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에게 안전한 '학교 안전교육'은?
한국장애인부모회 특수교육분과 부회장 이경아
최근 만들어진 법률 중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법률 제11690호, 2013.3.23., 타법개정]"이 있다. 2013년 태안에서 일어난 해병대참사와 관련해서 존재가 알려진 법률로, 시행규칙 제2조(학교안전교육의 실시)에 따르면 학교는 교통안전교육,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 재난대비 안전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성폭력 예방에 필요한 교육, 성매매 예방교육, 교육과정이 체험중심 교육활동으로 운영되는 경우 이에 관한 안전사고 예방교육, 그리고 그 밖에 안전사고 관련 법률에 따른 안전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학교와 안전을 언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294명, 사망,10명, 실종)중 247명은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이었고, 탑승한 전체학생이 325명이었다. 그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을 잘 받았던 모양이다. “그곳에 가만히 있으라.”고 한 선내방송을 잘 따랐으니 말이다. 어른들과 사회의 무책임과 안전불감증이 아이들을 희생시켰으니 참 아프고 시린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학생들의 안전 교육을 논하기 이전에 학교와 사회의 안전에 대한 어른들의 반성과 개선이 우선되는 것이 마땅하다. 사회적 안전망과 학교의 안전이 잘 유지된다면 일반적인 학교 내 안전 ‘사고’는 이전의 조사에서처럼 학생의 부주의나 본인 과실로 휴식시간이나 체육시간에 생기는 경미한 사고 정도일 것이고, 수업 전후에 일반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김응삼, 2013, 서울특별시학교안전공제회, 2008).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학생에 대한 학교 안전교육은 어떠해야 할까? 연일 계속되던 충격적인 기사들 속에는 ‘전원생존’에 관한 작은 기사도 있었다. 안전상 문제를 고려하여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하던 특수학급 학생들은 전원 생존하였다는 내용이었다. 특수학급 학생들의 '생존'은 우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배에 타지 않은 것을 ‘전원생존’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아마도 긴 항해를 견디기 어려우니 비행기를 탄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이와 같이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한 안전교육은 동일한 원칙을 안내하되 학생의 장애영역과 학교 내 적응능력을 고려하여 교육 내용을 개별화하였으면 좋겠다. 즉, 시각, 청각장애나 지체장애처럼 인지적 어려움이 적고 그들의 신체적 여건이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엔 개인에게 적합한 안전교육을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고, 신체적 움직임은 좋고, 상황인지가 어려운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학생에 대해서는 그들이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과 함께 교사와 학우들도 과하게 보호하거나 지나치게 반응하지 않는 일을 안내받았으면 좋겠다. 또한 당사자 안전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주변의 교사와 학우들에게 장애학생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교육의 제공이다.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기?” 정도라고나 할까? 최근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서울강동교육지원청과 함께 하고 있는 자폐성장애이해교육 등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특수학교의 안전사고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을 살펴보니 교사들은 보다 심각한 부분을 고민하고 계신 것 같다. 부산광역시 소재 공립 특수학교 6개교 특수교사 23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김우현, 김정연, 2013)와 대구지역의 특수학교를 중심으로 특수교사 10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강병일, 김남진, 2010)에서는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문제행동, 특히 공격행동으로 인해 일어나는 상해사건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수의 교사가 교사상해를 경험하였고, 교육과정에 계획된 시간을 이용하여 학교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사상해 발생 시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서 상담이나 학부모 및 학생의 사과로 처리하고, 상해 처리를 교사의 자력 구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일반적인 범위의 학교안전교육보다 심각한 ‘사고’들에 대한 사후처리도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 같다.
장애학생 부모들에게 여쭈어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학교 안전은 자녀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잘 보호받았으면 정도의 안전인 경우가 많다. 특히 뇌전증 등 위기상황이 생기기 쉬운 경우,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 혹은 공격성향을 가진 교우가 같은 교실에 있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그러다보니 청소년기의 급격한 감정변화가 있거나 행동문제가 많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죄책감이 생기고, 특수교사나 일반교사의 대응, 친구들의 반응에 민감하고 부정적인 불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학교에 대해 가장 당황해하는 점은 학교 내의 '사건, 사고'를 장애 학생 개인의 잘못, 혹은 부모의 탓으로 돌리거나, 혹은 사고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처리하시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경우이다.
내 경우를 되돌아보면 행동문제가 많은 자폐성장애 2급 자녀를 키우며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생활하다보니 어떤 때는 ‘가해’학생이었다가, 어떤 때는 ‘피해’학생이 되는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다. 그 거친 학교 생활 속에서 아이는 많은 것을 경험했다. ‘사고’를 쳤을 때, 야단맞을 만큼 야단맞고, ‘실수’를 했을 때, 실수한 만큼 책임지며 속에서 성장했다. 그렇게 아이가 자라가려면 특수교사들의 역할이 크고, 부모랑 좋은 협력을 맺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일어난 사건 사고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지, 당사자 학생에게 경험 속에서 얼마나 배울 수 있게 할지, 자신이 얼마나 책임질 것인지 함께 의논해야 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대화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일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 학교 생활의 목표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게 갈등이 있는 경우는 참 곤란하다. 학교 내의 물리적 공간들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 갈등이 학교를 ‘위험한’ 곳으로 만들게 된다. 앞으로 긍정적 행동지원(PBS)Solution-TF팀들이 각 학교를 방문하고 장애학생의 학교생활을 돕는 일들이 활성화될 듯하다. 학교 내, 교사-학부모의 차원에서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면 전문적이고 직접적인 맞춤형 컨설팅으로 교사 상담 및 문제행동 개선의 지원 방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장교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생활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제공될 때, ‘안전한 학교’는 조금 더 가까워질 것 같다.
(참고문헌)
강병일, 김남진(2010). 특수학교 학생 및 교사의 학교안전사고 실태 조사 연구 : 대구지역 특수학교를 중심으로, 특수교육저널 : 이론과 실천, 11(4). 277-304. 한국특수교육연구소.
김우현, 김정연(2013). 특수학교 안전사고로 인한 특수교사의 상해 실태 조사 :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특수아동교육연구, 15(1). 243-266. 한국특수아동학회.
서울특별시학교안전공제회(2008). 학교안전사고 관계 법령 및 공제급여 업무안내
김응삼(2013).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교원의 인식과 보상에 관한 연구 :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대구대학교 석사학위 청구논문. 대구대학교.
최평임(2009). 발달장애 특수교육기관의 운영 실태와 개선 방안 : 발달장애 특수학교 교사의 인식을 중심으로, 서울시립대학교 석사학위 청구논문. 서울시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