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One. What's the musical? 》
◎뮤지컬의 정의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공연 양식을 Musical이라 부른다. 미국에서 발달한 대중 예술로 음악 특히 노래가 중심이 되어 무용(춤)과 극적 요소(드라마)가 조화를 이룬 종합 공연물이다. 원래 Musical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대중연극의 한 분야를 차지하는 Musical Comedy, Musical Play 등을 일괄된 약칭으로 통용한다.
Musical은 언론, 극장, 애호가 등에 의해 쓰여지면서 Operetta에서 Musical Play에 이르는 음악적 작품을 가리키며, 레뷔, 보드빌 등 극의 성격을 갖지 않는 작품도 포함해서 Musical이라 부른다.
Musical의 정의를 말하자면 Operetta의 방식을 도입한 대사극과 극적인 가창과 혼성으로 이루어지고, 극적인 의미를 지닌 춤을 첨가한 것이 Musical의 정의라 할 수 있다.
이야기 소재는 자유롭고 다양하다 (Comedy, Melodrama, 풍자극, 환상극, 문학작품, 희곡 등). 작품상의 특성은 미국에서 거의 1세기에 가까운 변천을 하고 있기에 낙천주의, 행동주의, 휴머니즘, 유머, 위트 등의 미국적 기질을 반영하는 특징이 있으며, 바른 진행, 로맨틱한 선율, 재즈적인 리듬감, 가수의 매력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들도 있다.
장르적인 특징은 Drama와 Opera 또는 오페레타(Operetta,작은 오페라를 뜻함), 무용극과 현대적인 화려한 쇼가 한데 모여 있다는 데 있다. 정극, 무용, 오페라의 일반적인 요소에 대중 가수의 콘서트 같은 다양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특히 코믹함과 환타지가 어우러져 속도감이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는 인상적이다.
초기 뮤지컬은 코믹 오페라 같은 가벼운 악극인 오페레타 형식을 띠었다. 영국에서의 뮤지컬 코메디, 미국에서는 아메리칸 뮤지컬 등 조금씩 그 성향이 달리하는 이름들도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접어들어 유럽을 풍미한 오페레타와 그 계열의 음악극 형식을 수용하면서 20세기 이후에는 미국인의 기호에 맞추어 발달한 대중 음악극을 뮤지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와 코믹 오페라, 비엔나식의 오페레타, 프랑스의 오페라 부파, 코메디, 발레, 팬터마임등 다양다색한 공연 예술의 형태들이 집합된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선택하여 속도감있는 전개와 로맨틱하고 아름다우며 듣기 쉬운 선율, 유머러스한 리듬감을 통해 하나의 예술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 바로 뮤지컬인 것 이다. 연극 속에 음악과 춤이 적당히 혼합되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초기의 형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완벽한 장르로 위상이 정립된 것이다.
이처럼 뮤지컬은 음악이 주는 감동이 절대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뮤지컬에는 드라마의 요소가 많이 첨가되고 있다. 초기에 비하면 여러모로 대단히 복잡한 표현 양식을 갖추게 되었다. 음악, 무용, 연기, 의상, 무대 장치, 조명, 분장 등 각 분야가 세부적 완성도를 기하면서 총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낸다. 여기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지휘는 감동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뮤지컬의 종류
뮤지컬의 형식은 어떻게 변하여 왔을까? 뮤지컬의 전단계로 보는 프랑스의 공연 양식들이 있다. 레뷰와 보드 빌이 그것이다. 레뷰는 시사 풍자 희극, 노래나 춤, 시사 풍자적인 촌극을 곁들인 공연물이다. 보드 빌은 통속 희극에서 유래하였으며 솔직한 노래나 음악, 댄스, 콩트, 예술 만담등으로 짜여져 공연되는 대중 예술의 한 양식으로 초기에는 버라이어티라고도 불렸고 경희극으로 번역된다. 이들은 극성(드라마)을 갖지 않은 공연물로 초기 뮤지컬로 불린다. 이처럼 뮤지컬은 처음에는 가벼운 코믹 터치의 뮤지컬 코미디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다가 드라마와 작품성이 요구되는 뮤지컬 플레이로 발전하였다. 현대 뮤지컬에서 오락성과 작품성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북 쇼가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통 뮤지컬로 극적 구성이 노래나 춤의 요소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코미디뿐만 아니라 진지한 주제도 다룬다. [캐츠], [레 미제라블]등이 그것이다. 극적 요소보다는 무대 장치, 의상, 춤 등의 특별 효과에 주안점을 두는 스펙터클 쇼 (Spectacle Show)가 있다. 19세기 말에 번창하였고 1920년대부터 다시 발전하기 시작하여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성황을 이루었다.
