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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꽁트
#조컴문
- 오래된 친구를 보내며 -
사귄지 거의 십년도 넘은 내 친구는
내가 보증하건데 함께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1+1은 틀림없이 2인 친구였다.
2+2는 덧니라느니 이땡이라느니 하는 친구들과는 본질적으로 틀린
정직과 원칙을 빼면 쓰러지는 친구였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그대로 고스란히 실천하는 친구였다.
비록 내가 틀렸을지 몰라도 나를 하늘같이 믿으며 그대로 실행하는 충직한 친구였다.
아마 내가 자살하라고 해도 군소리 없이
따르고 남았으리라.
하여간
내 친구는 믓 전자제품 초기 출시가 그러하듯 외제부품을 많이 썼을 것이고 기계적으로
찍어내지 않은 수공예 명품일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현대사회의 초스피드에 멀미나는 나였기에
타 친구보다 굼뜨고 간혹 파업을 해도
애정으로 쓰다듬으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 되리라는 믿음이었고 사실 또 많이 그러했던 신통한 친구였다.
어찌 보면 인간이나 애완견보다 더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정한 세월이라고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으니...
치명적인 오류창이 뜨고야 말았다.
늘 해왔듯 몇 번이나 재부팅하며 영어가 뭐라 쏼라 거리든 엔터엔터 쳐봤건만
친구에게 치매가 온 것이 분명한 듯 내 기대는 어그러지고 말았다.
어떤 현인이 가로되 ‘시계나, 카메라나, 자동차나 (여성얼굴도였던가?)
수리공 손을 한번 타면 그것으로 끝장’ 이라고 말했던 걸 신봉하는 나였기에...
사흘이나 갈등한 끝에 친구를 부축해
J컴퓨터 대리점에 갔다.
스물도 안되어 보이는 히피 같은 녀석이
청진기를 대보더니만
‘윈도우가 깨진네여, 밀어버리고 다시 깔아야 되는디여’
나는 그럴 리가 없다며 십년 이상의 우정과
신뢰를 들어가며 수술 말고
간단한 응급처치만으로 충분할 거라고 주장했지만 넘은 기계뭉치에게 무슨 놈의
개똥같은우정이냐며 기어이 밀어버리고 다시 깔았다.
비록 정상이 되긴 했지만 나는 놈이 하도
궁색해 윈도우 다시 까는 몇 만원에 눈이 멀어 대수술을 강요한 것이라고
앙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전에 자연분만을 놔두고 돈 되는 제왕절개를 권하는 일부산부인과의 양심불량 의사도 있을진대
기술자 근처도 안되어 보이는 넘이 뭘 안다고
내 우정과 신뢰를 깔아뭉개는가 말이다.
나아가서 혹시 머지않아 고장나게끔 친구안에 시한폭탄을 심어놨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아니나다를까,
한 이삼주일 잠잠하던 내 친구는 돌연 흥분상태에 빠지는 듯
[드르륵 드르륵] 몸서릴 치면서 맥박인지 혈압이 무려 280까지 상승하더니만...
끝내는 명을 놓아버렸지 뭔가.
나는 눈물을 흘리며 친구를 껴안고
H컴퓨터 대리점으로 갔다.
마흔 넘어 보이는 대머리 아저씨가
주인겸 기사였는데 점잖은 사람답게
그는 내 우정과 신뢰를 십분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개복을 하더니 냉각팬등을 손보고
몇 개 반도체와 코드를 뽑더니만
지우개로 접촉면을 빡빡 문지르는 것이 아닌가.
컴에 지우개질이라니 그것이야말로 휴먼테크였다.
그는 먼지가 끼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며 사람이든 기계든 신뢰로 다루는 것이
좋을 건 두말하면 잔소리라며 내 우정을 격려해주었다.
과연 내 친구는 쌩쌩하게 부활했다.
부활비도 아주 저렴했다.
왜 그동안 보약도 못 먹였는지 명색 친구라면서 왜 친구의 마음속을 헤아리지 못했는가 하는 미안함에
나는 쓴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컴에게 사과를 했다.
그랬음에도 친구의 내상이 심했음인가?
