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설상가상 지방의료원…원장 또 사퇴
김영호 청주의료원장 이어 김승철 제주의료원장도 떠나
지방의료원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장들이 잇달아 사퇴하면서 리더십 공백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11일 지방의료원연합회에 따르면, 김영호 청주의료원장에 이어 김승철 제주의료원장[사진] 역시 최근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 관계자는 “지난달 말 경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오는 15일까지만 근무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영호 원장과 마찬가지로 김승철 원장 역시 임기가 상당 부분 남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퇴진이어서 연합회 안팎에서는 충격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지방의료원이 경쟁중심의 의료환경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별로 무리한 감사를 진행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료원들이 공공 의료기관의 역할도 잊어버릴 만큼의 과도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제주의료원의 경우 지난 5월 제주도 감사에서 만성적인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경비절감 노력에 소홀했다며 집중 포화의 대상이 됐다.
감사결과 제주의료원은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120억5700만원의 적자를 봤지만 의료수익은 2005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2010년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94%에 육박, 의료원 재정의 상당수를 차지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 역시 의료원을 향해 “의료원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각종 수당에 대해 단체협약서를 개정해서라도 만성 적자구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노조가 반발하자 제주도는 발을 뺐다. 제주도 감사결과를 두고 제주의료원 노조가 투쟁대상을 제주도로 돌리자 제주도 감사위원회측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무개입 선언을 했다.
지방의료원 특성상 지자체와 밀접한 관련성을 띄는 데도 불구하고 지적만 남발한 채 나몰라하는 격이어서 중간에서 김승철 원장 입장만 상처를 입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김영호 전 의료원연합회장은 “의료분야 특성상 가치중립적이어야 하지만 지방의료원의 경우 지자체와의 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헤매기 일쑤”라며 “특히 의료계 현실도 모른 채 대책이나 대안도 없이 지적만 난무하는 감사에서 지방의료원이 느끼는 고충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김수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