대표작으로는 [42번가],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등이 있다. 스타 비이클(Star Vehicle)이란 형식도 있다. 연기력과 노래, 춤등을 두루 갖춘 스타를 중심으로 쇼가 이루어진다. 대개 한 스타를 염두에 두고 쓰여지며 연기, 노래, 춤 등 모두 다 스타에 의해 수행된다. 예를 들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 테비에가 12곡의 노래 가운데 9곡의 노래를 부르도록 되어 잇는 경우가 그렇다. 또 북쇼와 비슷하나 소규모의 예산과 인원, 단일 세트로 앙상블을 이루어가는 앙상블 교(Ensemble Show)가 있다. 대표작으로 [환타스틱스]가 있다. 주로 음악에만 치중하며 한 작곡가가 한 주제만을 추구하든지 아니면 여러 작곡가가 한 주제에 집중하는 레뷰 형식의 뮤지컬로는 [찰리브라운, 그대는 좋은사람이야(You're a Good Man, Charlie Brown)]가 좋은 예이다. 그 밖에 오페레타를 들 수 있는데, 뮤지컬 코미디와 오페레타 사이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구별법은 없다. 그러나 오페레타라는 용어는 보통 19세기의 유럽 음악 양식에 사용되던 악곡과 낭만적이고 허구적인 이야기로 꾸며진 옛 스타일의 작품들을 지칭한다. 보통 다른 뮤지컬이 한 옥타브 정도의 음역을 사용하여 메조 바리톤을 주로 사용한다면 오페레타는 두 옥타브를 사용하여 소프라노나 테너를 사용하므로 그만큼 전문적으로 훈련된 가수가 필요하다. 이것은 연기와 춤을 극소화시키고 음악은 최대한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오페라와 흡사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뮤지컬에도 성악을 전공한 바리톤, 테너, 소프라노 등 고전적인 음악성을 갖춘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뮤지컬은 음악에 대한 비중이 큰 장르이다.
◎뮤지컬의 특징
뮤지컬은 낭만적인 공연물이다. 사실주의 연극(Realism Theatre) 이라기보다는 낭만주의 연극(Romanticism Theatre)에 가깝다. 그것은 사실의 정확한 표현보다 이상적인 것들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지컬에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정형보다는 파격이, 사실성보다는 환상이 지배적이다. 뮤지컬이 화려하고 낙천적이며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러한 낭만성 때문이다. 연극과 오페라와 뮤지컬은 어떻게 다른가?
배우의 몸짓과 춤, 연희의 장소(놀이판, 굿판 등), 관객을 두고 흔히 연극을 구성하는 3요소라 부른다. 여기에는 물론 배우가 쓰는 탈이라는 가면, 광대를 대신하는 인형(꼭두), 의상, 연희 장소의 여러 가지 장치, 관객을 위한 자리 등 부수적인 요소가 따른다. 연극에 있어 음악과 무용을 분리하여 생각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고전극이나 현대극이 대부분 음악과 무용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은 종합 예술이라고 부른다. 연극과 뮤지컬의 변별력은 음악에 있다. 그것은 연극이 주로 스토리 라인이나 배우의 몸짓에 따라 작품이 구성되는 것과는 달리, 음악적인 요소가 작품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럼 뮤지컬과 오페라는 어떻게 다른가? 뮤지컬이 오페라의 한 부류인 오페레타에서 출발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뮤지컬은 오페라의 형식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오페라는 주로 고전적인 문학의 스토리가 중심이며 음악의 형식은 고전주의 음악에 근거하고 있다. 또 연극성보다는 노래 위주의 공연으로 아리아, 중창, 합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오페라의 창법이라는 독특한 발성법에 의해 불리는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뮤지컬 음악은 오페라의 노래와 같은 형식일 수도 있으나 보다 대중적이다. 예를 들면 팝, 발라드, 랩, 레게, 재즈등 대중적인 기호에 맞는 음악들이 자유롭게 작품속에 그려질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연극과 오페라 그리고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는 음악인 셈이다. 여기에 오페라 가수들은 춤을 추지 않지만 뮤지컬 배우들은 춤을 춘다는 것도 다른 점의 하나이다. 그러나 현대 공연 예술은 탈장르적이고 복합 장르적인 요소들이 많다. 연극과 오페라가, 뮤지컬과 연극이, 뮤지컬과 오페라가 서로 상호보완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만큼 종합 예술인 연극, 오페라, 뮤지컬을 각각의 장르라고 단정적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뮤지컬의 특징을 몇 가지로 분류해 보자.
