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상한데? 검사가 왜 이리 빨리 끝나지?' 1주 전 간 CT 검사를 받으면서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대개는 들이마심, 내쉼, 멈춤 등 연속된 호흡 과정이 조영제 투입 전 두세 번 반복됐던 것 같은데, 이날은 한 번밖에 행하지 않고 바로 조영제 투여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혹시 간에 무슨 이상이 있지는 않은 걸까? 첫 번째 과정에서 CT상에 뭔가 포착되는 바람에 재빨리 조영제를 투입해 정밀 확인하기 위한 건 아닐까?'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건 아닐까?'라고 여기며 편치 않은 마음으로 1주 후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사실 거꾸로 검사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염려한 적도 가끔 있기는 했다.)
일상으로 복귀, 생활하면서 간간이 오른쪽 갈비뼈 부위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갈비뼈 옆부분은 땡기거나 결렸고, 윗부분은 뻑적지근했다. 그런데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엔 몸에 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바로 검사 결과 상담 전날, 이례적으로 딸꾹질이 띄엄띄엄 세 번이나 난 것이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간혹 식사 후 한 번 정도 딸꾹질한 뒤, 증세가 곧 사라지곤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면역억제제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듯했지만, 혹시 몸에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또 하나, 돌아가신 어머님이 갑자기 꿈속에 나타나 무슨 말씀을 하신 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어서 약간은 뒤숭숭했다.
드디어 오늘은 검사 결과 상담일이다.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 세면을 마친 뒤 전철을 타고 병원에 도착, 7시 20분 채혈과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보통은 기상 직후 소변을 보는데, 오늘은 소변 검사가 예정돼 있어 배뇨를 생략했다. 과거 소변 검사 당일, 집에서 배뇨 후 병원에 갔다가 막상 소변이 안 나와 검사하는 데 애로를 겪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 긴장한 탓인지 오늘 새벽 서너 차례나 잠을 깼다. 이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검사 당일엔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러니 기상 후는 물론 병원에 다다르기 전까지 몸은 계속 찌뿌둥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더욱이 머리까지 조금 지끈거려 심난했다.
오후 3시. 검사 결과 상담을 위해 진료실 앞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대기했다. 사실은 새벽 혈액 검사 2시간 후 휴대전화 '앱'으로 이미 결과를 확인, 수치가 한두 개 빼곤 정상 범위 내여서 어느 정도 안심한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혈액과 CT 검사 결과는 늘 일치하지 않기에 마음을 놓진 못했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착석한 뒤, 곧바로 의사 표정을 살피려 했다. 의사는 "CT, 혈액 검사 결과 다 좋네요. 다만 억제제 농도가 높으니 용량을 줄이죠."라고 말했다. 이상이 없다는 첫 마디를 듣는 순간, 나는 안도했다. 솔직히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조마조마했었다. 다행히 정상임이 밝혀져 제일 먼저 아내에게 전화해 '희소식'을 알렸다.
검사 후 상담 전까지 일련의 과정은 심리적으로 힘들고 정서적으로 불편했지만, 결과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었다. 지난 한 주는 고단한 나날들이었지만, 오늘 하루는 행복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오늘 검사 결과는 지난 4개월간 건강에 문제 없음을 확인해 주는 것일 뿐, 미래의 건강을 보장해 주는 건 결코 아니다. 다음 검사때는 물론 그 이후까지도 평생 조심하고 절제하며 성찰적인 삶을 가꿔 나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P.S : 병원에 갈 때마다 앞으론 더 이상 환자복을 입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울러 각종 질병으로 입원 중인 환우분들께서도 조속히 완쾌되어 보람있는 인생을 엮어 가시길 기원해 본다.)
첫댓글 같은 심정으로 읽었습니다
어떤 심정일지 알겠어요 ㅠㅠ
댓글, 감사드립니다.
걱정, 불안, 초조...등등.
검사는 받을 때마다 늘 긴장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검사를 완치될(혹은 명이 다할) 때까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효과적인 '멘탈 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입니다.
이식한 지 10년 이상, 오래된 환우분들께서도 검사때마다 부담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10년 또는 5년 미만 환우분들보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조금 덜할 듯합니다.
저는 08년에 이식했지만 이식초기때보단 덜하지만 검사시 여느때 검사하고 조금 다른것 같으면 결과볼때까지 별생각이 드는것 마찮가지 입니다! ㅎ
아, 그렇군요.
부담감은 여전하시겠지만, 그 강도는 조금 약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2년이 채 안 돼서 그런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채혈하고 앱으로 확인할 때까지 님과 같아요.
30년까지 그럴듯 싶네요. ㅎㅎ
@클로버 채혈 결과를 앱으로 확인하면, 일단 마음이 조금 편해지긴 합니다.
다만, 채혈 수치와 CT나 MR! 촬영 결과는 다를 수가 있어 100% 안심하지는 못합니다.
간혹 특정 항목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데 대해 상담시 의사에게 물어보면, 혈액 수치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앱에서 확인한 혈액 수치와 병원에서 기준으로 삼는 수치와는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수술 후 입원때도 그랬지만, 검사를 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 건 피하기 힘든 일 같습니다. '멘탈'이 특별히 강한 분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검사 지옥'에서 하루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간암으로 5년동안
재발을 거듭하면서
피수치는 상승하는데
ct로는 안보연 2주에
한번씩 찍을때는
정말 피를 말리는
과정을 격다
이식후 ct는 편안하게
받습니다
사실, 간암 발병 전 일반종합건강검진을 받고 결과 상담을 하러 갈 때도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앞으로는 저도 감정 콘트롤을 잘 해서 편안하고 침착하게 수검 및 결과 상담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