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ㅡ

[마 도]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됐다.

게을러진 탓에 새벽운동을 며칠째 거르고 있다.

강추위에 자칫 탈이라도 날지 몰라 자제하려는 마음도 없지는 않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많은 짐승들이 굶주림에 죽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인가에 내려오는 동물들을 많이 보았다.

강원도 첩첩산골인 고향에는 웬 눈은 그리도 많이 오던지...!!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면 쌓인 눈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을 만큼 내린 적도 있었다.

매서운 북풍에 문풍지가 ㅅ요란하게 떨리던 날 ㅡ

나가서 장작불을 지피고 오라는 아버님의 명령은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이었지!

형제들끼리 서로 눈치를 본다.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나가기란 선뜻 내키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버님의 불호령이라도 떨어지면 모두 바깥으로 쫓겨나가야 할 운명인데!!

할 수 없이 마음 약한 내가 나간다.

어린 동생들이 나가면 마음이 아플 것이니, 차라리 내가 나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참새들이 지저귄다.

"짹짹짹~~!!"

살며시 부엌문을 열고 쌀독을 연다.

까치발로 걸어가 조심스레 뒤란에 뿌려주곤 했던 어린 시절 ㅡ

아버님께 들키는 날은 목침 위에 올라 싸리나무 회초리로 호된 매를 맞아야 했다.

아버님은 겨울이 오기 전, 몇 가마의 쌀을 광에 넣어두실 만큼 월동준비는 철저하셨다.

장작을 파는 나뭇꾼이 지나가면 다 불러 뒤란에 쌓아두고 해서 봄까지 장작은 남아돌았다.

그런 어린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이젠 그 어린 아이는 간 곳 없고, 그 녀석 만큼 자란 어린 손주를 둔 할아버지가 되고 말았다.

그 아련하기만 한 되돌아 갈 수 없는 유년 시절의 천진함은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60년이나 됨직한 오랜 세월이 지나도 참새 모이를 주던 어린 녀석이 기억된다.

손주 녀석이 나를 아주 많이 닮았다고 말들 한다.

누구와 다툴 줄 모르고, 조금만 꾸짖어도 눈물을 쏟는 녀석 ㅡ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눈물 많은 것을 보면 닮은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 손주 녀석이 늘 각별하기만 했다.

내 사무실 앞은 늘 참새 녀석들이 몰려온다.

몇 년 전부터 주기 시작한 모이를 먹으려고 오는 것이다.

땅콩을 사서 잘게 부셔 던져주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철이라 추위를 이기려면 지방이 많은 땅콩이 적격일 듯해서이다.

그런데 요즘은 쌀을 준다.

내가 참새에게 모이를 주는 것을 보고 동네분들이 쌀을 갖다주시는 것이다.

쌀 소비가 많지 않아서인지, 오래된 쌀이나 쌀벌레가 생긴 쌀이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쌀을 사서 주는 줄 알고 계시는 듯하다.

"사장님은 복 받으실 거에요!"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에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겨울철 동물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참새 녀석들은 어쩌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달라고 유리창을 두드린다.

아니면 입구 유리문 앞에서 시끄럽게 짖어댄다.

그런데 이 녀석들도 입이 고급이다.

어쩌다 잡곡이 섞인 쌀을 주면 쌀알만 먹지 보리쌀은 먹지 않는다.

그것이 남으면 모두 비둘기가 해치운다.

비둘기를 모이를 주면 동네분들이 싫어하신다.

지붕이며 마당, 베란다 등에 변을 보아 더럽게 만든다는 이유이다.

어제도 어떤 분이 10kg 한 포대를 갖고 오셨다.

약간 검은빛이 나는 걸보니 곰팡이가 조금 생긴 듯한 쌀이다.

물에 씻기면 먹어도 될 쌀이다.

참 살기 좋은 세월이다.

우리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보리밥을 싸와도 잘 사는 집이었는데!!

어쩌다 쌀이 섞인 밥은 부잣집 아이나 먹을 수 있었는데!!

농사를 짓는 집 아이들은 강냉이나 감자를 싸오기도 했었다.

그 어린 시절에 새에게 모이를 준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일이다.

천벌을 받을 놈이라고 욕을 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정말 '천벌 받는다.'고 말한 탈북자 여인이 있었다.

그나저나 요즘 쌀값이 너무 오르는 듯하다.

재작년에 비하면 거의 배 수준인 듯하다.

조금 유명한 곳 쌀이면 7만 원을 훌쩍 넘긴다.

부동산이 잘 될 때 같으면 10만 원을 가도 눈도 깜빡이지 않을 텐데...!!

쌀 소비는 줄고, 쌀값은 오르니!

우리 같은 도시 서민 입장에서는 쌀이 주식인데,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새 먹이 쌀도 달라는 분이 있으니!!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지 모르겠다.

미친 아파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점심시간이 됐다.

밥 먹을 형편이 못 되니 컵라면으로 한 끼 떼워야겠다.

[본산]

새에게 먹이를 주는
그 심성이 참 곱습니다
쌀값은
아직도 다른 물가에 비해
너무 저렴한 편이라
불쌍한 농민을 위해 더
인상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친 아파트 값으로
부동산업이 상대적으로
불황이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황지니1]

제 고향 강원도 고성 눈 제 키보다 높게 내렸었죠.
이젠 그런 눈은 구경하기도 힘드니
엊그제 고향갔다 시리도록 부신 바다만 실컷 바라보다 왔죠.
요즘 부동산 사무실에 점심먹으러 나온다는
저는 콩나물밥 해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