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시아철학의기초 수업 중 교수님께서 ‘정체성’에 대해 언급하신 적이 있었다.
그 시작은 제주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었다, 제주의 정체성. 과연 무엇일까?
나는 제주도가 아닌 강원도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아왔는데 제주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나는 제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예쁜 해변도로, 푸른 바다와 산, 아기자기한 건물들로 가득한 정말 꿈속의 섬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전에도 내가 제주도를 한번도 와본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보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많이 와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제주도로 여행을 자주왔다. 심지어 제주에 와서 여느 도시와 다를 거 없는 신제주와 동해안 해변도로와 다를 거 없는 해변도로, 강원도에 널리고 널린 산과 바다 뭐 하나 특별함이 없다고 느끼고 경험 또한 많다. 그럼에도 난 이번에 제주대학교에 합격했을 때도 무엇인지 모를 제주다움을 또 다시 기대하게 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에 왔던 것 같다.
난 이와 같은 제주다움 이라는 것은 이미 내 머릿속, 사람들의 관념이라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제주에 방문하며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제주다움을 또 기대했던 것일까?
나는 이를 교수님이 함께 언급하셨던 남자답다, 여성스럽다 라는 이야기와 함께 얘기하며 정리해보고 싶다. ‘여성스럽다’, ‘남자답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엇이 떠오를까?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았을 때 여성스러움은 조신하고 사근사근한 긴 생머리를 가진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남자다움은 강한 힘과 많은 근육을 가진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근데 생각해보자. 이는 실제 남성, 여성과 비교해볼 때 맞는 이야기인가? 아니다. 모든 여성은 조신하거나 긴 생머리를 가지지 않았고 모든 남성은 강한 힘과 근육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주에 대한 고정관념과 같이 여성, 남성스러움을 떠올릴 때도 어디서부터 전해져오는지 모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나는 우리는 정체성에 대한 오류를 가지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인간은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정체성은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에 맞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장소나 특정 정체성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아닌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에 맞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모님, 선생님, 온라인 공간 등을 통해 어떤 정체성에 대한 개념이 주입되고 가스라이팅 당하며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무엇인가는 이러한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된다. 나는 이를 ‘정체성에 대한 오류’ 라고 표현하고 싶다. 정체성은 누군가가 정하고 고정될 수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평가하고 정체성이라는 성벽 안에 가두고자 하니...
첫댓글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의 특성을 가리키는 말로, 그것 아닌 것과 결정적으로 구분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제주다움, 제주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보편적 공간의 특성을 말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주 정체성을 찾는 것이 제주의 특성에 주목하여 제주만이 가치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보편적인 원리를 강조하는 만큼이나 다른 지역의 특성을 소외시키고, 소멸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구분짓고자 하는 것이 그것의 가치 우위를 따지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것과 그것 아닌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체성에 대한 오류를 가지고 산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그것의 가치와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의 특성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그것에 맞는 호명을 할 수 있는가 등등의 복잡한 부분도 작동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적절성 여부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