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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하늘
 
 
 
카페 게시글
^^---산행 사진---^^ 스크랩 빼어난 산세를 지니고도 버려진, 백운산-깃대봉-청량산(‘16.5.15)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133 16.05.25 03: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백운산(白雲山, 1,010m)-깃대봉(1,055m)-청량산(1,122m)

 

여행일 : ‘16. 5. 15()

소재지 : 전북 무주군 설천면과 적상면의 경계

산행코스 : 신두마을쉼터전망대일봉백운산깃대봉청량산 갈림길청량산성지산 갈림길566학소대(산행시간 : 4시간30)

 

함께한 사람들 : 안전산악회


특징 : ‘8Km밖에 안되니 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산행대장은 자신만만하기만 하다. 5시간20분이 소요된다고 적은바 있는 국제신문의 산행기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줄만 알았다. 오늘 오르게 될 산이 덕유산자락임이 분명하고, 내가 알고 있는 덕유산은 부드러운 능선이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능선에 오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거침없이 대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초반부터 어긋나고 말았다. 백운산 오르는 길은 토끼나 올라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거칠었고, 백운산에서 청량산으로 연결되는 능선 또한 밋밋한 육산(肉山)이 아니라 바위투성이에다 골까지 깊어 속도를 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흔적조차 찾기 힘든 산길을 걷다보며 할퀴거나 찔리는 것은 물론 심심찮게 따귀까지 맞아야만 했다. 산행거리 또한 국제신문이 옳았다. 하여간 수송대로 내려가는 가파른 하산길 등 4시간30분의 산행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산이 별로라는 얘기는 아니다. 스릴(thrill)을 만끽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암릉까지 갖춘 데다 덕유산이나 민주지산 등 인근의 산군(山群)들을 조망할 수 있는 뛰어난 전망대들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때를 거의 타지 않은 원시(原始)의 숲은 신선하기만 했고, 심심찮게 나타나는 철쭉무리들도 잠깐의 눈요깃거리로는 분에 넘치는 수준이었다. 거기다 산행 후 무주 구천동의 비경(秘境)인 학소대에서 목욕까지 할 수 있었으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이 아니겠는가. 결과적으로 한번쯤은 다시 와보고 싶은 산이라는 얘기이다. 그게 비록 무주군에 등산로를 정비하고 난 이후가 되겠지만 말이다.

 

산행들머리는 신두마을 회관(무주군 설천면 두길리)

대전-통영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내려와 19번 국도를 타고 영동방면으로 가다가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칠리대교(大橋 : 무주읍 당산리)를 건너자마자 오른편으로 빠져나와 30번 국도로 바꿔 탄다. 무주반디랜드와 설천면소재지(소천리)를 지나 라제통문삼거리(설천면 두길리)에서 이번에는 오른편 37번 국도로 바꿔 타면 잠시 후 신두마을에 이르게 된다. 산행들머리이다. 버스정류장에는 하두마을로 표기되어 있으니 참조한다.




신두마을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국도변에 위치하지만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오른편에 사각정자(四角亭子)인 마을쉼터가 보이니 참조한다.



마을 안길을 통과하면 다음은 시멘트포장 농로(農路)가 이어진다. 5분 후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진행한다. 잠시 후에는 또 다시 시멘트 포장도로에 올라선다. 아까 헤어졌던 농로와 다시 만난 게 아닐까 싶다.



진행방향에 백운산이 나타날 즈음이면 길은 우마차나 다닐만한 넓이의 흙길로 변한다. 뾰쪽하게 생긴 산의 모양을 보니 오름길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물기 한 점 없는 작은 계곡을 가로질러 잘 자란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 소나무인데도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쑥쑥 자란 것을 보면 개량종인 모양이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작은 지능선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4분 만이다. 산길은 이곳에서 임도(林道)를 버리고 오른편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지능선을 따른다고 보면 된다. 산길은 또렷하지가 않다. 오늘 산행이 만만찮을 모양이다.



잠시 후 주위가 갑자기 훤해진다. 능선이 텅 비어있는 것이다. 뭔가를 위해 벌목(伐木)을 해놓은 것이다. 덕분에 조망이 시원스럽다.



오르고 있는 능선의 오른편에 예쁘장하게 지어진 건물 하나가 보인다. 국립태권도원의 부속시설인 태권도공원전망대이다. 태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키워드 중 하나이다. 태권도 종주국의 모든 것을 담아 새롭게 만든 성지(聖地)가 국립태권도원, 사람들은 이를 태권도공원이라고 부른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10배나 되는 넓은 터에 경기장을 비롯해 박물관, 체험관 그리고 숙박시설과 산책시설을 갖췄단다. 전망대에 오르면 태권도공원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무주의 산하가 한눈에 달 들어온다고 했다. 옳은 말일 것 같다. 여기서도 덕유산과 민주지산 등 백두대간의 헌걸찬 산봉들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후 산길은 벌목지 경계선을 따른다. 꽤 오랫동안 계속되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힘들게 오르고 있다는 것까지 잊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시원스럽게 조망이 터지기 때문이다. 덕유산과 민주지산을 낀 백두대간의 마룻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비할 데 없이 장쾌(壯快)한 것이 한 나라의 등뼈라는 게 실감이 난다.




