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의날'을 맞아서...
오늘은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날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하여 세계적, 국민적 관심을 고취시키고 노인에 대한 공경과 감사한 마음을 새기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노인의날이면 익히 누구나 알고있는 노마지지(老馬之智)가 떠오른다.
老 늙을 노, 馬 말 마, 之 어조사 지, 智 지혜 지.
한비자(韓非子) 설림편(說林篇)에 나오는 이 말은 '늙은 말의 지혜' 라는 뜻으로 경험을 쌓은 사람이 갖춘 지혜를 이르는 말이다.
세상만물은 모두 그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다만 그 쓰임새의 크기와 모양새가 다를 뿐이다. 내 기준으로만 세상을 본다면 오류가 많을수밖에 없다.
두루 본다는 건 다양한 관점으로, 때로는 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고 어긋남이 적다는 뜻이 된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에게 묻는 건 수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내 지혜가 부족하면 남의 지혜를 빌리는 게 진짜 지혜(智慧)란 뜻으로 군자는 소인에게서도 배운다고 했다.
제나라 환공이 당대의 명재상 관중과 대부 습붕을 데리고 고죽국 정벌에 나섰다.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져서 봄에 시작된 전쟁이 그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혹한에 귀국길에 오른 환공은 지름길을 찾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진퇴양난에 빠진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했다.
“노마지지(老馬之智), 이런때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의 말대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니 얼마 안 되어 큰길이 나타났다.
그렇게 길을 찾아 제나라로 돌아오던 병사들이 이번에는 산길에서 식수가 떨어져 물과의 전쟁을 치루게 되었다.
그러자 습붕이 말했다.
“개미는 원래 여름엔 산 북쪽에 집을 짓지만 겨울에는 산 남쪽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산다. 흙이 한 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속 일곱 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산을 뒤져 개미집을 찾고 그 아래를 파보니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한비는 이 이야기 끝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관중의 총명과 습붕의 지혜로도 모르는 것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지금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조차 배우려 하지 않으니 잘못된 일이 아닌가.”
"늙은 말의 지혜"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은 하찮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장점이나 지혜가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노마식도(老馬識道) 노마지도(老馬知道)라는 말도 있다.
요즘엔 ‘경험으로 축적한 지혜’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누구도 모든 지혜를 품을순 없고 누구도 모든 앎을 담을순 없다.
그러니 지혜는 나누고, 모르는 건 물어야 한다. 불치하문(不恥下問) 묻는 건 결코 수치가 아니라고 했다.
진짜 부끄러운 건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것이다. ‘척’하면 잃는게 많은 법이다. 앎도 잃고, 지혜도 잃는다. 늙은 말, 개미에게도 배울게 많은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흔히들 노인이 되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노화학자 애칠리(Atchley)에 따르면 노인이 되면, 추리 연산 등의 유동성 지능(Fluid Intellgence)은 떨어지지만, 언어이해력, 판단력과 같이 경험, 훈련 및 교육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발달 축적되는 문화적 지능인 결정형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더 좋아진다고 한다.
또 한자인 생각할 고(考)를 갑골문의 유래로 노인(老)이 지팡이(丁)를 짚고 있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래서 노인은 세상 풍파를 모두 겪은 사람으로 어지간한 세상일은 달통하여 그에게 물어서 생각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뜻을 담고있으니 결정형 지능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경험을 쌓은 사람이 갖춘 지혜를 이르는 노마지지(老馬之智), 한가위 긴 연휴 멀리 찾은 고향에서, 또는 전화 통화로라도, 어르신들이 주는 지혜의 말씀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