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찢겨나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의료진은 격무에 시달렸고 죽음을 무릅쓴 채 출동을 나가고 있으니, 나는 그가 가려는 사지와 내가 선 사지에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405)
중증외상 외과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국종 교수가 말한 것처럼 결코 부유한 사람들이 아니다. 가진 사람들은 사지가 찢겨 나가고 내장이 파열되어 생사를 넘나드는 직종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일용직이거나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해 찾아 오는 곳이 중증외상 외과다. 의사 선생님들도 중증외상 외과에 근무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한다. 매일 사투를 벌려야 하기 때문이다. 온통 피를 뒤집어 써야 되고, 죽음 속에서 환자를 살려내야 하는 압박감에 눌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병원 측에서도 중증외상 외과를 그리 반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중증외상 외과는 돈 먹는 하마다!
병원에서 중증외상 외과를 두려고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이국종 교수는 병원에서도 반갑게 여기는 않는 곳에 끝까지 버티는 이유는 뭘까? 병원에서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증외상 외과에 들어오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 후에도 치료비를 값을 능력이 없어 고스란히 병원 측에서 부담을 껴 안아야 한다. 병원도 돈이 들어와야 운영되는 조직이다. 의료보험공단에서도 실비를 제공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중증외상 외과는 그야말로 홀로 선 섬과 같은 존재다. 다행히 석해균 선장의 치료로 매스컴을 탔기 했지만 아직까지도 중증외상 외과 시스템은 정책 사업 후순위에 머물러 있다.
엄청난 양의 공부를 열심히 한 의사들도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의료직만 그럴까? 성실해야 하는 기준은 모든 직업에 적용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성실하게 학생들을 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군이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옳은 것을 주장하며 굽히지 않는다, 안 될 경우를 걱정할 것 없다, 정 안 되면 다시 배를 타러 나가면 그뿐이다. 원칙에서 벗어나게 될 상황에 밀려 해임되면 그만하는 것이 낫다' (43) 이국종 교수의 직업관이다 .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의료계에서도 이국종 교수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세상의 인기를 구하기 보다 맡겨진 사명을 위해 원칙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한 번 사는 인생,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선진국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에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의료헬기를 도심지에 이착륙 시키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의료진을 탑승시켜 최소한 시간을 줄여 살릴 때까지 환자를 살릴려고 한다. 우리의 생각과 크게 다른 점이다.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지 않는다.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
매 순간 환자와 연결되어야 한다!
의료진은 원칙대로 환자와 함께 해야 한다. 가까이에서. 교사도 마찬가지다. 항상 학생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학생의 성장을 위해 최대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외상센터에 실려 오는 환자들의 삶은 대부분 남루하다. 외상외과 의사는 환자의 사회적 위치나 배경에 치료 방침이 흔들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의사직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없는데 이국종 교수는 오직 사명감으로 극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간다. 잘리는 순간까지는 최고의 수술적 치료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만의 삶의 신조다. 중증외과 의사들이 하는 일은 개인들의 노력과 희생에 기대어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이제 정치권에서 우선 순위 사업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때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록한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이지만 나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