야 한다는 끊임없는 강박관념; 유고적인 관습, 통제된 양심, 문화적 차이, 스스로를 누르고 있는 책임감, 이 모든 나의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열망한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사회적 동물인 우리모두가 그러하듯, 그저 다른 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나 역시 올가미에 갇혀 있다. 나는 결코 그런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나 역시 내 영혼을 숨막히게 하는 고정 관념들을 묵묵히 따를 뿐이다. “나”는 여전히 자유롭고자 하는 나의 영혼을 평온함으로 위장하고, 한편 “나의 자유를 꿈꾸는 열망”은 절박한 이 고뇌 속에서 거세게 몸부림치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진정 자유롭게 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열망”은 달래듯이 내게 속삭인다. 나는 끝없이 펼쳐진 저 푸른 하늘의 벌새처럼 자유롭다고….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활짝 열어 우리의 문제와 혼란이 치유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열어보자. 이러한 정직성은 창조주에 의해 일찍이 우리에게 부여된 것.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열어 서로 서로에게 향하는 것, 이것은 우리의 특권이자 의무가 아닌가?
글 / 이재구 (사진가/경성대학교 교수)
최영만
1998년 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 영상과학예술대학 광고 사진 졸업 1991년 숭실대학교 전기 공학과 졸업
Selected exhibitions 2005년 CONTACT show, Toronto 1998년 ‘Facing Faces’ , SPAS Gallery, Rochester, NY 1997년 그룹전, 삼성 포토 갤러리, 서울 ‘Gay Parade’, Little Gallery, Toronto 1996년 ‘Mission Dominican Republic’, Little Gallery, Toronto
1998년 캐논 사진 대회 패션 부분 1위
My Silence I-12, 2004, 34 x 34 inch, Gelatin silver print
나의 침묵 (沈默) [My Silence]
내 안에 고통, 고난, 절망, 허무에 대한 모든 얘기가 끝이 났을 때, 가능한 모든 언어적 표현이 멈추어졌을 때, 고통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것이었지만 그것은 내가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그것이었다. 고통이 극복되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고통이 드디어 고통이라고 알려진 부분에 관한 것이다. 허무는 끝없는 검은 공간이라고 간신히 표현하던 것들을 그만두자 허무는 허무로 완성이 되었다. 극복되어져야하고 벗어나야할 죄 (罪)라는 것을 넘어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필요하게 동행해야할 나의 그림자로 인식하자. 허무는 반드시 ‘그’ 허무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것을 그래도 허무라 여전히 부를 수 있었다. 침묵(沈默)은 고통과 고난과 절망과 허무가 나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었느냐에 관한 토론을 그치게 하는 장(field)이 되었고, 그 가운데 이러한 개념은 개념을 넘어 실체로서 나를 구성하는 원시적이며 원초적인 삶의 부분이 되었다. 침묵은 여백이며 무한한 실체의 공간이다. 아직 정의되어지지는 않았으나, 그만큼 나의 생각과 지식과 경험을 넘어서는 나를 극복한 근본의 충만함이 그대로 스며있는 ‘태풍의 눈’과도 같았다. 전 우주를 지탱하는, 상상을 불가능케 하는 힘이었지만, 작은 먼지 하나라도 부서뜨리지도 않을 만큼 섬세한 만짐이기도 했다. 그 강력한 힘과 섬세한 만짐의 반대로 작용하는 연속적인 공격에 나는 철저히 파괴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나는 나를 나라고 부를 수 있었다.
글 / 최영만
윤 리
2001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Düsseldorf Kunstakademie 토마스 루프 클래스 아카데미브리프(수료, Academiebrief)
1999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Düsseldorf Kunstakademie 제니스 쿠넬리스 클래스 마이스터슐러린(Meisterschülerin)
Selected exhibitions 2006년 LIPA 뤼미에르 국제 사진상 수상展, 갤러리 뤼미에르, 서울 2005년 ‘Private World’, Suermondt-Ludwig Museum, Achen, Germany ‘Friends & Lovers’, Laden, Düsseldorf me myself and i’, gutleut 15, Frankfurt 2004년 ‘You are here’, Kunstverein Ebersberg 2003년 Haus der Kunst, München 2002년 Galerie Annelie Brusten, Wuppertal Galerie Haus Schneider, Karlsruhe 2001년 Kunstverein Heidelberg 1999년 Deutsche Aerospace, Berlin
2006년 LIPA Lumière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 수상 2005년 ‘Young Artists on the Road’ 1위
Sleeping Woman 16, 2005, 100 x 120 cm, Lambda print
사진으로 된 초상은 무엇보다도 사진이 담아내고 있는 인물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인물이 사진가의 시각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여기 그녀들의 초상 속에서 예술가 윤 리는 그녀가 섬세하고 감수성이 섬세한 관찰자라는 것을 증명해보인다.
윤 리는 잘 훈련된 관찰력과 시적인 조명 컨디션과 색채와 형태의 유사점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으로 조화로운 사진 구성 내에서 분위기상 밀도 높은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그녀의 카메라는 수심, 갈망, 쾌활함과 결단력 등의 감정으로 풍부한 얼굴 표정을 작은 사이즈의 사진에 친밀하게 담아낸다. 이같이 형식적으로는 클래식하며, 감정적으로는 차분한 초상 사진들에서 윤 리는 사진에 담기는 사람의 개성을 생생하고 시간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피사체의 표면적인 모습 아래에 놓여있는 심리적인 본성을 겉으로 드러나게 하는 그녀의 능력이다. 그녀가 찍은 여인들의 초상은 일상 생활에서 가져온 온갖 종류의 정물같은 사물들과 나란히 놓여있다. 그녀의 분석적인 눈은 본래 진부해보이는 정해진 각도에서 관찰된 사물들의 연출된 배치에 독특한 형식을 통해 생기를 불어넣는다. 중세 유럽의 종교 미술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윤 리의 포커스는 특정한 성격적 특징과 라이프 스타일을 은유적으로 시각화하는 부속물을 통해 각 사진의 주인공만이 가진 개인적인 카리스마를 그려낸다.
이러한 개개의 특성은 물론 한 사람의 성품을 이루는 수많은 특징 중 단지 하나일 뿐이다. 어쩌면 이런 특성들은 초상의 주인공들조차도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화가의 존재와 그의 작품에 대한 거장 오스카 와일드의 생각을 윤 리와 그녀의 작품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은 막 완성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 대해 평가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감정으로 그려진 모든 초상은 의자 위에 앉아있는 모델이 아니라 예술가 그 자신의 초상이다. 모델은 단지 우연이며 계기일 뿐이다. 화가에 의해 드러나는 모습은 모델의 모습이 아니라 차라리...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화가 그 자신이다...나는 여기서 내 영혼의 비밀들을 드러낸 것이 아닌지 두렵다. ”
글 / 안케 폴크머 Suermondt-Ludwig Museum, Aach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