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11월 17일 무박산행
산행인원: 14명(대간거사총대장, 상고대대장, 메아리대장, 영희언니, 스틸영, 악수, 한계령, 산정무한, 인치성, 향상, 신가이버, 해피, 불문, 무불)
경주 여행은 그것이 어떤 형태든지 수학여행과 닮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든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이든(외도?) 상관이 없이 늘 교양적인 여행이 주가 되기 마련이다. 유적지를 탐방하고 그에 얽힌 역사를 되짚어본다. 여행에서는 피하고 싶기 마련인 유적지의 엄청난 관광객들, 주차와 매표에 들이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철없던 시절 국사교과서와 수학여행에서 접했던 경주는 잠재의식속에 강렬히 각인되어 있나보다. 무의식중에 수학여행의 궤적에 이끌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된다. 수학여행의 기억은 가족여행을 통해 이제는 더 이상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유전이 된다. 경주에 어떤 맛이 있어서 이런 집단 무의식이 유지되고 전승되는 것일까? 위대한 작품은 일단 뇌리에 함장시켜 놓으면 언제가 우리의 안목이 열릴 때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라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멋 모르고 외웠던 교과서의 시 한구절을 빌어 지금의 내 느낌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처럼. 경주도 유적을 되새김질하며 역사가 전해주는 위대한 스토리와 성취에 눈을 뜨게 한다.
오지에서 경주를 간다. 토함산을 오르고 다시 차로 이동하여 남산을 오른다. 등산객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오르는 길을 오지는 어떤 선을 그을지 자못 궁금했다. 유적탐방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역시 경주스러운 산행이었다. 토함의 정상에 단숨에 오르고 남산은 2차에 걸쳐 십자로 관통한다. 일반등산로뿐만 아니라 통제로를 적절히 활용해서 최대한 경주 산맛을 볼 수있도록 오지스러움을 잃지 않고 등로가 그어져있었다.
새벽 4:40 백년찻집에서 토함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를 찾느라 악수님과 무한님이 일행과 떨어져 먼저 갔고 나머지 일행은 정규 등산로를 올랐다. 대로에서 오케이를 하며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려니 왠지 쑥쓰러웠다. 토함산 정상 5백미터 전에서 첫 휴식을 취하며 영희언니가 준비한 호박죽으로 빈속을 달랜 후 6시경 정상에 오른다. 일출까지는 1시간이 남았다. 일정이 빡빡하고 정상의 기온이 낮아서 석굴암 주차장에서 일출을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뒤에 올라온 악수님은 토함산 정상의 일출은 절대 놓칠 수없는 경관이라신다. 모두 남아서 일출을 보기로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샛별. 부처님은 새벽에 눈을 들어 샛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한다.
정상에서의 추위를 오뎅탕으로 달래본다. 스틸님은 딱 알맞게 닭알을 삶으셨다.
총대장님과 샛별
무한님의 말씀을 따라 총대장님은 따뜻한 옷을 모두 차에 두고 내리셨다. 총대장님을 비롯한 여러 명이 한시간 동안 오들오들. 그래서 포즈도 다소곳하고 서로 앵겨있다.
일출을 기다리며 하늘의 비행기가 일본에서 오는건지 우리나라에서 가는건지 논쟁중
영희언니와 일출
일출을 바라보며. 옆에서 보면 딱 해뜨는 걸 바라보는 미어캣 모양이다.
토함정상의 일출. 토함산 명칭 기원이 두가지다. 하나는 안개와 구름을 삼키고 토해낸다는. 또 다른 하나는 석탈해의 산이란 뜻으로 탈해의 다른 이름이 토해이며 이를 음차한 것이 토함이라는 해석. 석굴암 부처님이 계신 토함산에서 샛별과 일출을 함께 보니 뭔가 좋은 일이 있을듯하다^^
정상에서 석굴암까지는 정규등로를 벗어나 골로 바로 내린다. 불행하게도 먼저 간 일행이 석굴암 관리인과 바로 마주쳐서 진입이 막힌다. 여기 관리인은 비법정 등로를 넘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입장료에만 관심있다. 입장권없이 참배 불가. 모두 철수하고 악수님과 나만 다른 일행인 것처럼 하고 석굴암을 배관한다. 석굴암 본존불은 상호(얼굴 모양)는 우리나라 모든 부처님의 전범이다. 불상은 모양과 크기도 중요하지만 상호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친다. 상호에서 표현되는 적멸과 선정의 깊이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던가. 석굴암은 대승경전 유마경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부처님 주위로 10대 제자가 있고 감실에는 유마거사가 있다. 유마거사는 세속 생활을 영위하는 재가불자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장자이다. (참고로 거사님은 속세에서도 청정한 행을 닦으셨지만 꽉 막힌 분은 아니셨다. 요즘으로 치면 노래방 룸싸롱도 가시고 도박도 하신다. 물론 그곳에 오는 증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흠흠 ㅎㅎ. 그야말로 나의 롤 모델^^) 유마거사께서 쟁쟁한 10대제자들께 유와 무가 다르지 않고 색과 공이 다르지 않다는 불이법문을 설한다. 본존불 뒤에 조각된 11면 관세음보살상은 세계 어떤 11면 보살상보다 뛰어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상고대님과 무불님이 성화 채화를 시범보이고 있다.
