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청송 푸른 솔바람이 솔솔, 청송 주산지행!
70대 말까지만 해도 뛰듯 올라왔지만 이제는 무릎 통증 때문에 두 지팡이에 힘입어
겨우겨우 당도....
주산지 탐방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오늘처럼 신선한 느낌을 준 적은 없었다.
연두색 물이 뚝뚝 뜯는다고나 할까?
시인 송인숙 시 '내가 가는 길'의 시 구절이 생각난다.
상략
솔향 불어넣고
초록 물 뚝뚝 떨어지는
신록에 손을 담그니
오월의 알싸한 향기
가슴으로 흐른다
하략
주산지 남쪽 못둑에 외로이 얹혀있는 목선 한 채,
김기덕 감독 영화(2003년) '봄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촬영 세트다.
이 목선을 보면 그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불교 문학 작품을 영화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은
인간이 유년 청년 장년 노년으로 이어지는 성장 과정을 나타냈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은 이 저수지의 풍경이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점에 착안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산지 들머리 오른쪽 바윗돌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작은 비 하나,
이 못 축조 역사를 기록해 놓은 귀중한 자료다. 그 내용을 보면
주산지 축조에 공이 큰 이진표를 기리는 송덕비로
'조선 경종 원년(1720년)에 착공, 이듬해 10월에 완공'
'이진표의 후손 월성 이씨들과 조세만이 1771년에 세웠다.'
라고 기록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청송 주산지 일원은 명승 제105호,
주산지는 축조 이래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한번도 마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호수 속 왕버드나무는 지금 몇 그루 밖에 보이지 않는다.
150 년이 넘는 왕버드나무 약 150그루가 자생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겨우 23여
그루만 남아 있다고 한다.
물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 온 그 왕버드나무들,
나무도 생물이기에 생명의 한계를 다한 듯....
내 주변의 지인들도 하나 둘 이 세상을 떠나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