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인간 문화재 공방 강제 집행.

[문화를 몰라도 상은 받는다/한국의 현상/나는 대단하다]
이재필 문화재청 과장은
"제일 먼저 추용호 선생님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간문화재를 지켜드려야 하는데. 솔직히 해도 해도 통영시가 너무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땡볕도 따갑고 콘테이너 박스에 있는 소반과 연장은 시간 싸움입니다. 반나절 사이에도 소반이 다 틀어지고 연장이 쩍쩍 갈라집니다. 전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빨리 수장고로 들어가야 할 건데…."
지난 2일 추용호 소반장 공방 앞에서 만난 문화재청 산하 국립무형유산원(전주) 이재필 조사연구기록과장과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추 장인의 집이 강제 집행 당한 소식을 접하고 대책 강구에 여념이 없었다.
통영시가 강제 집행에 따라 추 장인의 집에서 들어낸 물품은 1톤 트럭 12차량 분량. 급하게 강제집행을 하느라 정확한 목록작성도 안된 상황이었다.
통영시 인간 문화재 공방 강제 집행.
추용호 장인과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의 가장 큰 염려는 아버지 추웅동 장인과 추용호 장인의 작품인 소반들과 연장의 훼손이었다. 그리고 장인의 가장 큰 자산 중의 하나인 목재 변형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지적됐다.
이재필 과장은 "한 번 훼손되거나 변형된 것은 복원이 잘 안됩니다. 무작정 상자에 싸서 창고에 넣은 것은 무조건 상하기 마련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법원 강제집행 창고를 열어 물건들이 숨을 제대로 쉬게 해 줘야 합니다. 통영시에서 협조를 해 주세요. 문화재청장 명의의 협조전을 전자우편으로 바로 발송하겠습니다"며 진땀을 흘렸다.
윤이상기념관 주차장에는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새벽부터 출발해서 대기한 이송탑차 2대가 하염없이 서 있다.
문제는 또 발생했다. 창고를 개방하고 작품과 필수 물품을 빼내는 비용이 1천200만원이었다. 그 비용을 지불해야만 통영시는 창고문을 개방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추 선생이던 문화재청이던, 제3자던 그 법적 비용을 지불하고, 확약서를 제출해야만 가능하다는 통영시의 답변이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1천2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추용호 장인 입회 하에 173박스 중 훼손 가속화가 우려되는 43박스를 국립무형유산원으로 임시 수탁했다.
이 과장은 "전국 어디에도 인간문화재를 길거리로 내쫓는 이런 사례는 없었습니다. 일단 물품 훼손을 막기 위해 임시 수탁하는 것입니다. 추 선생이 원하시면 언제든 다시 내어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재청장님과 추 선생님과의 독대는 물론 통영시장님과의 면담도 추진해 보겠습니다. 정말 추 선생님께는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 추용호 장인 공방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로 요즘 통영이 무식하고 천박한 동네란 비난을 듣고 있다. 이 동네에 사는 죄(?)로 덩달아 욕먹는 심경이 편치는 않다.
법대로를 고집하며 국가무형문화재 소반장 보유자를 상대로 강제집행에 들어간 통영시의 행위는 잘못됐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장인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시가 설득당하는 등 해결 방도를 먼저 찾았어야 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과정에 대해서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
2014년 초 윤이상 선생 집터로 말미암아 한 차례 문제가 크게 불거졌을 때도, 2014년 9월 장인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았을 때도, 2015년 말 장인이 명도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을 때도 ...
장인의 공방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다수가 무관심했다. 그러다 최근 강제집행 이후 통영을 비난하면서, 장인의 공방을 보존하고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모습은 사실 적잖이 황당하다.
양쪽으로 도로가 나 장인의 집만 중간에 덩그러니 남은 현 상황에서 공방을 보존하고 살리는 것이 최선일지, 장인이 더 나은 공간에서 전승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최선일지는 서로 대화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이다.
대를 이어 소반 일을 했고, 2014년 9월 국가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은 장인이 자신의 공방을 지키고 싶은 간절함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장인의 공방을 보존하고 후손에 물려주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객관적인 검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인의 공방을 보존하려면 그로 말미암은 또다른 재산 피해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려면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돈이 들 수도 있다.
또 장인의 공방을 보존하고 손보려면 그에 걸맞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재정도 필요하다. 장인이 사비를 내거나 국민 모금을 통해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이에 대한 해결책도 생각해야 한다.
추용호 장인은 지난 8일 공방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화와 논의 틀이 만들어지면 참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물꼬가 트였다. 이날 통영시민사회단체연대는 '철거와 보존이라는 대립 상황에서 예향의 도시에 걸맞은 품격'을 요구했다.
통영시장은 더는 시민을 욕보이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