우선 뮤지컬은 종합극(Total Theatre)이다. 기존의 연극적인 요소에다가 음악과 춤이 곁들여진다. 물론 극작가, 연출가, 안무가, 배우, 가수, 무용가, 의상 디자이너들의 공동 작업은 당연하다. 또 뮤지컬은 '프리젠터이셔널극(Presentational Theatre)'이다. 무대위의 배우가 관객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공연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배우가 극중의 상대보다는 관객을 향해 노래 부르고, 또 관객이 여기에 박수로 답례하는 것은 프리젠터이셔널극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은 또한 '대중극(Popular Theatre)'이다. 뮤지컬 공연은 지적인 자극보다는 보고 듣고 즐길 거리를 찾는 관객들을 충족시켜 주는 요소를 듬뿍 안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향락적이고 오락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그런 공연 양식을 견지하면서 크게 타락하지 않고 오늘에 이를수 있었다. 하지만 그 근본은 향락적인 것이다. 이러한 대중극으로서의 성격은 상업성과 연관을 맺고 있기도 하고 사회 윤리와도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뮤지컬은 그 형식상 특수한 '약속(convention)이 필요한 극'이다. 여기서 약속이란 극작가, 연기자, 관객이 묵시적으로 인정하여 주는 것인데, 뮤지컬에서 이 약속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갱들의 싸움이 벌어지는 절박한 순간에도 배우들이 노래를 하는 장면은 일반적인 상식에익숙해져있는 관객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이외에도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등 수많은 작품 속에서 전쟁 장면이나, 주인공 끼리의 격한 감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것은 뮤지컬만의 특성이다. 이런 극중의 노래들을 뮤지컬 넘버라고 부른다. 이들 뮤지컬 넘버들을 세심하게 들으면 극의 흐름, 극중 배우의 감정등이 잘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노래들이 낯설지 않고 드라마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관객들을 감동 속으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뮤지컬의 음악구조
총체극인 뮤지컬의 구조는 간단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가볍고 즐거운 양식으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지만,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 구조는 일반 연극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복잡하다. 그것은 드라마, 음악, 춤 그리고 코러스의 앙상블을 유도해내야 하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스펙터클한 무대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은 일반 연극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엄청난 제작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희곡을 연극화한 작품에는 사건의 발단, 전개, 절정, 대단원(결말)의 단계로 진행된다. 하지만 뮤지컬은 여기에 음악과 춤이 더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공연의 본질적인 면에서는 연극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양식은 사뭇 다른 셈이다.
1890년대 런던에서 코믹 오페라와 발레스크로부터 발달한 뮤지컬 코미디는 희극적이며 낭만적인 대본과 캐취 송(재미있고 외우기 쉬운 노래)그리고 앙상블을 이룬 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의 영국 뮤지컬은 각 막마다 오프닝 코러스를 포함하여 약 20개 정도의 악곡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2막 구조로 되어 있다. 막 사이의 피날레, 독창과 중창들(종종 합창의 후렴이나 춤의 반복이 함께 하는)그리고 소곡과 한 구절까지도 연주되는 코믹 오페라의 형식을 띠고 있다. 현대 뮤지컬도 이러한 음악적인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 음악의 양식이 다양해지면서 뮤지컬 음악의 구성도 자유롭고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최근 뮤지컬에는 록과 랩, 재즈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음악들이 극속에 스며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뮤지컬 음악에 있어서의 구성 요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서곡(Overture) - 극이 시작하기 전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음악에 미리 익숙하게 하고 또한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감정을 정돈케 하는 역할을 한다.
2) 오프닝 넘버(OPENING Number) - 오프닝 코러스(Opening Chorus)라고도 하며 서곡이 끝난 후 연주되는 곡 혹은 코러스들의 합창을 일컫는다. 이곡의 역할은 관객의 관심 집중, 분위기 안정, 상황 설명 등이며 따라서 대부분 힘차고 활력 있는게 특징이다.
3) 제시(Exposition) - 앞으로 진행될 극중 상황 이전에 어떤 배경과 상황이 선행되었는가를 설명하여 주는 곳이다. 뮤지컬에서는 주로 노래를 통해 전달되며 정확한 가사 전달과 분명한 발음이 특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4) 프로덕션 넘버(Production Number) - 대체로 1막의 중간 부분 그리고 1막의 끝에 나오는 곡이다. 2막의 첫 부분에 두는 것으로 한 작품에 2회정도 소개된다. 뮤지컬의 각 요소들이 모두 동원되는 부분으로 화려하고 대담하며 유쾌하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5) 반복 연주(Reprise) - 중요한 극적 순간에 앞의 노래가 다시 연주되는 것을 말하나 반드시 같은 선율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변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극적 상황이 변하였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특히 반복 연주는 한 작품의 음악적인 특색을 담고 있는 것으로 작품의 음악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6) 쇼 스타퍼(Show Stopper) - 뮤지컬에서 유머스러운 노래나 연기를 삽입시켜 일종의 기분 전환의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이때 관객의 박수나 환호로 인하여 극의 진행이 사실상 끊어지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 쇼 스타퍼가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그 쇼는 실패한 것임으로 캐스팅에 주의하여야 한다.
