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민속놀이 삼은 프랑스를 필두로 이탈리아, 스페인, 알바니아 등등 유럽 곳곳에서 경제난과 학생과 시민의 권리 보장 등을 들며 반정부 시위가 연쇄적으로 터지는 중입니다. 매스미디어는 폭동과 약탈을 주로 조명하고 유튜브나 인스타 등지에 상주하는 우익 저능아들은 어김없이 맥락에서 벗어난 이슬라모포비아와 제노포비아를 외치는 중입니다. 이 역시 현 사태의 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무장경찰이 방호모를 벗어던지고 학생들과 축구를 하며, 패닉에 빠진 시위대를 다독이며 간호하고, 소방대에 돌을 투척하는 시위꾼을 시위대가 그러면 안된다며 줘 패거나, 구급차가 달려오자 팔을 걷고 바리케이를 치우는 사람들 등 비폭력적이고, 인류애가 느껴지는, 우리의 시위에 가까운 모습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글은 따스한 점을 조명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반대로 폭력을 다루고자 함입니다. 시위 영상을 보면 프랑스는 battaille, 이탈리아는 guerriglia라는, 즉 각각 '전투'와 '게릴라전'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시위대와 경찰 간 수위높은 폭력행위가 벌어집니다. 중무장한 프랑스 폭동진압경찰은 곤봉으로 시위대를 사정없이 두들겨패며, 최루탄을 난사합니다. 밀라노 광장에서 이탈리아 헌병대는 뒤지고 싶으면 들이밀어보라는 식으로 차량을 돌려 시위대를 두오모 광장 외곽으로 거칠게 밀어냈습니다. 시위대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도심을 지나는 경찰차에 돌을 던지고, 경찰 방벽에 폭죽을 유탄처럼 발사하며, 경찰 대열로 돌격해 육탄전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 어마어마한 폭력의 근원을, 미미하지만 그 한 단면을, 경찰 쪽에 포커스를 맞추어 다루어볼까 합니다. 이탈리아 경찰이 주인공이지만, 유럽 국가들 환경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등 여러 국가에 적용 가능할 듯 싶습니다. 미국에선 이미 고착화 된 문제고요.
이들은 이탈리아군의 최정예 부대인 '폴고레' 공수여단의 낙하산병들입니다. 갑자기 폴고레 애들이 왜 나오냐고요? 그건 이 친구들이, 아니 폴고레가 대표하는 이탈리아 공수부대 자체가 오늘의 주제인 폭력시위의 한 단면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군사사에서 공수부대의 창설은 파시스트적 그 자체이긴 했습니다. 파시즘의 미래주의가 찬양하던 항공기를 이용해, 적지 한가운데 뛰어내리는 용맹한 군인이자, 공격적인 부대. 이탈리아 공수부대는 파시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엘 알라메인에서 전설을 쓴 폴고레 사단의 낙하산병들을 비롯해 당대의 공수부대원들이 파시즘 이데올로기에 얼마나 충성했는지, 무솔리니를 얼마나 추앙했는지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일단 이탈리아 내전이 터지자 공수부대원들도 둘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군의 '공식적' 뿌리가 광복군이듯, 이탈리아 공화국군의 기본 뿌리는 적어도 '살로 공화국'의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간판만 바꿔달고 사람을 냅두면 변화는 없다는 걸 우리 모두 다 알죠.
충격적이게도 전후 이탈리아 공화국군의 정예 공수부대 내에는 '살로 공화국에 대한 향수'가 가득했습니다. 가령 70년대 폴고레 낙하산병의 90%는 파시스트거나 사상적 동조자였다고 하며, 일부는 훗날 있을지 모를 '파시즘 혁명'을 대비키 위해 전역 후 콩고에서 용병일을 하며 전투경험을 습득했습니다. 이 기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요.
