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발이즐(簡髮而櫛)
머리를 한 가닥씩 골라서 빗는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는 말이다.
簡 : 대쪽 간
髮 : 머리털 발
而 : 말이을 이
櫛 : 빗 즐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4%는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 어니 젤린스키의《모르고 사는 즐거움》中에서 -
따지고 보면 걱정의 96%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걱정의 96%가 쓸데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사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걱정도 쓸데없는 것이다. 하물며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있는가. 어리석은 짓이다.
뜻대로 안 된다고 너무 근심하지 말라. 마음이 유쾌하다고 해서 너무 기뻐하지도 말라. 오랫동안 무사하다고 너무 믿지 말 것이며, 처음 맡는 어려움을 꺼리지 말라. 첫 난관만 돌파하면 그 다음은 오히려 쉬워지는 법이다.
- 홍자성의《채근담》中에서 -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말라는 충고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좋은 일이 생겼다 해서 너무 기뻐하지도 말라는 말이다. 뜻대로 안 된 일이라 해도 정성과 최선을 다하면 언제든지 성공할 날이 오게 되고, 좋은 일에 너무 기뻐하는 마음이 오히려 실패의 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을 시작해서 처음 부닥치는 난관에 겁을 먹고 주저앉을 일은 아니다.
이 성어는 머리카락을 낱낱이 골라 가려가며 빗질을 한다는 뜻으로 몹시 좀스럽거나 또 쓸데없는 곳에 정력을 낭비하는 따위에 쓰는 말로서 장자(莊子) 第23 경상초(庚桑楚)편에 간발이즐 수미이취(簡髮而櫛 數米而炊)라는 말에서 나온 것인데 머리카락을 가려가며 빗질하고 쌀을 세어서 밥을 짓는다고 한 말이다.
장자(莊子) 第23 경상초편(庚桑楚篇)에 나오는 내용이다. 노자(老子)의 제자였던 경상자(庚桑子)가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且夫二子者, 又何足以稱揚哉?
是其於辯也, 將妄鑿垣牆而殖蓬蒿也.
簡髮而櫛, 數米而炊, 竊竊乎又何足以濟世哉?
擧賢則民相軋, 任知則民相盜.
너희들이 말한 요(堯)와 순(舜)을 어찌 칭찬할 만하다고 하겠는가. 그들이 변설로 한 일은 함부로 담장을 무너뜨리고 잡초만 자라게 한데에 지나지 않는다. 머리칼을 하나씩 빗거나 쌀알을 세어서 밥 짓는 식으로 깐깐하고 까다로운 짓을 하여 왔다. 과연 그런 짓이 얼마나 세상을 도왔단 말인가? 이들처럼 현자(賢者)를 등용한다면 백성들은 서로 다투게 되고, 지혜 있는 자에게 벼슬을 맡기면 백성은 서로 속이게 된다.
之數物者, 不足以厚民.
民之於利甚勤, 子有殺父, 臣有殺君.
正晝爲盜, 日中穴裴.
이러한 짓은 세상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가 없다. 다만 백성을 자기 이익만을 위해 힘쓰게 만들며,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고 신하가 임금을 죽이게 되며, 대낮에 도둑질을 하거나 남의 집 담장을 꿰뚫고 들어가는 일이 생기게 된다.
吾語女; 大亂之本, 必生於堯舜之間.
其末存乎千世之後.
千世之後, 其必有人與人相食者也.
내가 그대들에게 말해 주지만, 대란(大亂)의 근본은 틀림없이 요순(堯舜) 때에 생겼다. 이윽고 그것은 천대의 후세에까지 미치겠지만 그 때가 되면 필경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일도 생기게 될 것이다.
▶ 簡(간)은 형성문자로 柬(간), 間(간)과 통자(通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간(閒; 門+月)은 틈, 사이를 뜻하고, 竹(죽)은 대나무를 말한다. 앞의 두자를 합(合)한 글자 𥳑(日대신 月을 쓴 자)은 사이를 두고 늘어 놓은 대나무의 패목(牌木)이다. 옛날에는 나무나 대나무의 패목에 글자를 썼다. 약속은 그 패목들에 써서 둘로 나누어 가지고 있다가 후에 맞추어 증거로 하였다. 그래서 증거를 대조하는 데서 비교해 보다는 뜻으로 알다, 알기 쉽다, 간단, 대충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더욱이 흩어진 簡(간)을 가죽 끈으로 엮은 것을 冊(책)이라 하였다. 簡(간)은 閒(門+月)을 間(간)으로 쓴 것을 본뜬 모양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편지 찰(札)이다. 용례로는 간단하고 깨끗함을 간결(簡潔), 간단하고 편리함을 간편(簡便), 간략하고 또렷함을 간단(簡單), 인재를 골라서 추림을 간탁(簡擢), 여럿 중에서 골라냄을 간택(簡擇), 간단하고 분명함을 간단명료(簡單明瞭), 간단명료하고 직선적이어서 에두르거나 모호함이 없음을 간명직절(簡明直截), 머리를 한 가닥씩 골라서 빗는다는 몹시 좀스러운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간발이즐(簡髮而櫛) 등에 쓰인다.
