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에 접어들자 이젠 확실히 수확의 계절이 아닐까 싶은 게 숲속 여기저기서 툭툭 떨어지는 꿀밤을 줍는 분들도 꽤 보이고 저 또한 가을걷이를 하나 하고 있기 때문이죠.
오전 꽃밭에 출근하며 가장 먼저 하는 게 전체 꽃밭들을 둘러보며 분꽃 씨앗을 채집하는 겁니다.
새까맣게 맺힌 분꽃씨를 따며 이것들을 새로 개간한 꽃밭에 뿌려 내년이면 또 다른 분꽃밭이 생겨날 거라는 기대감에 약 한 시간 즈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분꽃밭들을 둘러보며 씨앗을 모으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한데 저의 손가락이 굵어 자그마한 분꽃씨를 따다 열에 한둘은 떨어뜨리기 십상이죠.
또한 저의 손길이 워낙 투박해 바로 옆에 새로 맺히는 덜 익은 꽃씨나 꽃몽우리들을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하나 얻으려다 두셋을 망치기 일수인지라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습니다.
굳이 힘들게 채집할 필요까지 있을까, 길 안쪽 꽃밭에 떨어진 것들은 그 자리에 또 날텐데 싶지만 다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이른 시기에 떨어진 분꽃씨들은 몇 주 후인 9월말 10월 초순에 발아해 한동안 잘 자라나 싶다가 11월 하순에 내리는 서리에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지라....
산에서 사라져간 못다 한 청춘들이 떠오르기도....
아무래도 수렵채집 시절부터 분업의 인류전통 유전적인 입장에선 마눌님의 작고 가는 손길이 분꽃씨 채집에는 제격이련만 작년까진 꽤 협조적이었던 마눌님이 올해는, 바쁜 일들이 많기는 했지만 여하튼 영~ 시원찮습니다.
혹 다른 집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한지붕 두 통장체제인지라 꽃밭 경영을 공동운영하자며 마눌님을 이런 봉사노동의 현장에 강제로 끌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만 열에 한둘 분꽃씨가 저의 굵은 손가락 사이로 떨어져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있는지라.......
여하튼 최대한 분꽃씨를 잘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실의 계절에 수확할 것들이 비단 꿀밤이나 씨앗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만 있을 게 아니겠기에 아직도 3개월 이상 남은 올 한해 모든 분들 즐겁고 풍성하게 한해를 잘 마무리하시길 희망합니다.
첫댓글 예전 어릴 적 살던 집뜰 담장아래에 저홀로 피고지던 분꽃
오래전 돌아가신 엄마는 꽃을 좋아하셔서 봄이면 마당끝에 화단을 만드셔서 여러종류의 꽃씨를 뿌리셨는데 그 꽃씨가 싹을 틔우며 자라나 꽃잎을 열어 열매맺기까지 엄마의 자투리 시간은 늘 꽃밭을 가꾸시는데 할애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으로 봉숭아 분꽃 채송화 접시꽃 해바라기 달리아 등등 많은 꽃을 보며 자란 기억이 납니다
오랫만에 까만 분꽃씨를보니 문득 엄마가 생각 났습니다
예쁜 꽃 잘 보았습니다
봉숭아 분꽃 채송화 접시꽃 해바라기 달리아.......
예, 이 꽃들 이름만으로도 고향집뜰이 아련하게 떠오르는군요. ㅎㅎ
그립고 그리운.....
가을은 씨앗이 있어 덜 허무한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