사흘도 안 되어 수시로 다운되는가하면
얼굴이 칠면조같이 노래졌다 벌개졌다 정상이었다하며
히로뽕 중독말기같이 거의 섬망증 환자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아~ 내 마음도 안타까워 시시각각으로 쫄아들었다.
도저히 친구의 고통을 보기 힘들어
다음날엔 얼굴까지 들고 이번엔 L컴퓨터대리점에 갔다.
서른 쯤의 안경 낀 빌게이츠같이 생긴 사람이 기사인 것을 확인하고는 들어간 것이다.
과연 그는 참을성 있게 간간 메모까지 하며 내 친구의 병력과 증세를 듣고는...
순식간에 진료를 마치더니, 모니터에는 이상이 없고
그래픽카드란 내장에 염증인지 종양이 생겼다며 들어내고 장기이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머리나 심장도 아니고 그깟 창자 치료가 문제랴,
다시 부활한 내 친구 안색은 좋은 편이었다.
허나 일주일도 안 되어 시도 때도 없이 파업하며 [삑.삐익.삑] 고통스런 비명까지 질러대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안 나오고 귀도 안 들리는 등
이거야 무슨 병에 걸렸는지 귀신도 모를 일이었다.
어쩜 돌팔이 수리공 유령이 달라붙은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세상에 믿을 의사 하나 없다고 개탄하며
내 친구를 끌어안고 찾아간 곳은 N컴퓨터 대리점이었다.
쉰대인 전당포주 같은 주인은
내 하소연을 듣고는 실력도 쥐뿔 없는 기사들이 기계를 고쳐서 쓰기보다는
새 기계 팔아먹으려 용을 쓰는 경향이 있다며 철학부재의 세상을 탄하며 끝내는 좌익이 어떻네, 독도가 어떻네,
한없이 장광설을 늘어놓고는 사운드카드라는 내장이
새 윈도우와 프로그램으로 인해 충돌이 일어나 암덩어리가 된 거라며 사운드 장기이식을 하고는
문제끝이라고 완치선언을 했다.
하긴 오래되었으니 내장이든 성대든 귀인들 성할손가,
그러나 내 친구는 약효가 이내 떨어지는 포도당주사를 맞은 듯
사흘 동안 버겁게 삶을 이어가다가는
또 다시 단발마적 고통을 호소해대었다.
부팅이 안 되는가 하면 얼굴이 갑자기 파랗게 까맣게 변하고
내 말을 전혀 못 알아듣고 광증을 보이는 것이다.
쉬프트키는 무조건 안전모드 명령으로, 엔터는 다운명령으로, 페이지업은 삭제명령으로,
숫자2는 탭설정, 숫자3은 도스화면 등 그 기기묘묘한 행태는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정녕 망녕이 났든지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몸의 병은 고칠 가능성이 높지만
마음의 병은 난치성인데 아아~ 이를 어이한단 말인가.
고작 스트레스 과다나 슬럼프에 불과했던
멀쩡한 내 친구를 이 쳐 죽일 돌팔이들이
생병신을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하니 모두 다 고소해버리라 작정했지만...
일단 생명부터 살려놓는 게 우선이다 싶어 구급차에 태워 S컴퓨터 대리점에 갔다.
이십대인 기사 놈은 병력은 들을 것도 없다며
벌써 화장터에 갔어도 몇 번은 갔을 송장이라며
큰 부담 안가니 새 거로 장만하라는 둥, 중고도 좋은 게 많다는 둥, 염장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넌 늙은 네 부모도 그리 폐기처분할 것이냐’고 호통치고 싶은 것을 참고는
해결해야 될 문제라도 알려달라고 비굴하게 구슬렸다.
그랬더니 엄마보드인지 아빠보드인지가 하도 늙어 망녕이 나서 벅벅대는 거라며
그와 똑같은 보드가 단종이라는 것이다.
나는 친구 시체를 껴안고 집으로 돌아오며 내 스스로 치료해보기로 했다.
