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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하인리히 하이네의 <본 슈나벨레보프스키 씨의 회상>중 유령선의 전설
빌헬름 하우프의 <유령선 이야기> 및 <악마의 일기> 참고
대본 리하르트 바그너
초연 1843년 1월 2일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 극장
배경 17세기 노르웨이의 어느 해안과 항구
<2015년 11월 테아터 안 데어 빈 극장 / 136분 / 한글자막>
루브르의 음악가들 & 아놀드 쇤베르크 합창단 연주 / 마르크 민코프스키 지휘 / 올리비에 파이 연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사무엘 윤(베이스)
달란트.....노르웨이인 선장.....마티 살미넨(베이스)
젠타........달란트의 딸...........잉겔라 브림베르크(소프라노)
에릭........사냥꾼..................마르코 젠츠쉬(테너)
마리........젠타의 유모...........안-베스 솔방(메조소프라노)
달란트의 키잡이...................파비오 트륌피(테너)
도널드................................라르스 볼트
게오르크.............................베르나르트 리히테르
그외 노르웨이 선원, 네덜란드 사람의 선원,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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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1841 버전), 2019 테아터 안 데어 빈 실황
사무엘 윤의 진화하는 홀렌더
바그너(1813~1883)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1843년 드레스덴 버전은 16세기 노르웨이 한 항구가 배경이고, 1841년 버전은 스코틀랜드가 배경이다. 2015년 11월,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 실황으로 민코프스키 특유의 시원하게 밀고 나가는 급진적인 해석과 진취력, 올리비에 파이의 파격적인 연출, 한국이 자랑하는 바그너 가수 사무엘 윤이 함께 한 프로덕션이다. 2013년 바이로이트축제 개막작이기도 한 이 작품을 틸레만과 함께 해치웠던 그답게 이 영상에서도 홀렌더의 아우라를 보여준다.
해설지(24쪽 분량/영·독)에 연출가 파이의 깊이 있는 인터뷰가 이해를 돕고 있다. 사무엘 윤이 주연한 이 작품의 영상물(2013 Opus Arte/2016 Harmonia Mundi)을 소유한 이라면 본 영상물도 함께 갖추어 사무엘 윤만의 '홀렌더'를 수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된 바그너(1813~1883)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1843년 드레스덴 젬퍼오퍼에서 초연되었다. 16세기 노르웨이 한 항구를 배경으로 신의 저주를 받아 죽지 못하는 유령선의 선장이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2015년 11월, 오스트리아의 음악 수도 빈에 위치한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 오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노르웨이 설정이 아닌, 1841년 스코틀랜드로 설정된다.
바그너는 원래 파리에서의 공연을 위해 이 작품을 구상했고, 뜻밖에 무산되었다. 그의 한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그의 수족 같은 오케스트라 '루브르의 사람들'이 연주를 맡았다. 고전에 대한 고증보다는 바그너 특유의 무게감을 시원하게 밀고 나가는 민코프스키의 급진적인 해석과 진취력이 돋보인다. 급진적인 콘셉트와 시각물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연출가 올리비에 파이도 함께 하여, 음악에 힘을 실어준다.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이 일군 프로덕션이지만 그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 홀렌더 역의 '사무엘 윤'이다. 그는 2004년 처음으로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파르지팔>로 데뷔했다. 2005년 <탄호이저>로 발판을 다지고, 2010년 <로엔그린>의 하인리히 왕을 맡아 열연하였다. 특히 2012년에는 새로 제작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홀렌더 역을 맡아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2013년 역시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의 첫 공연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타이틀 롤과 <로엔그린>에 동시에 출연하면서 '바그너 바리톤'으로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2013년 바이로이트 개막을 장식함과 동시에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함께 했던 영상물(Opus Arte), 2016년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극장에서 연광철과 함께 한 영상물(Harmonia Mundi)를 소유한 이라면 본 영상물과 함께 소장하여 '사무엘 윤'의 특별한 '홀렌더'를 수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사랑으로 홀렌더를 구해내는 운명의 여인 젠타 역은 스웨덴 소프라노 잉겔라 브림베르크가 맡았다.
