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 엄마를 만났다.
꿈에서는 내가 중학생 시절로 어렴풋하게 생각이 나고
엄마는 그냥 나의 엄마, 할머니가 아직 안 된 엄마였다.
아침에 어쩌다 보니 그 꿈 생각이 나길래 요즘 들어 내가
자주 뜬금없는 세상으로 밤에 돌아다니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꿈이었길 다행이다 하는 꿈도 있고
꿈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꿈도 있다.
엄마를 만난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꿈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지 스토리는 없다.
살아온 긴 세월을 돌이켜 보면
내가 가장 좋았던 날들이 중학교 시절이었고
지금 또한 그다음으로 편안한 날들이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있어서 좋은 날들이었고
지금은 내가 엄마여서 좋은 날들이다.
꿈속의 만남으로는 아쉽기만 한 늘 그리운 엄마다.
서랍장 맨 밑에 칸 액세서리 넣어두는 상자에서
작은 보석함을 꺼내 열어본다.
엄마의 유산인 반지와 브로치가 얌전히 있다.
엄마 손 생각이 뚜렷하게 나질 않는다.
엄마 손등의 살갗을 엄지와 검지로 잡았다 놓았다 하며
엄마 손은 이상하다고 웃을 때 엄마는 늙어서 그런 거라 하셨다.
내 왼손으로 집게를 만들어 오른손등 살갗을
그렇게 해 본다.
반지를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껴 보니
간신히 들어갔다.
엄마 손은 궂은일로 굵어진 손마디였을 텐데
나는 무슨 일을 그리 많이 했다고 엄마 손만큼
마디가 굵어졌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60년도 넘게 무엇이라도 했을 손이니
거칠어지고 늙은 게 당연하지 싶다.
브로치도 티셔츠 위에 입은 조끼에
꽂아 본다.
그리고 반지와 브로치를 손으로 살살 쓸어보니
자연스레 눈이 감기며 엄마가 떠 올려진다.
엄마가 그것들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별로 본
기억이 없는데 손 닿았던 곳은 도금이 벗겨져 있다.
순금도 아니고 14K도 아닌 도금의 금속으로 고정된
반지와 브로치 알은 옅은 검은색의 수정이다.
아버지의 하나뿐인 형제인 작은 아버지는 직업군인
육군 상사로 제대를 하셨다.
그리고 서울에서 수정 깎는 가내 수공업 작은 공장을
하셨는데 엄마에게 그 반지와 브로치를 만들어 주셨다.
작은 아버지, 우리 엄마 두 분은 사이가 돈독했다.
작은 아버지는 종갓집 맏며느리인 엄마를 고마워했고
엄마 같은 분은 세상에 없다고 자주 말씀을 하셨단다.
명절에는 멀리서도 꼭 오시는 작은 아버지를 위해
술을 담그고 청국장을 만드셨다.
작은 아버지는 엄마의 술과 청국장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셨다 .
두 분은 우리 집안의 기둥이셨다.
53세에 돌아가신 엄마 100일 탈상을 하는 날 아침
54세의 작은 아버지도 엄마가 계신 곳으로 가셨다.
두 분 다 나를 사랑하시던 분들이셨다.
남들 다 갖는 금가락지도 없던 엄마에게
해군 하사관이었던 작은 오빠가 쌍가락지를
해 드렸다 .
지금도 나에게 참 다정한 오빠다 .
나도 엄마에게 뭐든 다 해 줄 수 있었는데
엄마는 기다려 주지도 않아서 해 드릴
기회 조차 없었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 작은 올케 언니한테
그 반지를 주셨다.
수정반지와 브로치는 내가 갖겠다고 하였다.
몇 년 전 반지와 브로치를 14K로 셋팅을 하면 어떨까 하는
내 생각을 들은 친구가 그대로 갖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어차피 하고 다닐 것도 아니면 엄마의 자취가 있는
그대로가 좋을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이 옳았다.
엄마의 유산인 도금 수정반지와 브로치가
나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큰 보물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떠나서 엄마 곁에 가는 날
그것들을 엄마의 손에 껴 드리고 가슴에
달아 드릴 것이다.
작은 아버지는 아마도 곁에서 웃고 계시리라.
오늘 밤 꿈에서도 엄마를 만나고 싶다.