*이탈리아 친구와 징병제 및 군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기 오빠뻘 되는 친지들은 징병제 시기 군복무 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다면서 갑자기 "근데 최악은 공수부대야. 쓰레기들"이라고 했죠. 제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낙하산병뿐 아니라 산악병에 대한 인식도 이탈리아 청년층, 특히 여성이나 좌파쪽에는 최악을 달립니다. 가령 동북 우디네 등지에선 '줄리아'를 비롯한 일대 알피니 전역자들이 '산악병의 날'에 모여 '행사'를 합니다. 왜 따옴표를 달았냐면 행사라는 이름의 난동이기 때문이죠. 이들은 술에 취해 도심 곳곳의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학교 체육관 등에 들어가 유리창을 깨고 놀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파시스트적 언행, 그러니까 "너는 무솔리니를 어떻게 생각하냐. 그분이 계셨음 호모새끼들 싹 다 죽여버렸을텐데" 등등을 외치며 시비를 걸어댑니다.
아무튼 폴고레의 낙하산병들은 기본적으로 파시스트적, 또는 우익~극우적 망탈리테가 탑재돼있기에, 기본적으로 적대 대상을 공유합니다. 좌파, 빨갱이, 안티파, 외국인(특히 중동-아프리카).
이탈리아 시위 뉴스를 보신 분들은 낯익을 하늘색 뚝배기를 쓴 전경들입니다. 이들은 이탈리아어로 "Reparti Mibili", 우리말로 "기동대"라 불리는 국가경찰 산하 폭동대응경찰부대입니다. 우리 예전 전경, 백골단 이런 거죠.
1990년대 이후, 공수부대원들이 전역 후 국가경찰로의 이직이 쉽게 가능토록 하는 제도가 활용되었습니다. 많은 낙하산병들이 군복을 벗고 국가경찰 제복으로 갈아입었고, 전투력이 뛰어난 정예부대 출신인지라 적잖은 수가 경찰 특무대인 "기동대"에 배치되었습니다. 이제 이들은 소요사태에 투입되어 드디어 그들의 사상적 '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좌파, 빨갱이, 외국인, 안티파.
살상훈련을 받은 군인 출신이라는 근본과 심리적 증오는 필연적으로 과격한 진압행위를 유발했습니다. 원래 시위가 평화로웠으나 국가경찰로의 공수부대원 흡수로 폭력적으로 변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하게 지적되는 건 이 공수부대원을 비롯한 군 출신의 경찰 유입이 이탈리아 국가경찰 인력의 우경화와 과격화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것입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갔습니다. 애초부터 정부와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이 높은 유럽에서, 특히 좌파들을 중심으로 경찰을 '정권의 개'로 여기며 "파시스트"라 비난하는 기조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원래부터 국가폭력의 주 대상인 비유럽계 이민자들에게 기동대는 그야말로 적이었습니다. 경찰 기동대원들 입장에선 기어코 빨갱이 새끼들과 외국인 새끼들이 들고 일어나는 꼴이었을 것입니다.
이와 다를 것 없던 대한민국 경찰은 민주화 이후 강압적인 내부 통제를 받아 '민주경찰'이 되었습니다. 필요할 때 적극적인 무력행사를 하지 못하거나 같잖은 민원에 시달리게 되는 악영향이 생기긴 했지만, 시위문화의 점진적인 변화에 더불어 지금은 무력충돌 같은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기에 우익 좀비들의 서부지법 폭동이나 올공 폭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고요. 근데 이러한 '평화시위'가 과연 경찰조직의 '민주화'와 시위문화의 온건화, 또는 '수준높은'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 때문일까요? 다는 아니겠죠.