해설지(24쪽 분량/영·독)에 연출가 파이의 깊이 있는 인터뷰가 작품과 프로덕션의 이해를 돕는다.
=== 줄거리 === <게르만신화.바그너.히틀러, 안인희> 부록에서
<제1막> 가파른 암벽 해안
사나운 폭풍에 떠밀린 달란트의 배는 고향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해안에 겨우 닻을 내린다. 안전을 확인한 달란트는 키잡이에게 보초를 맡기고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키잡이도 잠이 든 사이 방황하는 네덜란드 사람의 배가 바로 옆에 정박한다. 운명에 정해진 대로 7년 만에 상륙하게 된 네덜란드 사람은 영원히 죽지 못하는 자신의 운명을 고통스럽게 탄식한다.
갑판에 나온 달란트는 낯선 배를 발견하고 놀라 키잡이를 깨운다. 그들이 네덜란드 사람의 출신을 묻자 그는 멀리서 왔다고만 대답하고는, 넉넉한 보물을 줄테니 달란트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게 해달라고 청한다. 엄청난 보물을 보고 놀라는 달란트에게 네덜란드 사람이 자신은 처자식도 고향도 없으니 새로운 고향을 마련해 주면 보물을 모두 주겠노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달란트에게 딸이 있는지를 묻는다.
달란트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고, 또 평소 부자 사위를 보는 것이 꿈이었기에 그는 네덜란드 사람의 청을 받아들인다. 때마침 유리한 바람이 불어오고, 달란트는 네덜란드 사람에게 자신의 배를 뒤따라오라고 말한다.
<제2막> 달란트 집의 넓은 방
유모 마리가 지휘하는 가운데 소녀들이 물레를 돌리고 있다. 그런데 젠타만은 물레를 돌리지 않고 벽에 걸린 네덜란드 사람의 초상화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유모에게서 방황하는 네덜란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붉은 돛과 검은 마스트가 달린 튼튼한 배를 타고 정처 없이 바다를 떠돈다. 이 남자를 구원할 유일한 방법은 지상의 여인 하나가 죽기까지 그에게 정절을 바치는 것뿐. 젠타는 자신이 그를 구원할 여인이 되기를 꿈꾼다.
사냥꾼 에릭은 젠타를 사랑한다. 달란트의 배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달려온 에릭은 젠타의 아버지가 가난한 자신을 사윗감으로 반기지 않을 경우 젠타가 자기편이 되어줄 것인지를 묻는다. 하지만 젠타는 여전히 몽상에 잠겨 있다. 그러자 에릭은 지난밤에 꾼 불길한 꿈을 이야기해 준다. 꿈속에서 낯선 배가 사납게 파도치는 해안에 정박하고 두 남자가 뭍으로 내렸다. 한 사람은 젠타의 아버지고, 다른 사람은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다. 그때 젠타가 그 낯선 사람의 발치에 몸을 던지고 그의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의 가슴에 안겨 키스하더니 두 사람이 함께 바다로 도망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젠타는 가련한 네델란드 사람과 함께 죽기를 결심하고 에릭은 실망해서 뛰쳐나간다.
그 순간 정말로 아버지가 낯선 남자와 함께 방에 들어선다. 그를 보는 순간 젠타는 놀라 소리치고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달란트는 이 사람이 큰 부자이며 그녀만 동의한다면 다음 날 당장 그를 사위로 삼겠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서로 뚫어질 듯 바라만 본다. 상황이 바람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 챈 달란트는 두 사람을 남겨 두고 방에서 나간다.
네덜란드 사람과 젠타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는 그에게 죽기까지 충실할 것을 약속한다. 그때 달란트가 방으로 돌아와 곧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파티가 벌어질 것임을 알린다. 그리고 그는 두 사람이 약혼한 것을 확인한다.
