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죽어도 윙플레이일까
토털 사커의 주요 골자는 골키퍼를 제외한 전 선수의 미드필더화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예나 지금이나 이에 위배되는 전술을 고집하고 있다. 측면으로 볼을 빼주고 좌우로 빠르게 벌려나가서 돌파와 크로스로 마무리되는 한국 축구의 전통은 국가 대표팀은 물론 유소년부터 K리그까지 거의 모든 팀의 공통 분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윙플레이 외에 이렇다 할 다른 전술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은 축구는 늘 변한다는 사실이다. 토털 사커는 1974년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로맨틱한 축구 전술이다. 현대 축구의 전술은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11명이 모두 다른 개인의 장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균형 잡힌 팀을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 물론 그 공은 코치에게 돌아간다.
상위 팀들의 경기를 보면 대부분 조직력에서 승부가 갈린다. 쉽게 말해 공이 어딘가에 떨어졌을 때, 그 공을 둘러싼 공간 확보까지 염두에 둔 유기적인 플레이가 얼마나 잘 이루지느냐이다. 조직력이 향상되면 공, 패스, 공수 전환의 스피드는 자연히 올라간다. 공 앞에 있는 선수, 공 뒤에 있는 선수를 어떻게 조직하느냐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공을 빼앗길 경우까지 염두에 둠은 물론. 조직력이 좋은 팀은 다양한 공격 루트와 비어있는 공간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대목에서 선수들의 창의력과 전술 이해력이 요구된다.
물론 그런 선수들을 자극하는 건, 전적으로 코칭 스태프의 몫이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 일단 매우 빠르다. 그 장점을 살리기 위해 많은 감독들이 윙 플레이에 의존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는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의 정서와도 일치한다. 그렇게 앞뒤가 바뀌었다. 축구에선 어디까지나 조직력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고트비는 현대 축구의 성공 포인트를 크게 3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플레이 에어리어를 크게 잡을 것. 공간을 넓고 깊게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 빠르게 패스할 것. 빠른 패스로 공간을 만들면 곧 상대를 지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은 어떤가? 공 처리가 늦어 수비수를 아예 달고 다닌다. 그러니 공간을 찾을 여유도 없다. 셋째, 선수의 움직임과 조직 내 선수의 움직임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고트비는 한국 팀의 경우, 전자는 있지만 후자는 없다고 말한다. 한일 월드컵 대표팀은 유일하게 후자가 있는 팀이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또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인내심이다. 공을 잡으면 상대를 제압해 골을 넣으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그러다 보니 자연 턴오버가 많다. 다음 행위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직 골대를 향해 약진할 뿐이다. 공을 잡은 뒤에 다음 그림을 만드는, 그런 의미의 인내심이 부족하다. 고트비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 마치 뒤에서 누군가 떠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테니스 선수들은 랠리를 거듭하면서 상대의 약점을 찾는다. 한국 대표팀은 랠리를 생략하고 당장 스트로크만 날리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 즐겨쓰는 표현인, ‘할리우드 패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눈앞에 서너 명의 수비가 있다고 치자. 이 때 선수는 서너 명의 수비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그림 같은 패스를 시도한다. 성공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트비는 축구는 그런 게 아니다, 심플한 패스가 가장 좋다고 단언한다. 사실 우리 선수들은 심플한 축구의 핵심을 배우기 전에 체력적인 솔루션을 먼저 접한다. 운동장을 돌고 산을 오르는 것? 이건 축구가 아닌 육상의 트레이닝법이다. 그 결과는 자명한 것으로, 단편적인 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표 팀이 체력 면에서 월등히 나은 아시아 팀과 붙으면, 쉽게 경기를 지배한다. 하지만 체력이 동등하거나 열등한 상황이 되면 전혀 해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4가지 요소가 있다. 기술, 전술, 체력, 그리고 정신력. 고트비의 쓴소리. 한국 팀의 경우, 기술과 체력 면에서 세계 톱 클래스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전술과 정신력 면에서 꽤나 낙후되어 있다. 기술 연마와 체력 강화는 비교적 쉽다. 하지만 전술과 정신력을 기르는 일에는 매우 복합적인 훈련이 요구된다. 관건은 생각하는, 지능이 높은, 스마트한 선수들을 뽑는 것이다. 그런 선수를 키워내는 게 코치의 역할이고, 강팀을 만드는 베이스이다. 덩치 크고 힘센 선수 위주로 기용한다면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다. 전술적으로 세련되었고 테크니션의 이미지며 깔끔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파워풀하고 공격적인 전사의 이미지이다. 금요일 오후의 서울 시내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외국인이 차를 몰고 나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한일 월드컵 당시의 루이스 피구가 꼭 그랬다.
