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전서 제24권 / 기(記)
창백당기(蒼柏堂記)
동방에 나무가 있는데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른다. 혹 잣나무[柏]라는 이도 있지만 잣나무 껍데기에 소나무[松] 잎이고, 혹 해송(海松)이라는 이도 있지만 소나무 꽃술에 회나무[檜] 몸통이다. 그러니 회나무 같기도 하고 소나무 같기도 하고 잣나무 같기도 하지만, 잣나무도 아니요 소나무도 아니요 회나무도 아니다.
잎은 기다라면서 헝클어졌고 몸통은 곧으면서 기가 충만하여, 풍상(風霜)과 한서(寒暑)를 능란히 견디어 다른 나무들과 영췌(榮悴)를 함께 하지 않고, 하얀 껍데기에 청흑색의 잎으로 꽃도 있고 열매도 있다.
이것은 특히 높고 추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나기를 좋아하는데 어려서는 빨리 자라지 못하다가, 장성하면서는 우뚝히 곧장 천길 위로 솟아올라 태양을 헤치고 구름을 쓸어버릴 기세가 있으며, 가지는 사방으로 멀리 뻗어서 그 아래는 만 명의 사람이 앉을 만도 하니, 그 늠름하고 우뚝하고 기괴함이 소나무나 잣나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한 천백세(千百歲)를 하나의 춘추(春秋)로 삼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그 나무의 생사를 아무도 알 자가 없거니와, 그것이 중국에는 나지 않고 궁박한 절역(絶域)에만 있기 때문에 이름도 아는 이가 아무도 없으며, 또한 고금의 지사(志士)나 은자(隱者)들의 가영(歌詠) 속에도 나타난 것이 전혀 없다.
아, 진(晉)나라 사람들이 대[竹]를 사랑한 것이나
당(唐)나라 사람들이 모란(牡丹)을 사랑한 것이나
도 정절(陶靖節 정절은 도잠(陶潛)의 시호)이 국화[菊]를 사랑한 것이나
무극옹(無極翁 주돈이(周敦頤)를 가리킴)이 연(蓮)을 사랑한 것은 또한 각각 그 화색(華色)의 사랑스러움을 취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또 어찌 정직한 성질과 풍상을 견디는 지조, 웅표(熊豹) 같은 자질, 용리(龍螭) 같은 몸통에다
동량(棟梁)의 재목이며 주집(舟楫)의 용도를 지닌 것으로, 줄기는 천둥과 비를 물리치고 뿌리는 샘의 근원을 파고들며,
기(氣)는 구름과 안개를 내뿜고 상쾌함은 하늘에 통하여 곤(鵾)과 학(鶴)이 깃들 수도 있고 뜨거운 볕을 가려줄 만도 하며,
싸늘한 자연의 소리가 있고 무성한 푸른 빛이 있고 맹렬한 향기가 있으며, 천균(天勻)의 도끼가 아니면 벨 수가 없고
만우(萬牛)의 힘이 아니면 운반할 수도 없으며, 그 꽃과 열매는 또 질병을 치료하여 민생들을 장수하게 할 수도 있는
이 나무와 같을 수가 있겠는가.
이러한 나무를 나는 유독 사랑하여 어루만져 완상하고 배회하면서 일찍이 그 나무에 대해 누누이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나무를 당(堂) 앞의 바윗가에 심어서 후일에 많이 자라서는 산을 의지해 그 뿌리를 내리도록 하고
‘창백(蒼柏)’이란 이름을 붙였으니, 대체로 그 토속(土俗)의 말에
또 “그 빛깔이 매우 푸르러서 하늘의 빛과 가깝다”는 것에 의거한 것이요, 내 스스로 그렇게 이름지은 것이 아니다.
이미 이것으로 당을 이름하고 인하여 이렇게 기록하는 바이다. 갑인년 2월 일에 하촌(夏村)에 우거한 사람은 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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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국화를 좋아하는디 ... 도잠이 국화를 좋아한다고 ... 귀거래사 쓴 사람도 국화 좋아한다고 했는디
그사람이 그사람인가?
주돈이는 애련설이라고 해서 연꽃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애겸설이라고 겸사를 사랑하는 글 좀 써달라고 했더니 누가 눈을 흘겼습니다. 아무거나 따라 하는게 아닌가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