25분 후 또 다른 지능선과 합쳐지는 곳에서 오른편 숲으로 들어선다. 제법 또렷하던 산길이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닐 것 같다. 들머리나 중요한 포인트마다 국제신문의 리본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일반 산악회의 리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띔은 물론이다.



쓰러진 나무들이 갈 길을 방해하고 있는 거친 산길을 200m정도 진행하면 이번에는 거대한 바위벼랑이 앞을 가로막는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맞닥뜨린 것이다. 이럴 때는 여유를 갖고 주위를 살펴보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바위틈 근처에 리본이 매달려 있다. 바위와 바위의 사이로 길이 나있는 것이다. 그렇게 산길은 바위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위로 오른다. 안전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15분 정도의 악전고투를 지르고 나면 길의 형편은 많이 좋아진다. 그리고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공적(公的) 시설물을 만난다. 무진장소방서와 무주군청에서 세운 ‘119구조지점 표시목(백운 22)’이다. 오른편으로 난 길(라제통문에서 올라오는 길이 아닐까 싶다)도 하나 보인다. 고개가 끄떡거려지는 순간이다. 무주는 전체면적의 82%가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때문에 덕유산이나 적상산, 민주지산 등 세간의 입소문을 탄 산들이 많다. 백운산도 그중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산을 이렇게까지 방치하고 있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되겠는가. 결과적으로 우리가 진행해온 코스는 무주군청에서 개설한 주 등산로가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4분 후 이정표(정상 1.2Km/ 주차장 1.1Km)도 만난다. 왼편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보인다. 위가 반반한 것이 쉼터로 제격이겠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올라온 일행이 바위 위에 드러누워 있는 게 보인다.



이정표를 지나면서 산길은 사면(斜面)을 따라 옆으로 향한다. 곧장 치고 오를 수가 없을 정도로 능선이 험했던 모양이다. 하여간 얼마간 옆으로 나가던 산길은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왔다갔다 갈지()자를 그리면서 위로 향한다. 그만큼 사면이 가파르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안전로프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싶다.



12분 후 또 다른 이정표(정상0.9Km/ 주차장1.5Km/ 쉼터)를 만난다. 첨부된 지도에 쉼터전망대로 표기된 지점이다. 왼편으로 몇 걸음만 더 나아가면 시야(視野)가 뻥 뚫리는 뛰어난 전망대가 나타난다. 반석(盤石)으로 이루어진 것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겠다. 그래서 이정표에 쉼터라고 표기했나보다. 바위에 서면 조망이 시원스럽다. 가깝게는 백운산에서 깃대봉과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그리고 조금 더 멀리로는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과 설천봉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서쪽에다 백운산을 놓고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산들이 배치되었다고 보면 된다.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곧장 치고 오르지를 못하고 갈지자를 쓰는 것 또한 같다. 오른편에 서슬 시퍼런 바위벼랑이 보이는가 싶더니 잠시 후 능선(이정표 : 정상0.6Km/ 주차장1.8Km/ 일봉)에 올라선다. ‘쉼터전망대에서 14분 만이다.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일봉으로 향한다. 몇 걸음만 더 걸으면 또 하나의 뛰어난 전망대를 만난다. 이름만 들어서는 봉우리인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바위로 이루어진 하나의 전망대일 따름이다.



바위에 올라선다. 삼면이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진 덕분에 조금 전에 만났던 쉼터전망대보다도 오히려 시야가 더 넓게 열린다. 아찔한 벼랑 아래로는 구천동계곡이 선명하고, 그 뒤에는 각호산과 그 오른쪽으로 영동 민주지산, 그리고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를 가르는 삼도봉 등 내륙의 1000m급 명산들이 줄지어 인사를 한다.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오르막길이 계속되긴 하지만 그 가파름은 많이 누그러졌다. 중간에 의미 없는 이정표(정상 0.2Km/ 주차장 2.2Km) 하나를 지나면 산죽(山竹) 숲이 길손을 맞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백운산 정상에 올라선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40분이 조금 못 되었다.



정상은 생김새가 좀 묘하다. 그저 펑퍼짐한 언덕일 따름이다. 그나마 눈여겨 볼만한 점은 큼지막한 바위가 놓여있다는 것이다. 정상표지석은 그 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 아니 생김새로 보아서는 기존의 바위에다 글자만 새겨놓은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정상석이 없었더라면 이곳이 정상인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조망도 없다.