결국 경찰도 인간이고 시위대도 인간입니다. 미국이나 이탈리아 국가경찰이 소요사태 진압을 점점 군 출신에게 의존하며 경찰의 군대화, 우경화, 과격화를 야기했습니다. '적'을 상대하는 군인이라는 인간이 경찰로 옷만 갈아입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유럽의 폭력시위의 한 단면을 얕게나마 설명해보고자 함이 목적이기에 이것이 옳다 그르다를 평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도 이민자 받아들이면 유럽꼴 난다는 이분법적 저능아의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뭐 잠깐 짚자면 우리는 지금 '이민자/난민'에 집중합니다. 외국에서 얼레벌레 넘어온 침략자들이 공권력에 저항하고 사회를 혼란케 하며 난동부리고 약탈을 일삼는 그런 존재로서. 인간이 열등해서 그런 걸까요? 그건 아니죠. 종교든 뭐든 전근대적 문화가 장착되고, 모국 환경이 씹창이라 존나 못배워쳐먹었기에, 그리고 유럽으로 넘어와서는 현지에 동화될 능력이 부족하고, 차별을 맞닥트리기에 그렇게 변하는 거죠. 즉, 사회구조적 문제이자 인문학적 문제인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제하고 '약탈과 폭동을 일삼는 이민자'라는 외양에만 집중하면 멍청이의 길로 가는 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글을 마무리하자면, 현 유럽 폭력시위에는 미디어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 뒤에 <'경찰복 안에 있는 인간'역시 시위의 과격화/폭력화의 한 원인이자 결과>라는 단면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껍데기 너머의 현대사회의 다면성을 우리가 인지하고 대처한다면, 우리는 유럽처럼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여지는 대로 인식의 틀을 한정한다면 우리는 유럽처럼 되기 시작할 겁니다.
킹치만 기대와 희망이 갈수록 줄어드는 건 왜일까.. 이게 다 솔로라 외로워서 그런 거다! 모조리 망해라 그냥!
첫댓글 지난번에 써주신 우크라이나도 그렇고 현재 유럽을 이해하려면 100년전 파시즘이 준동하던 시대는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는걸 새삼스래 다시 느낍니다. 공부할게 너무 많다.. 쉣..
그렇죠. 현대 한국을 이해하려면 박정희 시기를, 중국을 이해하려면 공산당을 공부해야 하듯, 유럽을 구성하는 한 면을 이해하려면 파시즘과 그 유산을 뜯어보는건 필수입니다.
무솔리니부터 현대의 학자들까지, 파시즘은 정말로 '유럽적인' 것이라고 하니 말이죠..
@bamdori 이범석이 있었다면, 안호상이 좀 더 권력이 있었다면, "한국적인" 것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애시당초 한국에서조차 철거민들 및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서 토끼몰이하듯이 공권력 휘두른게 얼마전이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있을 예정이지요.
권리는 주지도 않으면서 명령 들으라고 하면 누가 듣겠습니까.
이것저것 그런거 쓰다가 주제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 지웠는데, 우리나라의 '평화시위'의 경우 "중산층" 중심이기에 충돌이 방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단 생사를 건 결집이 아니기에 경찰과도 굳이 폭력을 불사하며 붙을 핗요도 없을 뿐더러 중산층에 어울리는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점도 있겠고요.
그러나 말씀하신 철거민 등에는 전혀 해당하지 않죠. 이것도 일종의 사회적 컨센서스가 아닌가 싶어요. 한국민의 주류인 중산층을 건드리지 않는 대가로 사회적 약자에겐 국가폭력의 행사를 대체로 묵인해주는. 외면이 아닌 합의.
훌륭한 분석이오 동무.
(박수)
↓이 밑으로 회원들은 다 박수를 치시오!
이게 다 서기장의 영도 덕분이지요. Mujanggongbi ha sempre ragione!
(대충 머머리 두체쿤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짤)
우뢰와 같은 짝짝짝~~~
(굴라그행 당한거 사...사면해줘유~~~)
(박수) 짝짝짝. 역시 훌륭합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
Muy Elegante!!!!!!
짝짝짝! 좋은 글입니다!
짝짝짝 명필입니다.
짝짝짝 잘 읽었습니다
짝짝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