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9일 키르기스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EU) 정상회의 후 "서방 측이 도입한 러시아 석유의 가격 상한선은 대략 현재의 시장 가격과 비슷해 손해 볼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산을 하더라도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비우호적 국가에게는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는 비우호 국가들의 생필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모디 인도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연례 정상회담 개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AEU 정상들은 비슈케크 정상회담에서 15개 문서에 서명/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9일'자/편집자
◇ 푸틴 대통령이 '민스크 협정'에 분개한 까닭?
EAEU 정상회의 참가차 키르기스스탄에 간 푸틴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특별 군사작전이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다"며 군사작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지난 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유혈 분쟁 종식을 위해 체결된 '민스크 협정'이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협상을 주도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당시 상황을 털어놓은 뒤 나온 발언이다.
민스크 협정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세력 간의 유혈 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의 주도로 체결된 '휴전 협정'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당사자격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여 2차 세계대전의 판을 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첫 협상을 갖고, 우여곡절 끝에 휴전을 골자로 하는 '민스크 합의'를 일궈냈다. 그래서 4개국 협상은 '노르망디 형식의 4자 회담'으로 불린다.
비슈케크에서 기자회견하는 푸틴 대통령(위)와 EAEU 정상회의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임인)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민스크 협정'의 파기를 선언했을 때 놀라지 않았고, 민스크 협정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진심'을 믿었다며 “그들(독일과 프랑스)도 결국 우리를 속인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특수 군사작전)을 좀 더 일찍 시작해야 할 수도 있었지만, 러시아는 '민스크 협정'의 틀 내에서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주장했다.
당국에 의해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된 러시아 매체 로스발트.ru는 '메르켈 총리의 폭로(?)는 예상치 못한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서방 측과의 협상에 대한 신뢰가 거의 제로(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그럼에도 협상은 해야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과정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은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은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러시아는 협상을 하더라도 서방측의 전제조건인 철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점령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 "협상에는 러시아가 이미 합병한 우크라이나 영토(4개 지역)에 대한 인정" 등을 명확히 한 주장으로 해석했다.
◇ 모스크바의 새해 맞이 축제 준비
겨울철 최대 축제 무대인 야외 스케이트장 19개가 9일 모스크바에서 일제히 개장했다. '얼음의 나라'(동토)로 불리는 러시아의 거의 모든 도시는 연말을 앞두고 화려한 '루미나리에'(길거리 조명 장식)와 스케이트장 개장 등으로 '새해를 맞는 축제'의 문을 연다.
'모스크바 시즌' 겨울 축제에 맞춰 야외 스케이트장이 축제 장소에 개장/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모스크바 고리키 공원에 개장된 대형 야외스케이트장/현지 TV 채널 모스크바24 영상 캡처
지난해 모스크바의 '새해 맞이' 루미나리 장식/현지 매체 영상 캡처
하지만, 올해에는 대부분의 새해 축제 계획이 크게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에 투입될 병력 보충을 위해 '부분 동원령'이 발령되면서, 새해 축제 예산을 동원 예비군들의 장비 구매 비용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징집된 동원 예비군들이 지역에 따라 군사 훈련에 필요한 장비와 물자들을 제대로 보급받지 못했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각 지자체는 서둘러 보완 대책을 세우고, 동원 병력에게 장비및 물자 제공에 나섰다.
예년과 달리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치옴'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70%가 '루미나리에' 장식을 새로 돈이 들이지 않는 선에서 간소하게 꾸미는 데 찬성했고, 추가로 '루미나리에' 설비를 구입하더라도 새해 축하 장식을 해야 한다(14%)와 할 필요가 없다(12%)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대다수의 러시아인(85%)는 쇼핑 센터와 상점, 주요 행사장의 새해 축제 장식에 찬성했으나,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간소하게 장식할 것을 주장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에는 90% 가량이 찬성했으나, 새해 불꽃놀이 행사는 절반 이상(54%)가 반대했다.
또 연말을 앞둔 러시아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다른 나라(우크라이나, 혹은 서방국가)와의 갈등이 악화해 적대행위가 발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불평등과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그 뒤를 이었는데, 지난해(2021년) 말 같은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큰 두려움이 '물가 인상'이었다. 사회적 불평등과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그 뒤를 이었고, 적대행위 발발에 대한 두려움은 응답자의 27%에 불과했다.
사진출처:@СС0 Public Domain
- 2022년 말까지 러시아에 등록된 자동차 브랜드 60개중 14개 브랜드만이 러시아 시장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러시아 자동차딜러협회가 중국측 파트너에게 보낸 서한을 인용, "14개 브랜드중 3개는 러시아 브랜드, 나머지는 중국 브랜드"라며 이같이 전했다.
- 러시아 정부는 비우호적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샴푸와 치약 등 개인 위생 용품과 향수, 화장품 등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만나기를 거부했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 식품과 비료를 제재에서 철회하겠다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제안을 환영했다. 그는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게된 유럽 6개국의 이니셔티브가 실행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과 러시아가 이스탄불에서 만나 양국의 외교 현안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만남은 원칙적으로 양국 현안을 논의하는 실무적인 접촉이며, 정기적인 행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양국의 이스탄불 협상은 미국의 여자 농구 스타 그라이너와 러시아 무기 밀매상 부토의 맞교환이 이뤄진 이튿날 시작돼 주목을 받았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사사건건 충돌한 비자 발급 문제와 대사관 인력 수급, 양국의 해외기관 간 협력 등 실무적으로 까다로운 주제들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 푸틴 대통령은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1사분기 인플레이션이 연간 기준으로 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은 약 12.2%가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다음 분기(2023년 1사분기)에는 5%에 근접하거나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