7) 아리아 - 뮤지컬의 백미로 일컬어지며 흔히 남녀 주인공의 사랑의 환희나 사랑의비극, 작품의 주제를 담고 있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연주되면 이중창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이 부분을 위해 하나의 뮤지컬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 커튼 콜 - 공연이 모두 끝난 뒤 배우들이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는 의미에서 그 동안 공연된 극중의 중요 멜로디나 아리아 합창곡등을 폊집하여 짤막짤막하게 배우들의 노래와 춤을 보여 주면서 화려한 막을 내린다.
◎가사에 관하여
뮤지컬의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로 되어있다. 그 가운데 가사는 대단히 중요하다. 일반 연극에 있어서의 대사와 같은 기능을 하여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러므로 뮤지컬의 가사는 쉬우면서도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대변해 주는 언어로 구성되어야 한다. 결국 가사는 음악의 몸체와 표현을 부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름답고 훌륭한 노래일수록 멜로디와 가사는 일체를 이루어 하나의 하모니를 연출해낸다. 유명한 작곡가인 테일러(Deems Taylor) 역시 곡과 가사의 상관 관계에 대해 "평균적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성공은 훌륭한 곡에 훌륭한 가사가 합쳐져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루한곡에 훌륭한 가사가 붙여진다면 실패하고 만다"고 말하였다. 또한 뮤지컬의 노래는 작품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뮤지컬 넘버의 가사는 극의 상황과 스타일에 맞아야 하며, 부르는 사람, 즉 극중 인물의 성격에 맞아야 하고 극의 줄거리를 전개시키는 극적인 역할 또한 떠맡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뮤지컬에는 시간과 제작 여건상 혹은 작가의 역량 부족으로 오랫동안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며 불려지는 가사가 드물다.
일반적으로 극본과 음악과 가사 중에서 가사가 뮤지컬의 성공에 기여하는 정도가 가장 낮다고 생각한다. 극본과 음악만 좋으면 가사가 좀 떨어져도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사때문에 실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관객들이 극장 안에서 한 번 들어서 가사의 의미를 알기란 쉽지 않다. 우리말은 뮤지컬의 양식에 맞지 않는다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가사 없는 뮤지컬이 있을 수 있는가. 뮤지컬의 노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가사이다. 가사가 극본과 음악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좋은 뮤지컬이 탄생한다. 가사의 운율과 리듬과 의미는 노래뿐만 아니라 뮤지컬의 완성도를 높히는데 큰 역할을 한다. [캐츠]의 아름다운 시적 운율, [살짜기 옵서예]의 감칠맛 나는 노랫말을 생각하여 보자. 가사야말로 뮤지컬의 노래를 빛나게 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훌륭한 작곡자일수록 가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훌륭한 작곡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콤비를 이루어 함께 일하는 작사가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전문 작사가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어떤 뮤지컬을 감상할 때 눈으로 보는 것과 더불어 가사의 의미를 마음속으로 아로 새기면 훨신 관극 체험이 깊어지고 뜻 깊은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극본에 관하여
뮤지컬의 우선 중요한 것은 극본(Book), 음악(Music), 가사(Lyrics)이다. 이 가운데 극본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실제 공연을 위한 노래, 춤, 연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극본이 곧 공연의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극본은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뮤지컬에서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것을 너무 강조하여 오히려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의 창작 뮤지컬에서는 더욱 그렇다. 뮤지컬에 있어서 음악은 물론 중요하다. 그 밖에 춤과 현란한 시각적 요소들도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요소의 매력만을 쫓다 보면 상대적으로 작품이 추구하는 본질이 약해지기 쉽다. 적지 않은 뮤지컬이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극본의 결함(Book Trouble)'때문이다. 노래나 춤이 빈약하면 이것들은 바꾸면 되지만 극본은 쉽게 바꿀 수 없다.