<제3막> 달란트의 집 근처 가파른 암벽이 있는 만(灣)
노르웨이 뱃사람들이 갑판 위에서 술을 마시며 노래를 하고 있다. 소녀들이 바로 옆에 정박한 네덜란드 배로 다가가 술과 음식을 권하지만 그곳에는 새카만 어둠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노르웨이 뱃사람들은 방황하는 네덜란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녀들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한 후 돌아간다. 노르웨이 뱃사람들의 흥겨운 노래 사이로 들려오는 네덜란드 뱃사람들의 유령의 목소리와 같은 노래.
이때 젠타와 에릭이 흥분한 상태로 집 밖으로 나온다. 에릭은 낯선 사람과 약혼한 젠타를 비난한다. 아버지가 여행을 떠나면서 그녀를 자기에게 맡겼을 때 그녀는 자신의 목에 매달려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사랑의 약속을 깨뜨리려 하는가? 이런 두 사람의 대화를 뒤에서 듣게 된 네덜란드 사람은 흥분하여 자신의 선원들에게 즉시 떠날 것을 명령한다. 젠타가 그를 잡으려 하자 그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자신에게 정절을 맹세했다가 그것을 깨뜨리고 영원한 지옥의 형벌을 받게 되었는지를 일러준다. 젠타는 신 앞에서 맹세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구원받을 수 있다.
젠타는 그에게 자신이 바로 그를 구원할 여인이라고 말한다. 에릭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부르고,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네덜란드 사람은 자신의정체를 밝힌다. 영원히 죽지 못하고 떠도는 이 전설적인 사람을 보고 모두들 놀라 물러서는 동안 그는 배를 타고 떠난다. 젠타는 간신히 몸을 빼고 옆에 있는 암벽으로 올라가 죽기까지 그에게 충실함을 외치며 바다에 몸을 던진다. 그 순간 네덜란드 사람의 배도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잠시 후 멀리서 두 사람의 밝은 모습이 물 위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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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은진 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바그너가 〈리엔치〉로 성공을 거둔 후 생활의 안정을 찾은 후에 발표한 작품으로, ‘낭만적 오페라’라는 부제를 처음으로 붙인 작품이다. 대본은 하이네의 〈슈나벨레보프스키 씨의 회고록〉에 바탕한 것으로, 선원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방황하는 유대인의 전설을 다룬 것이다. 모두 3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바그너 자신은 막 사이의 휴지 없이 연달아 공연할 것을 원했다. 당시로서는 오페라의 관례를 깨뜨리는 공연 방식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바그너의 지시대로 연달아 공연하는 경우가 많고, 종종 3막 구성으로 공연하기도 한다.
고난 속에서 조국과 구원을 생각하다
바그너는 1839년부터 리가 궁정극장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했지만, 그의 사치스러운 생활방식으로 인해 엄청난 빚에 시달려야 했다. 급기야 바그너는 채무자들로부터 도망치기로 한다. 파리에서 막 완성한 〈리엔치〉를 무대에 올려 경제적인 난국을 타개해보려 했던 것이다. 파리로 가는 바그너를 태운 배는 큰 물결을 만나 노르웨이 피요르드에서 풍랑을 피하게 된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는 이 때 바그너가 겪은 항해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그너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전설을 접한 것은 하이네의 작품을 통해서였지만, 선원들로부터 더욱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또한 직접 경험한 험난한 항해와 노르웨이의 암초들의 풍경 속에서 전설에서 느낀 환상이 음악적 영감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파리에 도착한 바그너는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리엔치〉를 무대에 올리는 데 실패했고 일자리도 찾지 못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근근이 버티던 바그너는, 항해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1막으로 된 짧은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했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발레작품 전에 공연되는 오페라 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기를 원했던 것이다. 바그너는 파리오페라의 감독 레옹 필레를 찾아갔지만,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대본만을 싼 값에 팔 수 있을 뿐이었다. 파리에서의 공연이 실패로 돌아가자 바그너는 1막짜리 대본을 3막으로 확대하여 다시 작곡하였다.