유소년 축구에서 승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생각하는 축구를 어떻게 익히고 학습하느냐이다. 고트비는 지금 한국 팀에서 생각하는 선수로 김두현, 박지성, 홍명보를 생각하는 코치로 핌 베어백을 꼽았다. 이들이 설 자리가 더 넓어져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지명도에 쉽게 현혹되고 있다. 따라서 생각하는 선수, 생각하는 코치를 육성하기가 힘들다. 전술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도움말/ 압신 고트비(수원 삼성 블루윙즈 어시스턴트 코치)
왜 죽어도 외국인 감독인가?
사실 이 미스터리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발 앞서 ‘쿠엘류 감독의 경질 배경’을 심층적으로 다룬 탓에 맥이 빠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스터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왜 축구협회가 외국인 감독들에 목을 매는지, 그리고 명망가 중심의 외국인 감독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우는지의 배경이 여전히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GQ | 대표팀은 여전히 외국인 감독만을 애타게 찾고 있는 모양새다. 외국인 감독을 자국 대표팀에 불러온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다면?
홍이삭(FIFA 에이전트) 상식 아닐까? 잘하니까, 잘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선진축구를 익힌 선진 교육자라고 생각하니까. 아쉬운 게 있다면 이런 거다. 외국에서 왔기 때문에 원활한 선수 파악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한국 지도자들에게 훈련받다가 외국 지도자를 만났을 때 선수들의 열정이 떨어진다는 점. 이번 쿠엘류 사태의 내막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선수간 경쟁을 못 시킨 점과 2002 월드컵 멤버를 그대로 가져간 것은 분명 쿠엘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부족했다. K리그 경기도 챙기지 않고 엑스 파일 공개한다면서 공개한 적도 없고, 경기 내용들도 나빴다. 대표팀은 계발하는 팀이 아니라 현재 전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포맷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팀이다. 쿠엘류가 영어 대신 불어를 구사하는 것 역시 문제였다. 이번 방송을 보면서 결정적으로 느낀 점 한 가지는, 외국인 감독과 한국인 코치 포맷은 절대 아니라는 거다.
GQ | 2002 월드컵 때부터의 의문 중 하나인데, 히딩크와 같은 전폭적인 지원 사례를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나? 그런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히딩크의 카리스마가 쿠엘류에겐 없었다는 식으로 이번 경질 사태를 바라보는 건 문제라는 생각이다.
홍이삭 히딩크와는 완전히 예외적인 사례다. 지적대로 카리스마만을 언급하는 건 짜맞추기의 느낌이 강하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 쿠엘류 감독에게 지원된 수준으로 보면 된다. 문제는 감독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원칙 아니냐는 거다. 그런 다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의 경우 히딩크 같은 전권을 주진 않지만 현실적인 테두리에서 하고 싶은 내용들을 펼칠 수는 있게 해준다. 트루시에 감독이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GQ | 혹시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외국인 감독이 있나?
