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면 글렌 굴드가 생각난다
독일의 신예 마르틴 슈타트펠트
( Germany Pionist Martin Stadfeld: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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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서울에서 연 비공식 연주회(쇼케이스)에서 JS바흐의 평균율 1권을 연주하고 있는 마르틴 슈타트펠트. 바흐를 주특기로 하는 그가 이달 앨범(소니 클래시컬)으로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7년 동안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비롯해 바흐를 중심으로 한 7장의 앨범을 내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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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서초동의 DS홀.
키 187㎝의 ‘길쭉한’ 피아니스트가 무대로 걸어나왔다.
그는 등받이가 없는 보통 피아노 의자 대신 딱딱한 강의실용 의자에 앉았다.
긴 다리를 피아노 페달 너머로 뻗고, 등받이에 편안히 기댄 채 건반에 손을 얹었다.
연주곡은 바흐의 평균율 1권. 간간이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는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독특한 의자, 바흐, 허밍(humming).
이쯤 되면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82)가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괴짜’의 대명사로 남은 굴드는 따로 제작한 낮은 의자에서.
건반을 파고드는 듯한 기이한 자세로 바흐를 기막히게 연주했다.
녹음 기술자들의 진땀을 빼게 했던 허밍은 결과적으로 굴드의 독특함을 찾는.
‘광팬’ 집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날 무대에 오른 이는 굴드가 아니라
독일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29)다.
굴드의 초상과 같은 그는 2003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데뷔 앨범으로 냈다. 굴드의 1955년 데뷔 앨범과 같은 선택이다.
동일한 곡을 녹음한 나이도 23세로 똑같다.
슈타트펠트는 14년 동안 수상자를 선택하지 않았던.
‘바흐 국제 콩쿠르’(독일 라이프치히)에서 2002년 우승하면서.
명실공히 ‘바흐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신성(新星)이다.
◆공통점=
3일 연주를 지켜본 피아니스트 김주영씨는
“바흐는 타고난 사람만이 칠 수 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평균율 앨범 발매 기념으로 이날 서울에서 간단한 연주회를 연 슈타트펠트는
‘타고난 바흐 감각’을 보여줬다.
그는 음표를 수직적으로 쌓아올리는 능력, 즉 바흐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화성 감각을 자연스럽게 몸에 지니고 있었다.
이 감각은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굴드의 장점이기도 하다.
연주를 마친 슈타트펠트는 “바흐를 연주할 때면 나의 영혼을 찾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차이점=
2년 전 미국의 젠프 스튜디오는 굴드의 연주 스타일을 기계로
재현해 앨범을 냈다.
굴드의 건반 위 손놀림, 페달 누르기등을 모두 프로그램으로 입력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다시 녹음한 것이다.
모노 시대에 녹음됐던 굴드의 연주를 21세기에 입체적인 음향으로.
되살리려는 의도였다.
이같은 시도가 나올 정도로, 50세에 뇌졸중으로.
생을 마감한 굴드의 빈자리는 크다.
슈타트펠트가 이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굴드는 “슈베르트나 쇼팽이 왜 인기를 끄는지 알 수 없다”며.
낭만시대 음악을 멀리했다.
물론 연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타트펠트는 슈베르트의 소나타 앨범으로
지난해 ‘최고의 독주곡 녹음상’(에코 클래식)을 받았다.
그간 연주한 협주곡 목록 또한 라흐마니노프, 그리그까지 포함하고 있다.
“바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이지만 거기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젊은 연주자가 ‘제2의 굴드’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다.
앨범으로는 입소문이 많이 났지만 내한 연주는 한 적이 없다. 9월이 한국에서의 첫 공식 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