국내 공연의 경우, 작품을 만들면서 대사도 고치고 인물도 고치고 때로 줄거리도 손질하고 더욱이 작품의 스토리 라인마저도 공연 직전까지 고쳐댄다. 그러나 그것은 옳은 방법이 결코 아니다. 극본의 마구잡이 수정은 오히려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좋은 극본이 좋은 뮤지컬을 만드는것은 기본이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뮤지컬은 문학성이 높은 시, 소설, 희곡 등을 각색하여 만든 경우가 많다. 뮤지컬로 만들기 어려운 소재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소재들을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다.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가지고 [마이 페어 레이디]를 만든 경우,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를 가지고 [라만차의 사나이]를 만든경우, 빅톨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가지고 [레 미제라블]을 만든 경우가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심훈의 [상록수], 최인호의 [겨울 나그네], [고래사냥]을 뮤지컬로 만든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높은 문학성을 지닌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감성과 주제 의식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창작 뮤지컬의 경우 많은 작품들이 왜 감동의 차원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할까? 그것은 창작 동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절대 부족하기도 하지만 순수한 창작 동기에서 출발하기 보다 상업적인 제작자나 음악팀들의 위촉을 받아서 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극본가는 공산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뮤지컬의 상투적인 요소들을 배열하여 뮤지컬을 만든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생명력과 작품성이 결여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작가가 극본을 제작팀에게 넘기면 음악, 춤, 장치, 조명, 연출 등의 각 분야별 담당자들은 자기네 몫을 차지하기 위해 극본을 제멋대로 손질해댄다. 이 과정에서 극본가의 순수한 창작 동기는 변질되고 마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성공적인 뮤지컬이 되려면 훌륭한 극본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뮤지컬 역사가 말해 주는 사실이다. 좋은 작품은 극본의 문학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잊어버리고 명작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안무에 관하여
뮤지컬에서 공연되는 춤은 참으로 다양하다. 고전무용, 현대무용을 응용한 춤은 물론, 요즘에는 길거리의 일상적인 춤도 등장한다. 화려한 으상을 차려 입은 궁중 무용도 나오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 장면을 무용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뮤지컬에서 무용은 한마디로 대단한 볼 거리 중의 하나다. 그러나 무용 역시 작품 전체가 지향하는 주제 의식과 분위기를 떠나면 그것은 하나의 댄스에 불과하지 뮤지컬 작품을 풍성하게 하는 춤은 아닌 것이다.
뮤지컬 공연의 구성상에 등장하는 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극의 처음 부분에 소개되는 것으로 댄서들이 언제, 어디서 쇼에 등장할 것인지를 보여 주기 위한 오프닝 넘버, 또 혼자서 인물이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독무(Solo), 둘이 상호 보완적인 움직임과 애정의 몸짓으로 낭만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듀엣(Duet)등이 있다. 극중 남녀 주인공의 화합과 대립을 표현하는 앙상블(Ensemble), 장엄한 스펙터클 장면을 만들기 위한 군무인 프로덕션 넘버(Production Number), 액션을 강화시키거나 논쟁이나 대립을 유발시킬 때 사용하며 대개 크로스 오버(Cross Over)의 위치에서 상연하는 발레 시퀸스(Ballet Sequence)등이 있다. 뮤지컬 한 편을 감상하면 대개 이런 요소에서 춤이 등장한다. 뮤지컬의 춤은 가사와 대사로 표현되는 것 외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육체와 영혼, 자유 분방한 감정 표현과 절제된 행동, 사회 생활과 개인 생활의 표현 등이 춤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현대 뮤지컬에 있어서 무용의 이미지는 창조적일 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관객들이 보는 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안무가는 작품의 성격에 따른 다양한 춤을 고안해낸다. 코러스들뿐만 아니라 연출의 작품 해석, 기타 제반 사항인 음악, 장치, 조명, 의상, 분장, 소품 등의 모든 극적 요소를 감안하여 이들의 유기적 결합을 시도하고 의도한 시각적 효과를 창출해낸다. 좋은 뮤지컬 안무가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사나 노래 없이 오로지 춤 동작만으로 된 장면은 전적으로 안무가의 몫이 되며 이때는 연출가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연출의 의도에 따라 장면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등장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춤동작으로 표출할 때에는 심리학자가, 배우들에게 안무가가 의도한 춤을 형상화하기 위해 반복적인 훈련을 실시할 때에는 교사가 되기도 하며 조명, 장치, 의상, 소품, 분장 등의 요소를 활용할 때에는 스태프진의 역할도 떠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안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다. 공연이 끝나도 극본과 음악은 구체적인 흔적으로 남지만 안무는 그렇지 않다. 배우들과의 연습과정에서 가장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안무는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 대부분 잊혀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의 공연은 새로운 창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안무가는 항상 시대의 경향을 읽고, 관객취향의 변화를 민감하게 의식하면서 안무한 작품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야 한다. 반드시 고난도의 무용 테크닉을 구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타당한 극적 동기가 중요하다.
뮤지컬의 춤은 연기의 일부이다. 극의 내용과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하고 이상한 동작이나 율동은 오히려 극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극적인 연기이자, 드라마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게 바로 뮤지컬의 안무인것이다. 뮤지컬을 감상할 때 안무를 빼놓을 수 는 없다. 뮤지컬의 춤은 바로 뮤지컬을 보러 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섬세하고 부드러운 듀엣,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군무는 뮤지컬을 보는 매력의 초점이기 때문이다.
