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은 SNS상에서 '탕탕절' 로 통한다.
박근혜정부 시절 누군가에 의해 패러디돼 지금까지 이맘때면 인턴넷을 달구고 있다.
'탕탕절' 은 우리 역사에서 총, 대포, 화약과 관련돼 있다.
1957년 10월 26일(음력9월16일)은 이순신 장군이 구루지마의 왜군함대를 대파한 명량대첩이 벌어졌던 날이고, 1909년 10월26일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이며,1920년 10월26일은 김좌진 장군이 만주에서 청산리대첩의 대미를 장식한 날이다.
역사에 해박한 사람들이라도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던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기란 매우 어려운데, '탕탕절' 이란 쉽고 재기발랄한 고유명사를 만들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게 한 중요한 날을 되새기게 한 누리꾼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논란이 되는 '탕탕절' 은 1979년 10월26일이다.
이날은 박정희 정 대통령이 김재규 중아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운명한 날이다.
같은 10월26일에 벌어진 앞의 세 사건은 한민족 일원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통쾌한 날이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영도자'로 추앙하는 이들에겐 '탕탕절' 이 대단히 모욕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박정희 신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대구경부에서 '탕탕절' 이란 말은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지금은 그의 딸까지 영어의 몸이 아닌가.
하지만 '왜 탕탕절이란 신조어가 나오게 됐을까' 하는 의문도 가져봐야 한다.
박정희는 민족 지도자란 평판과 함께 인권을 탄압한 독재자란 양날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주목할 것은 '탕탕절' 이란 신조어가 나온 2014년은 박근혜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본격적으로 게획한 해다.
최근 한 언론이 공개한 2014년 8월22일 박근혜 대통령 주관 수석비서관회의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 등을 삭제하기 위해 교육방송(EBS) 한국사 교재에까지 손을 댄 정황이 확인됐다.
'탕탕절' 이 거져 나온 게 아니란 말이다.
즉 '탕탕절' 은 벨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과 같이 경제적 상품소비 전략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라 누군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시키고 박근혜 대통령의 여가인식을 비판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누리꾼들은 무거운 정치적 함의와는 별도로 '탕탕절' 을 하나의 가벼운 문화로 볼 뿐이다.
그저 10월26일 탕수육, 설렁탕, 매운탕 등 '탕' 자가 달린 음식을 먹으면서 역사적인 날을 기념 하자고 한다.
한편 10월26일 구미에선 엄숙한 추모제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박진관 / 영남일보 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