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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포엠작가회 회원의 추천詩 회원詩 스크랩 산문집『저 길을 걸어 왔구나』(발췌)/ 태종수
POEMPOEM 추천 0 조회 83 16.09.02 10:05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산문집

      『저 길을 걸어 왔구나』(발췌)

 

        태종수

 

 

  * 문여기인(文如基人)이란 곧 '글은 그 사람과 같다'라는 뜻이니 대저 글 쓰는 사람의 품성과 인격이 그가 쓰는 글에 나타난다는 말이다. 영어에  "먹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You are what you eat)" 하였거니와 같은 맥락에서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You are what you write)" 할 수 있을지 모른다. (p_67)

 

  * 우리 옛 선조들은 천명장수(天命長壽), 악명위복(惡名爲福)이라고 하여 이름을 천하게 지을수록 오래 살고 나쁜 이름이 복을 많이 받는다는 속설에 따라 귀한 아이일수록 아명이 엉뚱한 경우도 많았다. 예컨대 고종 임금의 아명은 '개똥'이었고, 조선시대 명재상 황희 정승의 아명이 '도야지(돼지)'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p_73)

 

  * 인연이란 묘한 것이다. 예전 어디선가 인연에 관한 이런 말을 들은 일이 있다. "애타게 인연을 찾지 마라. 언젠가 인연인 사람이 찾아와 네 옆에 걸터앉아 물 한 잔만 달라고 할 것이다." // 큰 업적을 이루고, 이름이 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야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위대한 서민'도 있다. "굳은 신조와 맑은 심경으로 영욕에 사로잡히지 않고, 세속에 흔들리지 않고 양심을 등불삼아 충실히 노력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p_95. 97)

 

  * 앤소니 퀸이 10세 미만이었을 때 길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집으려 하니 그의 아버지가  "Don't ever band for money!"(절대로 돈 집으러 허리 굽히지 마라) 해서 그 후에는 절대 길이나 땅에 떨어진 돈은 안 줍는데 자기가 철이 든 후에 그 말의 깊은 뜻을 깨달았노라 하는 이야기다. // 이야기 끝에 앤소니 퀸은 자기 부친이 막노동꾼이었다는 사실도 언급하면서 "He was a remarkable man"(놀라운 분이었지요)이라고 했다. (p_102,103)

 

  * 고산 윤선도가 상우부(尙友賦)에서 말하기를 "대개 벗 삼는다 함은 그 사람을 벗함이 아니요, 그 선함을 벗함이요, 그 마음을 벗함이라" 한 바 있다. // 옛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시나 글이나 행실을 살펴 그 자취를 본받는 것이요, 고산은 이를 두고 "위로 벗한다."고 하였다. 맹자의 "고금 간의 책을 다 읽고 천하의 선비를 벗 삼는다(讀古今書 友天下士/ 독고금서 우천하사)"는 말이나, 공자가 말한 "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지초 꽃과 난초꽃이 방에 들어간 것 같아서 오래 되면 그 향기를 느끼지 못하니, 더불어 그에 동화된 것이다(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基香 卽與之化矣/ 여선인거 여입지란지실 구이불문기향 즉여지화의)"가 모두 이에 통하는 말이다. / 백아절현(伯牙絶鉉)의 고사에 나오는 중국 춘추시대의 유명한 거문고의 달인(達人) 백아(伯牙)와 그의 지음(知音) 종자기(鍾子期)의 우정도 이런 맥락이다. 심지어 저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진정한 친구는 제2의 자신이요,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A friend is a second self, a single soul dweling in two bodies.)라는 말을 남겼다. (p_109, 110)

 

  *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내각 주요 보직에 추천된 사람을 임명하기를 거절하면서, 그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 "I don't like his face." (그사람 얼굴이 싫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추천한 사람이 좀 터무니없어서 "얼굴 생긴 것은 그 사람 책임이 아닌데요." 하니까 링컨이 누구나 40 이후에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됩니다.(Every man over forty is responsible for his own face.)라고 응답했다고 전한다. (p_112)

 

  * 피천득의 수필 '봄' 중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말은, 인생은 사십까지라는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들은 93퍼센트가 사십 미만의 인물들이다. 그러니 사십부터는 여생인가 한다. (p_120)  

 

  * 우리나라에 조선 사람을 상대로 한 이발소가 생긴 것은 1910년대라고 한다. 상투 강제 절단으로 상투가 함부로 봉두난발이 되자 머리를 가다듬을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발소를 찾아 하이칼라( 짧은 머리를 기름에 발라 넘기는 서양 스타일 )로 다듬는 것이 유행이었다. 해방 이후의 이 단발령의 전통(?)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두발 규제로  다시 나타나게 되고 장발을 퇴폐행위로 간주해 단속에 걸린 사람들은 거리와 경찰서에서 강제로 머리를 깎이는 해프닝도 있었다. (p_133)