◎연출에 관하여
연출은 작품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의 연출가는 일반 연극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공동 작업을 하여야 한다. 출연배우, 조명, 의상 디자이너들뿐 아니라 작곡가, 작사가, 안무가, 관현악 편곡자, 리허설 피아니스트, 성악곡 편곡자 등 수많은 사람들과 긴밀한 협동 작업을 벌여야 하며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한 편의 앙상블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뮤지컬은 거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상업적인 흥행 요인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고민하여야 한다. 뮤지컬의 제작자는 투자되는 돈만큼 입김도 센 편이다. 그러나 연출가는 이들을 이해시키고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사하겠다는 의지 또한 강하여야 한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는 결국 연출가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어떤 경우건 뮤지컬 작품이 성공을 거두려면 모든 요소를 통제하고 거기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연출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출의 성격은 작품에 따라서 다르다. 극본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뮤지컬의 경우는 연출가가 극본가를 겸하기도 한다. 1960년대 이후에는 안무가들이 연출을 겸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많이 생겨났다. 제롬 로빈슨이 그 예다. [코러스 라인(A Chorus Line)] 연출하고 안무한 미하엘 베네트의경우는 스스로 제작까지 맡아서 하였을 정도였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연출의 역할은 뮤지컬 창작, 제작의 중심 인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된다. 그만큼 뮤지컬에 있어서 연출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로 형상화하는 총감독의 역할을 연출가는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뮤지컬 연출가는 일반 연극의 연출가와 달리 음악, 무용, 의상 등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최소한 작품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의 인간적인 문제까지 애정을 갖고 살펴 주어야 한다. 결국 뮤지컬 연출가는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어머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음악에 관하여
좋은 극본은 음악이 따라야 좋은 작품으로 형상화된다. 일반적으로 곡의 분위기나 대상, 목적, 가사와 선율의 특성 등에 따라서 노래를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뮤지컬 음악은 전장르를 총 망라하는 다양한 선율과 악기들이 모두 등장하는게 특징이다. 우선 뮤지컬에서 불려지는 노래를 분류해 보자.
1)발라드 송(Ballad Song) - 선율과 가사와의 관계에서 선율이 단연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러브 송이라고도 불린다.
2)코미디 송(Comedy Song) - 선율이 가사에 종속되며 따라서 노래의 선이 단순하며 어렵지 않은것을 말한다.
3)참 송(Charm Song) - 발라드 송과 코미디 송의 중간 형태로 볼 수 있으며 낭만적인 내용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4)아이 엠 송(I am Song) - 관객에게 상황이나 인물을 설명하는 노래로 '나는 사랑에 빠졌다'나 '나는 행복하다'는 식의 노래이다.
5)스페셜 머티리얼(Special Material) - 스타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배려해 주는 노래로 보통 극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극을 고조시키기 위해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공연한다.
이런 기본적인 음악의 분류를 알고 뮤지컬을 보면 훨씬 재미있다. 뮤지컬에서 남는 것은 문학성과 음악이다. 좋은 뮤지컬을 보고 난 관객은 틀림없이 공연 후에 사운드 테입을 기념으로 사 가지고 돌아가서 이를 감상한다. 뮤지컬의 음악은 작곡가의 피아노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대에 올려지게 될까? 뮤지컬에는 노래(Musical Number)뿐 아니라 서곡, 막간곡(2막의 서곡), 퇴장 음악(관객 퇴장시의 음악)이 있고 무용 장면의 반주를 위한 춤곡 그리고 대사 도중에 깔리는 배경 음악등이 있다. 우선 작곡자는 노래만을 작곡한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편곡자, 리허설 피아니스트, 댄스 피아니스트, 음악 감독, 성악 편곡자, 음향 기술자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참가하여 음악을 완성한다. 레어너드 번스타인처럼 고전 음악 전문가도 있고, 피아노만을 연주할 줄 아는 작곡가도 있고, 멜로디와 기본 코드만을 기록하는 데서 끝내는 작곡가도 있다. 보통 노래와 피아노 반주가 기록된 것을 가지고 작곡가의 관현악 작곡(Orchestration)에 대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번스타인, 쿠르트 바일, 조지 거쉰, 미셸 쉔 버그, 앤드류 로이드 웨버 등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들은 편곡까지 직접하여 자신의 음악 세계를 한 뮤지컬 작품에 완전히 쏟아붓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작곡가는 극본의 초고를 기초로 작업에 들어간다. 작곡가는 작사자와 함께 극본을 분석하면서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지배하는 멜로디와 선율 그리고 분위기를 만든다.