▶ 髮(발)은 형성문자로 髪(머리 발)은 통자(通字)이고, 发(터럭 발)은 간자(簡字)이다. 髮(발)은 뜻을 나타내는 터럭 발(髟; 머리털, 수염, 늘어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좌우(左右)로 나눈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犮(발)로 이루어졌다. 빗으로 깨끗이 빗은 머리라는 뜻이 전(轉)하여 널리 머리털의 뜻으로 되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터럭 모(毛), 터럭 호(毫)이다. 용례로는 맨 처음에 베필이 된 아내를 발처(髮妻), 목뒤 머리털이 난 가장자리에 생기는 부스럼을 발제(髮際), 몹시 성낸 모양을 발지(髮指), 털끝 만큼 하찮은 원망이나 원한을 발원(髮怨), 머리 기름을 발유(髮油), 머리카락이 치솟아 관을 밀어 올린다는 뜻으로 몹시 성이 났다는 발충관(髮衝冠), 머리털은 빠져서 짧으나 마음은 길다는 뜻으로, 몸은 늙었으나 일 처리는 잘한다는 발단심장(髮短心長) 등에 쓰인다.
▶ 而(이)는 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30세를 일컬는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이후(而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이금이후(而今以後) 등에 쓰인다.
▶ 櫛(즐)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동시에‘가르다’의 뜻(切)을 가지는 節(절)로 이루어지며, 머리털을 가르는 도구인‘빗’의 뜻이다. 扻(빗질할 자)와 동자(同字)이고, 栉(빗 즐) 간자(簡字)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빗 소(梳)이다. 용례로는 머리를 빗고 목욕을 함을 즐목(櫛沐), 많은 것이 가지런하게 늘어 놓여 있음을 즐번(櫛繁), 많은 것이 빗살과 같이 빽빽하게 늘어섬을 즐비(櫛比), 빗의 가늘게 갈라진 낱낱의 살을 즐치(櫛齒), 빗살과 같은 형상을 즐치상(櫛齒狀),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는 뜻으로, 긴 세월을 이리저리 떠돌며 갖은 고생을 다함을 이르는 말 즐풍목우(櫛風沐雨) 등에 쓰인다.
장자(莊子) 第23 경상초편(庚桑楚篇)
庚桑楚
1.
老聃之役, 有庚桑楚者.
偏得老聃之道, 以北居畏壘之山.
其臣之畵然知者去之, 其妾之挈然仁者遠之.
擁腫之與居, 鞅掌之爲使.
노자(老子)의 제자 중에 경상초(庚桑楚)라는 사람이 있었다. 노자의 도를 어느 정도 터득하고 북쪽 외루산(畏壘山)에 살고 있었다. 그의 하인 중에서 똑똑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그를 떠났고, 그의 첩들 중에서 온후하고 어진 사람들은 그를 멀리 했다. 못난 자들만 그와 함께 살고 멍청한 자들만 그의 부림을 받았다.
居三年, 畏壘大壤.
畏壘之民相與言曰: 庚桑子之始來, 吾洒然異之.
今吾日計之而不足, 歲計之而有餘. 庶幾其聖人乎.
子胡不相與尸而祝之, 社而稷之乎?
삼 년이 지나자 외루산 일대에 크게 풍년이 들었다. 외루산 일대의 사람들은 서로 얘기했다.“경상초가 처음 왔을 때 우리는 놀라며 그를 이상하게 여겼었다. 하루하루 그가 한 일을 따져보면 별 것이 아닌데, 일년을 두고 따져보니 큰일을 해 놓았다. 아마도 그는 성인(聖人)일 것이다. 우리가 어찌 그 분을 신(神)이나 신주(神主)로 높이어 임금으로 윗자리에 모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庚桑子聞之, 南面而不釋然.
弟子異之, 庚桑子曰: 弟子何異乎予?
