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막내 처남은 생각하는 게 깊습니다.
마산에 홀로 계시는 장모님을 젤 많이 찾아 뵙는 것은 기본이죠.
장모님이 조금이라도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집을 정리할 일이 생기면 직장 때문에 힘들 텐데도 바로 달려갑니다.
쉽지 않은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참 밝은 모습으로 해냅니다.
덕분에 좀 멀리 떨어진 형제들이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고마운 막내 처남이 회사 주재원으로 미국으로 가는 날입니다.
저도 해외에 아는 친척이 생기는 날이기도 합니다.
능력을 인정받아서, 한 마디로 잘돼서 가는 겁니다.
울장모님은 잘됐다를 연발하시면서도 펑펑 우셨다고 하네요. 당분간 그러시겠죠.
그럴 수밖에 없지요.
옛날로 치면 아주 늦둥이로 나은 자식인데다 그동안 살가운 아들이었는데, 천길 머나먼 타국에 가서 살게 되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1년에 한 번은 회사에서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할 테고, 이렇게 밴드나 카톡으로 하시라도 소식을 전할 수 있을 테니 떨어져 있어도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가까이에 있는 듯 대할 수 있으니 크게 실감은 안 나네요.
지금쯤 출국 수속은 다 마쳤겠네요.
어제 보낸 건 누나가 준 거야~
아랫 동네 마실 다녀오듯 잘 다녀와, 처남! ~^.^~
♥그날 아버지는 엉엉 울었다♥
아버지는 자양동 시장골목 반찬가게에서 어린 남매를 키웠다.
아내와 함께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생활은 늘 쪼들렸다.
그런 환경에서도 남매는 다부지게 자랐다.
어느 날, 아들이 아버지에게 고백했다.
''아빠, 저 공부는 재미 없어요.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요리? 요리 배우는 건 돈이 많이 들 텐데...'
아버지는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들을 위해 좁ㅇㄴ 사글세방에 요리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곳에서 아들은 학창시절 내내 요리를 하며 꿈을 키웠다.
물론 어려움은 많았다.
''아빠, 제가 존경하는 셰프가 한국에 오는데 입장료가 60만 원이래요...''
어느 날 아들이 망설이며 말을 꺼내자 아버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아버지는 만 원권 60장을 아들 앞에 내놓았다.
''이 돈이 아빠에게 어떤 돈인 줄 알지?
많이 배우고 오너라!''
아버지는 어떻게든 아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다.
부모의 응원과 지지에 아들도 노력으로 보답했다.
7전8기의 노력 끝에 조리사 자격증 5개를 취득했고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각종 요리대회에 출전해 상도 탔다.
''아빠, 엄마! 저 합격했어요!''
아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영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그토록 가고 싶었던 미국 요리 학교의 합격증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가장 큰 고비가 남아 있었다.
바로 미국 학교 입학을 위해 필요한 F1 비자 취득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F1 비자를 따지 못해 미국에 가지 못했다.
''그 비자 따려면 부모 경제력이 중요하대.''
''통장에 기본으로 3,000만 원은 있어야 한대.''
사람들의 말에 아버지는 가슴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한 번도 3,000만 원이라는 돈이 통장에 있었던 적이 없던 아버지.
'우리 아들이 나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만 하면 아버지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아들의 꿈을 위해, 비자 취득 조건을 맞추기 위해 아버지는 발벗고 뛰기 시작했다.
은행, 구청, 지인... 안 찾아가 본 곳이 없었다.
그렇게 아들이 비자 심사를 받는 날이 왔다.
앞서 심사를 받은 사람들이 연거푸 발급 거절을 당한 후, 아들 요한은 비자 심사관 앞에 섰다.
''당신은 왜 미국으로 가야 합니까?''
비자 심사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요한은 많이 떨렸지만 어눌한 영어로 최선을 다해 말했다.
''우리 집은... 가난합니다. 하지만 제겐 꿈과 비전이 있습니다.
미국에 가서 온 힘을 다해 공부하고 싶습니다.
부디 기회를 주세요.''
잠깐의 침묵 후, 심사관은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얼굴을 풀고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합니다. 세계적인 셰프가 돼서 미국에서 만납시다.''
아들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러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아... 됐구나. 아들아, 잘 해냈구나!'
아버지는 그날 한참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이 이야기는 미국 최고의 명문 요리학교인 CIA에서 공부하며 최고의 셰프를 꿈꾸고 있는 민요한 군의 사연입니다.
오늘도 16시간의 시차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반찬가게의 불을, 민요한 군은 셰프라는 꿈을 위해 주방의 불을 켜고 있습니다.
-뭉클_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