첫댓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 애절하군요
저도 꿈속에서
엄마를 자주 뵙는데
"고생이 많지. 잘 살아" 하시면서
하늘에서도
나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극진하십니다
팔 남매 중
유별히 날 사랑하셨던
어머니
임종하시던 날에
내 손을 꼭 잡으시면서
내 얼굴만을 쳐다보시면서
아무 말씀
안 하신 그 모습이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홑샘님의 댓글도 슬프네요 .
저는 저 혼자 엄마 임종을 보았습니다 .
생각보다 생과 사의 경계가
그리 멀지 않다는것을 느꼈습니다 .
괜히 우울한 글 올려서 홑샘님을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합니다 .
누구신지 모르지만,
추천하고 가셨네요.
이런 모양새의 수필방이 참 좋습니다.
글을 올려주는 사람도
글을 읽어주는 사람도...
다 같은 기분과 느낌입니다.
꿈 속에 나타나시는 어머니~
아녜스님의 엄마 생각
엄마의 아녜스님 생각
이렇게 글로 쓰도록
꿈속에 나타나시는 가 봅니다.
엄마의 유산,
수정반지가 참 예쁘네요,
그대로 간직하심이 좋겠습니다.
제 마음이 가는대로 쓴 글에 여러분이
추천을 해 주셨네요 .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 비슷해서 그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반지와 부로치는 가끔 꺼내서 봅니다 .
그럼 엄마를 떠 올릴 수 있거든요 .
감사 합니다 콩꽃님 ~
그리운 어머니를 꿈에서도 만나서 얼마나 좋았을까요?
엄마의 유산이 그대로 또 딸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꿈에서도 엄마를 잘 만나질 못합니다 .
요즘 여러가지 꿈을 자주 꾸네요.
딸들은 그게 그렇게 소중한 줄 모르리라 생각합니다 .
그냥 제것 인채로 끝내고 싶습니다 .
무엇이든 상징적인 증표는
소중하고 좋은 것이네요.
엄마의 것이니 곁에 두면 든든하고
그립지요.
저는 아버지 꿈을 꾸면
너무너무 애틋하고 보고싶답니다.
맏며느리로 내가 선택한
모시 조각 보자기 하나
친정 아버지
대학 동창 모임 기념 탁상시계 하나
귀한 유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조윤정님 글에서 모시 조각 보자기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
소중한것들을 간직하고 계시는 마음은
아마 저랑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
오늘은 성체 조배하는 날이어서 성당 갔다가
고백성사도 보고 왔습니다 .
가족의 소중함과 그리운 사람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네요.
따뜻한 추억과 애틋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반지와 브로치에 담긴 이야기가 마음 깊이 와 닿습니다.
그런데요 손가락이 굵은가 보네요.
제 아내도 그렇습니다.
결혼반지 맟출때 금은방 주인이 그러데요
얄굿데이 ~ 무신 처녀가 총각보다 손가락이 더 굵노~
손가락이 굵으면 쌈도 잘합니다- 제 아내가 그렇답니다 ~~~
고맙습니다 .
그러니까요 .
제가 세상을 힘들게 살다보니 손가락 마디가
긁어 졌습니다 .
하모요 ~~ 팔뚝도 굵어 쌈 잘 합니다 .
저는 꿈을 꾸면 저에게 또 다른
삶이 있는 것 같아 신기하고, 그래서
애써 꾼 꿈이 지워지기 전에 기억해두려
애를 쓰기도 합니다.
물론 흉몽은 아니구요. ㅎ
친구분 말 따르시길 잘 하셨습니다.
그대로 간직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가끔 엉뚱한 꿈이 꾸어질때는
왜 일까 ~~를 골똘히 생각해 봅니다 .
결국
"개꿈 인가보다 " 그렇게 생각하고
돼지 꿈도 한번 꿔 봤으면 하죠 ,ㅎㅎ
늘 보고싶은 엄마의 모습을 남기신 유산인 반지와 브로치를 보며 떠오르는 애뜻한 마음을 읽었습니다. 누구나 엄마에 대한 사랑은 늘 슬프고도 아련하지요..
누구나 다 그렇겠지요?
우리 애들도 저를 그렇게 생각 할지...
저는 그애들에게 어떻게 기억이 될까 가끔 생각해 본답니다 .
추천!
큰형님께 엄마 유품이 있는지 물어 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좋은 봄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