하여, 온통 해부해서 내장을 끌어내어 널어놓고는 꼼꼼히 염증과 종양을 제거하고,
지우개로 선하나 코드하나까지 빡빡 문질러 내고 미심쩍은 부분을 알코올이나 비눗물로 세심히 닦아내고는
드라이어기로 꼼꼼히 익히느라 하룻밤을 꼴딱 새웠다.
기도하며 코드를 꽂고는 전원을 누르는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형용할 수 있으랴.
[꽝~] 대폭발이 일어나 동귀어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어서 누르자마자,
몇 미터 퇴각해 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다행히 폭발은 안 일어나고 [꿕꿕...꾸르르...꼬꼬꼬...킥킥] 꿩과 산돼지와 영계와
비비의 울음소리가 가히 동물의 왕국이었다.
얼굴은 구상비구상 입체로 마구 돌아가는등 고 백남준님의 아트는 저리가라였다.
온갖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에 몸부림치며 경련하는 친구를 차마 보기 힘들어 생명선인 링거를 뽑았다.
잠시 넋 놓고 앉아 있다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픽장기이식과 사운드이식 때 돌려받은 병든 장기들을 찾아와서
새 장기를 떼어버리고 병든 장기를 다시 맞춰 넣었다.
진정 죽음이 다가왔다면 자기 본래내장과 같이 천국에 가게
해주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었을까?
제네바협정에도 나와있듯 그것이 전우의 의리다. 물론 기대감도 많았다.
다시 전원을 넣고는 온갖 영어경고를 무시해가며 엔터엔터했더니...
학질 걸린듯이 몸서릴 치던 친구가 가까스로 눈을 뜨는 것이 아닌가?
울그락푸르락하는
미친놈같은 얼굴과 [띠띠띠...피식..부르르] 거리는 가관인 단발마의 헐떡거림도 무시했다.
그쯤에는 나도 반 가까이 의사가 되어있었는데 재빨리 그래픽과 사운드 드라이버를 찾아
다운받아 깔고는 쿠키나 임시인터넷 파일을 몽땅 학살하고는 유료로 바이러스를 박멸하는데...
외과 집도의사가 그럴까, 아마 허준이 스승 몸을 해부할 때 심정이 그랬으리라,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는 친구가 숨이 넘어가기 전에 호흡기를 떼었다.
그리고는 휴가를 주어 푹 쉬게끔 했다.
사흘 후(역서를 뒤져 길일을 고른 것이다),
향을 한 대 사르고는 손가락에 기를 모아 링거를 꽂았다.
오오~ 과연 내 친구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친구는 완벽하게 부활한 것이었다!
거친 호흡도 없고 단장의 비명도 없이 내 친구는 한시간... 두시간...
여덟시간의 근무량을 완벽하게 감당해낸 것이다! 와탕카! 아싸라비아!
시바, 이 세상 모든 수리기사와 의사들에 저주있으라~!
기계에도 마음이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하물며 컴퓨터잖은가?
기계를 무시하다간 터미네이터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역사도 가르치고 있다.
조그만 문제야 자주 있었지만 역시 회광반조였을까?
내 친구는 정말이지 열흘가까이 최선을 다하고는 갑자기 몸에서 열과 연기를 뿜으며 한 많은 생애를 마쳤다.
친구를 염습하며 나는 눈물을 삼켰다.
꽃피고, 꽃 지고, 낙엽지고, 눈 내리고, 이놈과 함께 하길 몇몇 해였던가?
‘펄펄나는 꾀꼬리 암수서로 정다운데 외로운 이내 몸은 누구와 함께 돌아갈꼬...’
미녀 알몸사진과 야한 영화감상도 같이했던...아내와 자식보다도 더 비밀 없던 친구였거늘
이렇게 가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ㅠㅠ
D컴퓨터 대리점에 친구를 운구해 간 것은 바둑에서 돌을 던지기 직전과 같은 마음의 정리였을 것이다.
되게 밝히게 생긴 20대의 뺀질뺀질해보이는 기사는 고인에 대한 예의도 없이
다른 기사들처럼 훌러덩 개복을 하고 내장을 일, 이초 힐긋 살피고는
예의 확신에 찬 얼굴로 선고를 내렸다.
