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제도, 등급심사 폐지는 장애인계의 ‘공론’

[박경아]

활동지원제도, 등급심사 폐지는 장애인계의 ‘공론’

부양의무자 규정으로 인해 본인 소득 없어도 자부담 내야
장애인계 반대에도 신규 신청자는 장애등급 심사 받아야

2011.02.08 15:20 입력 | 2011.02.08 20:40 수정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 아래 복지부)가 지난 1월 31일 열린 장애인활동지원법추진단 실행위원회 회의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안을 내놓았다.

이날 실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가장 큰 쟁점인 장애등급으로 신청자격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 장애인단체 위원들은 반대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2급 장애인의 일부에게 신청자격을 부여하는 방안 정도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복지부가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실행위원회 회의에서 장애인계가 장애등급으로 서비스를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복지부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안을 장애인활동지원법추진단에 상정해 한 차례 정도 더 논의를 거친 후 입법예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회에 이어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에 대한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지난해 3월 복지부 앞에서 열린 '장애인활동보조지침개악 철회, 장애인장기요양 반대 전국결의대회' 모습.

③ 수급자격 심의기준과 유효기간 문제 : 장애인의 상황과 특성, 충분히 고려해야

복지부 시행령안은 수급자격 심의기준을 심신상태 및 활동지원이 필요한 정도를 고려해 산정하는 일정 점수 이상의 활동지원등급 인정점수로 하며, 독거 등 생활환경과 근로활동 등을 등급상정에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정조사표는 △기능자립 평가(일상생활능력,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 △복지욕구 조사(일상생활 욕구, 사회활동 욕구) △독거여부 등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은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인정조사표 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인정조사표 안이 나와야 ‘일상생활 욕구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신체적 장애인과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수급자격 심의의 형평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등과 같은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급자격 유효기간은 장애인활동지원법에서는 ‘최소 1년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안에서는 장애의 고착성을 고려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보다 1년 늘린 2년으로 정했다.

이어 시행령안에서는 연속해서 2회 이상 같은 등급으로 판정되는 사람은 2회 이후에는 그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고, 장애상태의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독거 등 생활환경, 근로활동 등 변화가능성이 있는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은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에서는 아예 유효기간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박은수 의원실 조은영 비서관은 “장애인활동지원법에서 유효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규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면서 “따라서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 등을 앓고 있는 노인과 달리 장애상태의 변화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조 비서관은 “또한 유효기간이 앞으로 대상자를 걸러내는 장치로 쓰일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 과연 유효기간에 대한 조항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 끝에 개정안에서 유효기간 규정을 삭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장애인활동지원법, 기초생활보장법,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등 3대 법률안 제·개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 모습.  

④ 부양의무자의 범위 문제 : 부양의무자 규정 자체를 폐지해야

장애인활동지원법에서는 부양의무자를 '수급자의 1촌 이내 직계 혈족 또는 그 배우자 및 그 밖에 수급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시행령안에서는 ‘그밖에 수급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국민건강보험에서 수급자가 피부양자로 되어 있는 사람, 다만 2촌 이내 혈족에 한한다고 정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현행 활동보조지원사업에서 부양의무자의 범위를 4촌까지 보고 있으므로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활동보조지원사업이나 활동지원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규정은 수급 여부 자체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부양의무자의 월 건강보험료를 전국가구평균소득으로 환산해 본인부담금을 산정하고 있기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없더라도 부양의무자 규정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4촌 이내에서 2촌 이내로 부양의무자 규정 범위가 축소된다고 해도 부양의무자 범위를 수급자의 1촌 이내 직계 혈족 또는 그 배우자로 정한 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도 여전히 넓다.

따라서 장애인계에서는 부양의무자 규정 자체를 폐지하고,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면 본인의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장애등급제와 장애등급 심사제도에 반대하며 장애심사센터를 점거한 장애인들이 건물 외벽 밖으로 현수막을 내거는 모습.

⑤ 장애정도 심사 : 장애등급 심사 폐지는 장애인계의 ‘공론’

장애인활동지원법에서는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한 사람에 대해 장애등급 심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칙에 따라 종전에 활동보조급여를 받던 사람은 장애등급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시행령안에서는 이에 더해 ‘장애상태와 장애등급의 변화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 장애등급을 심사하지 않을 타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사람’은 장애등급 심사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마련됐다. 이는 앞으로 지침을 통해 와상 상태(누워 생활하는)의 장애인 등은 장애등급 심사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행령안에서는 수급자격의 갱신 또는 활동지원등급의 변경을 신청하는 사람을 장애등급 심사에서 제외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장애등급제 폐지 문제와 맞물려 장애등급 심사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활동지원제도의 신청자격을 1급 장애인으로 제한하는 것은 예산에 맞춰 대상자를 제한하는 것으로 어떤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을뿐더러, 활동지원제도 자체에 서비스 판정을 위한 필요도 조사가 있으므로 장애등급 심사를 할 이유 또한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 정책실장은 “장애등급 심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장애인계의 입장은 ‘장애인활동지원법 시행 대안 연대’ 회의에서도 확인되었고 이는 장애인 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