파리에서 좌절을 겪은 바그너는 드레스덴으로 돌아가 〈리엔치〉를 발표하고, 이로써 음악가로서의 입지와 경제적인 안정을 함께 획득할 수 있었다. 바그너는 파리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자신을 재기하게 해준 조국에 더욱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프랑스에 대한 반감과 함께 모국어에 대한 애착 역시 더욱 강해졌다. 바그너는 파리에서 실패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공연을 고국 무대에 올림으로써 고국에 대한 자신의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자 했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이후 바그너 작품의 중심이 되는 ‘구원’이라는 주제가 처음으로 나타나는 작품이다.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영원히 방황해야 하는 저주와, 그 저주를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 진실한 사랑이라는 내러티브는 이후로도 바그너 작품의 주된 모티브로 사용된다. 극심한 가난과 좌절감 속에서,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그너는 이러한 주제를 극중에서 표현하기 위해, 대본의 바탕이 되어 준 하이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풍자적인 내러티브를 대폭 수정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내었다.
새롭게 탄생한 전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대한 전설은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는 이야기였지만, 19세기에 특히 인기를 얻었던 소재였다. 바그너는 이 소재를 사용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처음으로 마법적이고 신화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바그너는 하이네의 작품과 선원들에게서 들은 전설 속에서 신비로운 모험과 오만함에 대한 저주라는 매력적인 주제에 착안하였다. 이에 더하여 여성의 사랑에 의한 구원이라는 주제를 결합시킴으로써 바그너만의 새로운 전설이 만들어진다.
하이네는 전설을 토대로 쓴 작품에서 저주받은 주인공이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인의 진실한 사랑을 제시하지만, 사실 이는 그러한 사랑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그너는 순수하고 희생적인 여인의 사랑이 죄 많은 남자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하이네의 냉소적인 내러티브 대신 주인공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여성상을 창조해냈다. 이러한 주제는 이후 〈로엔그린〉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또한 전설이나 하이네의 작품에는 없었던 에리크라는 인물을 창조해내어, 여주인공 젠다를 둘러싼 삼각관계를 연출하였다. 에리크라는 인물은, 젠다의 진실한 사랑을 더욱 강조하는 극적 장치인 동시에, 빚으로 도피하던 시기 아내 민나의 불륜으로 인해 고뇌했던 바그너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바그너는 에리크를 버리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젠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진실한 사랑을 그리고자 했다.
바그너의 극에서는 전설과는 달리 악마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을 영원히 방황하게 한 악마의 저주는 주인공 자신의 회상으로 설명된다. 바그너는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악마의 저주가 세상 끝까지 항해할 수 있다고 자만한 주인공의 오만함에 기인한 것이며, 주인공 스스로 정한 저주임을 암시한다. 즉 악마는 실체적이거나 절대적인 악이 아니며, 주인공을 불행하게 만든 악의 요체는 그 자신의 오만함과 욕망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당시 바그너가 심취해 있던 포이에르바흐의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포이에르바흐의 철학은, 젠타의 희생을 통한 구원이라는 결말에서도 드러난다. 주인공을 저주로부터 구원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희생적인 한 여인의 사랑이다. 즉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논리이다. 인간을 악에 빠뜨리는 것도, 인간을 구원하는 것도 모두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사고는 포이에르바흐 철학의 핵심이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는 또한 독일 낭만주의의 특징 중 하나인 초월주의가 사랑을 통한 구원이라는 주제와 어우러져 있다. 오페라 전반에 걸쳐 죽음에 대한 동경이 표현된다. 네덜란드인은 저주받은 방황을 끝내 줄 죽음을 갈망하고, 젠타는 그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한다. 이 두 인물은, 현실을 고통과 불완전함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고통을 죽음을 통해 초월하고자 했던 독일 낭만주의의 사고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음악을 향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낭만적 오페라’라는 부제를 처음으로 사용한 오페라이기는 하지만, 이후 바그너가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에서 보여준 음악적 시도들의 싹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바그너는 이 작품에서, 이후 라이프모티브로 발전하게 되는 모티브 기법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저주의 모티브, 폭풍의 모티브, 네덜란드인의 모티브, 젠타의 모티브 등 주요한 장면과 인물에게 특정한 선율 모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음악적 진행으로 극적 전개를 펼쳐나가고 있다.