홍이삭 협회에서 거론하지 않는 게 의문스러운, 현 프랑스 대표팀 감독인 자크 상티니다. 에메 자케와 르메르 이후 지휘봉을 잡은 그가 지금까지 거둔 A매치 성적이 15승 1무 무패다. 현재 거론 중인 감독 후보 중에선 네임 밸류나 경력에서 가장 낫다. 한국 축구와 가장 맞는 축구 역시 프랑스 축구라는 생각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프랑스 대표팀 세대교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 프랑스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앙리와 트레제게 정도면 여전히 세계 최강 라인이다. 하지만 지울리나 로땅, 사하 같은 신예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있다. 그는 선수의 명성도 고려하지만 컨디션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선수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런 비전이 있어야 나머지 선수들도 열심히 할 거 아닌가. 한국에도 분명히 사하 같은 선수가 있다. 지난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월드컵 멤버가 아닌 선수는 고작 정경호 하나였다. 감독도 일종의 매지니먼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GQ |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에서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흘리고 있는 대표팀 감독 후보들은 하나같이 세계적 명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홍이삭 일부는 지나치게 포장된 감이 있다. 브루노 메추가 왜 세계적인 명장인가? 8강에 팀을 올려놓은 감독은 메추말고도 많다. 복기해보면, 히딩크와 쿠엘류는 한국에 오기 전에 맡은 팀이 없었다. 심지어 쿠엘류는 모로코 팀에서 경질된 상황이었다. 현재 거론되는 감독들은 이런 전후 맥락에 대한 고려없이 지나치게 포장된 느낌이 있다.
GQ | 히딩크는 예외로 치고, 외국인 감독으로서 가장 성공한 사례를 꼽는다면?
홍이삭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릭슨 감독. 사실 2002 월드컵 8강에 머물렀지만 그 상대는 브라질이었다. 예선전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GQ | 전 수원 삼성 김호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어느 누가 대표팀 감독을 맡더라도 히딩크가 거둔 성적을 내진 못할 것이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의 프로선수 차출 문제 등과 관련된 소회일 수 있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다분히 비관적인 전망인데….
홍이삭 그렇게 단정짓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론 히딩크 수준의 지원을 해선 안된다는 것. 그건 안좋은 습관, 선례가 될 확률이 높다. 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똑같은 시간을 줬을 때 똑같이 만들어낼 줄 아는 방법을 키워야 한다. 왜 남들은 1시간 만에 하는 걸 우리는 10시간, 100시간에 해야 되나. 그렇다면 또 다른 사람도 100시간을 달라고 할 거다. 그런 점에서 히딩크식 지원은 히딩크에서 끝나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앞으론 연봉을 챙기러 오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감독, 열정을 가진 감독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루시에는 그렇게 유명한 감독이 아니었다.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일본 축구를 발전시켰다. 일본은 월드컵 16강에 머물렀지만 경기 내용은 굉장히 좋았다. 현재 일본 축구 역시 그다지 흔들리는 모양새가 아니다. 2002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 A매치 성적이 9승 4무 7패, 일본 대표팀이 11승 6무 7패다. 전적엔 큰 차이가 없지만 문제는 내용이다. 일본은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면서 세계 축구 흐름을 익혔다. 지난 4월에 이어 6월에도 유럽 원정 스케줄이 잡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빨리 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 정확하게,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대표팀 A매치는 늘 시시할까
대표팀의 A매치에 대한 흥분과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남미 2진팀과의 홈 경기는 이제 지루할 뿐이다. 남미에 비해 유럽팀이 늘 뒷전인 이유는 무얼까?
이탈리아나 스페인과의 리턴 매치까진 아니더라도 유럽에는 우리에게 유익한 상대팀이 부지기수다. 원정 경기라도 불사하며 겨뤄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들이 우릴 피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그들을 피하는 걸까?
한국은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우리도 놀랐고 세계도 놀랐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 한국은 여전히 아시아의 작은 나라일 뿐이다. 게다가 오만과 베트남에 연패하는 불안정한 전력이다. 결국 언젠가 차두리가 했던 말을 인용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 4강은 ‘어제 내린 눈’에 불과하다.