정상에는 이정표(쉼터/ 반딧불이 공원4Km/ 주차장2.4Km)가 세워져 있다. 우리가 올라왔던 방향(주차장) 외에도 반딧불이 공원이라는 지명이 보인다. 생태자연 학습장이라는 무주반디랜드를 말하는가 보다. 그곳은 곤충박물관과 자연학교, 식물원과 천문대, 청소년수련시설인 별이 쏟아지는 집과 숙박시설인 통나무집 등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생태체험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시간이 날 때 한번쯤은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행해야 할 방향은 두 군데 모두 아니다. 청량산은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쉼터방향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쉼터가 어디를 말하는지도 모르고, 또 만나보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이로 미루어보아 등산로는 이곳 백운산까지만 정비를 해놓은 모양이다.



깃대봉으로 향한다. 능선길이다. 길을 나서자마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헬기장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그다지 가파르지 않는 내리막길을 5분 정도 내려서면 안부에 이른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서성이고 있는 것이 산나물이라도 뜯고 있는 모양이다.



안부를 지나면서 산길은 가팔라진다. 거기다 곳곳에 바윗길까지 버티고 있다. 그것도 여자 혼자서는 쉽게 오를 수 없을 정도로 험하다. 누군가 유격장 수준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사귄지 얼마 안 되는 연인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코스는 없을 것 같다. 끌어주고 밀어주다 보면 둘의 사랑은 그만큼 더 짙어질 테니까 말이다.



바위들과 씨름하길 8, 저만큼에 집채만 한 바위가 나타난다. 첨부된 지도에 암봉(970m)로 표기된 지점이다. 산길은 바위를 피해 오른편으로 우회(迂廻)를 시키고 있지만 바위 위로 올라본다. 그리고 뛰어난 조망처임을 알아차린다. 발아래에는 무주반디랜드와 용화면(충북 영동군) 소재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에는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을 거쳐 삼도봉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마룻금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이어지는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바위가 많은 능선이다. 산길은 바위 위를 걷기도하고, 여의치 않을 때에는 좌우로 피해가면서 이어진다. 걷기가 사나운 산길이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오르면 1022m봉이다. 지도에는 암봉(1022m)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내 눈에는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흙봉우리로 보일 따름이다. 오르는 길에 바위들이 많이 보여 그렇게 표기를 해놓았나 보다.



오늘 산행의 또 다른 특징은 철쭉이다. 곳곳에서 군락지(群落地)를 만날 수 있는데, 꽃의 색깔이 우리가 늘상 보아오던 빨강색이 아니라 거의 흰색에 가깝다. 그래선지 화사함 보다는 청초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1022m봉에서 살짝 내려섰던 산길은 이내 다시 위로 향한다. 그리고 10분 후에는 깃대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반반 지형에 커다란 노송들이 몇 그루 보일뿐 깃대봉 정상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정상표지석은 물론, 그 흔한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는다. ‘깃대봉이라고 쓰인 리본까지 없었더라면 이곳이 깃대봉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십중팔구(十中八九)는 이곳이 정상인줄도 모르고 지나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갈 길 바쁜 산꾼들이 작은 리본의 글자까지 살펴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깃대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주변의 잡목(雜木)들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라도 쉬어갈 요량이라면 이야기는 확 달라진다. 앉기라도 할라치면 시야가 활짝 열리면서 건너편에 있는 덕유산이 확연히 그 자태를 드러낸다.



깃대봉에서 만난 기암(奇巖), 거북이를 쏙 빼다 닮았다. 건너편에 있는 덕유산을 향해 금방이라도 달려갈 모양새이다.



향적봉으로 향한다. 잠시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평범하지만 바위들이 많아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그렇게 13분을 진행하면 안부에 내려선다.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생각보다 가파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코끝을 간질이는 짙은 향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냄새의 주인공은 더덕이다. 향기가 짙은 것으로 보아 주변이 온통 더덕 밭인 모양이다. 가던 길까지 멈추고 더덕 캐기에 열중하고 있는 일행들이 그 증거일 거고 말이다.