대개 작곡이 먼저 이루어지지만 어떤 경우에는 가사가 먼저 씌어지기도 한다. 또 팀을 이루어 오랫동안 공동 작업을 하는 작곡가와 작사가는 이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작곡과 작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서히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든 노래는 출연 배우들의 오디션에 활용되는 등 오디션의 중요한 자료로 쓰이게 된다. 이후 연출가는 작곡된 노래들을 음악 감독, 무용 반주 피아니스트, 안무가, 무대 장치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에게 나누어 준다. 이를 기초로 전 스태프진의 의견을 조율한 뒤 관현악 편곡자에게 넘겨지며 그에 의해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될 노래와 선율이 결정된다. 이렇게 하여 비로소 뮤지컬 음악이 완성되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노래를 부를 배우와 코러스의 수효, 고저 장단, 어느 키로 부를 것인가, 노래 가운데 대사가 끼여드는가, 화음의 처리 등도 중요하다. 그리고 편곡 과정에서는 배경음악(대사 가운데의 배경음악)의 삽입도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것은 음향 기술자이다. 요즘에는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노래, 오케스트라의 연주 그리고 음향 기술의 조화를 이루어야만 좋은 음악을 객석에 전달할 수 있다. 그것은 배우의 성량, 극장의 크기 문제뿐만 아니라 보다 좋은 음질을 관객에게 서비스하기 위한 것이다. 때로는 노래와 반주 전체가 사전에 녹음된 테입을 사용하여 배우들은 입만 맞추어 공연하는 예외적인 경우들도 없지 않다. [코러스 라인], [42번가]처럼 격렬한 춤을 추면서 열창을 할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같은 플레이백(Playback)방식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상황에 한한다. 뮤지컬의 생명은 현장성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뮤지컬 음악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영국의 평론가 케네스 타이넌은 미국 뮤지컬에 대해서 "드라마에서 흔히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시'다. 뮤지컬은 단조로운 말보다는 보다 고조된 양식으로우리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게 해준다. 작곡가들의 손에 의해 드라마는 도약하여 높이 올라간다. 그 열쇠를 쥔 사람이 바로 곡을 쓰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음악은 중요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역사
현대 뮤지컬의 발생지는 미국이다.
미국에서 뮤지컬의 열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엽 영국의 식민통치하에서 존 케이시가 작곡한 " 거지 오페라 "가 상연되고 부터이다.
19세기에 들어오면서 유럽의 오페렛타의 여러형태의 희가극이 소개되면서 미국의 뮤지컬은 크게 발전하였다.
노래와 세익스피어의 희곡과 오페라를 혼합한 형태의 악극형태인 "민트럴 쇼 ", 가벼운 뮤지컬 극인 "보드빌", 해학적인 내용을 담은 장막 풍자극인 " 벌레스크" 등이 공연되면서 미국적인 뮤지컬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
미국의 뮤지컬이 영국 등 유럽의 오페렛타로부터 탈피하여 독자적인 형태를 갖춘것은 1920년대의 일이다. 이 시기에 롬버그 의 "사막의 노래 (1921)" 와 프림 의 "로즈마리(1925)" 같은 오레펫타 계열의 우수한 뮤지컬이 발표되었다.
1928년 미국의 생활과 정서를 담은 획기적인 작품 "쇼 보트" 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뮤지컬은 새로운 전기를 맡게 된다.
1942년에 들어서 미국의 뮤지컬은 눈부시게 향상되어 현대뮤지컬의 예술성을 갖추게 되었으며, 사업적인 대중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였다. 미국 뮤지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 "오클라마호 (1943)" 가 햄러스타인 에 의해 발표된 것은 이 무렵이다.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녀의 목가적인 연애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오클라마호"는 무려 2천여회 이상의 공연기록을 남겼다.
이밖에도 포터 의 "키스미 케이트 (1943)"," 버린 의 "애니여 총을 들어라 (1946)", 남태평양 (1949)" 등의 걸작이 발표되어 뮤지컬이 미국의 국민연극으로 정착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의 뮤지컬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데는 1950년대 이후이다. 2차세계대전을 치르고 난 후 전쟁의 아픔을 달래고 정신적으로 위로받기를 갈망하던 미국인에게 뮤지컬은 청량음료와 같은 공연예술이었다.
이때부터 미국의 뮤지컬은 콜 포터 , 레너드 번스타인 , 어빙 벌린 이 중심이 되어 버라이어티 쇼와 같은 대중적 성격을 털어내고 예술성은 갖춘 전문적인 양식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현대적인 감각을 갖춘 새로운 작품 "아가씨와 건달들 (1950)", "왕과 나 (1951)", "마이 페어 레이디 (195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57)" 등이 발표되었다.
1960 - 70년대의 미국 뮤지컬은 특유의 낙천적인 면이 사라지고 사회적 문제등이 사실적으로 반영된 진지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헬로우 돌리 (1964)", "지붕위의 바이올린 (1965)", "헤어 (1967)", "코러스라인 (1975)" 등이 이 무렵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대중성보다는 문학성과 예술성이 강조되고 호소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1980년대를 맞으면서 미국의 뮤지컬은 대형 공연물로 각광받으면서 공연예술의 상업화를 주도하는 장르로 부상하였다. 또한 미국 중심의 지역성을 불식시키면서 세계인이 공유하고 향수할 수 있는 극예술로 그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였다.
