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아쉬워..
또 한 잎을 고른다. 서른 여덟해 동안, 두 번째 해 보는 일인가?
서을이라는 도시에서는 가질 수 없는,...
아니, 서울이라는 도시여서 누릴 수 있는 지금의 여행..
첨 맛, 그대로..
세 번째잎을 고른다.
바다와 함께 피어올라, 끝에 달려 있는 화.
난 진달래 세 잎을 먹었습니다.
뒤늦은 점심으로 먹은 장구항 포구의 실치회보다
더 맛나는 진달래잎..
일상에서 사탕수수의 단 맛에 길들여진 혀에게는
너무나 황송하고 귀한 바다의 맛..진달래..
( 잠시, 충무가 고향이고, 진달래와 개나리를 좋아한다는 사람도 생각났다.)
진달래--- 다섯장의 꽃잎에 10개의 수술을 하고 있다.
큰 술 3-5개, 키 작은 술 5개.
다시 두 잎을 골라 딴다. 책갈피에 꽂으려고,
영지와 빛남은 먹지 않는다고, 저만큼 앞서 내려가 버린다.
물찬 포구엔 낚시배와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파도소리는 마음에 담기고,
동산을 꼭 닮은 돌 하나를 빛남이 발견했다.
바다가 던지는 사랑을 고스란히 받아서
짙은 진달래가 ..192m 의 동산 .
낮은 솔나무 사이마다 사이마다
뒤늦은 막둥이들만 모여서 숨은 듯, 아니 숨은 듯이
나무계단 500여개를 밟고
해뜨고 지는 동산, 왜말에 올랐다.
한 두어개의 비선은 차라리
포구의 아늑함과 조용함을 마련해 주었다.
관광지의 요란한 카페송도 없어서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딱 그만큼 알맞은 파도소리를 던지며
물찬 방파제엔 갯지렁이 끼우는 젊은 팀..
<석문 방파제--아산만을 메운 곳>
처음 당도한 곳이 길을 잘못들어 온 성구미항
짧은 치마와 반 팔을 입고 감기 기운 조금 있는 영지는 방파제로 가기도 전에 모자를 덮어쓰고 차로 가자고 보챈다.
어찌 이리 고통에 대한 인내력이 없는지?? 호기심도, 모험심도 없는지??
부녀는 차로 가 버린다.
혼자서 처음 본 서해의 푸름과 깨끗함을 누린다.
바위마다 석화가 하얗게 피어있다.
사람들은 석화를 딴다고 듬성듬성 바위하나마다에 고개를 파 묻고 있다.
나도 큰 바위하나를 살핀다. 아니,석화보다 아기소라가 있네. 잡아 가기엔 미안하고 가여운 생각만 들게 된다.
이 소라에게까지 휴머니즘을 발휘해야 하나?
사람들은 이 아기소라를 못본걸까? 왜이리 많지.
한 바위에서 .. 쓰고 간 모자에 담아본다.
세 개째의 바위를 탐색하다 기다릴 부녀를 생각해서 포기하고 발길을 서두른다.
왜목으로 가는 길에 석문 방파제를 만났다. 그곳이 아산만을 메운 곳이라고는 지도를 보고서야 안다.
몇 Km나 되는 긴 방파제--조깅을 생각했다. 이 끝에서 저끝까지 바다와 함께 달리고 싶다.
장기리항에서 갯벌이 보이는 작은 횟집에서 4;30분 늦은 점심을 먹다. 4월의 별미라는 실치회 한 접시 15000원.
타원형 접시에 당근, 양파, 깻잎, 쑥갓, 오이가 채썰어서 둘러져 있고, 중간에 참기름과 깨를 두른 실치가 까만눈을 반짝이며, 모여있다. --아주머니, 어떻게 먹지요? 큰접시에서 무침니까? 개인접시에다 덜어서 무칩니까?--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하란다. 개인접시에다 덜어서 각자 초장 넣어서 무쳐 먹는다. 보기보단 별맛이 없다. 왠지. 씁슬한 맛만 있다. 국물없는 공기밥 2개를 시켜서 먹으면서, 두 번은 안 먹을 것 같은 실치회다. 반이나 남겨 놓고, 부녀는 또 일어선다. 에구, 맛은 없어도 아까운 것, 아주머니, 이거 포장해 주세요. 가서 저녁에나 밥 비벼먹자. 역시 맛 없긴 마찬가지다.
돌아오는 길--서해대교와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다고 한다.모녀는 잠들어서 몰러...눈 뜨니 주차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