길가의 산죽(山竹)들이 그 밀도(密度)를 점차 높여간다. 그러더니 능선을 통째로 점령해 버렸다. 높이도 어느새 어른의 어깨 높이까지 차올랐다. 다행이도 길의 흔적은 나타난다. 그렇다고 진행하기가 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산죽들과의 씨름까지 피할 수는 없다는 얘기이다. 하여튼 깃대봉을 내려선지 30분 정도가 지나면 산죽의 숲속에 들어앉아있는 삼각점(무풍 21) 하나가 눈에 띈다. 지도에 삼각점(1120m)으로 표기된 지점이다. 하지만 국토지리원장 명의로 세운 삼각점 안내판에는 높이가 1127.1m로 되어 있다. 지도의 높이가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삼각점봉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물론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다. 청량산으로 가는 길은 올라왔던 반대방향으로 열린다. 하지만 하산지점인 수송대는 왼편이다. 청량산으로 둘러본 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는 얘기이다. 청량산으로 방향을 잡자마자 울창한 소나무 숲이 길손을 맞는다. 곧고 굵게 잘 자란 것이 이곳도 역시 개량종 소나무인 모양이다.



소나무 숲이 끝나면 산죽(山竹)이 기다린다. 하지만 반기는 게 아니라 갈 길을 막고 있는 모양새이다. 어른의 어깨 높이로 자란 산죽들이 길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곳에서는 자그만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리본을 찾아가며 길을 열기보다는 대충 눈짐작으로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얘기이다.



산죽들과의 몸싸움이 끝나면 드디어 청량산 정상이다. 삼각점봉에서 10분 정도 걸렸다. 어렵게 올라선 정상은 실망 그 자체이다. 펑퍼짐한 것이 생김새부터 산봉우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다, 조망까지도 일절 허락하지 않는다.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도 없음은 물론이다. 만일 대구의 산꾼 김문암씨의 작품으로 보이는 정상표지판까지 없었더라면 어느 누구도 이곳이 청량산인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삼각점봉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삼각점까지 다시 올라갈 필요는 없고 봉우리 바로 아래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된다. 잠시 후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길을 만나기 때문이다. 성지산 방향의 능선이다. 하지만 길의 흔적은 아까보다 더 희미해졌다. 그리고 길 주변의 나무들도 한층 더 굵어졌다. 그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삼각점봉에서 7, 그러니까 청량산을 출발한지 15분쯤 되면 하늘을 향해 치솟은 거대한 바위 하나를 만난다. 입석(立石), 그러니까 선돌을 닮았다. 아니 촛대바위라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해진 이름은 없다. 훗날 이곳 청량산까지 등산로를 정비하게 될 경우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도 해서 적당한 이름 하나 지어줬으면 좋겠다.



산길은 선돌을 피해 왼편으로 우회(迂廻)한다. 급경사면(急傾斜面)을 따라 길이 나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 구간만 통과하고 나면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반면에 길가 풍경은 볼거리로 넘친다. 괴상하게 생긴 바위가 나오는가 하면 호랑이굴을 연상시키는 작은 바위벼랑도 만난다. 거기다 기이한 형상의 고사목(枯死木)들까지 한몫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눈이 호사를 누리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선돌을 우회한지 26분쯤 되었을까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정표는 없지만 곧장 능선을 따를 경우 성지산(992.4m)으로 가게 된다. 하산 지점인 수성대로 가려면 이곳에서 왼편의 지능선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또 다시 고생이 시작된다. 가파른 내리막길 때문이다. 눈요깃거리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묵묵히 내려설 따름이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내려서면 또 다른 삼각점(무풍 401)이 나타난다. 높이는 566.6m란다.




삼각점을 지나면서 산길은 그 사나운 기세를 많이 누그러뜨린다. 그리고 10분 후에는 37번 국도(구천동로)에 내려서게 된다. 수성대(水城臺) 입구이다. 수성대는 구천동의 3대 경승지 중의 하나로 일사대(一士臺)라고도 불린다. 구한말 충절을 지켰던 송병선(宋秉璿) 선생이 서벽정(棲碧亭)을 세우고 창암(滄巖)의 고고함을 들어 일사대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산행날머리는 학소대

도로를 가로지른 후 비포장길을 따라 잠시 내려가면 물이 누워있는 용을 닮은 바위를 맴돌아 담()을 이룬다.’와룡담 갈림길'(이정표 : 와룡담110m)을 만난다. 와룡담의 반대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공중화장실이 나오고, 그 아래 냇가가 바로 학이 둥지를 틀고 살던 노송(老松)이 있었다는 학소대이다. 경관이 빼어나다는 수성대는 이곳에서 조금 더 가야하지만 냇가로 내려가 물속에 몸을 담그며 오늘 산행을 종료한다. 뼈 속까지 시원해지는 물속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비록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었다는 노송은 보이지 않지만 잘 그린 그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문광부에서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무주는 전체 면적의 82%가 산림을 이루고 환경지표 곤충이자 천연기념물 제322호 반딧불이(반딧불이와 그 먹이서식지)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2016 올해의 관광도시. 올해의 관광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관광 잠재력이 큰 도시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를 말한다. 오늘 산행은 4시간 40분 정도가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4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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