또한 기존의 오페라들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보다 독립적이며 그 비중이 커졌다는 점에서도 음악적으로 진일보했다. 특히 바다의 풍경을 표현하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이제까지 바다를 표현한 그 어떤 관현악 음악보다도 생생하고 다채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수많은 작곡가들이 경탄해 마지않았던 바그너 음악의 색채감 넘치는 관현악법이 이미 이 작품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바그너는 파리에서의 경험을 통해 모국어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해졌고, 따라서 이 오페라에서는 독일어에 가장 적합한 선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관습적인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오페라를 능가하는 독일어 오페라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바그너의 이러한 의지대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아리아는 여느 오페라 아리아보다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바그너의 포부와는 달리, 이 작품의 첫 번째 해외공연이었던 런던에서의 공연은 이탈리아어로 이루어졌다. 런던 청중들의 반응을 호의적이었지만 바그너로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공연이었을 것이다.
1막
선장 달란트의 배가 풍랑을 만나 노르웨이의 해안에서 대피하고 있다. 달란트는 키잡이만을 남겨 두고 선원들을 쉬게 하는데, 모두가 험난한 항해에 지친 나머지 잠에 빠지고 만다. 이때 갑자기 검은 돛대의 배가 다가오고, 배에서 내린 검은 옷을 입은 창백한 안색의 남자가 달란트 앞에 나타나 자신의 운명을 탄식한다. 그는 악마에게 ‘세상 끝까지 항해할 수 있다’고 장담한 탓에 영원히 바다를 떠돌아야 하는 저주에 걸렸다고 고백한다. 7년마다 한 번씩 상륙할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을 죽음에 이르기까지 변치 않고 사랑해 줄 여인을 찾아야만 저주에서 구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달란트에게 결혼하지 않은 젠타라는 딸이 있음을 듣고, 보물을 줄 테니 딸과 결혼하게 해 달라고 간청하다. 보물이 탐난 달란트가 이를 승낙하고, 마침 순풍이 불어와 두 척의 배가 나란히 달란트의 집으로 향한다.
2막
달란트의 집에서 젠타와 친구들이 물레를 돌리면서 노래를 부른다. 젠타는 벽에 걸린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초상화를 보며 친구들에게 네덜란드인의 전설을 들려준다. 그에게 내려진 저주에 대해 듣고 나서부터 그를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고백하면서, 자신은 죽음이 닥쳐온다 해도 그에 대한 사랑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이때 젠타를 연모하는 사냥꾼 에리크가 등장하여, 젠타의 꿈은 비현실적인 것이니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한다. 에리크가 젠타에게 구애하는 동안 달란트와 일행이 집에 도착하고, 네덜란드인의 얼굴을 보고 초상화의 주인공임을 알아차린 젠타는 네덜란드인과의 결혼에 동의한다. 네덜란드인과 젠타는 사랑의 2중창을 부르고 달란트가 이들의 결혼을 축복한다.
