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의미와 성찰
2023101161 사학과 고혜원
우리에게 이름이란 어떤 역할을 줄까? 우리에게 이름은 이 세상에 섞여있는 많은 물체들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준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떠한 역할을 맡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 물체의 역할에 맞는 이름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는 유교에서 정명론(定命論)으로 제시된 이론으로 각자의 이름과 역할의 일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이론이다. 공자의 논어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 답고, 아버지는 아버지 답고, 아들은 아들 다워야 한다.”라는 뜻을 가졌다. 이는 즉, 사람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맡아야 하며, 그렇게 해야 질서있는 세상이 만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이름에 부여된 역할’이라는 것이 중요시되었다. 여기서 나는 9월에 떠났던 답사에서 본 것이 생각났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보냈던 다산초당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다산 4경이었다. 다산초당에 있는 4가지 경물이라는 뜻으로 다조(茶竈), 약천(藥泉), 정석(丁石),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이 있었다. 다조는 차를 달여 마시는 부뚜막으로 다산초당 앞에 있는 평평한 바위고, 약천은 다산초당 옆의 조그만 샘물이며, 연지석가산은 약천 안에 돌을 쌓아 만든 산을, 정석은 이 곳의 주인임을 나타내는 글을 쓴 돌이다. 실제로 보면 이 다산4경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물에 이름을 붙여 각자의 역할을 붙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자연물에도 역할과 이름을 부여하는 옛 선조들의 삶에서 나는 나의 삶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과연 내 이름과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이름 “혜원”을 한자로 풀어 쓰면 ‘지혜 혜慧에 근원 원原’인데, 이는 ‘슬기로움에 기초하라’라는 뜻을 갔는다. 여기서 ‘나는 내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나는 한 국가의 국민이자, 학교의 학생이자, 한 가정의 첫째 딸… 여러 역할을 갖고 있다. 나는 이 이름에 맞게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잘 풀어나가며, 이 역할을 슬기롭게 수행하고 있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문제의 해결보다는 회피하고, 그것을 회피하다가 끝내 마지막에 이르고 나서야 그제서야 그것을 힘들게 풀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말하는 회피형에 가까운 사람인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이것은 그런 ‘슬기로움’과 거리가 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슬기로움이라는 것을 정의 내리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무대에 오르는 자세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머리는 차갑고 마음은 뜨겁게 한다.” 내가 생각하는 슬기로움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마주했을 때, 그 위압감에 눌려 불안감과 두려움에 긴장하여 그것을 놓치는 보다는, 차가운 머리로 차분함을 갖고, 뜨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하고 싶다.
첫댓글 우리는 우리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해 '이름'을 붙입니다. 그래서 이 이름은 정체성을 가리키게 됩니다. 이름을 지을 때 그 대상의 특징을 명확하게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름이 부여되었다고 할 때 그것은 이 이름에 적합한 역할을 할 의무가 부과됩니다. 따라서 이름을 짓고, 부르는 데는 권력이 작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권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 또는 각각의 주체들이 그것들을 수용하거나 불수용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때때로 잘못 작동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각의 상황에 맞게, 올바른 이름을 붙이고, 그것에 맞는 역할의 요구도 적절한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회피는 아마도 이러한 '적절성'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차가운 머리(이성), 뜨거운 마음(열정)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공통적인 수준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합한 다양한 수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