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정의 첫걸음: 이해와 인내
오늘 우리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을 지내고 있습니다. 교회는 성가정 축일을 기념 하면서 모든 가정이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요셉 성인께서 보여주신 가정의 모범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격려합니다. 성가정 축일을 맞이 해서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특별히 오늘날 여러 어려움 속에 서도 자녀 양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미혼모 가정에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이 함께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성모님, 요셉 성인의 가정을 떠올릴 때, 어떠한 갈등도 없고 서로 잘 이해해 주 는 완전한 가정의 모습을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읽은 복음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첫 부분은 파스카 축제 때 예수님 께서 부모님과 열두 해 동안 예루살렘에 갔다고 전해주고 있습니다. 열두 해 동안 예루살렘을 다녀 오면서 예수님 역시 그곳 지리에 대해 익숙해졌을 것이고, 성모님과 요셉 성인 역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긴 시간 안에서 서로가 서로의 생활 태도에 대해 익숙해졌을 것이고 나름의 기대가 형성 되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정 안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함과 기대는 우리 모두의 가정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과 기대가 종종 서로의 예상을 벗어나곤 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긴장과 갈등이 벌어집니다
축제가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당연히 예수님이 자신들을 따라올 것 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곁에 없었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사흘 뒤에 성전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성전에서 보게 된 예수님의 모습은 성모님과 요셉 성인을 놀라게 합니다. 아는 것이 많아 보이지 않는 어린 나이의 예수님이 율법 교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예 수님의 답변에 경탄하는 율법 교사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예수님의 새로운 모습은 예수님에 대한 익숙함과 기대를 뒤 흔들기에 충분하였을 것이고 마음속은 당황함으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들 역시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녀들의 긍정적인 모습 또는 부정적인 모습에 때로는 놀라고 몹시 당황하시기도 할 것입니다.
부모님이 자녀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익숙함과 기대에서 자녀가 벗어날 때 찾아오는 놀람과 당황함 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다만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에서 느끼게 되는 놀람과 당황함은 그 차이가 매우 클 것입니다. 자녀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았을 때, 이에 다가가는 방법을 성모님의 모습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
잘못된 것에 대해 즉시 지적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보여준 모습이 나타나게 된 그 원인을 찾고 그 과정을 살펴보면서 의미를 찾을 때, 보다 올바른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부모 님에게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라 인격체입니다. 이 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미를 찾기 위해 인내하는 시간 안에서 부모님은 자녀를 보다 깊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자녀 역시 부모님의 이러한 수고와 노력을 본받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예수님 과 성모님, 요셉 성인의 성가정을 본받는 첫걸음입니다.
이충현 엘리야 신부 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