3막
달란트의 배 위에서 두 사람의 약혼을 축하하는 파티가 벌어지고, 달란트의 선원들이 네덜란드인의 선원들을 초대하려 하지만 그의 배에서는 침묵만이 되돌아올 뿐이다. 갑자기 폭풍이 불어오자 네덜란드인의 배에서 선원들의 합창소리가 울려퍼지고, 달란트의 선원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한편 에리크는 달란트의 집에서 젠타에게 다시 한 번 사랑을 호소하며, 네덜란드인과의 약혼을 취소하라고 간청한다. 이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된 네덜란드인은, 젠타의 사랑을 의심하여 젠타에게 안녕을 고한다. 악마의 저주에 의하면 그를 배신한 여인 역시 죽음을 맞게 되기 때문에, 젠타를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한 번 여인에게 배신당했다는 절망감에 찬 그는 선원들에게 출항 명령을 내리고, 젠타는 에리크의 만류를 뿌리치고 벼랑으로 달려간다.
젠타는 자신의 정절을 맹세하며 벼랑 아래로 몸을 던진다.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악마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젠타가 투신하는 순간 네덜란드인의 배도 가라앉고, 사람들은 망연자실해 한다. 갑자기 바닷물이 솟구치면서 젠타와 네덜란드인이 포옹한 채 승천한다.
서곡
오페라 전체의 내러티브를 압축한 곡으로, 극중에서 등장하는 주요 주제들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힘찬 금관의 팡파르와 함께 폭풍의 모티브가 울려퍼지고, 소박한 선원들의 모티브가 뒤따른다. 폭풍의 모티브가 강렬하게 반복되면서 험난한 항해와 저주받은 운명을 인상적으로 묘사한다. 뒤이어 네덜란드인의 모티브, 젠타의 모티브 등이 제시된다. 마지막에 울려퍼지는 하프 소리는 주인공이 결국 구원받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선원들의 합창, ‘호-조-헤! 할-로-조!(Ho-jo-he! Hal-lo-jo!)’
1막에서 선원들이 부르는 노래로, 소박하고 단순한 선율이 호기 넘치는 선원들의 음성과 어우러져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케스트라가 험준한 파도와 순탄한 항해를 번갈아 표현하고 있다. 현악이 묘사하는 세찬 바람의 음색이 매우 독특하다. 서곡의 팡파르 선율과 선원들의 모티브가 제시된 후 조용히 마무리된다.
네덜란드인의 노래, ‘기한이 되었으니(Die Frist ist um)’
비올라와 첼로의 반주 위에서 저주받은 운명을 토로하는 네덜란드인의 침통한 선율이 전개된다. 자신의 오만함으로 인해 악마의 저주를 받게 된 사연과, 죽을 때까지 변치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날 때만 저주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방황을 끝낼 수 있음을 설명한다. 거의 레치타티보에 가까운 느리고 장중한 선율로, 주인공의 좌절과 고뇌를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젠타의 발라드, ‘요호호호에! 검은 돛대에 핏빛 붉은 돛을 단 배를 보았는가(Johohoe! Traft ihr das Schiff im Meere an)’
젠타가 친구들에게 전설 속의 네덜란드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이다. 팡파르와 같은 오케스트라 선율로 시작되지만, 이 선율을 받아서 노래하는 젠타의 선율은 소박하면서도 애절한 느낌을 준다. 여느 소프라노 아리아와 달리 기교를 뽐내기보다는, 오히려 기교를 절제하면서 단순하면서도 비장한 창법을 통해 젠타의 간절한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찬송가와 같은 인상을 주는 장중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이러한 느낌을 강조하며, 후반부에서는 합창이 더해지면서 종교적인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 선율은, 3막에서 젠타와 네덜란드인이 승천하는 장면에서 되풀이되면서, 구원의 의미와 젠타의 희생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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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9월 5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유령선 민담'을 소재로 삼은 하이네의 소설을 토대로 작곡
