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두려워한 스님 제자 이 이야기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던 한 스님이 결국 그 역경을 용감하게 극복해낸 과정을 담은 실화이다. 아마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짠의 제자인 한 스님이 두타행을 하던 중,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삼림이 우거진 곳에 도착하였다. 그 근방은 초행이었으므로 마을사람들에게 하룻밤 머물 수 있는 적당한 곳을 물어 한 장소를 안내 받았는데, 그곳이 공동묘지 옆이라는 말은 미처 듣지 못했었다. 첫날 밤 그는 편안하게 그 곳에서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서 보니, 마을 사람들이 송장 한구를 메고 와서는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은 뒤 화장을 하는 것이었다. 그곳은 그의 거처에서도 분명히 보이는, 불과 몇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처음에 관이 들려 가는 것을 본 순간 그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거라고 내심 달래보며 그럭저럭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자신이 앉아있는 곳에 널려 있는 장작더미와 바로 눈앞에서 유해가 타오르는 장면을 목도하고는 이중으로 두려움이 몰려왔다. 바로 그 순간이 두려웠고, 앞으로 다가올 밤도 두려웠다. 밤이 될 때까지 공포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거의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마치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이 떠난 후, 그는 계속해서 공포에 시달렸다. 죽음에 관련된 경구의 암송이나 어떤 명상도 그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못하였다. 눈을 감을 때마다 한 줄로 길게 늘어선 귀신들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귀신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고 얼굴은 숨 쉴 틈 없이 계속 바뀌었다. 비구계를 받은 이래로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몇 시간 후 그는 머릿속에 맴도는 이 모든 귀신들이 자신의 병적인 공포심에서 야기된 허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타행 스님은 일반적으로 두려움이 없으며 죽음과 귀신은 물론 어떤 위험과도 맞설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였다. 그 자신도 이른바 두타행 스님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수치심도 없이 이처럼 귀신을 두려워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같은 공포에 굴복하고 만다면 두타행 스님으로서 오욕을 씻을 길이 없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용기를 내어 공포의 근원을 찾아내 정면으로 맞서리라고 결심하였다. 그래서 여전히 시체가 타고 있는 화장터로 다가갔다. 그러나 몇 발자국을 못가서 갑자기 발이 땅에 붙어 버린 것처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가슴은 천둥이 치듯이 두근거렸으며 몸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는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억지로 계속해서 걸었다. 다시 주춤거리거나 멈추는 일이 없도록 걸음을 빨리 했다. 공포로 떨리는 몸과 마음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의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생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기 제어가 필요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순전히 의지력 하나로, 내키지 않는 몸을 가까스로 화장터로 끌고 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나 아직 공포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그는 전심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숨쉬기조차 힘들었고 거의 실신할 것 같았다. 그 순간 간신히 부분적으로 탄 시체를 보았고, 불길 속에서 드러난 하얀 해골을 보았을 때는 바로 코앞에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는 두려움을 간신히 누르고 시체 앞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시체를 마주한 채로 바로 그 시체를 주제로 명상에 들어갔다. 고동치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죽음에 관련된 구절들을 중얼거렸다. “이 시체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 어째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나도 머지않아 죽을 터인데 그런데 이 같은 공포는 왜 생기는 것일까? 나도 틀림없이 죽어서 저와 같은 시체가 될 것인데, 왜 시체를 두려워하는 걸까? 두려워하지 말자!” 귀신들에 대한 공포와 투쟁하면서 이런 구절들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바로 등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발자국 소리였다! 누군가가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발자국 소리는 불규칙적이었는데, 잠시 동안 조용하다가 또다시 들리곤 하였다. 누군가가 뒤에서 그를 공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는 완전히 공포에 휩싸였고 호흡이 너무 거칠어져서 하마터면 “귀신이다! 도와주세요!” 하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날 뻔하였다. 그는 가까스로 자신을 추스려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기다렸다. 그는 바로 몇 미터 떨어진 곳까지 무언가가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 바삭바삭한 걸 먹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진저리쳤다. “저놈이 저걸 다 먹고 나면, 틀림없이 나도 바삭바삭 먹어치울 거야! 그럼 난 끝장이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억누를 수 없었다. “지금은 일단 피하고 다음에 다시 와서 저 놈과 싸울 방법을 찾아보자. 오늘밤 여기서 굴복하느니 차라리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일어나 달아날 준비를 하면서 그 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보기 위해 눈을 떴다. 그 순간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실로 어이없는 ‘녀석’이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턱없는 겁쟁이였던가를 깨닫고는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에게 달려들어서 잡아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괴물은 단지 동네 개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개는 마을 사람들이 죽은 영혼들을 위해 공물로 남겨놓은 음식들을 찾아 주변을 킁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은 주변에는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두려움에 떨었던 스님에게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오직 땅에 떨어진 먹을 것을 찾는 데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래, 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게 바로 너였구나.” 스님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무엇이 다가오건 맞서 싸울 결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얼마나 겁을 내었던가를 생각하자, 그런 자신이 측은하게 여겨졌다. 자기 제어를 위한 다르마의 이런저런 방법들을 동원해도 끝내 두려움을 억누르지 못했다면, 그 두려움이 그를 몰아쳐 미치게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오늘 나의 처신은 모든 것을 정복한 타타가타의 황색 가사를 걸친 사람으로서 참으로 수치스러웠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공포심 때문에 재가불자들의 공양을 낭비하였구나. 스님 중에 나 같은 인간이 많다면 어쩔 것인가? 참으로 부처님 성전에 먹칠을 하였구나!” 이런 자괴감 속에서도 스님은 아직 용기를 잃지 않았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때까지, 아니면 두려움과 싸우다가 지쳐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스님은 다른 이에게 결코 모범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는 공동묘지에서 밤낮으로 버티면서 용기를 갖고 자신의 두려움을 통제하기 위하여 정진했다. 생명 없는 시체와 살아 있는 자신의 몸을 비교하면서, 시체와 자신의 몸을 형성하고 결합시키는 원소들에 대해서 명상하였다. 마음이 떠나면 살아있는 몸도 죽은 몸이 된다. 각양각색의 원소들이 해체되고 그것들은 근원지로 되돌아간다. 또 하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단지 한 마리 개가 부지중에 스님을 거의 죽을 지경으로 공포에 사로잡히게 했다는 사실이다. 스님의 마음이 요란하게 작동하여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많은 허상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상상 속에서 지어낸 많은 것들은 심적인 고통만 일으켰을 뿐,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망상이 마술사처럼 마음에 얼마든지 장난질을 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불현 듯 스님에게 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망상과의 싸움으로 인해 거의 죽을 뻔했다. 지금이 바로 마음속의 망상을 제거해 버릴 기회이다. 마술사 같은 이 망상들은 시체가 장작더미 위에서 화장되듯이 바로 태워버려야 한다.” 스님은 자신의 결심을 지켜 나갔다. 두려움을 순간순간 느낄 때마다 그 두려움과 용감하게 맞붙어 싸웠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에 대항해 용감하게 맞섰다. 그날 밤 그는 한숨도 자지 않고 자신의 두려움과 투쟁했다. 며칠 밤 동안 처음의 그 단호한 용기를 지니고 두려움과 싸운 결과, 마침내 그는 두려움을 태워 버리는 데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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