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의 구도심 골목을 걷다 보면 우리는 종종 낡은 간판과 오래된 벽돌,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풍경을 마주친다. 처음 발걸음을 들인 공간인데도, 그 낡은 흔적들은 문득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익숙한 낯설음’이라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낯설지만 익숙한 그 느낌은 우리가 경험한 시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지나간 시간을 공유하는 순간에 피어난다. 벽에 남아있는 낡은 포스터 조각, 서투른 손길로 새겨진 벽의 낙서들, 때로는 창가에 걸린 낡은 커튼조차 그 안에 과거의 무게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오래된 것들 앞에서 우리는 시간 속에서 묘하게 공감하고, 과거의 정서와 만나게 된다. 왜 우리는 이런 공간에서 익숙한 낯설음을 느낄까를 생각해보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살았던 시간, 또는 상상 속에서 그려본 과거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걸었던 골목길에서 우리는 문득 이방인이 되어, 마치 누군가가 남긴 기억의 파편을 잠시 빌려 사는 느낌을 받는다. 타인의 기억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타인이 되어버린다. 익숙한 낯설음은 마치 시간 여행과 같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이기에 우리는 그 안에서 잊고 지내던 어떤 감각을 새롭게 느끼고, 나의 삶 너머의 또 다른 세계를 엿보게 된다.
첫댓글 공간과 장소도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간과 장소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다 인지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이런 세세한 변화를 다 포착해내지는 못하고, 그 결과 장소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 장소는 장소와 관련된 나의 어떤 시간에 대한 기억을 불러오기도 하기 때문에 공간과 장소는 변함없고, 변한 것은 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간과 장소도 변화의 과정 속에 놓여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우리의 인식에 따라서 공간과 장소도 변화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물론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늘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공간과 장소도 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우리도 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고 하는 종합적 관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