음악극을 만들어내기 이전 바그너의 초기 작품, 1843년 드레스덴에서 초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는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 Flying Dutchman’이 등장하죠? 원래 ‘플라잉 더치맨’은 164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항해 인도로 가려다가 남아공 희망봉 근처에서 침몰한 네덜란드 배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조선기술을 자랑해,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가 그 기술을 배우려고 네덜란드 조선소에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취업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네덜란드 선박뿐만 아니라 뱃사람들도 항해 솜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지요. ‘바다를 질주하는 네덜란드인’이라는 뜻을 지닌 배 이름 ‘플라잉 더치맨’은 바로 조선강국 네덜란드의 자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배의 선장 반 데르 데켄은 희망봉 부근에서 폭풍우를 만났지만, ‘지구 끝까지 항해하리라’라고 외치며 선원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희망봉을 돌아 항해를 계속하려 했다는군요. 배는 폭풍우에 휘말려 가라앉았는데, 그로부터 약 3백 년 동안 바다에서 이 배와 마주쳤다는 다른 선박들의 증언이 ‘믿거나 말거나’ 줄을 이었답니다. 한마디로 유령선 전설이 태어난 것이지요. 여기서 나온 유럽의 민간 전설은 ‘선장과 선원이 다 죽었지만 저주를 받아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배와 함께 바다를 영원히 떠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플라잉 더치맨’을 우리말로 옮긴 제목이 바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Der fliegende Holländer]이랍니다. 참, 201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의 축구선수 아르옌 로벤의 별명도 ‘플라잉 더치맨’이라는군요.
조선 강국 네덜란드의 유령선 선장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바그너가 음악극(Musikdrama)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기 이전의 초기 작품으로, 바그너는 이 작품에 ‘낭만적 오페라’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1막은 노르웨이의 산드비케 만에서 시작됩니다. 노르웨이 선장 달란트가 이끄는 배의 선원들은 험한 폭풍우 속에서 배를 해안에 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겨우 배를 정박시킨 뒤 선장 달란트는 선실로 들어가서 쉬고 갑판에 남은 키잡이는 졸음을 참으며 고향의 연인을 그리는 노래 ‘천둥번개와 폭풍우를 헤치고’를 부릅니다.
그 사이 네덜란드 유령선이 소리 없이 곁으로 다가옵니다. 유령선 선장이 배에서 내려, ‘기한이 다 되었다’라는 노래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합니다. 이 네덜란드 선장은 오래 전에 바다에서 신과 악마에게 도전한 죄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바다 위를 떠돌아야 하는 저주를 받았답니다. 그는 7년에 한 번 육지에 올라와 자신을 진정으로 영원히 사랑해줄 여자를 찾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랑을 얻으면 죽지 못하는 저주가 풀린다는 것입니다.
매번 여자들은 그를 배신했지만, 이제 다시 7년이 지나자 그는 새로운 희망을 걸어봅니다. 노르웨이 선장 달란트는 네덜란드인 선장과 그의 보물을 보고는 마음이 이끌려 자기 딸 젠타를 아내로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다시 순풍이 불기 시작하자, 두 척의 배는 나란히 달란트의 고향으로 향합니다.