석굴암가는 길, 향령
석굴암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외관은 별 볼품이 없어서 석굴암 밑 수광전의 현판을 사진에 담았다. 수광전은 아미타 부처님을 모신곳. 무량, 무량수, 무량광 모두 아미타부처님을 이르는 말이다.
석굴암에서 불국사로 내려오는 길이 이토록 아름다운줄 몰랐다. 예전 수학여행때는 일출에 맞춘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이 길을 올랐다. 올랐다는 기억만 있지 풍광은 전혀 내장되있지 않다. 지금은 차도가 난 길을 편히 올라 더더욱 이 길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무한님은 이길을 오른 기억도 없다고 하신다. 왜냐하면 수학여행때 전날 과음하느라 여관에서 아예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잠시 요기를 하고 남산으로 향한다. 그덕에 두메님은 오전에 눈붙이지도 못하고 우리를 실어 나르신다. 넓은 들판 위로 남산이 높지 않지만 듬직하게 솟아있다. 남산은 신라인들에게는 불국토의 상징이었다. 불국토를 건설하는 공덕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부처님과 탑을 이곳에 세웠다. 남산에 올라 경주의 평야를 보노라면 이곳은 장엄함보다는 평안함의 불국토라는 생각이든다. 약간 늦은 오후 비스듬한 햇빛을 받으며 경주의 들녂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라. 마음 편안함, 따뜻함 그리고 아련함을 느낄 것이다. 남산은 거기에 딱 맞는 산이다.
남산 들머리를 무량사로 잡는다. 관음기도 도량
능선에 오르기 위해 무량사 뒷편 솔숲을 잡는다. 솔향과 따뜻한 햇볕이 몸을 녹인다. 무한님은 수학여행 스타일이다. 배낭도 차에 두고 나온 건방 불량 산행. 해피와 가이버도 동참한다. 고등학교때 조금은 놀아보신 무한님은 당당하게 올라가지만 해피는 왠지 몰래 숨어서 담배 피듯이 조심스럽고 쑥스러운 모습이다.
지암곡 삼사지 삼층석탑
고속도로 같은 남산의 등줄기 능선을 따라 관광객 산행 모드
총대장님은 새벽 토함산을 오르며 이런 때 신라의 달밤을 아니 부를 수없다시며 한 곡조 뽑으신다. 가사에 있은 ~금오산 기슭에서~의 금오산이 여기라는걸 이제 알았네.
캬~ 눈아래 마애불이 보이고 수리(?)인듯 새가 난다.
마애불께 불문 무불 그리고 나는 참배한다.
동방의 약사여래. 가난 질병 온갖 어려움에 빠진 중생구제의 서원을 세우고 동방에 불국토를 만드신 분이다. 큰법당이 대웅보전으로 적혀 있으면 부처님 세분을 모신 곳이다. 중앙에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고 보통 그 (부처님을 바라보고) 왼쪽이 서방 극락정토를 세운 아미타부처님 (부처님의) 오른쪽은 동방 정유리세계를 세우신 약사여래를 모신다.
불두가 없는 불상. 불상을 세우는 공덕은 무량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덕이 충분치 못한 불자가 불상을 조성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천년을 버티고 사람들에게 불심을 주는 공양은 그만큼 덕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삼릉의 소나무 숲
삼릉
주차장에서 점심을 하고 포석정에서 2부 산행을 시작한다.
오층석탑이다. 탑은 부처님의 몸을 상징한다. 원래 부처님은 불상으로 모신 것이 아니고 스푸파라고 해서 부처님 사리로 모셨다. 그 곳에서 법회도 하면서. 차츰 탑은 사리를 모시는 기능 보다는 법당의 형태로 변화했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그 전형이 목탑이다. 황룡사9층탑 그리고 일본 교토의 동사의 5층목탑 등이 전형적인 목탑이다. 지금은 속리산 법주사의 팔상전 등에서 찾아 볼 수있다. 중국은 벽돌로 된 전탑형태로 발전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분황사가 전탑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탑이 차츰 법당에서 분리되어 현재는 석탑 형태를 띠게 되었다.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법화경에 나오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다보 부처님을 상징하는 것이다.
금오정에서 휴식
다시 금오산으로 가는 길
칠불암 위의 신선암. 관세음보살님으로 보인다. 이마의 관에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으면 관세음보살이다.
칠불암의 칠불. 사방불과 삼존불이다. 서방은 아미타부처님 동방은 아촉불 혹은 약사불이다.
칠불암에서.
고위봉 정상을 찍고 하산한다. 바로 앞 능선이 이무기 능선이다. 남산의 품격에 맞지 않는 이름이다. 저 멀리 앞으로 뻗은 가운데 능선 8부쯤에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있다. 참배 못해 아쉽지만 어찌 한번에 불국토 모두를 둘러볼 수있으랴.
용장리 하산. 불문은 특별한 경주 산행을 놓칠 수없어 엉치가 좋지 않은데도 산행에 참여했다. 산행 후반부터는 다리를 조금 절면서도 빠짐없이 참배하고 예를 표한다.