夫春氣發而百草生, 正得秋而萬寶成.
夫春與秋, 豈無得而然哉? 天道已行矣.
吾聞至人, 尸居環堵之室, 而百姓猖狂不知所如往.
今以畏壘之細民, 而竊竊焉欲俎豆予于賢人之間.
我其杓之人邪. 吾是以不釋於老聃之言.
경상초는 그 얘기를 듣고 남쪽으로 앉은 채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제자들이 이상히 생각하여 그 이유를 물으니 경상초가 말했다.“너희들은 내가 이상하게 보이느냐? 봄기운이 퍼지면 온갖 초목이 싹트고, 가을이 되면 모든 열매가 익는다. 봄이나 가을에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것은 자연의 도에 의해 그렇게 운행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듣기로 지극한 사람은 작은 방안에 조용히 숨어살고, 백성들은 멋대로 날뛰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나를 어진 사람으로 떠받들려 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스스로를 내세우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노자의 말에 어긋나게 된 것이므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
弟子曰: 不然.
夫尋常之溝, 巨魚無所還其體, 而鯢鰌爲之制.
步仞之丘, 巨獸無所隱其軀, 而嬖狐爲之祥.
且夫尊賢授能, 先善與利, 自古堯舜以然.
而況畏壘之民乎? 夫子亦聽矣.
경상초의 제자가 말했다.“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의 작은 도랑에서는 큰 고기는 몸을 돌릴 수도 없지만 송사리나 미꾸라지는 마음대로 움직입니다. 한길 높이의 언덕에서는 큰 짐승들은 그의 몸을 감출 곳이 없지만 작은 여우는 그곳에서도 신출귀몰합니다. 또한 현명한 사람을 존경하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며, 착한 것과 의로운 것을 앞세우는 것은 요순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그러니 외루산 지역의 백성들만이 그렇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십시오.”
庚桑子曰: 小子來.
夫函車之獸, 介而離山, 則不免於罔罟之患.
呑舟之魚, 碭而失水, 則蟻能苦之.
故鳥獸不厭高, 魚鼈不厭深.
夫全其形生之人, 藏其身也, 不厭深眇而已矣.
경상초가 말했다.“너희들은 가까이 오라 수레를 한 입에 삼킬 만큼 큰 짐승도 홀로 떨어져 산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물과 올가미의 재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배를 삼킬 만큼 큰 물고기도 뛰어올랐다가 잘못하여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작은 개미들도 그를 괴롭히게 된다. 그러므로 새와 짐승들은 높은 곳을 싫어하지 않고, 고기와 자라들은 깊은 곳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그처럼 그의 육체와 생명을 완전하게 하는 사람들은 그의 몸을 숨김에 있어서 깊고 먼 것을 싫어하지 않는 법이다.
且夫二子者, 又何足以稱揚哉?
是其於辯也, 將妄鑿垣牆而殖蓬蒿也.
簡髮而櫛, 數米而炊, 竊竊乎又何足以濟世哉?
擧賢則民相軋, 任知則民相盜.
또한 요순 같은 이들에게 칭찬할 만한 점이 어디 있느냐?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으로 함부로 집의 담을 뚫게 하고 그 안에 쑥대를 무성하게 만든 것과 같다. 그들은 머리칼을 한 올 한 올 골라 빗질을 하고, 쌀알을 세가며 밥을 짓는 것과 같은 일을 했으니 그런 작은 일에 얽매어서야 어떻게 세상을 구제할 수 있겠느냐? 현명한 사람들을 등용하면 백성들이 서로 다투게 되고, 지혜 있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면, 백성들은 서로 도둑질을 하게 된다.
之數物者, 不足以厚民.
民之於利甚勤, 子有殺父, 臣有殺君.
正晝爲盜, 日中穴裴.
이런 몇 가지 일로는 백성에게 인정이 두텁게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방법은 백성들에게 이익을 열심히 추구하게 하여, 자식 중에서 아버지를 죽이는 자가 생겨나고, 신하 중에서는 임금을 죽이는 자가 생겨나게 만들 것이다. 대낮에 도둑질을 하고, 한낮에 남의 담을 뚫고 들어가는 일이 생기게 만들 것이다.
吾語女; 大亂之本, 必生於堯舜之間.
其末存乎千世之後.
千世之後, 其必有人與人相食者也.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큰 혼란의 근본은 틀림없이 요순시대에 생겨났던 것이다. 그런 것은 결국 천 세 뒤까지 존속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천 세 뒤에는 반드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