 

  * 필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재능만 있으면 꾸준히 깎고 다듬어 수준급에 이를 수 있다. 일찍이 수필가 윤오영이 이런 말을 했다. 글의 한마디를 읽고 다음 말이 내 예상대로나 내 예상과 비슷하면 대개 안이한 글이요, 그 생각이 미흡하고 용렬하면 하수의 글이라고 했다. 내 예상보다 늘 새롭고 절실하면 이는 상수의 글이라는 것이다. 이런 글은 읽기에 족한 글이다. "말이 항상 의표를 찌르고 진실에 육박하며, 미지의 여운이 심층의 저변을 울리면, 이는 범상치 않은 명문일 것이다"라고 했다. 이런 글이야말로 기쁘고 즐겁게 읽기에 족한 글이라는 것이다. (p_139)  

 

  * "20대 때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40대 때 보수가 아니면 뇌가 없는 것이다." 윈스톤 처칠이 했다는 이 명언은, 젊었을 때는 누구나 진보적 기백이 있어야 하고 나이 들어 보수적이 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p_153)

 

  * 중국 당나라 시대의 유명한 시인 백거이(우리에게는 백낙천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가 선비의 신세를 한탄한 비재행(悲哉行)이라는 시가 있다. 선비의 신세는(悲哉爲儒者)"으로 시작하는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한다.

 

  山苗與澗松 地勢隨高卑(산묘여간송 지세수고비)  

  古來無奈何 非君獨傷悲(고래무내하 비군독상비)

  저 산의 풀과 물가의 소나무는 땅의 생김에 따라 높고 낮음이 다르다네

  예로부터 어찌할 수 없었으니 그대 홀로 아파하거나 슬퍼하지 말게 (p_160)

 

  * 자고로 말은 조심해야 된다고 한다.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우리 옛 시인의 시구도 있고, 심지어는 "너의 혓바닥으로 너의 목을 자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라는 좀 끔찍한 경고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입이 재앙의 근원이므로 입조심하라는 옛 중국 오대(五代)시대의 풍도(馮道)의 시가 있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다

 

  조선시대 폭군 연산군이 내시나 조정 대신들의 탄원 또는 직소를 방지하려고 신언패(愼言牌)를 만들어 차게 했는데 그 언언패에 이 풍도의 "설시(舌詩)"가 씌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p_164)  

 

  * 저 유명한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의 구절,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고당 맑은 거울에 비친 백발의 슬픔이여; 朝如靑絲暮如雪(조여청사모여설) 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희었다네."가 백발을 보고 늙음을 한탄하는 말이요, 그의 추포가(秋浦歌)에는 인구에 회자되는 백발삼천장을 읊어 근심 걱정이 백발의 원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白髮三千丈 (백발삼천장) 백발은 길이가 삼천 길

  緣愁似個長 (연수사개장) 근심 때문에 이렇게 자랐구나

  不知明鏡裏 (부지명경리) 알 수 없구나, 맑은 거울 속 모습

  何處得秋霜 (하처득추상) 어느 곳에서 가을 서리를 얻어왔나

 

  백두가 반드시 노쇠와 무기력의 상징만은 아닌 것이, 영어 속담에 "지붕에 눈이 있다고 해서 지하실에 불이 없을소냐( Just because there's snow on the roof, doesn't mean there's no fire in the basement.)" 하였고, 새치나 흰머리의 모습이 오히려 섹시하고 혹은 품위 있고 교양 있는 인상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숀 코너리, 리차드 기어, 해리슨 포드, 조지 클루니를 보라. 뿐만 아니라 백두는 연륜과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동안 부단히 심신을 수양함으로 쌓아 올린 덕과 경륜의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백발은 영화(榮華)의 면류관이니 의로운 길에서 얻어진다" 하였다. (p_171, 172, 173) 

 

  * 얼마 전에 이런 우수개 소리를 들었다. 어떤 40대 여인이 심장수술 도중 완전히 사망 직전까지 간다. 염라대왕 앞에 선 이 여인이 자기의 수명이 이제 다한 것인가 확인한다.

  "염라대왕 님, 제 일생은 이제 끝난 건가요?"

  염라대왕이 기록을 살펴본  다음 대답한다.

  "앞으로  40년 더 남았느니라."