2막은 달란트 선장의 집으로, 처녀들이 넓은 방안에 모여 앉아 물레질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일을 하지만, 달란트의 딸 젠타는 벽에 걸린 초상화만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유모 마리가 나무라자 젠타는 마리에게 네덜란드인의 발라드를 다시 불러달라고 청합니다. 마리가 거절하자 젠타는 스스로 그 노래를 부르다가 자기도 모르게 노래에 몰입해 ‘바로 내가 당신을 구원하겠어요’라고 외칩니다. 젠타를 사랑하는 에릭은 그 모습을 보자 속이 상해 화를 냅니다. 마침내 달란트가 네덜란드 선장을 데리고 와 젠타에게 소개합니다. 젠타와 선장이 정신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달란트는 자리를 비켜줍니다. 운명으로 묶여 있음을 느낀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신의를 지키겠다는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3막에서는 바다에서 돌아온 노르웨이 뱃사람들과 마을 처녀들이 신나게 잔치를 벌입니다. 사람들은 유령선 앞에 가서 ‘우리와 함께 놀자’고 외쳐보지만 배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유령선 선원들이 나타나 기괴한 합창을 시작합니다. 요란한 폭풍우 속에서 두 합창단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한편 에릭은 젠타에게 옛날로 돌아가자고 간절히 호소합니다. 그러나 젠타는 네덜란드 선장에게 신의를 맹세했다며 그를 피하려 하지요. 에릭은 과거에 젠타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날을 상기시키며 젠타의 마음을 되돌리려 애를 씁니다. 그 이야기를 숨어서 듣고 있던 네덜란드 선장은 젠타가 에릭을 위해 자신을 배신했다고 오해하고, ‘구원은 사라졌다’고 외칩니다. 네덜란드 선장은 다시 유령선을 몰고 영원한 저주의 바다로 떠나갑니다. 그러자 젠타는 주위 사람들을 뿌리치고 절벽 끝으로 달려 올라가 ‘나는 죽을 때까지 당신에게 충실할 것’이라고 그에게 외친 뒤 바다로 몸을 던집니다. 그러자 마침내 저주가 풀린 유령선은 산산히 부서져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사람들은 멀리서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선장과 젠타의 영혼을 보게 됩니다.
하이네의 냉소적 원작 vs. 바그너의 낭만적 해석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5월에’, ‘노래의 날개 위에’ 등의 낭만적인 시로 유명한 독일 작가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는 [폰 슈나벨레보프스키 씨의 회상 Die Memoiren des Herrn von Schnabelewopski]이라는 작품의 1권 7장에서 이 유령선 선장 소재를 다뤘습니다.
민담을 소재로 쓴 짧은 소설인데요, 하이네 특유의 냉소와 유머가 담긴 작품입니다. “절개를 지키는 여자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악마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풀릴 리 없는 이런 저주를 내린 것”이라거나 “이 유령선 이야기가 여성들에게 주는 교훈은 ‘감상에 빠져 유령선 선장 같은 남자랑 결혼하면 반드시 신세를 망친다’는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지요. 바그너는 이 하이네의 작품을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이를 토대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작곡했습니다.
그러나 바그너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여성의 사랑이 제멋대로이고 죄 많은 남자를 구원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또 자신이 평생 그런 여성상을 추구하며 여성편력을 쌓아갔기 때문에 이 소재를 대단히 진지하게 해석했습니다. 작곡가 리스트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바그너는 이 ‘네덜란드인’이 바로 자기자신이라고 밝혔답니다. 낭만주의 특유의 과도한 열정을 이 작품에 불어넣으면서, 극적 긴장을 강화하기 위해 네덜란드 선장(베이스)과 젠타(소프라노) 사이에 에릭(테너)이라는 또 하나의 주인공을 만들어 넣은 것도 바그너의 창작입니다.
1839년 9월, 북해를 거쳐 런던으로 가는 4주 동안 풍랑으로 죽을 고생을 했던 바그너의 체험 역시 이 오페라 안에 절묘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어떤 오페라도 바다의 거센 파도와 바람소리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만큼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었답니다. 1843년 드레스덴 왕립극장에서 초연된 이 오페라에서 바그너는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 Leitmotiv : 극중에서 같은 인물 또는 같은 상황이 등장할 때 동일한 선율과 화성을 되풀이해서 사용해 청중에게 각인시키는 기법)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오페라의 출발부터 저주의 모티프, 태풍과 파도의 모티프, 젠타의 구원 모티프 등을 알아들을 수 있는데, 특히 노르웨이 선원들의 모티프와 유령선의 모티프가 혼란스럽게 뒤섞이는 3막 ‘유령선 선원들의 합창’ 장면이 압권입니다. 아직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형식을 유지한 작품이지만, 바그너는 이탈리아어가 아닌 독일어로 대본을 썼고 자신의 모국어에 적합한 성악부를 창조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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