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전문가 / 진은영
나는 엉망이야 그렇지만 너는 사랑의 마법을 사랑했지. 나는 돌멩이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건드리자 가장 연한 싹이 돋아났어. 너는 마법을 부리길 좋아해. 나는 식물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부러뜨리자 새빨간 피가 땅 위로 하염없이 흘러갔어. 너의 마법을 확신한다. 나는 바다의 일종. 네가 흰 발가락을 담그자 기름처럼 타올랐어. 너는 사랑의 마법사, 그 방면의 전문가. 나는 기름의 일종이었는데, 오 나의 불타오를 준비. 너는 나를 사랑했었다. 폐유로 가득 찬 유조선이 부서지며 침몰할 때, 나는 슬픔과 망각을 섞지 못한다. 푸른 물과 기름처럼. 물 위를 떠돌며 영원히
ㅡ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사, 2022.08) ---------------------------------
* 진은영 시인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철학박사 2000년 《문학과 사회》 등단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저서 『순수이성 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문학의 아토포스』 등. 대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젊은 시인상, 백성문학상 등 수상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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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의 마법으로 나의 상태변화가 일어납니다. 돌멩이의 일종이었던 나에게서 싹이 돋아나고 식물의 일종이었던 나에게서 새빨간 피가 나오는 게 그 증거입니다. 네가 주는 사랑은 무생물에서 생물로, 식물에서 동물로 나를 변화시킬만큼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바다였는데 너의 발가락이 담기자 기름으로 변하고 맙니다. 나는 너를 위해 내 몸을 뗄감으로 사용해 불타오를 준비도 된 사랑입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너는 나를 사랑"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의 사랑은 현재형이지만, 너의 사랑은 과거형입니다. 왜 너의 사랑은 과거형이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의 마음은 산산히 부서지고 침몰합니다. 다시 나는 네가 닿기 전 바다로 돌아가고 너의 흔적인 폐유가 침범합니다. 푸른 물과 기름이 섞이지 못하듯 너를 잃은 슬픔과 너를 망각하고자 하는 욕구가 섞이지 못합니다. 너를 망각하겠다는 바람은 오히려 너를 망각하지 못한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름은 물에 섞이지 못하고 영원히 떠돕니다. 마침표도 찍지 못한 채.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증거는 그 사람으로 인해 바뀌는 내 모습이 마음 들 때라고 합니다. 긍정적 상태 변화가 일어나는 사람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 시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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