‘윈도우가 깨졌어여, 밀어버리고 다시 깔면 몇 달은 쓸...’
나는 그 자리에서 놈의 주둥이를 머리로 들이박고 목을 졸라 숨통을 끊어버리고는 적금을 깨어 장사를 지내주었다.
내 친구는 현재, 비닐에 둘둘 감긴 미이라가 되어 내 방 한구석에 말없이 서서
무정한 친구가 부활시켜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痛哭.............................................
문득 ‘弔針文’이 연상되어.......
2005 잠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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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십수년전의 글이네요.
예의 그 친구는 벌써 고물상으로 간지 오래이며...그 자리를 새로 사귀었던 친구가 대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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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친구를 보내고 ㅜ -
새로 함께 한 친구는 별로 문제가 없어 잘 아프지도 않고 사지나 내장엔 거의 문제가 없었다.
속도도 가히 번개였고 머리는 아인쉬타인과 다빈치와 스티브호킹을 믹스해놓은 것 같았다.
때마다 약 먹일 필요도 없고 병원에 갈 일도 없어 얼마간은 정말 신경쓸 일이 없어..
둔전병이랄지 자력갱생의 표본이었다.
약도 음식도 필요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놀이도 나를 능가하는 일이 많아서
은근 겁이 날 정도기도 했다.
헌데 의리의 화신인 내가 배신자의 길을 걷게 될 줄이야~
첨엔 애플인가 애니홀인가가 파국을 몰고오기 시작했으니...
내친구의 가장 큰 약점인 이동성..링거선을 필요없게 만들 줄 누가 알았으리오.
결정적인 혁명이랄 수 있는 다이어트란 전엔 간간 인간 하나 무게였던 내친구였건만
혁명군은 300그램도 모자라 200그램으로까지 다이어트를 했으니...
노튼지 태브릿인지도 훌러덩 날아가버리지 않고 어찌 배길소인가.
아아~ 내친구를 내손으로 떠밀어 떠나보낼 날이 올줄 어찌 알았으리오..ㅠ
혁명군..아니 혁명친구는 사실 싼값이 아닌데도 뭔 농간인지
예전 손목시계같이 부담 없어지게 되었다.
허니 태어나서 무조건 젖만 떼면 하나씩 휴대하게 된 것은 물론
한사람이 여러친구와 동반동거도 드문 일이 아니었으니...
방수도 잘되어 목욕탕은 물론 화장실이나
같은 침대에서 부부가 따로 다른 애인과 속삭일만한 보안성도 보장되었음에랴...
점점 옛친구는 얼굴 볼 일이 드물어지고 옛날 쓸모없는 장농처럼
공연히 자리만 넓게 차지한다는 깨달음이 오기로...
자연 옛친구..아닌 구친구를 필요로 하는 이가 있으면 쉬이 넘겨주는 풍조가 생긴듯 하다.
사실 값이 고철같이 싸지기도 했다.
버리는 것도 사실은 부담이어 의자와 컴책상과 같이 인수해가는 조건으로
담배 한갑에 팔아넘기고야 말았으니...
친구여, 부디 이 비정한 배신자를 용서하시게나...ㅠ
2020,12 잠파노
첫댓글 댓글을 쓰려니
뭐라 하기가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저 대단하신 무이 장파노 님이시군요
쓰신 글에 머리를 도리질 몆번하면서 대단하시다 라고 ~~~
말씀리고 갑니당 ~~
에고 과찬이십니다ㅜ
아프리카 몰래카메라 ^^
조용필 님의 친구여
이글하고 맞춤하신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저도 흥얼 흥얼 ~~
그 친구가 자기의 생명을 아낌없이 끝까지 다 주고 가버렸다는 ~~
글쵸 !!
아마 나의 속내를 늘 함께한 친구 였을 겁니다
무이 장파노 님 긴글에 수고하셨다는 말 꼭 드리고 가야할것 같습니다
배시시 웃음도 주셨구요
수고 하셨습니다 ..
옛날 티브이나 컴에 대한 곡절? 애환? 사연이야 다 있겠지요. 지금은 핸폰이 대세지만 이마저 언젠가는 흘러가버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