더덕 마마 무불
이번 저녁은 짜글이다. 색다르고 맛도 좋다. 가이버는 김장담그는 날인데도 겁없이 산행에 참가했다. 그간 가족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한 것을 믿고 그랬는지. 그래서 저녁에 집에 가서 한포기라도 김장을 담구어야한다. 저녁을 여유있게 먹을 틈이 없다. 낯선 장소라 지방 특산물 식당을 찾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국밥이나 말아먹고 갈 위기에 우리의 스틸님이 또 구원투수로 나섰다. 열렸는지 의심스러워 그냥 지나칠뻔 했던 식당을 재빠르게 찾아가서 짜글이찌개로 선방한다. 메뉴에 없는 고기추가도 딜을 해서 확보하고. 우리 허당 아저씨들 그저 좋아서 헤헤하기만 한다.
그동안 일요일 주방을 차지하며 포인트를 쌓았다고 생각했건만 이번도 사실은 무리한 산행이었다. 막내 방을 마련해주고 큰녀석 방을 옮겨주느라 이번주에 벽지, 마루 공사를 하기로 했다. 집안 정리하고 가구옮기고 쓰레기 치우고 할 일이 태산이었다. 그걸 뛰쳐 나갔으니. 일요일에 요리하겠다니 애엄마가 막는다. 시간 없으니 집안 정리하라고. 그래서 이를 만회할 도박수를 던진다. 성공 확율이 의심스러운 요리로. 중국식 도미찜^^ 파와 생강으로 맛을 내고 고수로 풍미를 돋구는. 애엄마는 마뜩지 않은 눈치다. 그래도 절반은 성공했다. 그 맛에 애들도 좋아하고 애엄마도 놀란다.
도박 도미찜
첫댓글 종교문화기행겸, 산행겸 즐거운 산행들 하셨네요. 막판 짜글이와 도미찜의 대비가 아름답습니다 ^^ 점점 요리가 고난도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ㅎㅎ
나도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어 ㅎㅎ
박식하고 유창합니다. 불자에게 불국토는 극락에 다름아닌가요. 작가의 기쁨과 흡족함이 읽는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오는 듯.
총대장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주신 아이디어를 모아 근근히 쓰고 있습니다.
이제 산행기는 경지에 오른것 같습니다
나무랄데가 없네요
이공형님 은 무얼보여 줄지 궁금하네요
해피~ 불씨를 계속 살리네 ㅎㅎ
@향상(박동욱) 요즘 해피님의 댓글이 톡톡!! 투ㅕ여~~~! ㅋㅋ
이미 백기투항한지 오래라니까!!
이번 경주 산행은 특히 향상 ,불문, 무불님의 불심에 기름을 부은 듯해요~^^
불교문화를 많이 이해하게 하는 박식한 산행기입니다^^
애엄마가 안해가 되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며..... 오! 지! 를~~~ 위하여!!!
안해로 봐야겠군요^^ 그런 방법이 ㅋㅋ 명심하겠습니다.
종교를 떠나 이땅에 오래전에 살아간 사람들의 혼이 담긴 유적 앞에서 경외로움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온화하면서도 근엄한 표정의 마애석불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죠. 불심 가득한 향상형님과 함께 산행하여 유익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병원 소개받고 한달이상 괴롭히던 근막염증도 가뿐히 치료했어요.
원장선생님이 그러더군요 "당신들 하는 산행이 그게 어디 산행이냐(개빡시다는 의미), 산행하고 아프면 와서 한방 더 맞어~" ㅋㅋㅋ
근막염증을 치료하였다니, 이제 우리는 다 죽는 건가?
좋어졌다니 다행이네. 나는 자주 그래서 그 친구 도움 많이 받아.
@향상(박동욱) 해마도 보내야겠네~
@스틸영(김순영) 네~ 족저근막염도 잘 치료해줍니다. 오십견도 잘 보는 친구.
옛 추억이
당신의 산행기에서 횃불처럼 타오르네요.
풍요로운 사랑이
차고넘쳐 온누리를 비추는 듯합니다.
아름답습니다!
헤헤 감사^^ 해 넘기기전에 산행 같이 하시면 좋겠습니다.
향상법사 님의 과학적인 설명(신가이버 님 버전)을 들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
토함산 일출은 제가 괜히 고집했나 보네요. 이건 원, 미안스러워서.ㅠㅠ
악수형님 덕에 토함 일출을 보는 큰 성과를 올렸습니다. 내심 박수쳤던 일인^^
글빨이 거사 반열에 머지 않아 오를 듯 합니다(향상거사?) 훗날 퇴직 후 토함산 + 남산, 경주국립공원 "문화유산 해설가"로의 재취업은 따 놓은 당상 입니다. ㅋㅋ
처 삼촌 벌초하듯 훑고 지나온 유적지 탐방 산행이었으나 깔끔히 정리된 대단한 산행기 감상하고 갑니다.
과찬이십니다 ㅎㅎ 형님께서 항상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주시는 덕분에 근근히 써나가고 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