유럽이 바라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그 당시의 빼어난 경기력은 모두 기억하고 있지만 4강에 올랐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축구 팬들은 한국 대표팀의 A매치 일정표를 보고 불만을 갖는다. 왜 항상 ‘안방’ 매치만 갖느냐는 거다. 지난달 유럽 원정에 나선 일본 대표팀이 강호 체코의 정예 멤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는 동안 우리는 남미팀 파라과이 2진을 불러들여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일본은 6월 1일에 ‘축구 종가’ 영국으로 건너가 맨체스터에서 잉글랜드 대표팀과 진검 승부를 벌인다. 한국은 그 무렵 ‘혈맹’이라는 터키를 불러들여 두 차례의 A매치를 가질 예정이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원정은 두 가지 방식으로 성사된다. 그 둘은 초청과 도전이다. 주지하다시피, 유럽팀들이 한국을 초청할 리는 만무하다. 한국은 경기력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대일 뿐만 아니라 월드컵이 아니면 마주칠 기회도 없어 미리 전력을 파악해둘 필요성도 없다. 그런 팀을 돈까지 주고 불러들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우리 쪽에서 도전장을 내밀어도 사정은 똑같다. 1년에 몇 차례 되지 않는 A매치 데이를 이왕이면 영양가 있는 상대와 치르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처럼 손에 돈을 쥐어주지도 못한다. 월드컵 개최국의 프리미엄과 ‘히딩크’라는 인맥이 사라진 한국 대표팀은 유럽 강호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상대가 아니다. 같은 이유로 유럽 강호들의 한국 방문 또한 성사되기가 힘들다.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정도의 금액을 파이트 머니로 지급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이탈리아, 스페인과의 리턴 매치는 월드컵이 아니라면 다시 보기 어렵다. 아시아를 뻔질나게 드나드는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유독 한국만 피해다니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일본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진지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라이벌이라는 의식은 한반도를 벗어나면 픽션에 불과하다. 축구 기량으로 따지는 라이벌의 의미는 여기서 배제된다. 일본의 경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히 파이트 머니의 규모를 떠나서 일본과 경기를 갖고 관계를 맺는 것은 해당국에게 하나의 자랑거리가 된다. 씁쓸한 일이지만 한국은 뒷전에 밀려나 있는 것이다. ‘떠오르는 강국’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우를 보자. 유럽 축구계가 중국의 잠재력에 거는 기대는 대단히 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0대 소년 덩팡저우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비록 0-5로 완패하기는 했지만 중국 대표팀은 얼마 전 레알 마드리드와 원정 경기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중국도 유럽팀과 A매치 한번 갖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일본이 잉글랜드 원정을 떠나고 우리가 터키를 불러들이는 동안 중국은 이스라엘을 초청한다. A매치는 축구 기량이나 돈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아시아와 유럽의 먼 거리도 장해 요소 중의 하나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과 관중 동원력의 부재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A매치도 하나의 장사다. 능력있는 중개업자가 개입해 거간 노릇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스포츠 마케팅, 특히 축구 분야는 개척이 상당히 더딘 분야다.
일본의 경우 스폰서십을 적극 활용해 수많은 경기를 유치한다. 일본의 우라와 레즈팀은 나이키와의 스폰서십 관계를 이용해 올 여름 이탈리아 명문 인터 밀란을 불러들인다. 한국도 그간 나이키 스폰서십을 통해 브라질 대표팀을 불러들였지만 최근에는 어찌 된 일인지 이마저도 뜸하다. 이 지점이 적은 관중수와 낮은 입장료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일 것이다. 수익을 낼 수 없는 환경이라면 수준 높은 팀들의 초청도 불가능하다.
누가 등에 짚단을 짊어진 채 불속으로 뛰어들겠는가. 얼마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찰튼 애슬레틱 구단이 한국 방한 경기를 추진한 적이 있다. 그는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구해 국내 프로팀과 교섭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컨택트 포인트를 찾지 못해 한국 방문을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경기력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과 전반적인 축구 문화가 동반 상승할 때 유럽팀과의 활발한 교류도 기대할 수 있다.
글/ 서형욱(축구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