  소생한 여인은 남은 40년을 보람차게 살기로 작정하고 얼굴 성형과 지방 흡입 수술로 예쁘고 날씬한 몸매를 만들어 퇴원한다. 그런데 병원을 나서는 순간 차에 치여 즉사한다.

  저승에서 염라대왕 앞에 선 여인이 "아직 40년이 더 남았다면서요?" 하고 따지니 염라대왕이 대답하기를 "미안하다. 성형을 해서 너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 (p_176, 177)

 

  * 설사 백년 후에 누가 그  이름을 기억한다 해도 그 이름이 실재는 아니지 않는가. 도가도 비상도요(道可道 非常道-도라 일컫는 것은 늘 도가 아니다), 명가명 비상명이라고 하지 않던가(名可名 非常名-이름이 붙은 것은 늘 이름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창해일속(滄海一粟)인 것을. (p_194, 195) 

 

  * 죽음에 임하여 남기는 말이 유언이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적탄에 맞아 운명하기 전 "싸움이 바야흐로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戰方急, 愼勿言我死)" 했다는 말은 유명하다. "종이와 연필을……." 독일이 낳은 세계적 서정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남긴 마지막 한마디라고 한다. 하이네는 무엇을 적고 싶었을까? 죽음에 임하여 갑자기 전광석화처럼 멋진 시상(詩想)이 떠올랐던 것일까? 아니면 마지막 떠나는 길에 그의 평생 문우(文友)인 지필(紙筆)을 동반하고 싶었던 것일까? (p_217)

 

  * 「비원(秘苑)의 가을」이라는 윤오영의 수필에 이런 말이 있다. "위대한 사람은 시간을 창조해 나가고 범상한 사람은 시간에 실려간다. 그러나 한가한 사람은 시간과 마주 서 있어 본 사람이다." 무위도식하는 사람은 시간에 실려 가는 사람이다. 권태롭고, 무료하고, 피로하다. 진정으로 한가한 사람에게는 시간은 더디지도 빠르지도 않은 것이다. 세월이 유수 같다고 하거나, 지루한 나날을 원망하거나 하지 않는다. 시간은 늘 그저 거기에 그렇게 있을 뿐이다. (p_244) 

 

  * 육필로 쓴 손편지를 받아 본 때가 언제였던가. 손글씨와 손편지에 담겨오는 정성과 인정이 그립다. (p_252)  

 

  * 우리나라에서 처음 커피를 마신 사람은 고종이다. 당시에는 커피도 한자 음역에 따라 '가배(??)차'라고 불렀다. 내가 커피를 처음 마신 것이 언제였는지는 기억에 없다. 우리 집에는 요새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커피가 없었다. 국산 커피는 없던 시절이다. 커피를 구하려면 인천 배다리 양키 시장에 가거나 미제 물건 파는 보따리장수 아줌마를 통해야 했다. 커피는 희귀품이고 요새처럼 아무 때나 집에서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려면 다방에 가는 것이 통례였다.

 

  이제는 안목항 커피거리는 강릉을 대표하는 명소라고 한다. 해변을 따라 30여 곳의 커피 전문점이 늘어서 있고, 어촌 해변에 활어 횟집보다 커피점이 더 많은 진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강릉지역 전체를 '커피특구'라고 하여 이를 셀링 포인트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린다고 하니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실로 유별난 모양이다. 이런 얘기를 읽으며 나는 아루 아침에 워싱톤 어빙(Washington Irving) 소설 속의 립 밴 윙클(Rip Van Winkle)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미국에 살면서 아침에 눈뜨면 꼭 해야 되는 일이 하나 있다. 커피 뽑는 일이다(전에는 커피를 끓인다고 했는데, 드립커피가 나오고 나서는 끓이지 않고 뽑거나 내린다고 한다). 하도  오래 습관이 되어서 모닝커피 한 잔 없이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천 마일의 여행은 언제나 큰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는 커피 애호가들의 말도 있지만, 나에게 커피는 하루를 시작하는 묘약이다. 아침에 마시는 첫 커피의 맛을 그 어디에 비하랴. (p_269,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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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문집『저 길을 걸어 왔구나』2016. 6. 30. <도서출판 포엠포엠 POEMPOEM> 펴냄

  * 태종수/ 1940년 서울 출생, 아칸소대학교 정치학 교수_은퇴(2010) 후 애틀란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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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6.09.02 15:39

    첫댓글 정성을 다한 정독에서 차원있는 안목으로 써주신 정숙자 선생님의 '맑고 따뜻하게' 문패처럼
    멀리 애틀랜타에 계신 태종수 선생님께서 행복해 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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