"레미제라블 (1980)", "캐츠 (1981)","오페라의 유령 (1981)" 등은 장기공연되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연되어 많은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였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뮤지컬과 유사한 형태의 극양식이 선보인 것은 1930년대의 일이다. 서구 음악극을 모방하여 가수의 노래에 연기와 무용을 추가한 30년대의 악극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공연도중에 막간을 이용하여 변사나 삐에로 같은 출연배우들이 짤막한 코미디나 만담, 가요, 숨은장기 등을 보여주는 막간극이었는데, 이것이 의외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자 독립적인 오락물로 공연하게 되었고, 노래, 춤, 코미디 등이 연관없이 나열되던 종래의 형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일관된 줄거리를 갖추면서 가극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1930년대에 들어서 대중극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동안 가극은 연극시장, 태양극장, 협동무대, 낙랑좌 등에 의해 더욱 연극적인 양식으로 다듬어졌으며, 명칭도 악극으로 바뀌었다.
악극은 1930년대의 동양극장을 무대로 당시의 흥행극단들이 공연하여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었다.
조선 악극단, 반도 가극단 등 대표적인 악극단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었던 악극은 1950년대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나라에는 1962년에 예그린 악단이 창단되면서부터 현대적 뮤지컬 공연이 시작되었다. 창단 후 연극형태의 음악극을 공연하던 예그린 악단이 본격적인 뮤지컬 공연을 시작한 것은 최창권 작곡의 "살짜기 옵서예 "를 공연하면서 부터이다. "살짜기 옵서예"는 음악, 무용, 연극 등 각분야의 전문인과 인기배우들이 동원되어 당시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 뒤 예그린 악단은 국립 가무단(1976)을 거쳐 국립 예그린예술단으로 활동할때까지 "꽃님이 꽃님이 (1967)", "대춘향전 (1968)", "바다여 말하라 (1971)", "화려한 산하 (1971)", "종이여 울려라 (1971)", "시집가는 날 (1974)", "상록수 (1975)", "태양처럼 (1976)" 등을 공연하였다. 이 단체는 1977년 서울 시립가무단 (현 서울 뮤지컬단)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세종문화회관을 주무대로 "달빛나그네 (1978)", "포기와 베스 (1984)", "지붕위의 바이올린 (1985)", "간도 아리랑 (1995)" 등을 무대에 올렸다.
예그린 악단과 더불어 우리나라 뮤지컬의 현대화에 기여한 공연단체는 현대극장이다. 1977년부터 꾸준히 뮤지컬 공연에 정성을 기울인 현대극장은 상업극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빠담빠담빠담 "을 비롯해서 "피터팬 (1979)","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1980)', "사운드 오브 뮤직 (1981)", "에비타 (1981)", "올리버 (198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87)", "레미제라블 (1988)" 등 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공연하였다.
극단 민중, 대중, 광장 등은 1983년 "아가씨와 건달들 "을 공동제작하여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관람한 뮤지컬로 지금까지 약 이백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 이후로 극단 민중은 "노력하지 않고 출세하는 법 (1992)"을, 극단 대중은 "쉘브르의 우산 (1989)", "캐츠 (1990)', "넌센스 (1991)" 등을, 극단 광장도 극단 민중과 합동공연한 "캬바레 (1984)"를 비롯하여 "코러스 라인 (1993)", "레미제라블 (1993)" 등을 공연하여 뮤지컬 붐 조성에 이바지 하였다.
이밖에도 88서울예술단이 "한강은 흐른다 ", "백두산 신곡 ", "꽃전차 ", "아틀란티스 ", "애랑과 배비장전 " 등을, 롯데월드예술극장이 "신비의 거울속으로 ", "가스펠 ", "아가씨와 건달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돈키호테 " 등을 공연하여 뮤지컬의 현대화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극단 맥토가 "동숭동연가 (1993)","번데기 (1994)" 를,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1995)", "사운드 오브 뮤직 (1995)", "7인의 신부 (1995)", "만해 한용운 " 등을, 서울뮤지컬 컴퍼니가 "사랑은 비를 타고 (1995)", "쇼코메디 (1996)", "브로드웨이 42번가 (1996)" 등을 공연하여 한국뮤지컬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편 뮤지컬 프로덕션 에이콤이 출법하면서 뮤지컬 전문단체를 표방하고 "아가씨와 건달들 (1994)", "스타가 될거야 (1995)", "겨울나그네 (1997)"를 공연하였다. 에이콤은 지난 1995년 국내에서 공연하였던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를 가지고 1997년 8월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의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함으로써 한국 뮤지컬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